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서비스공단' 설치, 공공성을 다시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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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서비스공단' 설치, 공공성을 다시 묻다
시민사회단체 긴급토론회 개최하고 사회서비스공단 공약 후퇴에 대한 문제점 토론
  • 2017.12.14 12:38
  • by 이진백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 공공성 강화와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 '보육과 요양 등 사회서비스를 국가가 직접 제공하는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공약을 제시했다. 또한 지난 7월 12일 이 같은 공약을 이행하기 위해 전국 17개 시·도별 사회서비스공단을 설립할 계획을 구체적으로 발표했다.

그 내용에 따르면 사회서비스공단은 '직영시설'을 운영하면서 보육교사와 요양보호사들을 직접 고용, 국민에게 공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국가 책임의 보육, 요양 등 공공복지시설에 의한 서비스 제공을 뒷받침하기 위한 조치로, 문 대통령이 공약한 집권 5년간 공공부문 일자리 81만개 중 34만개를 사회서비스공단을 통해 창출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올 하반기 사회서비스공단법을 제정키로 했다.

그러나 정작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는 지난 10월 11일 비공개로 진행한 사회서비스공단 설립 준비를 위한 지자체 현장 자문단 2차 회의에서 '사회서비스진흥원 설립 추진계획'을 제출했다. 이 계획에 따르면 진흥원은 제공기관을 직접 설치하지 않고 공공위탁을 통해 종사자를 고용하게 된다. 이는 문재인 정부가 공약으로 내건 '사회서비스공단 설립을 통한 사회서비스 공공성 확충'과는 상충되는 움직임이다.

지난 12월 11일 국회 의원회관 제9간담회실에서는 김상희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과 윤소하 국회의원(정의당), 노인장기요양 공공성 강화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 공동주최로 '사회서비스공단, 공공성을 다시 묻다'라는 주제로 긴급토론회가 개최됐다.

이날 토론회는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서 사회서비스공단 설립이 제외된 점, 최근 공개된 보건복지부의 사회서비스진흥원 설립계획안 등이 발단이 됐다. 정부가 약속한대로 사회서비스공단 설립을 적극 추진하지 않은 데다 사회서비스진흥원 설립안에 공공서비스를 '직접 공급'이 아닌 '민간 지원'으로 한 점을 두고 공약이 후퇴됐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에 공대위 측은 복지부에 대통령이 공약한 '공공기관 확충과 직영시설 설치 및 종사자 직접고용'을 원칙으로 한 '사회서비스공단 설립에 관한 법률안'을 제출할 것과 정부의 예산 투입 및 조속한 시행을 촉구했다.

정의당 윤소하 의원은 인사말을 통해 "'사회서비스공단'이 본래의 취지와는 달리 '사회서비스진흥원'으로 축소되고, 서비스와 일자리의 질 개선을 위한 공공인프라 확충, 종사자의 안정적 일자리 제공도 약화돼 돌아왔다"며 "사회서비스공단의 핵심인 공공성 강화와 종사자의 직접고용, 이 원칙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본래의 취지를 살릴 수 있도록 돕겠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김상희 의원은 "향후 늘어나는 복지서비스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사회서비스분야에 종사하고 있는 노동자들의 처우개선과 직업의 안정성 확보가 담보되어야 한다"며 "사회서비스공단 설립의 필요성과 바람직한 형태의 설립방안을 모색하여 더 나은 정책적 대안을 마련하겠다"고 인사말을 전했다.  

지난 12월 11일 국회 의원회관 제9간담회실에서 '사회서비스공단, 공공성을 다시 묻다'라는 주제로 시민사회단체 긴급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토론회는 최경숙 서울시 어르신돌봄종사자 종합지원센터장이 좌장을 맡고, 석재은 한림대학교 사회복지학부 교수가 '사회서비스공단 설립 타당성 및 추진방안'이란 주제로 발제를 진행했다. 토론자로는 오승은 공공운수노조 정책기획차장, 양난주 대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서기현 장애인자립생활센터 판 소장, 오혜원 노인장기요양보험 이용자(가족), 이상희 보건복지부 사회서비스자원과장이 참여했다. 

사회서비스공단 설립추진을 위한 제도개혁 : 노인장기요양 개혁 중심

토론회에서는 사회서비스공단의 정책 목표를 가장 효과적으로 실현하는 정책으로서의 의미를 갖는 재가장기요양 개혁의 기존 체계 위에 개혁과제를 포괄적으로 관철할 수 있는 특별한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석재은 교수는 선(先)서비스계약 포괄정액 수가를 적용하는 재가팩키지 급여인 '통합재가급여'라는 새로운 급여와 공공성 담보의 중심적 역할을 수행할 '통합재가기관'이라는 새로운 공급기관이 도입돼야 한다고 언급했다.

개별 사회서비스 제도개혁 없이 사회서비스공단 설립만으로는 실질적 개혁의 수단과 효과가 미흡하다는 판단에서다. 즉, 노인장기요양제도 급여체계 개편, 수가 및 수가체계 개편, 서비스 공급체계 재편 들을 추진하며, 월급제 등 일자리 질 제고의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석 교수는 사회서비스공단의 역할을 ▲지자체 사회서비스 총괄관리 체계 및 정책결정 거버넌스 구성 ▲ 사회서비스 질 제고를 위한 공공성 강화 ▲좋은 질의 사회서비스 일자리 창출 등으로 정리했다.

석 교수는 "통합재가기관으로서 '공공 거점재가기관'의 신설을 통해 공공성 강화의 중심적 축으로서 역할 수행이 필요하다"며 "공공 거점재가기관은 장기요양인정자와 장기요양 등급외자(노인돌봄바우처)를 아울러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장기요양니즈에 대한 연속적이고 통합적인 서비스 제공을 도모하고, 공공기관으로서의 고유한 정체성에 부합하는 공공적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석 교수는 공공 거점재가기관은 장기요양인정자를 고려하여 시군구별로 평균 2개소 씩 설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공공 거점재가기관이 설립되면 2022년까지 475개소에서 기관당 280명을 수용, 재가서비스 수요(47만4000명)의 20%인 9만4923명을 공공 거점재가기관에서 포괄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기관당 20억원, 총 9492억원의 비용이 필요하다. 석 교수는 공공 거점재가기관의 재원마련을 위해 '장기요양보험 통합재가급여 수가 + 장기요양보험 공공서비스에 대한 지원금 + 장기요양보험 이외 서비스에 대한 지자체 보조금'을 제시했다.  

공공성 강화를 위해 사회서비스공단 반드시 필요...보완책도 마련해야

첫 토론자로 나선 오승은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정책기획차장은 "정부가 내놓은 사회서비스공단은 포괄적 대책인 만큼 중앙정부의 추진력(기본지침('설립근거법 등')과 지원책(재정, 행정 등)이 뒷밧침)과 지자체 역할 강화, 현행 제도 환경(시간당 단가 지정 수가체계, 서비스별 제도 차이 등) 개선이 병행돼야 제대로 추진이 가능하다"며 "공단의 온전한 운영권이 확보돼야 온전한 직접고용도 가능해지고 제대로 된 시범사업과 민주적 의사결정의 여지도 열리며 민간 견인 효과도 있다"고 지적했다.  

오 차장은 "국가의 공급책임 강화 없이 사회서비스 공공성 강화는 불가능하다. 당초 공약대로 사회서비스공단 설립이 추진돼야 한다"며 "정부는 공단 설립이 지연되거나 '직영, 직고, 공공인프라 확충'이 훼손되지 않도록 공약 이행에 행정력을 집중하는 동시에 전문가 중심의 밀실행정을 멈추고 노동자와 수급권자가 참여할 수 있는 협의의 장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오혜원 노인장기요양보험 이용자(가족)는 "노인장기요양보험 이용자 보호자로서 요양보호사의 어려움(적은임금, 고된노동, 노인들의 폭언, 폭행, 성희롱 등)에 충분히 공감한다"며 "삶의 질, 재정 절감 등을 고려했을 때 정부에서 사회서비스 문제에 대해 책임을 진다면 돌봄에 대한 고민이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서기현 장애인자립생활센터 판 소장은 "다양한 제도를 통일성 있게 바꾸지 않고 공단만 만든다고 공공성이 부족하던 문제가 해결될지는 의문"이라며 "예산이 적게 투입되면 민간기관과의 차이가 적어서 효과가 거의 없을 것이고, 많게 투여된다면 그 예산을 차라리 사회서비스 제도에 투여해 수가를 높이거나 서비스 양을 늘리는 것이 이용자의 입장에서는 더 좋은 결과를 바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공단이 나서면 민간은 경쟁력이 약화돼 전체 서비스 질이 저하되고 선택받은 소수만 공단에서 서비스를 받게 될 것"이라며 "공단이 좋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만큼이나 민간의 서비스 질 향상을 위한 보완책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사회서비스 이용자가 양질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고 공공성 확보를 위해 100% 국가에서 사회서비스를 제공할 것을 제안했다.

양난주 대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광역에 기구(사회서비스공단) 하나 만들어 진다고 해도 뚜렷한 변화가 이루어 진다고 기대하진 않는다. 사회서비스공단 설립 이야기 이외에 사회서비스의 공공성 강화를 위한 로드맵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이제까지 추진된 사회서비스 정책에  무엇이 잘못됐는지에 대한 명확한 반성부터 있어야 한다. 잘못을 인정하고 바꾸는 것이 필요하다"며 "국공립 인프라 확충을 위해서도 (시설서비스의) 표준화된 인건비 가이드라인을 가지고 운영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단운영의 한계와 어려움 토로...진흥원 차원 직접 수요 및 공급 관리

마지막 토론자로 참여한 이상희 복지부 과장은 "공약으로 나온 것(사회서비스공단)을 이행하는데 어려움이 많다. 시설확충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확충을) 반대하고 민간에 지원을 더 잘해달라고도 한다. 규제자 역할을 많이 해달라고도 하는데 이 또한 쉽지 않다. 그리고 실제 사회서비스는 광역에서 이루어지지 않고 기초단체에서 이루어는데 공약은 광역 단위다. 다만 국가가 운영한다면 지금 현재 운영 비용으로 운영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전반적인 수준을 높이기 위해 추가 재정이 필요한 것도 맞다. 공단은 많이 확충해도 20~30% 정도일 뿐 나머지는 민간이라 어떻게 갈지 고민하고 있다. 진흥원이나 공단이 만들어지게 되면 위축된 기관들의 강력 반발도 예상할 수 있다. 적정하게(민간도 지원) 장기적인 계획을 가지고 단계적으로 추진해 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회서비스공단 이외에 사회서비스의 모든 체계를 바꾸는 것을 논의하고 있다. 진입부터 퇴출, 평가, 시설확충, 운영, 처우개선, 서비스제공방식, 매뉴얼 등 전반적인 제도개선이 필요하다"면서 "사회서비스공단이 후퇴했다고들 말하지만 로드맵을 갖고 진행하고 있다. 금년에 법안을 발의하는데 최선을 다할 것이며 내년 초에는 법안을 통과시키는 작업을 하여 하반기에는 몇 개 지자체를 선정해 선도사업을 추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단계적으로 법인이나 시설관리, 공공체계 개편, 수가나 비용, 지원체계 방식 등 전반적인 틀을 만들어 나갈 것"이라며 "사회복지시설이나 기관들도 사전 검토절차를 통해서 설치될 수 있게 하는 등 지역 내의 수요와 공급을 관리하는 체계가 진흥원 내에서 이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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