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의 신년사와 강철비 그리고 위험에 대한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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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의 신년사와 강철비 그리고 위험에 대한 경고
  • 2018.01.08 09:56
  • by 양영희 시민기자

새해를 맞으며 지인들의 카톡 메시지가 한꺼번에 몰려온다. 모두들 건강과 행복을 비는 내용들이다. 보통 사람들이 소소하고 새로울 것 없는 인사를 나누는 동안 교황은 강렬한 신년메시지를 전했다. 미군이 터트린 원자폭탄에 피해를 입은 일본 나가사키 소년의 사진을 넣어 전쟁의 참상을 고발하는 연하장을 배포한 것이다. 이미 목숨을 잃어 뒤로 쳐진 어린동생을 등에 업고 화장 순서를 기다리고 있는 소년은 슬픔을 견디느라 입을 꾹 다문 채 굳은 표정을 하고 있다. 교황은 이를 ‘전쟁의 결과’라고 적고 서명했다. 사진 설명에는 “어린 소년의 슬픔은 피가 흘러나오는 입술로만 표현 된다”고 적었다. 나는 사진을 본 순간 한동안 멍하게 바라보게 됐다.

교황은 신년인사로 원폭 피해를 입은 일본 나가사키 소년의 사진을 실어 평화 메세지를 전했다. 이 소년의 등에는 죽은 동생이 업혀있다.

교황이 바라본 지구촌의 위기 상황과 염려는 사진 한 장으로 강하게 전달됐다. 교황의 사진은 며칠 전 본 영화 강철비가 생각나게 했다. 영화에서 북의 쿠테타는 바로 한반도 평화를 위협하는 바로미터가 된다. 남쪽이나 북쪽이나 권력투쟁은 늘 현재형이다. 그들은 많은 외피를 두르고 있어 양쪽의 인민들은 권력의 속성을 쉽게 깨닫지 못한다. 특히 핵전쟁의 위협이 일상적 뉴스거리가 되는 한반도에서 어떤 권력이 일인자가 되는지는 너무나 중요하다.

남북 모두 그 일인자들은 역사와 민족을 앞세운다. 심지어 평화를 앞세우며 핵전쟁의 불가피성을 말하는 집단도 있다. 이렇듯 남북의 지배자들은 그들이 필요할 때마다 긴장관계를 높이며 권력을 유지해 왔다. 중요한건 핵전쟁은 누구도 살아남지 못한다는 것이다. 영화에서 전쟁을 수단으로 사용하려는 자들은 말한다. 위험은 알지만 국가와 민족, 국민의 안전을 위해 꼭 필요하다고. 영화에서처럼 한반도를 핵전쟁의 아수라장으로 만들려는 세력은 남북 양쪽에 존재한다. 그리고 철저한 자국 이해관계에 따라 행동하는 미, 중 등 주변국의 태도 또한 적나라하게 나온다.
 
쿠테타 세력의 본모습을 깨닫고 핵전쟁을 막으려는 사람들이 숱한 위기 상황을 넘기며 영화는 끝난다. 결론은 남북이 핵을 반반으로 나눠 보관하며 서로 절대 전쟁을 일으키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다. 결말이 그리 명쾌하다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감독은 그 결말에 대한 과제를 관객들에게 넘겨주려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평화의 조건에서 핵은 어떤 자리에 있어야 하는가?’
 ‘미국과 중국, 일본과의 관계를 더 주도적으로 풀며 한반도 안전을 가져올 방법은 무엇인가?’

숨 가쁘게 전개되는 핵전쟁 발발위기와 그것을 막아내는 이야기는 늦은 시간인데도 긴장감이 고조되어 완전히 집중하게 했다. 그리고 계속 드는 생각은 ‘만약’이다. 영화의 내용 중 한가지만이라도 현실에서 일어난다면? 상상은 끔찍하다.

긴장감 넘치는 전개도 좋았지만 북쪽 철우역 정우성과 남쪽 철우 곽도원의 연기는 화면을 꽉 채울 정도로 매력 있었다. 그리고 무거운 주제를 톡톡 양념처럼 농을 치며 긴장을 이완시켜주는 곽도원의 대사들은 영화의 재미를 더해줬다.

“나도 내 딸은 못 이겨”
라는 대사를 하며 짓는 곽도원의 표정은 예술이다.

또 지드레곤을 좋아한다는 북쪽 철우의 딸 얘기를 듣고, 지드레곤의 ‘삐딱하게’를 틀어주고 머리까지 흔들며 노래를 따라 부르는 장면도 즐겁다.

 ‘영원한건 절대 없어
 결국에 넌 변해 버렸지.
 이유도 없어, 진심이 없어.
 사랑 같은 소리 따윈 집어쳐’

노래가 흐르는 동안은 잠시라도 평화의 기운이 감돌기도 했다.
가장 웃음이 났던 장면은 바로 북과 접선하기로 한 장소가 땅굴이 있는 휴전선 근처인데, 네비게이션에 의정부로 찍히자 놀란 곽도원이 북쪽 철우을 보며 말한다.

“야! 너희 여기까지 땅굴 팠냐? ”
“어우, 통일 되면 지하철은 니들이 다 파면되겠다야 ”

곽도원이 북쪽 철우를 대하는 태도는 남북이 함께 살 수 있을 때를 쉽게 그려보게 해줬다. 그것은 그리 낯설 것도 어려울 것도 없이 유쾌하기까지 한 친구가 되는 것이다. 서로의 사투리를 즐겁게 배우며 음식을 나누고 춤추고 노래하는......,

늦은 밤 극장을 나오면서 ‘우리는 우리가 알지도 못하는 사이에 우리의 의사에 반하는 위험한 결정을 내려 자신들의 권력을 위해 사용되는 일만은 결단코 없어야 함을, 그래서 깨어있는 국민으로 살아있어야 살 수 있음’을 다시 생각했다.

“분단국가 인민은 분단 그 자체가 아니라 그 분단을 이용하는 자들에 의해 더 고통 받는다”

북쪽 철우가 남쪽 철우의 대사를 정확하게 반복하는 순간 둘은 핵전쟁을 함께 막는 동료가 된다.

교황의 메시지와 영화 강철비처럼 위험에 대한 경고는 늘 우리 곁에 있다. 다만 그것을 알아차리고 대비하며 막는 일은 우리 몫 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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