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협동조합 운동의 조타수, 코퍼라티브 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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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협동조합 운동의 조타수, 코퍼라티브 대학
[아이쿱생협 해외연수단 영국 방문기5]코퍼라티브대학, 99년 역사를 지닌 협동조합 교육의 산실
  • 2017.12.27 11:05
  • by 안소희 (남부산아이쿱생협 조합원)

아이쿱생협 해외 연수단이 7박 8일(10/28 ~ 11/5)의 일정으로 영국으로 떠났다. 연수단은 왕복 23시간을 비행했고 107,432보를 함께 걸었으며 버밍햄-맨체스터-글라스고 세 도시를 이동하며 영국의 다양한 협동조합과 관련 기관을 방문했다. 협동조합을 꿈꾸고 실패를 거듭하며 역사 속에서 실현했던 과정을 되짚어간 방문기를 아래순서로 소개한다.

(1) 미드카운티 소비자 협동조합
(2) 로치데일 박물관
(3) 흄 커뮤니티 가든 센터
(4) 유니콘 노동자 협동조합
(5) 코퍼라티브 대학
(6) 뉴라나크

 

사람들이 협동할 때,

위대한 일이 생깁니다.

 

코퍼라티브 대학의 결정적 장면 6

코퍼라티브 대학은 “사람들이 협동할 때, 위대한 일이 생깁니다.”라는 모토를 걸고 협동조합 정신을 사회에 전파하고 있습니다. 영국은 6,797개의 다양한(축구, 패션, 의료, 주택, 매장, 신협, 풍력발전, 웹디자인 등) 협동조합이 존재하는 그야말로 협동조합의 종주국과 같은 나라입니다. 1,750만 명의 조합원과 350억 유로(한화 약 45조)의 협동조합 경제 규모를 자랑하는 이 나라에서 협동조합 운동의 조타수 역할을 맡고 있는 코퍼라티브 대학. 아홉 명의 아이쿱 연수단은 그곳에서 무엇을 배웠을까요? 아이쿱 연수단이 코퍼라티브 대학에서 얻은 영감과 지혜. 그 이야기를 여섯 개의 결정적 장면으로 들려드립니다. 

# 첫 번째 장면 _ 나보고 친구래.
건물에 들어서자 “WELCOME Friends from iCOOP Korea"라는 팻말이 눈에 띕니다. 협동조합이라는 이유만으로 연결된 지구 반대편 사람들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조금 더 나은 세상을 만들려는 노력과 열망은 공간을 넘어 이렇게 우리를 만나게 합니다.

지구 반대편의 사람들을 협동조합의 인연으로 만난다.

# 두 번째 장면 _ 아흔아홉 살 청춘이 스물한 살 청춘에게.
코퍼라티브 대학이 자리한 ‘홀리요크 하우스’. 그 모습에 세월이 고스란히 담겨있습니다. 협동조합 이론서에서 보았던 홀리요크(로치데일 공정 선구자 협동조합의 저자이기도 하다.)를 그들은 선배로 기념하여 새겨놓았고, 길에는 코퍼라티브그룹 본사, 보험사 등의 고층 건물이 늘어서 있습니다. 작은 상점에는 50~60년은 됨 직한 협동조합 포스터가 걸려있고 은행에도, 주유소에서도 쉽게 'CO-OP'이 눈에 띄었습니다.

홀리요크 하우스의 모습

코퍼라티브 대학은 내년이면 100주년을 맞이한다고 합니다. 한 세기의 역사를 가진 코퍼라티브 대학에 비하면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아이 같은 아이쿱생협은 부러움 속에서 “아흔아홉 살 협동조합 부자들의 고민은 무엇일까?”라는 궁금증이 생겼습니다. 사이먼 파킨슨(Simon Parkinson) 코퍼라티브 대학 교장 선생님은 “시민들에게 어떻게 협동조합의 정신을 잘 전달할 것인가, 어떻게 수익과 가치의 조화를 이룰 것인가, 어떻게 현 영국 사회의 문제를 협동조합이 중심이 되어 풀어나갈 것인가 하는 점이다"라고 대답했습니다.

은행에도, 주유소에서도 쉽게 CO-OP'이 눈에 띄었다.

“맙소사! 우리랑 똑같아요!”
"재정적 압박을 이겨내면서 협동조합 교육이 외면 받지 않도록 말랑말랑한 강좌를 통해 사람을 모아, 본인이 조합원인지도 모르는 조합원들에게 협동조합의 정신을 알려야 하는 것이 고민"이라니. 활동가들이 매일 고민하는 부분 그대로였습니다. 항상 위기이며 언제나 도전의 시간을 사는 것은 협동조합의 운명인가 봅니다. 아흔아홉 살이 되어도 여전히 현재진행형의 고민을 풀어나가는 모습. 아흔아홉 살도, 스물한 살도 협동조합의 운명은 항상 좌충우돌 ‘청춘’, 그대로였습니다. 

인근에 위치한 코업그룹 본사. 맨체스터는 마치 협동조합의 도시 같다.

# 세 번째 장면 _ “지금 정차할 역은 협동조합 7원칙입니다.” 
코퍼라티브 대학은 현재 100여 개의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했고 해마다 100여개의 단체가 교육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5분 인터넷 강의부터 학위로 인정받을 수 있는 교육과정까지 다채롭고 다양한 수준의 교육을 진행합니다. 맞춤형 교육, 선택형 과정 등 실질적이고 현장감 있는 교육을 위해 대학 간 협력, 전문가 협업의 방식도 활용합니다. 대상 또한 일반 시민부터 협동조합 직원까지 폭넓기 때문에 취미 강좌부터 리더쉽 과정까지 다양합니다. 

코퍼라티브 대학의 온라인 교육

이렇게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한 눈에 정리한 것이 ‘러닝맵’입니다. 마치 지하철 노선도처럼 생겼어요. 러닝맵은 전체를 보는 시야를 갖게 하고 체계적인 교육을 받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단순한 한 장의 ‘러닝맵’이 탄생하기까지 참 많은 실천과 연구가 따랐으리라 짐작됩니다. 한 발짝이라도 더 다가가는 교육, 살아있는 교육을 위한 노력이 곳곳에서 느껴집니다. 그것이 영국 협동조합의 저력인 것 같습니다. ‘러닝맵’를 펼치고 목적지를 짚어 봅니다. “이번에 내가 내릴 역은 협동조합 7원칙이야.”

코퍼라티브 컬리지의 교육과정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러닝맵

# 네 번째 장면 _ ‘기회’라는 녀석은 뒷머리가 대머리라면서요?
영국의 ‘협동조합학교’를 아시나요? 협동조합학교란 교직원, 학생, 학부모, 지역사회가 함께 운영하는 학교를 말합니다. 또한 교육과정에 협동의 방식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학생들이 직접 협동조합을 만들어 동아리, 봉사 활동, 창업까지 합니다. 10년이 채 안 되는 기간에 영국의 초중등 학교 800여 개가 협동조합학교로 전환했다고 하니 엄청난 붐입니다. 협동조합학교들이 학생 성적 면에서나 생활면에서 좋은 결과를 냈기 때문입니다. 

거기에는 코퍼라티브 대학의 역할이 상당했습니다. 누군가의 말이 생각납니다. “‘기회’란 놈은 뒷머리가 대머리라고. 기회는 모두에게 오지만 준비된 자만이 잡을 수 있다”는 말입니다. 코퍼라티브 대학이 오랜 기간 협동조합의 역량을 쌓아 오지 않았다면 이런 폭발적인 성과도 없을 것입니다. 물론, 현재는 협동조합학교가 갑작스럽게 늘어나, 진통을 겪고 600여 개로 줄었습니다. 하지만 전국에서 협동조합 매점 하나 찾기 어려운 우리나라에서는 부럽기만 한 현실입니다.

협동조합의 최종 목적지는 '교육'

사회적 요구가 있을 때 적극적으로 나선 코퍼라티브 대학의 성과를 보며 우리를 돌아보게 됩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영국의 사례를 모델로 정부가 마을교육공동체 사업을 활발하게 추진하고 있습니다. 또 북유럽을 모델로 자유학기제도 시행하고 있습니다. 지역 조합에서도 이러한 흐름을 읽고 다양한 활동을 만들어나가는 것이 무척 중요합니다. 지역 조합의 다양한 노력을 잘 집대성한다면 우리 아이들도 협동조합학교에서 자치와 민주의 가치를 배울 수 있는 날이 오지 않을까요?

# 다섯 번째 장면 _ 바보야, 문제는 교육이야!
영국의 협동조합학교를 다룬 다큐멘터리 ‘협동조합은 학교다’에서 협동조합 전문가는 말합니다. “협동조합을 잘 경영하기 위해서 교육이 필요하다는 사람이 있는데 협동조합은 경제활동을 기반으로 한 교육프로젝트입니다.” 즉, 교육을 잘하기 위해 협동조합을 하는 것이라는 말입니다. 협동조합의 최종 목적지는 ‘교육’이라는 것. 우리의 시선이 사업에 머물 때 협동조합은 결국 목표를 잃고 표류할 것이라는 무서운 이야기입니다. “바보야, 문제는 교육이야!" 라고, 호되게 ‘등짝 스매싱’을 당한 느낌입니다. 코퍼라티브 대학이 100년의 역사를 갖게 된 배경일 것입니다. 협동조합과 교육. 그건 이음동의어입니다.  

# 여섯 번째 장면 _ Why not dream?
사이먼 파킨슨 교장 선생님의 강의에 이은 열띤 토론 시간이 약속 시각을 훌쩍 넘어섭니다. 하지만 한국에서부터 품고 간 마지막 질문을 던졌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협동이 더 좋은 결과를 만든다는 것, 세상이 조금 더 공정해질 수 있다는 것이 그저 꿈이라고 말합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통역사가 통역을 하는 동안 연수단 안에 탄식 같은 웃음이 터졌습니다. 뭔가 미련한 질문임에는 틀림없으니까요.

열띤 강의 중인 사이먼 파킨슨(Simon Parkinson) 코퍼라티브 컬리지 교장선생님

질문을 이해한 사이먼 선생님은 잠시 당황한 듯 보였지만 이내 환한 미소를 띄며 제 눈을 보고 물었습니다. “Why not dream?" 뉴라나크의 로버트 오언도, 로치데일의 선구자들도 같은 대답을 할까요? 꿈인지 꿈이 아닌지는 몰라도 당신들은 꿈꾸는 자들이라고 말이죠. 

“와이 낫 드림?”을 품고 스마일~

2017년 아홉 명의 아이쿱연수단, 150년 전통의 영국협동조합 역사와 새롭게 도약하는 현재의 협동조합 운동을 느끼고 체험하고 왔습니다. 세계 곳곳에 참 많은 사람들이 협동조합의 울타리 안에 있습니다. 오랜 역사와 탄탄한 조직이 있어도 협동조합이 걷는 길은 언제나 도전과 시련의 연속임을 다시 확인합니다. 그 길을 기꺼이 걷는 사람들의 노고가 세상을 조금 더 나은 것으로 만든다는 평범한 진리 또한 확인합니다. 이제, 우리의 자리에서 그 진리를 새기겠습니다.

“사람들이 협동할 때, 위대한 일이 생깁니다.”
코퍼라티브 대학 소개
1919년 영국에서 설립된 코퍼라티브 대학은 협동조합인을 발굴하고 협동조합의 역량을 구축하며, 정책 개발과 국제적 지원 활동을 활발히 해왔습니다. 현재 코퍼라티브 대학은 영국의 대표적 협동조합 기업, 코업 그룹의 후원을 기반으로 200명 이상의 회원을 둔 CIO(Charitable Incorporated Organization)으로 성장했습니다. 지난 한 해 5,980시간의 협동조합교육을 제공했고, 스리랑카와 말라위 등 국제적으로 협동조합의 재건과 설립을 지원했습니다. 특히 2008년 이후 영국 내 800여 개 협동조합학교의 설립을 도운 것으로 유명한 교육단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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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소희 (남부산아이쿱생협 조합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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