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피해자의 참여, 왜 중요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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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피해자의 참여, 왜 중요한가
[생명안전시민넷라이프인 공동기획 안전칼럼] 최희천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재난소방학과 교수)
  • 2017.12.26 18:02
  • by 라이프인
최희천 교수 (사진출처 연합뉴스TV)

2017년 12월 22일 제천화재로 소중한 29명의 우리의 이웃들을 또 다시 떠나보냈다. 깊이 패여 있는 상처들이 채 아물기도 전에, 우리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재난들은 계속 발생하고 있다. 사고 소식을 들을 때마다 희생자들의 지인들이나 한번이라도 마주쳤던 사람들뿐만 아니라, 평범한 우리들 모두 마음이 저릴 것이다. 특히, 재난을 경험했던 유가족들과 재난에서 겨우 살아남은 사람들은 이러한 재난 사건들이 발생하면, 그 아팠던 순간이 떠오르며 가슴이 먹먹해지는 순간들이 찾아오고, 그 어려움 속에서 다시 용기 내어 오늘을 헤쳐 나가고 있을 것이다.

여러 재난들이 발생하고 예방·대응에 한계가 있었던 것은 지금까지의 고속 성장 위주의 정책들로 인하여 여러 문제들이 누적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자원들이 부족했었다는 점에는 일부 동의한다. 하지만, 이제는 사고들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기 위하여, 사고가 왜 일어났으며 어떠한 부분들이 잘못되었는지, 우리 이웃이었던 이들을 사회가 어떻게 돌보아야 하는지, 어떠한 점들이 개선되어야 할 것인지, 그리고 희생자들을 어떻게 기억할 것인지 하는 일들은 우리가 반드시 해결하고 가야할 것이다.

이러한 일들은 사회 전체가 감당해야 할 일이기 때문에, 정부를 포함하여 전문가, NGO, 지역사회 등 모두의 노력들이 함께 필요하다. 재난과 가장 직접적으로 관련된 재난의 희생자들의 참여 또한 빠질 수 없다. 유가족들의 경우, 그 순간을 수없이 떠올리며 수많은 자료들을 검토하였을 것이고, 다시는 그런 희생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가장 많이 고민했던 이들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유족 등 희생자들의 참여는 재난의 실체를 정확히 파악하고, 사회가 해결책을 제시하는 데 필수적인 부분이다. 누적된 문제들에 비해 한정된 자원 속에서 사회가 대처해 나가야 하기에, 피해자들의 참여는 보장되어야 하고 제도적으로 다루어져야 할 것이다.

국제사회에서는 1991 유엔 선언, 2005년의 효고 선언, 2008년 인도적 지원을 위한 유럽 합의 등을 통하여 이러한 참여의 정신을 강조하고 있다. 2008년 UN과 IASC에 의해 만들어진 복합 위기를 위한 가이드라인에서도 관계있는 이들의 참여는 가능한 한 최대한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을 확인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Grisez et. al.(2004), Choi(2010), UNISDR(2010), UNDP(2012), Florano(2014), Kabau&Ali(2015) 등 수많은 연구들에서도 재난 피해자들의 참여가 핵심임을 언급하고 있다. 관련된 정책들의 계획, 집행, 모니터링, 평가에 이르기까지 지역사회와 피해자들의 참여가 문제를 해결하는 데 효과적이므로, 국제기구의 선언이나 연구들도 관련된 이들의 참여를 강조하는 것이다.

피해대책과 예방 등 관련 정책의 수립과 집행, 모니터링 등 과정에 재난 피해당사자들의 참여 중요...제도적 보장되어야

한편, 우리의 재난 사례들을 보면, 피해자들의 소외는 무기력감을 발생시킬 뿐 아니라, 지역사회에 악영향을 미치고 사회에도 긴 충격을 남기는 것을 볼 수 있다. 2003년 대구지하철 사고 당시, 사고 다음 날 유가족들에게도 알리지 않고 역사 내부의 물청소가 이루어져 사고의 원인 조사와 신원 확인에 어려움을 겪었다. 2008년 서해안 유류유출 사고 당시에도 피해 지역의 충분한 참여가 보장되지 못하여, 극심한 지역사회 내부의 분열과 소모적인 갈등을 발생시키기도 하였다.

그간 우리나라에서 사회적 충격을 주었던 재난들을 통해 보건대, 유족을 포함한 다수의 피해자들은 감당하기 힘든 아픔을 겪었지만, 더 나은 사회를 위하여 역경을 극복해 나가려는 의지를 가지고 있고 사회적인 책임 또한 인지하고 있다. 정부는 그들을 도움의 대상이 아니라, 외국의 사례와 연구들처럼, 열린 자세를 가지고 이들을 중요한 파트너로 인식해야 할 것이다.

재난의 피해자들에게는 재난의 직접적 당사자로서, 당연히 이들에게 시민의 권리가 보장되어야 할 것이다. 재난과 관련하여 인권적 접근법(human rights-based approach)에 따르면, 인권은 법적 시스템에 앞서 존재하는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에 대한 것이고, 이는 국가의 책임을 형성하게 된다. 이를 통하여 과거와 미래의 재난에 관하여 피해자와 유족뿐만 아니라 시민들의 권리도 존중되고 보호되어야 할 것이다.

앞으로, 정부는 재난 피해자의 참여를 보장하기 위하여, 법적, 정책적, 제도적 시스템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재난 사고에 대한 정보의 접근에서부터 권한위임에 이르기까지 민주사회를 위한 충분한 노력들도 강구되어야 한다. 피해자와 유족들이 사고를 회상하고 직면하는 것은 매우 힘들고 어려운 일이겠지만, 더 이상 그 같은 사고들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기꺼이 참여할 것이다. 그것은 희생자들이 남기고 간 소중한 교훈을 잊지 않는 노력이 되며,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한 첫걸음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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