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경용품 선택권의 문을 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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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경용품 선택권의 문을 열다
생리컵 출시 앞둔 이지앤모어 탐방
  • 2018.01.05 17:24
  • by 공정경 기자
50여 종의 생리컵

지난해 12월 7일 미국에서 제조한 생리컵 '페미사이클(Femmycycle)'이 국내 최초로 식약처의 판매허가를 받았다. 생리컵은 인체에 삽입해 생리혈을 받아낼 수 있는 여성용품이다. 의료용 실리콘으로 만들어져서 일회용 생리대나 탐폰보다 유해성이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생리컵은 선진국에서 70년 넘게 사용해왔고 30개가 넘는 브랜드가 있다. 생리컵은 국내에서 의약외품으로 지정돼 있어 임상실험을 거쳐야 식약처 허가를 받을 수 있다.

국내 첫 생리컵 시장의 문을 연 이지앤모어 안지혜 대표는 “생리컵의 종류가 다양하지만 임상실험을 거친 생리컵은 페미사이클이 유일하고, 수입제품 외 블랭크컵(Blank cup)이라는 생리컵을 직접 제조하고 있다. 블랭크컵은 6~7월쯤 판매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이지앤모어는 예비사회적기업이다. 이지앤모어는 “해외 여성들은 월경용품이 다양해서 선택지가 넓다. 우리나라는 일회용 생리대 아니면 면생리대뿐이다. 왜 우리나라 여성들은 불편함을 느끼면서도 일회용 생리대, 면생리대 두 가지 선택지에서 월경용품을 선택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지난해 4월 국내 생리컵 시장을 만들기 위한 크라우드 펀딩 ‘블랭크컵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국내에서 생리컵을 만들기 위해서는 의약회품 제조 허가와 각종 안전성검사, 6개월간 50명의 임상실험 결과가 있어야 하는데 그 비용이 1~2억 정도 든다. 생리컵은 최소 2년에서 최대 10년까지 사용할 수 있다. 한번 구매하면 재구매율이 낮고 투자하는 비용과 시간에 비해 수익성이 떨어지니 국내에서 먼저 나서는 업체가 없었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생리컵 임상실험을 진행하고 식약처 허가를 받아 후발주자들이 좀 더 쉽게 나올 수 있도록 생리컵 시장 개척을 위해 이지앤모어가 나서서 블랭크컵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크라우드 펀딩 결과는 달성률 118% 펀딩액 59,208,701원 2,562명의 서포터.

이지앤모어는 생리컵 자체개발을 진행하면서 임상실험 결과가 있는 페미사이클 수입도 동시에 진행했다. 해외 임상실험 결과가 있으면 국내에서 임상실험을 별도로 할 필요 없이 대체가능하기 때문이다. 개발비용도 아끼고 생리컵 시장도 확보할 수 있는 전략이었다.

이지앤모어는 생리컵 정보 공유를 위해 매달 월경컵 수다회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제공=이지앤모어

또한, 생리컵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기 위해 매달 ‘월경컵 수다회’를 진행하고 있다. 월경컵 수다회에 참여하면 어떤 생리컵이 나에게 맞는지 쉽게 알 수 있다. 50여 종의 생리컵을 직접 만져보면서 어느 정도 말랑한지, 어떤 길이가 나에게 맞는지,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 등 많은 정보 접할 수 있다. 처음에는 10자리 채우기가 어려웠는데 요즘은 모집하자마자 마감된다.

“생리컵 삽입에 대한 두려움은 오히려 30~40대가 크다. 10대 후반이나 20대는 생리컵의 장점이 많으니까 ‘한번 해보지, 뭐’ 하며 삽입의 두려움이 없다. 월경컵 수다회에서 나온 명언이 있는데 ‘직진만 있다’이다. 일회용 생리대를 사용하다 탐폰을 사용하면 일회용 생리대로 가기 어렵고, 탐폰을 사용하다 생리컵을 사용하면 다시는 탐폰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의미다. 그만큼 한번 사용하면 편리하다고 느낀다.”

생리컵에 적응하기까지는 대체로 3~4개월 정도 걸린다. 처음 생리컵을 사용하면 생리컵이 질 안에서 펴졌는지 안 펴졌는지 감이 안 오고, 집에서는 편하게 사용하지만 외부에서는 일회용 생리대를 쓰는 경우도 있다. 그러다가 3개월 정도 사용하면 생리컵이 안에서 펴지는 느낌을 바로 알 수 있고 종일 생리컵을 사용하는 단계가 온다고 한다.

월경컵 수다회 후기

국내 생리컵 시장의 문을 연 안지혜 대표는 사회적 기업을 창업하기 전 영리기업 마케팅팀에서 일했다. 생리대라는 문제를 항상 가지고 있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사회적 경제에 뛰어들었다.

“영리기업 마케팅팀에서 일했을 땐 매출만 쫓고 위에서 시키는 일만 했다. 그러다 보니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일의 강도가 줄지는 않았지만, 요즘은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고 있기에 인생을 잘살고 있다는 느낌이다.”

지난해 12월 식약처 허가를 받은 페미사이클은 올 2월 시장에 출시된다. 자체개발 생리컵 ‘블랭크컵’은 현재 완성단계에 있고 FDA승인을 준비해 해외로 수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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