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리앗과 싸움에서 다윗이 이기기 위해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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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리앗과 싸움에서 다윗이 이기기 위해서는
[강찬호의 위험사회 아웃(33)] 징벌제와 함께 집단소송제의 도입이 필요한 이유
  • 2017.12.04 14:40
  • by 강찬호 기자
지난 8월16일 백혜련 의원과 경실련은 국회에서 집단소송제 도입을 위한 토론회를 개최했다.

흔히들, 가습기살균제 참사의 원인으로 화학물질 관리 실패를 든다. 맞는가? 일부는 맞고, 일부는 틀리다. 원인물질을 중심으로 보면, 화학물질 관리 실패이다. 반면 왜 기업이 그러한 제품을 만들었을까, 가습기살균제를 만들고 판매하는 과정에서 왜 안전성 대책을 세우지 않았을까 하는 문제의식으로 보면, 또 다른 문제점이 보인다. 그래도 되는 현실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소비자 생명과 안전 보다는 기업의 돈벌이를 우선했기 때문이다. 소비자 생명과 안전 등 소비자 권리가 제대로 구현되지 못했다. 징벌제나 집단소송제와 같이 잘못된 제품을 만든 결과로 인해 해당 기업이 엄청난 책임을 부담해야 하는 법적, 제도적 장치가 있었다고 한다면? 그럼에도 기업이 가습기살균제와 같은 제품을 개발하고 만들 수 있었을까. 몇푼 벌겠다고, 안전 관리를 소홀히 하는 관행이 들어설 수 있었을까. 가습기살균제 참사 후속조치로 철저한 화학물질 관리를 위한 관련 대책이 나오는 동시에, 징벌제와 집단적 소송제에 대한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이다. 동시에, 이러한 목소리의 비중이 어디에 더 실려야 하는지에 대해서 곱씹어 본다면, 좀 더 본질에 접근할 수도 있다. 현재 거론되는 수준의 대책으로 충분한지에 대한 문제의식에 도달할 수 있고, 또 그 문제의식을 키워갈 수도 있다.

그런 측면에서  11월30일 발의된 '집단소송제'에 대해 관심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 백혜련 의원(더불어민주당)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하, 경실련)은 '소비자주권을 지키기 위한 집단소송법 발의'라는 제목으로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법안 발의를 공식화했다. 이날 기자회견문에는 '제2의 가습기살균제, 세월호 참사 방지법', '집단적 피해의 효율적이고 신속한 구제 가능'이라는 부제목이 붙었다. 이어 "집단소송제는 집단으로 발생한 피해에 대한 구제의 효율성을 높이고, 분쟁해결에 대한 사회적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소비자 주권을 지킬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수단이다."라는 설명이 따른다. 그렇다. 징벌제와 함께, 집단소송제는 참사나 사고 발생시 소비자들의 피해구제에 대한 강력한 대처 수단이지만, 동시에 강력한 예방수단으로 기능한다. 소비자 생명과 안전, 소비자 권리 옹호를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기업이라고 하면, 이러한 법안을 반대할 이유가 없다. 반대 경우라면, 기업활동을 위축시킨다는 이유를 들어 이 법안에 대해 반대할 것이다.

가습기살균제 참사는 왜 집단소송제가 도입되어야 하는지 증거한다.

가습기살균제 참사의 경우를 보자. 2017년11월17일 현재 정부에 등록한 피해자 수가 5,918명에 이른다. 이 중 사망자로 등록한 접수자가 1,278명이다. 이 참사가 밝혀진 2011년 8월 이후, 수십명의 피해자들이 개별적으로 소송에 참가했다. 가장 많은 피해를 야기한 옥시레킷벤키저에 대한 소송이 주를 이뤘다. 2016년 검찰 수사에서, 옥시측은 피해자 소송에 대해 국내 최대 법률기업인 김앤장을 법률 대리인으로 내세워 대응했다. 서울대 조모교수와 호서대 유모교수 보고서, 그리고 글로벌기업으로서 옥시레킷벤키저의 해외연구소망을 통해 피해자 소송에 대응했다. 이들의 대응은 가습기살균제가 원인이 아닌, 다른 원인이 문제라며 핵심을 교란하고 피해자들을 위축시키는 전략이었다. 검찰 수사 결과, 옥시 측 대응은 거짓과 음모로 드러났다. 피해자들과 재판부를 속였다. 이런 사실은 피해자와 국민들을 분노하게 했다. 옥시의 파렴치한 짓거리를 지켜보던 피해자들은 2016년5월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과 함께 집단적으로 공동소송에 나섰다. 이 소송은 더딘 속도로 진행 중에 있다. 이 소송은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 민변과 함께 했다는 점, 피해자들 개개인이 '공동으로' 소송에 참여했다는데 의의를 갖는다. 소송 참여를 희망하는 450여명의 피해자와 가족들이 원고단으로 참여했다. 당시 소송을 맡은 민변 변호사들과 직원들은 소송 접수 등 실무를 처리하느라 애를 썼다. 피해자들도 소송비를 납부하는 등 번거로운 절차를 감수해야 했다. 피해를 당한 것도 억울한데, 자신들의 무너진 권리를 찾기 위해 거리로, 법원으로 나서야 하는 처지였다. 이러한 절차를 생략하거나 혹은 간소한 방식으로 피해구제에 나설 수 있었다면.

징벌제와 함께 집단소송제가 도입되어야 할 이유이다. 백혜련 의원이 발의한 집단소송법은 적용 범위에 제한을 두지 않았다. 소비자, 환경, 노동 등 영역에서 발생한 집단 소비자 피해를 구제하도록 했다. 피해자 규모는 50명 이상으로 했다. 집단소송 신청이 있을 경우 법원은 3개월 이내 소송허가를 결정하도록 했고, 연장시 1개월에 한해 가능토록했다. 피고(가해기업)가 법원의 문서제출 명령이나 사실설명(석명)을 요구받고 이에 불응할 경우 피해자의 주장을 인정하는 것으로 간주했다. 동일 사안에 대해 소송에 참가하지 않겠다고 신청한 자를 제외한 모든 피해자들에게 동일한 판결효력이 미치도록 하는 방식, 즉 옵트아웃(opt-out) 방식을 채택했다. 피해자의 입장에서 발의된 법안이다.

백혜련 의원은 지난 8월16일 국회 토론회를 갖고 집단소송제를 발의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토론회를 통해 준비 중인 법안에 대해 관련 전문가와 이해당사자 의견을 청취했다. 그리고 11월말 법안을 공식적으로 발의했다. 백 의원과 경실련은 기자회견을 통해 집단소송제 도입이 문재인 정부의 100대 정책과제 중 하나라고 하는 점, 지난 19대 대선 과정에서 여야 모든 후보가 도입에 대해 찬성했다고 하는 점을 재확인했다. 법안 통과를 지켜볼 시점이다. 골리앗과 싸움을 이기기 위해서는 '집단소송제'라고 하는 무기가 반드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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