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노동자협동조합 대표주자, 식료품점 '유니콘'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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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노동자협동조합 대표주자, 식료품점 '유니콘'을 만나다.
[아이쿱생협 해외연수단 영국 방문기4] 유니콘 노동자 협동조합..70명 조합원이 민주적으로 운영하는 식료품점
  • 2017.12.18 17:26
  • by 이순옥(iCOOP소비자활동연합회)

아이쿱생협 해외 연수단이 7박 8일(10/28 ~ 11/5)의 일정으로 영국으로 떠났다. 연수단은 왕복 23시간을 비행했고 107,432보를 함께 걸었으며 버밍햄-맨체스터-글라스고 세 도시를 이동하며 영국의 다양한 협동조합과 관련 기관을 방문했다. 협동조합을 꿈꾸고 실패를 거듭하며 역사 속에서 실현했던 과정을 되짚어간 방문기를 아래순서로 소개한다.

(1) 미드카운티 소비자 협동조합
(2) 로치데일 박물관
(3) 흄 커뮤니티 가든 센터
(4) 유니콘 노동자 협동조합
(5) 코퍼라티브 대학
(6) 뉴라나크


유니콘 노동자 협동조합 
(Unicorn Grocery Worker's Co-operative) 
                             

연수 4일째 되는 날 영국의 큰 도시이자, 산업혁명의 상징적인 도시이며, 축구선수 박지성이 있을 것만 같은 맨체스터에 방문했다. 유니콘노동자협동조합은 맨체스터 시내 남부에 있다. 영국에서 가장 성공한 노동자 협동조합이라고 하는데 사뭇 그 내용이 궁금해졌다.

유니콘 노동자 협동조합

유니콘? 
유니콘은 전설의 동물로 모든 힘은 이마 한가운데에 달린 뿔에서 나온다고 한다. 유럽에서는 그 뿔을 물에 담그기만 해도 바다나 호수 전체가 깨끗해진다고 믿고 있다는데 자본이 먹거리를 지배하는 세상을 깨끗하게 정화시키려고 유니콘이라고 지었나? 궁금했다. 나중에 확인해 보니 창업자의 자녀가 유니콘으로 지었다고 해서 나의 해석이 앞서갔음을 확인했다. 하지만 지금의 유니콘은 실제 의미처럼 지역의 먹거리들과 지역 사회를 정화시키고 있었다.

매장 입구에는 유니콘협동조합이 창립한 1996년부터 2016년까지 20년의 역사를 3,4년 간격으로 전시해 놓았다. 조합원의 얼굴과 매장의 변화되는 사진, 신문에 난 기사들은 투박하지만 정감 있게 느껴졌다.

11월 제철채소 카볼로 네로(Cavolo Nero, 라키나토 케일)안내판

입구에 들어서면 오는 이를 환영하는 현수막과 함께 채식주의자용 슈퍼마켓임을 알 수 있는 신선한 채소와 흙이 묻어 있는 감자, 당근등 이 전면에 진열되어 있고, 매장의 홍보물들은 조합원이 분필로 작업해 놓았다. 한쪽 벽에는 11월 제철 채소인 카볼로 네로(Cavolo Nero)를 알리는 홍보판도 눈에 띈다.

11월 제철채소인 카볼로 네로(Cavolo Nero, 라키나토 케일) 안내판

유니콘의 경영이념
1996년 6명의 창립자는 대형슈퍼마켓의 건강하지 않은 식료품과 공급자 케어에 대한 반감으로, 주민에게 건강한 식습관과 식료품을 제공하자는 취지에서 출발하였다. 유니콘 노동자 협동조합은 어떤 원칙으로 운영이 되는지 궁금했다. 동양에서 온 호기심 연수단을 안내한 ‘앨런’은 전직이 대학교수였고 수직문화가 싫어 50세에 이곳으로 이직을 한 후 5년째 근무를 하고 있다.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원칙을 지키려 노력하는 유니콘에 대한 깊은 애정과 조합원의 높은 자부심이 느껴졌다. 

1. 원칙 하나 : 고용확보 
유니콘의 현재 조합원은 총 70명으로 근무연수와 능력, 전 직위에 따른 급여의 차등이 없다. 일주일 기본 노동시간은 20시간이며 영국 최저임금 7.5파운드에 비하여 11.5파운드 주급으로 임금수준은 높은 편이다. 직원이 곧 조합원인 유니콘에서는 조합원들이 역할에 나눠 신규직원의 채용과 수습, 평가과정에 모두 참여하며 수습직원은 조합원이 되기 위해 꽤 까다로운 다면평가와 수습절차를 거친다. 

2. 원칙 둘: 기회균등
조합원 전원이 경영자로 유니콘의 사업을 이끌어간다는 이념으로 새로운 정책을 도입할 때 70명의 회원이 모두 결정에 참여하고, 참여하지 않아도 의견 낼 수 있는 창구를 마련해 둔다. 물론 모두가 동등한 발언권, 투표권을 갖고 있다. 

3. 원칙 셋 : 건전하고 건강한 소비
최소한의 필요한 가공을 거친 채식주의자 식품을 판매 한다. 이 외에도 저염분식품, Non-GMO 그리고 동물실험을 하지 않은 상품을 중심으로 총 3천 품목을 취급한다. 조합 정보는 매장에 늘 공개하고 있으며, 객수는 일주일에 6천 명을 넘는 지역의 인기 식료품점이다. 

4. 원칙 넷 : 공정하고 지속가능한 거래
공정무역, 개발도상국의 빈곤과 농업생산자의 생산 활동과 건강, 환경부하 등을 고객, 소비자에게 확실히 전달하며, 소비자의 선택을 통해 공정하고 지속 가능한 공급망을 실현하려 한다. 

매장내 벽에는 조합원들의 얼굴이 붙어있다.

5. 원칙 다섯 : 협동과 연대 
지역의 필요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해당 지역에서 협동조합을 만드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식료품점 만들기(Grow a Grocery) 가이드북(유니콘에서는 설립의 경과나 시행착오에서 얻은 경험과 교훈, 사업 성공의 노하우 등을 한 권의 책으로 정리한 홀푸드협동조합 만들기 매뉴얼북)을 제작하고 훈련을 제공하여 많은 지역에서 식품협동조합의 탄생을 촉진하고 있다. 연간 총 임금의 4%에 해당하는 금액을 기금으로 적립하여 지역 및 협동조합에 지원한다. 이외에도 매출의 4%를 국제기금에 적립하여 코퍼라티브컬리지(The Cooperative College)등과의 협업을 통해 해외 협동조합 등을 지원한다.

이 외에도 유니콘노동자협동조합은 지난해 전국 528개 소매업체 중 고객들이 직접 투표한 ‘BBC 식품 및 농업 어워드’에 선정되었으며, ‘영국통상협회의 베스트 소매업점’으로도 선정되었다. 

유니콘 노동자 협동조합 매장전경

2003년 임대하고 있던 매장을 이전해야 하는 때에는 지역주민의 마음을 함께 모아 차입( 5년 상환, 0~5% 이자)을 통해 지금의 매장 부지를 매입할 수 있었다. 유니콘이 원칙에 충실하고, 가치를 실천하며, 지역사회와 함께하고 있음을 바로 보여주는 일화이다. 
 
모두가 직원이고, 경영자인 유니콘 협동조합은 우리가 꿈꾸는 소유 노동과 사람 중심의 경제를 현실로 일궈 내고 있었다. 과거에도 그랬지만 앞으로도 여러 가지 극복해야 할 과제들과 직면하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이상을 현실로 만들고, 건전하고 건강한 소비를 위해 노력하는 유니콘의 모습에 연수단은 깊은 감명을 받았다. 지난 20년을 바탕으로 새로운 20년을 맞이하고 있는 아이쿱. 지금, 우리들-소비자, 생산자, 직원-은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라는 깊은 생각을 하는 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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