코로나19 이후 사회적금융은 어떻게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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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이후 사회적금융은 어떻게 해야 할까?
[굿, 파이낸스 ⑨] 코로나19를 넘어 '거대한 전환'을 기대하며
  • 2020.04.06 09:20
  • by 김이준수 (한국사회가치연대기금 기금사업실)

금융은 혈맥에 비유되곤 합니다. 돈이 오가는 행위를 통해 기업을 비롯해 경제가 원활하게 돌아가게끔 돕습니다. 금융은 따라서 사회 유지와 발전의 중요한 시금석입니다. 특히 순환은 금융의 중요한 작동원리입니다. 피가 돌지 않으면 사람이 죽듯이 돈이 돌지 않으면 사회가 작동을 멈추기 때문입니다. 돈이 필요한 곳에 돈을 흐르게 하는 것이 금융의 기본 역할입니다.

사회적금융은 사회적경제 활성화의 핵심입니다. 사회적경제가 원활하게 돌아가면서 다양한 사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힘을 불어넣는 것이 사회적금융입니다. 순환을 통해 다양한 사회적 자산을 만들고 사회적 관계를 새롭게 조직해나가는 수단이기도 합니다. 이런 사회적금융이 기존 금융 관행의 구심력을 벗어나 새로운 질서를 만들 때 사회적경제도 단번에 도약할 것입니다. 라이프인과 한국사회가치연대기금이 사회적금융에 대한 인식 확산과 접근성 향상을 돕기 위해 [굿, 파이낸스] 연재를 시작합니다. 이를 통해 독자 여러분이 새로운 질문을 던지고 인식의 폭을 확장하길 기대합니다. 

 

국내 가장 많은 영화관을 가진 CGV가 35개 극장 운영을 중단했다. 이 소식을 접하고 처음 든 생각은 이랬다. '저곳에서 일하던 노동자들은 어떡하지?' 코로나19 감염 우려에 따른 영화관 운영 중단. 그럴 수 있다. 하지만 시간이 길어지자 경영난이 따랐고 노동자 삶이 위협당하고 있다. 영화관의 싹싹한 매표 직원들이 떠올랐다. 종종 갔던 식당도 손님이 줄었다. 재밌는 음식평을 건네던 종업원은 어떻게 될까. 걱정이 앞선다. 나는 그들의 노동 덕분에 먹고 볼 수 있었으니까.

그 와중에 봄이 왔다. 침묵 속에서 핀 봄이다. 꽃이 활짝 피고 나무는 푸르름을 더한다. 코로나19 대신 스프링20이라며 '코로나 블루'(코로나19와 우울감(blue)을 합친 신조어)를 이겨낼 마음 영양주사를 놓고 있지만, 봄이 충분히 마음에 번지진 못한다. 방구석에서, 영화를 즐기고 콘서트를 볼 뿐이다. 식당보다 집밥이 우선이고, '물리적 거리두기'로 모임은 뒷전이다. 코로나19 감염 우려가 여전한 가운데 고용과 경제위기 걱정도 못지않게 커졌다. 이상헌 국제노동기구(ILO) 고용정책국장은 크고 작은 위기를 숱하게 봤지만 이번 위기가 가장 두렵다고 했다.

그야말로 조마조마하다. 집 밖엔 코로나19, 집 안엔 빚 폭탄이 터질 태세다. ILO가 3월 10일경 예상한 전 세계 실업 예상치는 2,500만 명이었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 때(2,200만 명)보다 많다. 더 큰 문제는 2,500만 명도 "터무니없이 낙관적인 수치"(이상헌 ILO국장)란다. 3월 마지막 주 미국 실업수당 청구 건수가 665만 건, 앞선 주(330만 건)와 합하면 약 1천만 건에 달했다. 2주 동안 약 1천만 명이 실직했다는 뜻이다. 코로나19 이전 매주 20만 건 수준이었던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세계 금융위기 때보다 10배가량(2009년 3월 66.5만 건) 많다. 암울하다. 전 세계 정부가 붕괴를 막기 위해 돈(재정)을 풀고 있지만, 앞으로도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게 가장 큰 문제다. 변수는 단 하나다. '언제 코로나19가 종식될까.' 그 변수가 모든 문제를 잠식하고 있다.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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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노동은 안녕하지 못하다!

거의 모든 것이 불확실하지만, 단 하나 확실한 것이 있다. 감염병은 종식이 있다! 지금 방역과 함께 '포스트 코로나'는 중요한 과제다. 코로나19가 국가 시스템을 비롯해 개인과 기업 활동 전반을 뒤흔들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는 코로나19 이전과 이후를 가르고 새로운 사회경제 질서가 도래할 것이다. 지금 물리적 거리두기는 감염 위험을 떨어뜨리려는 조치다. 하지만 경제활동을 막아 실업 위험을 높였다. 시민이 이동을 멈추자 시장이 얼었다. 코로나19가 종식된다손, 경제활동이 당장 회복되진 못할 것이다. 사회와 개인이 맞닥뜨린 트라우마가 당분간 세상을 지배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그 기간, 실업은 모든 사회의 기저질환이 될 공산이 크다.

코로나19는 사회의 그늘을 드러나게 만들었다. 거리두기를 할 수 없는 사회적 약자는 감염에 더 취약했다. 위험과 불안은 '자원이 분배되는 방향과 반대 방향으로 분배'(독일의 사회학자 울리히 벡)됐다. 그렇다면 코로나19가 종식되면 이런 사회적 기저질환을 치유할 수 있을까. 가령, 이런 게 궁금할 수 있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집단격리됐던 정신장애인과 돌봄노동자 등은 유령 취급당하지 않게 될까? 택배노동자는 새벽배송 없이 생리현상을 인간적으로 해결하면서 과로에 짓눌리지 않을 수 있을까? 콜센터 노동자는 침방울과 감정노동이 줄어든 쾌적한 일터에서 일하게 될까? 프리랜서 노동자는 사회보험 구조에 들어갈 수 있을까?

글쎄, 전환은 쉽지 않거나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법인세·상속세 인하, 정리해고 기준 완화, 노조 활동 제한 등을 들고나왔다. '재난 자본주의'의 전형이다. 힘을 합쳐 재난을 이겨내기보다 재난을 틈타 잇속만 챙기겠다는 태도다. 염치없는 이들은 여전히 기득권이다. 

사회적경제는 이들과 다른 모습을 보였다. 사회적경제 코로나 대응본부는 해고 0%를 선언했다. 역사적으로 사회적경제는 위기에 강한 기업모델이었다며, 고용연대를 선언하고 고용유지 기금 조성에 나섰다. 매출 감소로 인한 해고는 합리적인 선택이지만, 사회적경제는 고용유지를 하겠다는 '사회적 선택'을 했다. 사회적금융은 이런 노력을 뒷받침하는 협약 등을 통해 '해고 없는 기업'을 우선순위에 둘 필요가 있다. 

정부는 일시적 유동성 부족에 따른 기업 도산 등을 막기 위해 최근 100조 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하지만 해고를 금하는 메시지는 없었다. 새로운 사회적 대타협이 필요하다. 지원을 위한 전제가 있어야 한다. 해고금지뿐 아니라 사회적가치 실현과 투명한 정보공개 등을 요구해야 한다. 지금까지 곪아온 사회적 기저질환을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이다. 회사 앞에서 멈춘 민주주의와 사회성을 진전하게 만드는 길이다.

코로나19로 변화될 사회적경제

이런 말이 있다. '경제는 예측의 영역이 아니고 대응의 영역이다.' 현재 닥치고 있는 실업 태풍 앞에 예측보다 대응이 중요하다. 태풍을 전면적으로 막을 순 없지만, 사회적경제가 방파제가 될 수 있다. 고용에 특화된 강점을 살려 사회적경제가 위기에 강한 모델임을 적극적으로 보여줄 수 있다. 코로나19 종식 이후 빠른 경제 회복은 힘들다. 급강하한 소비심리와 코로나19 트라우마로 외부 활동을 통한 소비가 회복 궤도에 오르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발생하자 각국은 물자, 사람 등을 차단하는 벽을 쌓고 각자 격리의 시대로 진입했다. 이 때문에 글로벌 공급망도 무너졌다. 코로나19가 종식돼도 복원과 재배치를 위한 시간은 불가피하다.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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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는 산업 재편을 다시 생각하게 만들었다. 기술 발달 등으로 산업 재편은 불가피하다고 봤다. 사회적경제도 고차 산업에 관심을 둬야 한다고 여겼다. 하지만 마스크 파동 등에 관점이 바뀌었다. 2차산업(제조업 등)이 해외로 빠져나갔다면 우리는 마스크를 제때 공급받지 못했을 것이다. 마스크 대란에 허우적대는 미국, 유럽 등이 이를 방증한다. 3차산업은 또 어떻고. 배송시스템과 서비스산업 덕분에 사재기 없는 평온을 유지한다. 물론 택배 노동 등이 있어서 가능하다. 마스크 재고를 파악한 건 4차산업 덕분이다. 단계별 산업이 있었기에 우리는 코로나19에 차분하게 대응할 수 있었다. 1차산업(농업·목축업·임업·어업 등)은 더 큰 위기가 닥치면 가장 중요해질 것이다. 사회적경제도 산업 균형이 중요하다. 플랫폼 노동, 프리랜서 노동, 공공배달앱 등이 사회적경제와 결합하는 양상도 새로운 노동 체계 구축과 맞물린다. 사회적금융은 이 같은 산업 균형과 새로운 노동 체계 구축에 발맞추거나 선제적으로 나서야 한다.

공공보건의료에 대해서도 생각해보자. 전쟁이 없는데 왜 군대를 유지할까? 우리는 70년가량 전쟁이 없음에도 군대와 무기 구매에 엄청난 돈을 쓰고 있다. 이에 대해 비용 대비 효과적이지 않다며 군대를 없애자고 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공공보건의료를 포함한 안전은 어떨까. 커뮤니티 케어 등 공공보건의료와 결합한 사회적경제의 중요성은 더 커진다. 사회적금융이 뒷받침해야 한다.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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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하고 새로운 전환의 시간을 만들 때 

14세기, 유럽에 페스트(흑사병)가 창궐했다. 영국도 예외는 아니어서 인구의 반만 살아남았다. 이 비극 속, 반전이 있었다. 페스트에 농노가 대거 줄자, 봉건영주의 권세는 흔들렸다. 살아남은 농노들은 새로운 계약을 요구했고, 가혹한 노역과 낮은 임금에서 벗어났다. 상업을 통한 부의 축적이 늘면서 르네상스 기반이 다져졌다.

재난이 뜻밖의 변화를 수반했다. 역사를 보면 불평등은 아이러니하게도 전쟁, 혁명, 국가 실패, 전염병 유행 등이 벌어질 때 감소했다. 물론 단순하게 사건 자체만으로 가능하게 된 것은 아니었다. 새로운 정책이 나오고 전환을 위한 정치가 작동하며 사회가 바뀌었다. 홍기빈 칼폴라니사회경제연구소 소장은 두 선택지를 제시했다. '이전의 삶으로 돌아가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냐', '새로운 질서를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냐'. 자, 우리는 어떤 답안을 고를 것인가.

재난은 위기에 취약한 현실을 드러나게 한다. 현실을 바꾸는 것은 결국 정치지만, 시민 역량이 그것을 가능하게 만든다. 1930년대 대공황이 케인스주의 복지국가를 실현한 것처럼, 코로나19도 거대한 전환을 이야기하고 있다. 기본소득 등과 같이 아직 가보지 못한 세계, 처음 만난 세계가 오고 있다. 지금까지 우리는 집에 맞춘 삶을 살았다. 앞으로는 삶에 맞춘 집을 선택해야 하지 않을까. 다시 만난 세계는 담대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우리는 재난을 통해 이타심이 발휘되는 여러 순간을 목격했다. 어쩌면 그것이 유일한 희망이며, 코로나19이후 공공성과 사회적가치를 강화하고 시스템으로 만들 수 있는 연료가 아닐까. 경제 회복은 한순간에 되지 않을 것이다. 상처와 트라우마 치유에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사회적경제는 우리 사회의 회복과 전환을 탄탄하게 만들 수 있는 기제다. 사회적금융은 사회적경제가 전환의 시기에 제 역할을 하도록 금융 인프라와 사회적금융 생태계를 다져야 한다. 이 과정에서 제한적 금융지원이 아닌 새로운 금융시스템 구축을 위한 담대한 실천이 요구된다. 과문한 탓에 구체적이고 정밀한 실천을 제시하지 못하나, 비상한 시기에는 담대한 사고와 행동이 필요하다. 당신의 좋은 제안과 협력을 기대한다.

호주 카툰작가 마이클 루닉은 감기에 대해 "삶을 조금은 다른 각도에서 바라볼 수 있도록" 해줬다며 예찬한 바 있다.(《행복이 남긴 짧은 메모들》) 지금 코로나19를 감기에 비유할 바는 아니지만, 코로나19도 인간이 얼마나 나약하고 오만한 존재인지 깨닫게 하는 한편 겸손과 감사의 마음을 가르친다. 우리는 약해지지만 않는다면 괜찮은 인생과 세상을 만들 수 있다. 그리하여 새로운 질서로 전환하는 그날이 오면 그날이 오며는, 삼각산이 일어나 더덩실 춤이라고 추고, '코로나 예찬'을 울리오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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