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을 장난감처럼 가지고 논다는 성대골에 가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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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광을 장난감처럼 가지고 논다는 성대골에 가보니?
[사회적경제 ‘쨈’있는 인터뷰(7)] 성대골사람들 김소영 대표 인터뷰(1)
  • 2017.11.25 11:09
  • by 공정경 기자
 

정부는 성대골을 벤치마킹시킬 게 아니라 정부가 먼저 하면 됩니다. 국가가 안 하니까 이렇게 처절하게 하는 겁니다. 시스템과 제도로 프로세스가 작동하면 성대골처럼 처절한 경험 없이 다른 지역은 자연스럽게 따라가면 됩니다. 
성대골이 7년 동안 한 일을 7개월이면 할 수 있습니다.

 


성대골에너지전환마을 김소영 대표(성대골사람들)의 부르트고 찢어진 입술은 몇 달째 아물지 않는다. 탈핵 문제가 이슈화되면서 일주일에 보통 두세 언론사가 취재 나오고, 끊임없이 찾아오는 방문객, 전국 강연, 마무리해야 할 여러 사업으로 정신이 없었다.

에너지자립마을 성대골은 2010년 10월 성대골어린이도서관 개관을 시작으로 2011년부터 에너지에 대한 깊은 고민을 시작했다.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계기로 도서관지킴이들은 착한에너지지킴들로 거듭났고 2012년 에너지 전환을 위해 본격적인 실천 활동을 하게 된다. 서울 동작구 상도 3, 4동 주민 주도로 도시에서 처음으로 에너지전환마을 운동을 펼쳤고 서울시에 미니태양광을 소개한 곳이기도 하다.

2014년 10월 에너지&기후변화 강사양성과정을 시작했고 2014년 국사봉중학교와 장승중학교 정규 교과로 편성됐다. ‘기후변화와 에너지’라는 주제가 공교육 현장에서 국내 최초로 진행되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절전소를 시작으로 에너지축제, 에너지협동조합 마을닷살림협동조합, 마을기업 에너지슈퍼마켙, 미니태양광 DIY 제품까지 직접 개발하고, 에너지에 대한 고민과 번뇌로 국내 1호 리빙랩 프로젝트를 3년째 진행 중이다. 에너지전환의 선구자적 길을 걷고 있는 성대골사람들은 요즘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들어봤다.

태양광으로 충전한 LED전구에 OHP필름을 올려 만든 글자가 거리를 밝히고 있다. 

 
Q. 미니태양광에 관심이 많은데 엄두가 안 나서 설치를 못 하고 있다.

김소연 대표(이하 김) : 가전제품이라 생각하면 된다. 대만 정부가 에너지전환에 관심이 많아서 한국에 세 차례 방문했다. 서울시 ‘원전하나줄이기’ 정책과 성대골에너지자립마을에 관심이 많아서 10월에는 대만 정부 초청으로 대만에서 여러 워크숍과 강의를 진행했다. 백일타워 앞 아파트 베란다에 DIY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고 작동하는 모습을 보더니 “와~이게 되는 거야?”라며 함성을 질렀다. 접근하기 어려운 에너지생산물이라고 생각했는데 우리가 모니터나 밥솥처럼 가전제품 취급을 하니까 깜짝 놀라더라. 성대골은 태양광을 장난감처럼 가지고 논다. 미니태양광 DIY 제품도 개발해서 특허 출현도 했다. 대만 정부는 이미 탈핵을 선언했다. 그동안 에너지전환 모델을 모색하다가 우리가 방문한 이후 2025년 목표인 에너지 정책을 5년이나 앞당겼다. 그들의 빠른 흡수력이 놀랍다.

성대골에너지전환마을과 ㈜마이크로발전소가 1년여간의 리빙랩 방식을 통해 미니태양광 DIY 시제품을 지난 7월 1일 출시했다. 미니태양광 DIY 제품은 기존제품보다 저렴하다. 성대골에 미니태양광 DIY 제품을 설치한 세대수만 해도 200세대다.

Q. DIY로 설치하기 어렵지 않나?

김 : 설치인건비 10만원이 빠지면 자부담이 2만5천원 밖에 안 든다. 그러니 너도나도 설치하려고 한다. 3시간 집중 교육에 연구노트도 작성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지만, 다들 재밌어한다. 내 집에 내가 직접 설치하니까 미니태양광을 더 소중하게 생각한다. 업체는 자재비용이 들기 때문에 최적으로만 고정한다. DIY 설치 주민들에게 두 군데만 감으면 된다고 해도 여덟 군데를 꽁꽁 감는다. '내 꺼니까, 나의 소중한 태양광이니까'라는 애정이 크다 보니 비싼 와이어를 두 배 정도 쓰더라. 올여름 노루 태풍이 온다고 했을 때 카톡방이 난리가 났었다. “드릴 좀 빌려 달라, 와이어 한 번씩 더 묶어라”라며 직접 점검하고 관리한다. 농부와 같은 마음이다. 아무것도 모르면 점검과 관리 할 수 없다. 직접 설치했으니까 가능한 일이다.

낯설고 신기한 물건을 직접 설치했으니 자랑하고 싶은 마음도 크다. 이건 인버터, 이건 플랫케이블, 패널, 셀 등 어려운 전문용어와 원리도 다 배웠고, 심지어 옆집에 설치도 해줄 수 있다. 그러니 얼마나 자랑을 하고 싶고 써먹고 싶겠나. 어떤 어르신은 다이아몬드 반지 자랑하듯이 자녀와 손주에게 자랑하고, 비어있는 옥상이 있으면 “왜 미니태양광 설치 안 하느냐, 내가 도와줄 테니 설치해라”라고 권하기도 한다.

Q. 나 같아도 그러겠다. (웃음) DIY로 꼭 설치해보고 싶다.

성대골사람들 김소영 대표

 김 : 꼭 미니태양광을 설치할 필요는 없다. 햇빛발전소나 대용량 재생에너지 투자도 같은 개념이다. 예를 들어, 천만 원을 재생에너지에 투자했다 치자. 천만 원으로 한 달에 얼마만큼의 전기를 생산하는지 알게 되고 내가 곧 에너지 생산자가 된다. 내가 사용하는 전력량이 그보다 적으면 플러스 에너지를 사는 것이고, 많으면 아끼려고 더 노력하면 된다. 주식 투자하듯이 재생에너지 지분을 얼마나 가지고 있느냐가 중요하다. 그렇게 해야 전 국민이 에너지 전환에 참여할 수 있는 거다.

Q. 그런 생각은 안 해봤다. 개념 자체가 달라지는 수준이다.

김 : 전환이란 혁명이고 뒤집어지는 거다. 지금까지 정부가 전력을 생산하고 우리가 받아쓰는 방식으로 살았다. 이제는 에너지원을 국가가 완전히 주도했던 시절을 끝내야 하는 시기다. 혁신은 지금까지 있던 모든 것을 버려야 새로운 길을 갈 수 있다. 안 버리려고 기를 쓰면 못 간다. 성대골의 모델은 영국의 토트네스 마을이다. 그 마을에 갔더니 전환을 위한 정치적, 경제적, 문화적 요소 등이 깨알같이 적혀있었다. 전환하기 위한 개인의 요소에 ‘역사관, 세계관, 가치관, 신념까지도 버려야 한다’가 있었다. 패러다임이 바뀌는 차원이 아니라, 모든 걸 버리고 변해야 전환으로 갈 수 있다는 의미다.

성대골 6년 캠페인의 결과로 올 10월 재래시장인 성대시장 상가 34곳에 미니태양광을 달았다. 그것도 DIY로. 에너지 전환이란 시민 모두가 성대골 주민들처럼 재생에너지에 대해 자세히 알아야 한다는 뜻이다. 2015년 파리기후변화 총회에 가서 느낀 점이지만 이젠 더 이상 매장된 화석연료를 쓸 수 없는 시대다. 196개국이 갑자기 철이 들어서 기후변화 협상에 사인한 게 아니다. 막바지에 오니까, 선택할 수 없으니까, 어쩔 수 없으니까 사인을 한 거다. 

 
내 딸이 중학교 2학년인데 딸이 60살이 되는 2060년에는 지구의 온도가 3도 오른다고 한다. 1.5도 이상 오르면 안 되는데 3도 오른다는 것은 멸종한다는 뜻이다. 내 딸이 60살 되는 과정에 지구의 운명이 결정되는 거다.
 

Q. 자식이 60살 되는 과정에 지구의 운명이 결정된다니까 에너지 전환이 얼마나 중요한지 더 절실히 다가온다. 파리기후변화 총회에 직접 갔나?

김 : 역사적인 현장에 있어야 한다고 해서 성대골에서 16명이 갔다. 2주 동안 머물면서 데모도 했고 꿈에 그리던 우리들의 모델 영국 토트네스 마을도 갔다 왔다. 2013년에는 당시 에너지 전환마을 한국 사례가 없어서 27명이 1억 들여서 독일 에너지자립마을을 돌았다. 그것 때문에 시아버지 올라오고 곗돈 깼다고 부부싸움도 나고 그랬다.

Q. 곗돈 깨서 독일까지. (웃음) 그랬던 성대골이 이젠 대만 정부의 국가모델이 됐으니 정말 대단하다.

김 : 사람들이 제일 먼저 물어보는 게 ‘성대골에 태양광이 몇 개인가요?’이다. 그 질문을 받으면 답답하다. 우리가 무슨 중앙정부도 아니고 2020년까지 태양광 만개를 설치하겠다! 그런 것 아니다. 태양광 패널이 15만원이면 인버터가 15만원이다. 인버터 수명이 6~7년인데, 곧 인버터 교체 시기가 돌아온다. 2012~2013년 보조금 받아서 12만원 자부담으로 설치한 주민이 15만원을 들여서 인버터 교체를 안 할 수도 있다. 소중한 태양광이 발전을 안 할 수도 있다. 인버터 교체 대상 주민들을 찾아서 당시 인버터를 구해 교체하도록 해야 한다. 성대골에 들어온 태양광이 자기 수명대로 25년 될 때까지 발전할 수 있도록 유지보수, 관리하고 동네 에너지에 대해 모든 서비스를 하는 게 에너지슈퍼마켓과 주민 백업센터의 역할이다.

‘묻지마’ 설치로 개수 늘리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태양광 보급의 걸림돌은 무엇인지, 현재 수준에서 무엇을 바꾸는 게 중요한지’ 계속 문제의식을 느끼는 게 중요하다. 현장에서 운동해봤으니 문제의식도 클 수밖에 없다. 서울시 녹색에너지 과장보다 태양광에 대한 고민이 더 깊을 거다. (웃음) 이런 게 우리의 운동이다.
 

* 인터뷰 내용은 다음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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