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주도'? 성대골 '리빙랩'이 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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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주도'? 성대골 '리빙랩'이 답!!
[사회적경제 ‘쨈’있는 인터뷰(6)] 성대골사람들 김소영 대표 인터뷰(2)
  • 2017.11.29 14:40
  • by 공정경 기자
 
리빙랩이 유럽에서 에너지 전환에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했어요. 특히 시민력을 키우는 데 큰 힘이 됐습니다. 리빙랩을 알리기 위해 여기저기 많이 다니고 있습니다.
 

성대골에너지전환마을 김소영 대표(성대골사람들)의 부르트고 찢어진 입술은 몇 달째 아물지 않는다. 탈핵 문제가 이슈화되면서 일주일에 보통 두세 언론사가 취재 나오고, 끊임없이 찾아오는 방문객, 전국 강연, 마무리해야 할 여러 사업으로 정신이 없었다.

절전소를 시작으로 에너지축제, 에너지협동조합 마을닷살림협동조합, 마을기업 에너지슈퍼마켙, 미니태양광 DIY 제품까지 직접 개발하고, 에너지에 대한 고민과 번뇌로 국내 1호 리빙랩 프로젝트를 3년째 진행 중이다. 에너지전환의 선구자적 길을 걷고 있는 성대골사람들은 요즘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들어봤다.

'에너지슈퍼마켙'은 동네 슈퍼마켓 이용하듯 에너지 절약 제품을 쉽고 편하게 구매할 수 있도록 에너지와 슈퍼마켓을 접목한 명칭이다.  슈퍼마켓의 마지막 글자 켓을 ‘켙’으로 바꾸어 표기한 것은 에너지를 나타내는 영어 단어 Energy의 앞 글자 ‘E’와 한글 ‘ㅌ’이 닮아 있어 상징적인 의미에서 사용했다.

Q. 성대골이 가고 싶은 길의 가장 큰 걸림돌은 무엇인가?

김소영 대표(이하 김) : 에너지 절전소부터 캠페인, 교육, 강사단 운영, 국내 1호 리빙랩, 전력수급관리까지 성대골이 할 수 있는 건 다 했다. 지금 하는 일은 이제 일상이다. 성대골이 너무 많은 것을 해서 현재 법제도 하에서는 더 이상 할 게 없다. 하지만 우리는 더 하고 싶은 게 있다. 탄소배출거래 인증을 받고 싶고 재생에너지 중개사업도 하고 싶다. 에너지 프로슈머와 소규모 전력중개사업과 시장 신설을 골자로 한 전기사업법 개정안이 빨리 통과돼야 한다.

전기를 공급받아 사용만 하던 소비자가 태양광, 풍력 등 분산발전을 활용해 소비자이자 생산자로 바뀌기 시작했다. 이들을 에너지 프로슈머라 부른다. 독일, 일본이 대표적인 예다. 2011년부터 소매전기요금보다 태양광발전 원가가 낮은 독일은 에너지 프로슈머가 늘고 있다. 값싸게 생산해 전기를 자급자족하고 남은 전기를 모자란 곳에 파는 영리한 소비자가 당연히 등장할 수밖에 없다.

김 : 성대골은 오랫동안 에너지 절약과 태양광 설치 등 여러 가지 활동을 죽기 살기로 해왔다. 이 모든 행위를 인증해달라고 서울시에 요청했다. 탄소배출거래를 할 수 있게 인증해달라고 하고 있는데 법안이 통과가 안 됐다. 법이나 정부가 국민을 따라와 주질 못 하고 있다. 기업 2곳에서 탄소배출거래를 하고 싶다고 찾아왔었다. 인증만 받으면 거래는 바로 할 수 있다.

Q. 돈의 가치로는 얼마인가?

김 : 환산방식은 태양광 패널 하나를 설치하면 나무 몇 개 심는 효과가 있고 그에 따른 온실가스 감축효과가 계산된다. 온실가스 1톤당 1만 5천원에 거래된다. 우리는 온실가스를 저감했고 기업은 탄소를 배출하기 위해 탄소배출권을 사야 한다. 쉽게 말하면, 쓰레기 버리는 사람은 쓰레기를 버리기 위해서 종량제 봉투를 사야 한다. 성대골이 종량제봉투를 팔 수 있게 해달라는 의미다. 현재 서울시가 거래하고 있는 탄소배출거래를 성대골도 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하는 거다.

대략 계산을 해봤더니 일 년에 300~400만원정도 나왔다. 보조금을 빼고 자부담 금액으로만 계산하더라도 일 년에 최소 80만원을 받을 수 있다. 경제적 개념으로 가면 에너지 활동이 돈으로 환산되니까 동네 사람들은 더 재밌게 활동할 수 있다. 자신의 소소한 활동이 작은 수익도 되면서 아기자기한 재미가 되게끔 제발 법안이 빨리 통과됐으면 좋겠다. 그런 시대가 빨리 열려야 한다.

2013년 성대골 주민들이 판매한 햇빛발전협동조합 홍보물. 홍보물 하단에 "작지만 작지 않습니다 이 크기의 솔라셀이 만원, 하지만 제 수명동안 생산하는 전기량은 만원이 훨씬 넘는 착한 투자입니다"라고 적혀 있다.

Q. 국내 1호 리빙랩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데 ‘리빙랩’이 뭔가?

김 : 유럽에서도 한창 뜨고 있는 게 리빙랩이다. 리빙랩(Living Lab)이란 ‘살아있는 연구실’ 또는 ‘생활연구실’로 불린다. 지역주민들이 전문가들과 함께 주체로 참여하면서 직면한 ‘사회적 문제’를 풀어나가기 위한 연구를 진행하는 방법이자 공간이다. 지금까지는 전문가들이 기술 개발을 주도했지만, 점차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하지 못해 실제 문제해결에 기여하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유럽에서 리빙랩을 통해 이런 한계를 극복하려는 움직임이 시작됐고, 현재 전 세계적으로 400여 개의 리빙랩이 활동하고 있다. 리빙랩에서는 실제 사용자가 생활 현장을 기반으로 하는 실험과 학습을 주도적으로 수행한다는 점이 중요하다.

Q. 리빙랩은 어떻게 알게 됐나?

김 : 20014년 말, 에너지 전환에 고민이 상당히 깊었다. 비가 막 내리던 날, 문득 덴마크에서 에너지전환을 했던 마크 볼프람 교수(연세대 지속가능도시전환연구소)님을 만나러 갔다. 직접 만난 적은 그때가 처음이지만 4~5시간을 이야기했다. 나의 고민을 듣더니 “당신이 하고자 하는 열망이 바로 리빙랩이다. 유럽은 에너지 전환을 할 때는 반드시 현장이 작동해야 하고 국민 한 명 한 명이 절실히 알고 있어야 한다. 그러려면 리빙랩밖에 없다. 그래서 전환랩이라고도 부른다”며 리빙랩을 처음 소개해줬다.

처음 일 년 동안 리빙랩을 하면서도 뭔지 모르겠더라. 교수님이 계속 자문을 해주시면서 “이건 아니다. 이건 아니다”라고 말씀해주셨다. “행정이 끌고 가는 것만이 top-down(상의하달식)이 아니다. 당신이 기획해서 주민들을 끌고 가는 것도 top-down이다. 리빙랩은 무에서 출발해야 하고, 현장에서 나온 아이디어는 반드시 실현시켜야 한다”고 강조하셨다.

Q. 예를 들면?

김 : 쉽게 말하면 현장이 ‘갑’이 되는 거다. 현장에서 하고 싶은 일이 있는데 어떤 장애가 있다면 주민들이 원하는 대로 작동되게끔 행정과 기술, 전문가, 기업 모두가 지원하는 게 리빙랩이다. 상도 3, 4동 주민의 80%가 세입자다. 옥상에 태양광을 올리면 전선이 집안으로 들어와야 하는데 그러려면 벽에 구멍을 뚫어야 한다. 남의 집에 구멍을 뚫으려니 집주인에게 아쉬운 소리를 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이사 갈 때도 가져가고 연구노트도 쓰고 소중하게 생각할게. 대신 구멍만 안 뚫게 해줘” 이게 주부들의 의견이었다.

Q. 구멍을 안 뚫고 전선을 안으로 들어오게 해달라고?

김 : 아무리 캠페인 해봤자 그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어떻게 선 듯 태양광을 설치하겠나. 그래서 전문가들에게 “다른 건 다 필요 없고 구멍만 안 뚫고 선이 집안으로 들어오게 해줘”라고 요구했다. 그래서 개발한 게 플랫케이블(Flat Cable)이다. 동그란 전선을 테이프처럼 얇고 납작하게 만들어 창문 틈 사이로 붙이기만 하면 된다. 미니태양광 DIY 설명서에 글씨가 많고 쉽게 이해하기가 어렵다. 그러니 글씨 빼고 레고 조립설명서처럼 모든 부품과 조립과정을 그림으로 그려달라는 요구, 어떤 일을 하고 싶은데 “정책을 바꿔야 한다, 법이 없다”고 얘기하면 하면 “그럼 박사님이 조례를 만들어 봐요. 과장님이 법이 통과되도록 어떡하든 하셔야죠”라는 요구까지 한다.

플랫케이블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마이크로발전소 이기관 대표
 

"당신의 전문성이 성대골이 극복하고 싶은 문제를 극복할 수 있는 방향으로 연구하고 개발해"라고 요구하는 게 리빙랩이다. 주민 참여와 주민 주도를 헛갈리면 안 된다. 이게 진정한 주민 주도다. 이렇게 세게 나가야 한다. 리빙랩은 거버넌스와 다르다. 거버넌스는 관이 민의 의견을 듣는 수준이라면 리빙랩은 행정의 패턴도 바꿀 수 있는 강력한 모델이다.

 

Q. 와. 멋지다. 진정한 민주주의 모델이라 생각한다.

김 : 에너지 전환은 결국 현장에서 주민들이 상상하는 것이고 그 상상이 일상이 되는 거다. 현장은 무엇을 하고 싶은지 알아야 한다. 어디가 가렵고 무엇이 되고 싶은지 꿈을 꾸고 상상하는 게 제일 중요하다. 상상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그 상상을 반드시 실현 시켜줘야 한다. 자신의 상상이 실현되면 그 사람은 마을연구원이 된다. 성대골에는 마을연구원이 49명이다. 항상 불평 많은 민원인 취급을 당했는데 “어라. 이런 게 가능했어?”라고 생각이 바뀌면서 마을연구원으로서 고뇌와 번민이 시작되는 거다. “우리 동네 사람들은 왜 태양광을 달지 않을까? 무엇이 문제일까? 어떻게 해야 할까?”라는 고민과 번뇌.

마크 볼프람 교수는 리빙랩 평가포럼 때 큰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평가 자리에 산자부, 지자체뿐 아니라 청와대에서도 올 줄 알았다고 한다. 독일에서 성대골처럼 밑바닥부터 맨땅에 헤딩하듯 3년을 활동하고 이 정도 성과를 냈으면 중앙정부부터 관련자 모두가 와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자리에 참석한 정부 관련자는 서울시 과장 한 명이었다.

리빙랩을 3년 정도 해보니 ‘어떤 게 주민 갑질인지 알게 됐다’는 김소영 대표. 김 대표가 7년 동안 포기하지 않는 활동이 있다. 주거환경 개선 사업이다.

“마을 활동을 하면서 상상할 수 없는 집들을 수도 없이 방문했어요. 에너지는 아껴야 할 의무도 있지만, 에너지를 써야 할 권리도 있습니다. 에너지 빈곤층은 에너지를 쓰게 해야 합니다. 전기세 2만원까지는 지원해줘야 해요. 그래야 에너지를 안 써서 생기는 질환 즉, 저체온증으로 감기약을 밥 먹듯 달고 사는 주민이 줄어듭니다. 그 의료비로 전기요금 내주면 될 텐데 (복지서비스가) 왜 통합이 안 되는지 답답합니다. 내년에는 집수리 사업에 집중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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