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미래를 알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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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미래를 알까?
양영희 (교육공동체 벗 이사)
  • 2018.01.16 11:29
  • by 양영희 시민기자
누가 미래를 알까? (사진 픽사베이)

강남은 내게 여전히 낯설고 높은 곳이다. 그쪽으론 갈 일도 없고 인연이 닿은 사람도 살고 있지 않다. 강남뿐 아니라 서울도 중3때 서울로 전학 왔을 때의 그 낯섬과 괴리감이 아직도 여전하다. 도시가 주는 편리를 즐기지만 이방인, 딱 거기에 내 정체성이 머물고 있다.
 
그런 내가 반포에 갔다. 아픈 아이를 둔 후배를 만나기 위해서다. 그녀가 10년도 전에 학교를 그만둘 때 우리는 모두 그녀를 부러워했었다. 그녀의 남편 사업이 번창해 미국으로 갔기 때문이다. 사표를 휘날리는 꿈만 꿀 수 있는 우리 앞에 그녀는 다른 세계에 살고 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우린 우리대로 사느라 바빴고 다른 대륙에 살고 있는 그녀를 자주 잊었었다. 살아보니 누군가를 오래 기억한다는 건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 그래서 오늘 만나는 사람들도 앞날을 기약할 수 없다는 생각을 한다. 이제 약속은 최소화한다.
 
유모차를 한 손으로 잡은 채 다른 한 손을 흔들어 후배는 나를 반겼다. 아이는 7살이 되었다고 했다. 나는 아이의 얼굴을 처음 봤다. 그녀가 다시 한국에 온지 몇 년 됐지만 그동안은 눈물어린 사연만 들었었다. 아이를 데리고 밖으로 외출하는 것 자체가 가능하지 않았던 것이다.
 
지금 아이는 1세의 인지력을 갖고 있다고 했다. 하얀 피부를 가진 아이는 계속 천사 같은 미소를 지었다. 그 맑은 미소가 더 가슴 아팠다. 아무것도 모르는 그 얼굴, 고통은 모두 엄마 몫으로 채워진 그 둘의 삶을 바라보는 일은 가슴이 아렸다. 성한 사람도 제대로 살기 힘든 땅에 장애를 가진 아이와 그런 아이를 둔 엄마의 심정을 누가 제대로 헤아릴 수 있을까? 정말 돈이 많이 들고 필요한 치료는 대부분 보험도 적용되지 않는 게 우리나라다. 아이가 희귀병이라면 더욱 그런 항목이 많아진다. 다 큰 아이를 유모차에 태웠다고 쉽게 말하는 이웃들의 이야기부터 후배가 세상과 맞서야 하는 일들은 끝도 없을 것이다. 아이는 혼자 일어서지도 걷지도 말하지도 못한다. 고개를 끄덕이거나 작은 웅얼거림으로 엄마와 소통하고 있었다,
 
불행은 늘 한꺼번에 몰려오는 걸까? 후배의 남편은 사업이 힘들어졌고 후배는 병원비를 직접 벌어야 하는 형편이 되었다. 인천, 수원, 서울 가리지 않고 다니며 계약직 자리를 구하고 일주일에 두 세 번씩 재활치료를 데리고 다닌다. 그런데도 후배는 걱정한 것 보다 밝은 표정이다. 오히려 아이가 아주 조금씩 진전이 있어서 행복하다고 웃는다. 아이가 처음 기어 다니게 된 날, 떡까지 돌렸다고 말하는 그녀는 모든 삶이 아이에게 맞춰져 있음을 알게 했다. 후배의 남편은 아이의 치료를 포기하자고, 그렇게 사는 게 너무 힘들다고 자주 말한다고 한다. 오래 고통을 같이 한다는 건 이렇게 주변 사람이 하나씩 떨어져가는 일을 겪는 것을 포함하기도 한다.
 
그녀는 자신이 힘들게 버티고 있는 것도 모르는 듯 했다. 그만큼 경황없는 급박함들이 그녀를 앞으로 나가게 했을 것이다. 우린 7살난 아이의 유모차를 밀며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그녀에게도 대부분의 친구들이 사라졌고 그녀의 삶은 아이에게 고정되어 있다. 우리가 다시 10년 뒤에 만난다면 오늘의 장면은 어떻게 달라져 있을까?
 
누가 미래를 알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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