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청와대에서는 위안부 할머니의 ‘한 많은 대동강’이 울려 퍼졌다. 그리고 김정숙 여사는 여덟명의 할머니들 목에 따뜻한 목도리를 선물로 매주었다. 이 목도리는 아시아 빈곤 여성들의 자립을 돕는 공정무역 제품이어서 화제가 됐다. 지난해 한살림, 아이쿱, 두레 등 소비자생협 대표들의 청와대 방문 당시에도 코스타리카 공정무역 커피가 화제가 되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여덟명을 청와대로 초청했다. 지난 12.28 합의가 위안부 할머니들을 배제한 채 이루어졌다는 조사결과에 대해 위로의 말을 전하고, 향후 정부 입장을 정함에 있어 당사자들인 할머니들의 의견을 경청하기 위한 오찬행사였다. 문재인 대통령은 오찬에서 “지난 합의는 진실과 정의의 원칙에 어긋날 뿐만 아니라, 정부가 할머니들의 의견을 듣지 않고 일방적으로 추진한 내용과 절차가 모두 잘못된 것이다”라며, 할머니들의 뜻에 어긋난 합의를 한 것에 대해 사과했다. 

이옥선 할머니는 “우리의 소원은 사죄를 받는 것이다. 사죄를 못 받을까봐 매일 매일이 걱정이다. 대통령께서 사죄를 받도록 해달라”고 말했다. 이어 13세에 평양에서 끌려가 아직도 집에 돌아가지 못한 길원옥 할머니는 인사말 대신 가요 ‘한 많은 대동강’을 불렀고, 작년에 발매한 음반 ‘길원옥의 평화’를 문 대통령에게 선물했다. 길 할머니의 음반은 단순한 노래를 넘어 역사적 증인으로서 할머니의 존재를 기록하고,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넘어 저마다의 꿈과 가능성을 가진 개인들로 확장해 기억하자는 취지가 담겨 있다. 

김정숙 여사는 오찬이 끝난 후 할머니에게 일일이 목도리를 직접 매주었다. 할머니들의 선물로 특별하게 준비된 목도리는 아시아 빈곤 여성들이 생산한 친환경 의류와 생활용품을 공정한 가격에 거래하여, 여성의 경제적 자립을 지원하는 국내 최초 공정무역 패션 브랜드의 제품으로 의미가 더 깊었다.

큰 체크무늬가 있는 목도리 브랜드는 페어트레이드코리아 그루(g:ru)의 제품이다. 그루(g:ru)는 여성들이 적은 자본으로 가장 높은 부가가치를 낼 수 있는 수공예 의류, 리빙소품, 식품, 화장품 등을 공정한 가격에 거래해 빈곤 국가 여성들의 경제적 자립을 지원하고 윤리적 소비기반을 확대하고 있는 사회적 기업이다. 현재 네팔, 방글라데시, 인도 등 총 25개 단체의 현지 아시아 여성 생산자들과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윤미향 상임대표는 이날 오찬 행사 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할머니들께 건네진 목도리가 아시아 빈곤 여성을 돕는 공정무역 제품이라고 공개했다. 정작 페어트레이드코리아 그루 이미영 대표는 뒤늦게 청와대가 목도리를 구해간 사실을 알게 됐다며, 청와대 행보에 놀랍고 감동적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청와대 관계자가 매장에 방문해 세 종류의 머플러 세개씩 아홉장의 머플러를 사가지고 갔다고 나중에 알았다"며, 이같이 반응했다.  

공정무역(Fair Trade)은 공평하고 장기적인 거래 파트너십을 통해 세계 무역과 빈곤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전 세계적인 운동으로 공정무역은 브랜드와 포장에 가려진 과정을 일깨워 생산자와 소비자가 마주 보도록 하는 거래방식이다. 생산자 단체와 장기적으로 거래하면서 최저보장가격을 지키고 공동체 발전기금을 지급해 생산자들이 국제 무역체계에서 지역사회를 개발할 수 있는 역량을 키우고 자립할 수 있도록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