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살균제 특조위, 이것만은 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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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살균제 특조위, 이것만은 꼭!!
[생명안전시민넷ㆍ 라이프인 공동기획 안전칼럼] 강찬호 (가습기살균제피해자와가족모임 대표)
  • 2017.12.19 11:35
  • by 강찬호 기자

일명 '사회적참사법'이 지난 11월24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사회적참사법은 '사회적참사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의 약칭이다. 이 법은 국회에서 신속처리법안(일명 패스트트랙 법안)으로 지정됐다. 신속처리법안으로 지정되면, 330일이내 국회에서 처리해야 한다. 그 결과 사회적참사법은 지난 국회 본회의에 자동으로 상정돼 표결로 처리됐다. 알려진 대로 표결처리는 우여곡절 끝에 통과됐다. 세월호 유가족들과 가습기살균제 피해 가족들이 국회 통과를 요구하며 표결처리 하루 전부터 국회 본관 앞에서 1박 농성을 진행했다. 그날 여의도 날씨는 추웠고, 눈까지 내렸다. 캐스팅보트를 쥔 국민의당 행보를 예의주시하며 국회 통과를 위해 사력을 다했다. 특히 법안대표 발의자인 박주민 의원, 세월호 유가족 대표단이 상황을 끝까지 예의주시했다. 다행히 국민의당이 전향적 자세를 보였고, 여당의 적극적인 드라이브를 통해 법안은 국회를 통과했다.

세월호의 경우 1기 특조위의 사례가 이미 있고, 가습기살균제의 경우 지난 해 국회특별조사위원회의 활동 경험이 있다. 둘 다 미완의 숙제를 남긴 사안이어서, 사회적참사법을 대하는 자세가 더욱 각별했다.

원론적이고 원칙적인 이야기이지만, ‘진상규명이 제대로 되지 않은 상황에서, 피해자 대책이나 사회적 재발방지 대책이 제대로 마련될 수 있을까’하는 의문이 줄곧 들었다. 원인과 책임에 근거해 피해자대책과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상식이다. 무엇이 문제이고, 왜 발생됐는지를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대책을 마련하면 땜질처방으로 이어지기 쉽다. 책임 전가나 책임 회피, 꼬리 자르기로 이어지기 쉽다. 근본적인 대책을 세울 수 없다. 제2,제3의 참사를 막을 수 없다. 그래서 집요하게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것이다. 불행하게도 우리사회는 정치적 여건의 후퇴로 이 일을 뒤로 미뤄왔다. 첫 단추를 제대로 끼우지 못한 채 소모적인 논쟁과 땜질 처방에 시간을 써왔다. 그로 인한 사회적비용을 생각하면 아찔하다. 결국 역사의 도도한 바퀴를 돌려놓은 것은 촛불민심이었다. 촛불민심으로 문재인 정부가 태어났고, 문재인 대통령은 가습기살균제 피해가족을 청와대로 초청해 사과하고, 첫 단추를 제대로 끼우는 일을 시작했다. 이어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을 초청해 위로와 사과를 했다. 역사적 흐름의 전환이고 상징이다. 이제 새로운 흐름에 기대어, 제대로 진상규명을 하고, 그에 입각해 피해대책과 재발방지 대책을 세워 안전한 나라를 만들어 가는 것이 정부와 정치권의 몫이 되었다. 궁극적으로 우리사회의 몫이 되었다.

조직된 힘과 사회적 지지가 있는 세월호에 가습기살균제 참사의 진상규명이 함께 보태진 것은 여러모로 다행이다. 진상규명이 제대로 되기 위해서는 사회적 관심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한 점 의혹이 없도록 진상규명이 되는 것이 마땅하지만, 그 과정에서는 진상규명에 대한 사회적 합의, 동의가 함께해야 한다. 새롭게 구성되는 사회적 참사 특조위는 부담과 책임을 동시에 짊어진다. 특히, 국민적 관심이 높고 진상규명 여건에 대한 우호적인 환경에서, 자칫 성과에 대한 과도한 부담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국민들의 지지와 관심, 그리고 부담을 함께 나눠지는 사회적 태도가 필요하다.

가습기살균제 특조위, 2011년 이후 우리사회 대응역량이 왜 이것 밖에 안 되는지 조사해야.

그렇다면 2기 특조위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가습기살균제 참사에 대해 거론해본다. 어디까지 사견이다. 지난 6년 가습기살균제피해자와가족모임(이하 가피모) 대표로서 직접, 간접적으로 피해대책 활동과 재발방지 대책에 참여해왔다. 올해 1월 가습기살균제피해구제법이 반쪽이지만, 국회를 통과해 피해자단체와 활동을 새롭게 규정하고 있어, 가피모 활동은 그 이전, 혹은 올해 사회적참사법 통과 이전까지로 국한해 보는 것을 전제한다.

가습기살균제 참사는 2011년8월말, 사회적으로 처음 공개됐다. 원인미상 폐 손상의 원인으로 가습기살균제라고 하는 제품이 지목됐다. 2017년 12월 15일 현재 사망자 수는 1,287명, 피해자 수는 5,945명이다. 정부에 신고된 기준이다. 정확한 피해규모는 산출조차 어렵다. 1994년 제품 개발 시점부터 판매중단이 되는 2011년까지 기간을 고려하면, 피해규모를 추산하는 것이 가능할까. 미뤄 짐작해볼 뿐이고, 최선을 다해 피해자를 찾는 것 외에는 다른 길이 없어 보인다. 이 문제에 대해 우리사회는 무엇이라고 답을 해야 하는 것일까. 어떻게 사회적 합의를 끌어내야 하는 것일까. 지난해 국회에서는 특별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조사 활동을 진행했다. 청문회도 개최했다. 2016년 초, 검찰에서 갑작스럽게 가습기살균제 참사 수사 전담팀을 꾸리고 수사에 박차를 가하면서, 이 문제가 우리 사회에 전면적으로 등장했기 때문이다. 검찰 수사 결과가 국민의 공분을 자극했고, 정치권에서 반응했다. 그러나 검찰의 수사, 국회의 조사는 어느 선까지라고 하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국회는 당시 정치적 상황으로 인해, 그 벽을 뛰어 넘는데 한계가 있었다. 결과적으로 할 수 있는 조사만 했고, 여러 이유를 대며 손대지 못한 과제들이 남아 있다.

가습기살균제 참사는 PHMG, PGH, 그리고 CMIT/MIT라고 하는 화학물질이 규제 없이 사용되면서, 참사를 불렀다. 그런데 지난해 검찰에서는 PHMG, PGH에 대해서만 수사가 진행됐다. CMIT/MIT 물질로 제품을 만들고 판매한 SK케미컬과 애경 등은 제외됐다. 동물실험에서 독성이 확인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공정위와 검찰이 사안을 미루거나 유보했다. 반면 환경부는 해당 제품을 사용한 피해자가 있다며, 이를 공식화했다. 부처 간에 입장이 엇갈리고 있는 경우이다. 피해자 우선으로 접근해야 온당하지 않았을까. PHMG의 경우 대표적인 가해기업인 옥시레킷벤키저의 해외임원들도 검찰의 수사가 미치지 못했다. 꼬리 자르기로 한국지사가 책임을 지는 모양새가 됐다. 여전히 미진한 부분이었다. 제품 개발이후, 2011년까지 제품이 아무런 제재 없이 판매될 수 있었는지도 숙제이다. 제품 개발 당시 여러 정황이 있었고, 당시에 규제되지 못한 이유 역시도 납득되지 않는 부분들이 많다. 오래된 과거의 사안으로 묵히거나, 묻어두려고 하는 것은 아닌지 하는 의심도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가습기살균제 특조위에 거는 기대는 2011년 이후의 상황이다. 만 6년이 지났음에도 '우리 사회는 이것 밖에 하지 못하는 것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과 의문이 있다. 사람을 죽인 제품이 명백하게 드러나 있음에도, 피해대책을 세우지 못하고, 제 때 가해자를 처벌하지 못하는 것일까. 2011년 8월 이후 모든 상황에 대해서 철저하게 조사해, 우리사회의 대응 역량을 점검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행정의 방해나 정치권, 기업의 방해는 없었는지 살펴야 한다. 행정 내부의 의사결정은 어떻게 이뤄졌는지, 펼쳐 놓고 꼼꼼하게 조사해야 한다. 검찰의 수사는 왜 제 때 이뤄지지 않았는지, 뒤늦게 진행된 배경은 무엇인지 살펴야 한다. 이제 드러나고 있는 공정거래위원회는 또 왜 기업 봐주기를 해 준 것인지 묻고 따져야 한다. 감사원은 왜 감사를 하지 않았는지도 살펴야 한다.

수많은 소비자 인명피해를 낳고도 손 놓고 있었던 가해기업의 태도는 무엇에 근거하고 있는지 우리사회를 살펴야 한다. 피해자들의 처절한 인권을 회복하고, 정당한 배상과 보상을 하는 일, 피해자들을 기억하고 추모하는 일, 그리고 징벌제와 집단소송제, 중대재해처벌법 등 악덕 기업, 살인기업을 규제하는 일을 시급하게 해야 한다. 헌법에 ‘생명안전권’을 부여하고, 국민안전기본법을 제정해, 안전을 중심으로 사회를 재구조화하는 작업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사회적참사 특조위에 거는 기대는 많다. 특조위가 특조위 운영기간 동안 국민들의 집단지성과 함께 가는 민주적 리더십을 보여줄 것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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