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공동체의 중심에 가든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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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공동체의 중심에 가든이 있었다
[아이쿱생협 해외연수단 영국 방문기3] 흄 커뮤니티 가든 센터
  • 2017.12.05 15:47
  • by 이윤미(수지아이쿱생협)

아이쿱생협 해외 연수단이 7박 8일(10/28 ~ 11/5)의 일정으로 영국으로 떠났다. 연수단은 왕복 23시간을 비행했고 107,432보를 함께 걸었으며 버밍햄-맨체스터-글라스고 세 도시를 이동하며 영국의 다양한 협동조합과 관련 기관을 방문했다. 협동조합을 꿈꾸고 실패를 거듭하며 역사 속에서 실현했던 과정을 되짚어간 방문기를 아래순서로 소개한다.

(1) 미드카운티 소비자 협동조합
(2) 로치데일 박물관
(3) 흄 커뮤니티 가든 센터
(4) 유니콘 노동자 협동조합
(5) 코퍼라티브 대학
(6) 뉴라나크

11월의 첫 날이다. 연수 올 때, 사람들이 영국의 11월 날씨가 안 좋다는 말을 많이 했다. 스산하고, 언젠지 모르게 비가 오고, 한국의 가을 날씨와는 차원이 다르게 춥다는 등. 하지만 연수 와서 비는 거의 새벽에만 만났다. 오늘도 호텔을 나가기 전에는 비가 왔으나 우리가 움직이는 시간부터는 파란 하늘까지 보이며 맑았다. 날씨 운이 좋은가보다. 

흄커뮤니티가든 안내서

흄 커뮤니티 가든 센터(Hulme Community Garden Centre)는 1998년 초기 창립자인 리차드 록우드(Richard Lockwood)가 원예와 재배를 통해 건강한 생활을 장려하면서 그 지역을 변화시키려 만든 곳이다. 이곳은 가든 활동을 통해 지역 공동체를 하나로 모으고, 모든 사람들이 즐기고, 휴식하고, 배우고 참여할 수 있는 중요한 녹지 공간을 제공하는 단체이다. 

흄 커뮤니티가든센터가 현재 사용하는 부지는 맨체스터 시에서 20년 무상 임대를 받은 곳이다. 처음 오픈을 했을 때는 정부의 지원(운영비의 약 50%)이 활발한 시기여서 운영하는 데 어렵지 않았으나 현재는 점점 지원(운영비의 30% 정도)이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그래서 센터를 운영하기 위해 관상용 식물, 새모이, 지역 예술가들이 만든 공예품, 모종 등을 판매하는 판매장 운영, 공간 대여(생일파티, 채식주의자 축제, 음악 페스티벌 등), 가든 컨설팅, 서비스 제공(학교 견학 및 행사, 영아 또는 학습 장애 그룹 수업)등의 수입으로 총 운영비의 70%를 자력으로 해결하고 있다.

직원들과 주요 자원봉사자들을 안내하는 게시판(직원에 고양이가 있다!)

영국에는 상업적으로 운영하는 가든센터는 많이 있다고 한다. 하지만 겨울철에는 운영상의 이유로 거의 운영하지 않지만 흄커뮤니티가든센터는 치료를 목적으로 하는 참여하는 많은 자원봉사자들 때문에 연중 상시 운영을 하고 있다. 수익사업이 거의 없는 겨울철에도 문을 열고 유지하기 위한 운영비 마련이 가든센터 운영상 가장 어려운 점이라 한다.

직원은 총 10명이나 풀타임으로 일하는 직원은 2명이고 나머지 8명은 주 3회만 일하는 파트타임 직원들이다 보니, 자원봉사를 활발히 이용한다. 자원봉사자들은 가든 운영에 필요한 일들을 모두 함께 한다. 200명의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만든 화덕은 일요일이면 50판의 피자를 굽기도 했다. 얼마전 안타깝게도 고장이 나서 다시 자원봉사자들의 손이 필요한 상황이다. 

자원봉사로 만들어지 화덕

 

세필드 university 건축학과에 자원봉사를 의뢰하여 만든 대나무 터널

가든을 가로지르는 대나무 터널은 설계와 시공을 모두 쉐필드 건축학과 학생들이 도맡아 진행했다. 재료비 정도만 들여 만든 이 터널은 가든의 분위기 메이커이다. 향후 지역에 있는 다른 대학과도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해보려는 계획도 있다. 가든의 구석구석에는 모두 자원봉사자들의 손때가 묻지 않은 것이 없는 듯했다. 추위를 잠시 피하려 들어간 공간도 자원봉사들이 함께 만들었다. 벽속의 건축 재료를 보여주기 위해 일부분을 마감하지 않고 액자로 표현해 놓은 것이 인상적이었다.

교육공간 건축자재를 보여주는 액자

자원봉사자들은 센터의 곳곳에서 활동하고 있었다. 우리가 센터를 둘러보는 중에도 속속 도착해서 묵묵히 자신이 할 일들을 찾아 하고 있었다. 18년 동안 자원봉사를 하셨다는 분을 만났다. 그에게 자원봉사를 하는 이유를 묻자 은퇴 후 자신이 쓸모없게 느껴졌는데 자원봉사를 함으로써 사회에 기여하는 느낌을 받아서 오래 지속하고 있다고 수줍게 웃었다.

자원봉사 기간이 무려 18년인 레이첼과 한컷 (하필 눈을 감았다ㅠㅠ)

흄커뮤니티 가든 센터는  1년에 큰 행사(2월 감자의 날, 7월 파티, 10월 사과호박의 날, 12월 크리스마스 축제)를 4번 정도 치르는데 주로 일요일에 진행되고 있다. 우리가 방문하기 전 주인 10월의 마지막 일요일에도 할로윈을 기념하는 호박데이(Pumpkin day)페스티발을 진행했다. 평소에는 자원봉사를 잘 해주던 분들이 정작 이런 행사에는 지원이 많지 않아 직원들이 총 동원된 것은 물론이고 매니저인 레이첼의 남편과 아이들까지 도와야 했다고 한다. 우리의 생협활동과 비슷한 구석이 있었다.

흄커뮤니티가든센터에는 구석구석에 사용자를 위한 배려와 캠페인을 찾아 볼 수 있었다. 이곳은 6개월부터 83세 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이용하는 곳이다. 그렇다보니 아이들을 위한 놀이터(많은 것을 갖추지 않았지만 자연친화적 놀잇감이 있는 곳), 학습 장애, 정신지체자들이 가꾸는 텃밭, 소박한 목공소, 원예교실, 겨울철에 텃밭 대신 작업할 공예 등을 갖추고 있었다. 이곳은 병원에서도 정신장애를 겪는 이들에게 처방으로 방문하라고 할 만큼 인정을 받은 곳이다.

교육적인 내용과 캠페인을 여기저기 붙여놓아 이용자들이 자연스럽게 접하도록했다. 지역에서의 활동은 학교와 지역 협동조합 그리고 다른 여타의 단체들과 함께하는 활동을 커뮤니티 가든 내에서 많이 만들고 있으며 그런 서로의 협조 관계가 유기적으로 잘 결합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또한 외부에서의 활동을 위한 특별한 장비가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트럭이다. 이 트럭은 조리 공간으로 사용하며 주말에 영업을 하거나 특별히 외부에서 진행하는 행사가 있을 때 몰고 나가 거기서 커뮤니티 가든을 소개하는 역할을 톡톡히 한다고 한다.

흄 커뮤니티가든센터 트럭

 매니저를 맡고 있는 레이첼 서머스케일는 평소에는 같은 일을 2년 이상 하기 어려운 성격이었는데 이 일을 맡고는 3년째 하고 있다며 무척 보람이 있다고 한다. 그녀가 센터를 돌며 소개 시켜주었는데 정말로 그녀의 열정과 애정이 묻어나는 투어였다. 그녀는 지원 자금이 계속 줄어드는 것을 걱정하며 운영을 위한 수익사업이 절실하다고 얘기하면서도 향후 좀 더 지역 속으로 녹아나는 커뮤니티가든을 만들어 나가고 싶다고 했다.

흄커뮤니티가든센터를 둘러 본 소감으로는 우선 매니저의 열정이 강하게 느껴져서 좋았다. 활동을 함에 있어서 나의 이익이 아닌 모두의 이익을 위해 헌신하는 사람에게서 느낄 수 있는 열정이 지리적 거리를 넘어 함께하는 인식을 더욱 돈독히 한 것 같다. 

또한 영국의 약자(장애자, 정서장애자)에 대한 인식이 상당히 높고 또한 의사가 처방으로 커뮤니티가든을 추천할 정도의 수준이라는 것이 참 놀랍고, 우리나라의 상황이 많이 안타깝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자원활동가의 부족을 느끼는 주요 활동가들의 결핍을 함께 이해할 수 있는 자리여서, 먼 타국 땅에서도 우리의 현실을 맞닿은 느낌이 들었다. 또한 선구적인 활동이 지속가능하려면 무엇이 필요할지 고민이 된다.

희귀한 새를 위해 남겨 놓은 까치밥

자원봉사가 많이 필요한 조직이다 보니 자원봉사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우리가 너무 우리 안에 갇혀서 자원봉사를 틀에 맞추어 놓은 것은 아닌지? “본인이 원하는 시간”, “본인이 원하는 것”에 대한 자원봉사를 하기 위한 선택의 폭을 다양화하는 노력이 필요할 것 같다는 성찰을 하게 한다.

연수 중에 우리의 활동과 맞닿은 지점이 있어서인지, 연수자들의 만족도가 상당히 높은 곳이었다. 활동을 만들고 자원봉사자들을 맞아들여 그들과 함께 무언가를 만들어 나가며 지역에서 어떤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그 곳. 지역 조합이 원하는 바도 이런 모습이라서 그랬을까? 협동조합도 아닌 자선 단체에서 우리의 모습을 보고 또 앞으로의 모습을 상상할 수 있는 시간이어서인지 참 마음이 따뜻해진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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