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경제를 마주하는 것에 대한 어떤 문제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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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경제를 마주하는 것에 대한 어떤 문제제기
[기고]를 시작하며 / 엄형식 (벨기에 리에쥬 대학 사회적경제센터 연구원/국제노동자협동조합연맹(CICOPA) 통계조사 담당)
  • 2017.12.15 13:50
  • by 라이프인
로치데일선구자들. 자료사진. 협동조합을 포함 사회적경제 영역에 대한 다양한 활동들이 보고되고 있다. 우리는 이를 어떻게 바라보고 이해하고 있는 것일까.

사회적경제, 사회적기업 그리고 협동조합의 전망을 찾아 유럽(벨기에)에 온지 만으로 10년을 채웠다. 해당 분야의 ‘선진문물’을 알고 싶어서 유럽을 찾는 많은 한국 사람들처럼, 필자 역시 한국에서 해소되지 않던 실천적 과제들에 대한 해법들이 유럽에 존재하리라 믿었고, 조금 노력하면 어렵지 않게 그것들을 배워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이미 많은 언론이나 연구, 그리고 정책자료들에서 그렇게 설명하고 있지 않은가 ?

필자는 한편으로는 벨기에 리에쥬 대학에 속한 ‘사회적경제센터’(그렇다. 한국에서 사회적기업의 ‘대가’로 잘 알려진 쟈크 드푸르니 교수가 이끄는 연구센터로, 사회적기업 개념의 대중화에 크게 기여한 EMES 연구네트워크의 중심 연구센터이기도하다)에서 박사과정 연구원으로 사회적경제, 사회적기업, 협동조합에 관련된 학계에 한 다리를 걸치고, 다른 한편으로는 국제협동조합연맹(ICA)의 부문조직으로 노동자협동조합, 사회적협동조합, 제조업 및 서비스 부문의 생산자협동조합들을 대변하는 CICOPA에서 연구조사 및 통계를 담당하는 파트타임 일을 하면서 현장에 다른 한 다리를 걸쳐왔다.

하지만 유럽, 그리고 국제적인 수준의 사회적경제, 사회적기업, 협동조합을 둘러싼 현상의 참여자이자 관찰자로서 10년을 살아오며 도달하게 된 결론은 처음 도착했을 때의 기대와 가설과는 거리가 멀다. 우리가 실체라고 믿는 특정한 현상의 요체는 사실 특정한 규범적 가치와 질서를 실체로 만들려는 지난한 노력과 갈등, 그리고 그 결과로 만들어지는 잠정적인 합의가 복합적으로 얽혀있는 상태이다. 그러나 우리는 종종 이 합의들과 이의 실현체로서의 다양한 기술 및 장치들이 만들어지는 과정, 그리고 공적공간에서 인정받는 실체로 만들기 위한 정당화 노력을 쉽게 간과한다. 즉 어느 특정한 시공간에서 발생한 사건이 내 눈앞에 하나의 설득력있는 정보로 이르기까지 전개되었던 수많은 연결망을 보지 않는 것이다.

특히, 관심을 갖는 내용이 시공간적으로 거리가 먼 곳의 사건에 대한 것, 가령 한국 사람이 유럽의 사회적경제, 사회적기업, 협동조합에 대해 관심을 가질 때, 그 사건에 대해 알게 되는 것은 그 사건 ‘자체’도, 그 사건이 거치는 수많은 ‘과정’도 아닌 그 결과물로서 보고되는 ‘정보’일 뿐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이 정보는 사건을 둘러싸고 전개되는 해석과 재해석의 한 단편일 뿐이며, 그런 의미에서 우리가 관심을 갖는 현상을 들여다 볼 수 있는 하나의 창일 수 있지만 그 현상 자체일 수는 없다.

유럽의 선진문물을 공부하여 한국의 사회적경제 발전에 기여하겠다는 처음의 명료한 포부는 “왜 사회적경제, 사회적기업, 협동조합에 대해 서로 다르게 이해하지?”, “왜 ‘선진’, ‘성공’에 대해 서로 다르게 해석하지?”, “왜 같은 표현을 쓰면서 다른 실체를 이야기하지?”와 같은 질문들과 함께 점점 사라져갔다. 그 자리를 채운 것은 “어떻게 하면 정보를 접한 개개인들이 그 이면에 있는 다양한 고민과 성찰을 함께 읽어낼 수 있도록 도울 수 있을까?”라는 문제의식이었다.

아직 이 문제의식을 풀어낼 수 있는 효과적인 글쓰기 방식에 대해 확신을 가지고 있지 않다. 어떻게 쓰더라도 “유럽에서 사회적경제를 공부하는 누구의 글”이라는 성격 자체가 이미 이 글을 통해 소개될 정보의 상당 부분을 규정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앞으로 나누고자 하는 글들을 통해 필자는 독자들이 소비하게 될 정보 자체가 아니라, 독자들이 정보를 이해하는 방식을 다시 생각할 수 있도록 도발하는 것에 초점을 두고자 노력할 것이다. 독자들이 글을 읽고 “내가 유럽의 사회적경제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되었다”라는 소비자로서의 만족감을 느끼게 된다면 글을 잘 못쓴 것이 될 것이고, “그럼 도대체 사회적경제가 뭐라는 거야?”라는 불쾌감과 함께 좀더 제대로 알아보겠다고 인터넷과 사전을 열게 되면 성공한 글쓰기가 될 것이다.

첫 기고는 앞으로 쓰고자 하는 글들을 위한 간단한 안내로 채웠다. 앞으로의 글들은 사회적경제, 사회적기업, 협동조합을 둘러싸고 전개되는 현상 중, 필자가 공부하고 경험한 다양한 소재들을 매개로 하여 이야기를 나누고자 한다. 특정한 집필계획을 가진 것은 아니기 때문에 독자들의 제안이나 질문도 시의적절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좋은 소재가 될 수 있으리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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