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여성, 도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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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여성, 도착하다
  • 2018.01.23 11:18
  • by 양영희 시민기자
<신여성, 도착하다> 전시가 화제다. (사진 경향 포토)

참 예쁜 것들은 서로 닮았다.

아이유의 밤 편지 뮤직비디오는 순수와 소녀시대의 감성을 넘어 무섭게 다가오는 새로운 시대와 최대한 거리를 두려는 듯 한 장면들로 채워진다. 다다미가 깔린 방, 뜨개질, 반딧불, 손 편지, 기와위에 떨어지는 빗방울과 꽃잎, 노래하는 아이유의 손에 들인 마이크와 빙글빙글 돌아가는 녹음기......,
그녀가 불면의 밤들을 보내며 만든 노래라고, 자신의 노래가 잠 못 드는 이들에게 선물이 되길 바란다는 jtbc 뉴스룸 손석희와의 대화에서 말하는 그 모습도 예쁘다.

아이유의 앨범이미지는 영화 해어화의 장면을 떠올리게도 한다. 한효주와 천우희가 한복을 입고 우정을 나눌 때 그 예쁜 표정은 사람이 얼마나 아름다울 수 있는지를 보게 해줬다. 그녀들이 불렀던 ‘조선의 마음’, ‘사의 찬미’, ‘사랑 거짓말’등은 아직도 마음을 울린다. 내겐 풍경화처럼 남은 영화다.

그리고 아이유와 해어화의 느낌은 얼마 전 보았던 ‘신여성 도착하다’란 전시회를 보면서도 떠올려졌다. 근대화시기에 경성의 도시를 거닐던 신여성 퍼레이드, 사진, 인쇄물, 영화, 잡지 등을 통해서 본 여성들은 지금의 눈으로 보아도 멋스러움이 넘친다. 전시관 벽에 붙은 사진이나 그림들의 복장으로 지금 거리를 나간다 해도 어색할 것 같지 않을 정도였다. 그녀들의 양산과 끈 달린 구두, 양장, 모자, 음악을 듣거나 책을 보는 모습들 그리고 신여성이었던 선구자들이 그렸던 그림과 노래와 책, 주장들을 여성 중심의 관점에서 바라보게 하는 전시회는 추운 날씨에도 덕수궁으로 달려가게 만들었다. 나혜석, 박래현, 천경자 등 근대기 대표여성 미술가들의 작품, 문학, 무용, 대중가요, 사회운동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했던 신여성들의 삶을 조명해주는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전시된 많은 작품들은 남성의 시선으로 작업한 것들이 많았다. 당시를 생각해보면 여성은 활동하는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여성은 아직 남성의 안사람, 자식들의 어머니로 정절, 순종, 근면, 현모양처로 요구되는 세상이었고 여성에게 허용 가능한 사회적 활동은 화가, 도화교사, 기생화가 정도였다. ‘구여성의 수동적 삶에서 벗어나, 신식 교육을 받고 신문명의 세례를 받은 신여성은 한편으로는 사회적 선망의 대상이 되었지만, 다른 한편으론 편견과 조롱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신여성 도착하다 전은 일제 강점기 신여성이라는 새롭고도 복잡한 현상을 관찰하는 것에서 시작 20세기 여성 중심의 문화사를 역동적으로 바라보길 원한다.’는 전시회 측의 입장이 이해됐다.

 ‘나혜석, 최승희, 이난영, 김명순, 주세죽......,’
자신의 고유한 빛깔로 인간은 누구나 자신의 몫의 삶을 살고자 한다. 그러나 자신의 빛깔대로 살 수 없었던 제한된 세상에서도 여성들은 근대화란 틈새를 최대치로 이용하며 앞으로 나아갔다. 누군가의 부수적 존재로 규정되었던 시대를 넘는 것은 낭만과 화려함으로 상징되는 신여성의 이면에 있었는지도 모른다. 나혜석처럼 세상에 대놓고 목소리를 내다 참혹한 낭떠러지로 내몰린 사례는 그 단적인 예가 될 것이다. 남성주의 시각과 아직 팽배한 봉건문화는 여성으로 하여금 생각과 마음을 다 드러내지 못하게 했다. 마음뿐 아니라 몸이 하는 일과 위치 또한 시대의 시선에서 얼마나 자유로울 수 있었을까?

일본유학을 하고, 경제적 독립이 가능한 일을 가지며, 독서와 공부로 카페나 모임에서 토론이 가능한 지식을 무장하고, 머리부터 옷차림을 비롯해 신발과 양산까지 멋을 부리고, 신식 화장을 하며 자유연애가 가능한 그녀들, 게다가 하나쯤은 취미가 있어야 했다. 독서와 그림, 음악은 그녀들의 삶과 아주 가까워졌다. 전시회를 보며 그녀들의 삶이 참 바빴을거란 생각이 들었다. 결혼을 하면 육아와 가정의 대소사까지 더해지는 일상은 도저히 틈이 생길 것 같이 보이지 않았다. 나혜석의 작품을 보면 신여성의 고단함이 바로 확인이 된다.

 이 짧은 밤에도 열두시까지 독서
 부글부글 푸푸, 이것들 두고 시를 지어
 손으로 바느질 머리로는 신여성 생각
 밤새 궁구하여 새벽 정신에 원고를 쓰고
   <나혜석, 김일엽선생의 가정생활>
 
신여성보다 더 절박하게 자신의 발로 걷고 있는 현대 여성들의 삶은 그로부터 얼마나 나아졌을까? 전시회 군데군데 놓여있는 고풍스런 축음기를 통해 그 시절 노래를 들을 수 있는 것도 좋았다. 전시회장을 나오며 어딘가에 근대화시기 여성들의 삶을 느낄 수 있는 카페가 생긴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곳에서 이난영의 노래와 최승희의 춤을 감상하고 날마다 한명씩 신여성의 이야기를 만나면 멋질 것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아직도 예쁜 것을 선망하는 우리들의 마음이 여성을 어떻게 가두고 대상화하는지 그 상관관계가 머릿속에서 또각또각 소리를 냈다. 신여성들의 상징이었던 ‘아픈 발을 참고 걸었을 구두소리’처럼

*신여성 도착하다,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  4.1일까지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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