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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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
[아프리카 소셜벤처 기행 ⑫] 아프리카에서 활동하는 의료 소셜벤처들
  • 2020.03.04 11:03
  • by 엄소희 (키자미테이블 공동대표)

코로나19가 일상을 압도하고 있다. 감염 및 확산 속도가 빠르고, 신종 감염병인지라 사람들의 두려움도 크다. 한 달이 넘게 이어지는 이 사태를 보노라면 2014년을 떠올리게 된다. 서아프리카에서 걷잡을 수없이 에볼라가 퍼지던 그때, 나는 카메룬에서 활동 중이었다. 기니, 시에라리온, 라이베리아 등을 거쳐 확산세를 거듭하던 에볼라는 카메룬이 이웃하고 있는 나라 나이지리아에서 다행히도 멈추었다.

한참 에볼라에 대한 소식이 국제 뉴스에 오르내리던 그 당시, 지인들에게 많은 안부 연락을 받았다. 에볼라가 그렇게 무섭다던데, 그렇게 빠르게 퍼지고 있다던데 괜찮냐면서. 지금과 비교해보면 새삼 헛웃음이 나오는 일인데, 가장 가까이 에볼라가 퍼졌을 때도 나이지리아와 카메룬 사이의 거리가 서울 부산 사이의 수십 배가 되는 거리였다. 이 좁은 국토 안에서도 발병자가 없는 시군 지역을 ‘청정 지역’이라고 부르는 걸 생각해보면, 당시 아프리카 대륙을 싸잡아 에볼라 덩어리로 대했던 우리가 얼마나 편협하고 배타적인 사고에 사로잡혀 있었는지 고개를 숙이게 된다.

▲ 에볼라 확산 당시 '에볼라 때문에 아프리카인을 받지 않겠다'고 써 붙여 논란이 되었던 이태원의 주점 모습 [블로그 캡쳐]

코로나19의 확산세가 이미 모든 대륙으로 뻗치고 있는 터라 '아프리카는 괜찮은지'에 대한 질문을 종종 받는다. 지난 2월 중순 경 이집트와 알제리에 확진자가 나오고, 2월 말에는 나이지리아에 확진자가 나오긴 했지만, 입국 직후 바로 발견한 터라 대륙 내 확산은 아직 없다. 유독 아프리카 대륙에서 질병이 유행할 때 걱정이 더 큰 이유는 보건 및 의료 시스템이 취약하기 때문이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에볼라가 확산되던 당시 나 또한 하루하루 불안감에 떨고 있었는데, 만약 그 병에 걸리게 되면 치료를 제대로 받을 수 없을 것이라는 두려움도 있었지만 그 이전에 내 주변까지 에볼라가 덮치는 것을 제때 알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더 컸다.

비전문가의 입장에서 단순하게 생각해보면, 질병을 치료하는 과정은 3단계로 나누어진다. 먼저, 그 질병에 대한 정보를 나와 이 사회가 알고 있는 것이다. 질병의 증상과 이름을 알고 있어야 그 증상이 나타났을 때 질병의 가능성을 떠올릴 수 있다. 신종 감염병에 대한 두려움이 큰 이유는 그 병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정보가 충분하고, 그 정보가 잘 공유된다면 두려움도 줄이고 예방도 할 수 있다.

두 번째는 그 질병을 진단할 수 있는 능력이다. 진단 능력은 질병의 심각성에 따라 신속성과 정확성을 필요로 한다. 카메룬에 있으면서 나이지리아의 에볼라가 걱정되었던 이유는 카메룬에서 에볼라를 정확히 진단할 수 있을까 하는 우려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 지역에서 비교적 흔한 말라리아나 장티푸스도 오진이 많은 편이니 걱정이 안될 수 없었다.

세 번째는 치료하고 회복하게 하는 능력이다. 치료제의 유무만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환자의 건강 상태를 살피며 적절한 의료 행위를 하고, 개인의 회복력과 면역력을 높이는 모든 과정이 여기에 포함된다고 생각한다.

아프리카의 보건 취약성을 개선하기 위해 앞서 짚은 세 단계에서 각각 정부, 국제기구, 민간의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특히 보건 관련 정보 공유를 위해 정부와 국제기구 간에 협력하는 사례는 보편화되고 있다. 최근 우리가 재난 문자를 통해 코로나 예방법이나 지역 사회 감염 정보를 전달받는 것처럼, 아프리카에서도 에볼라나 콜레라와 같은 질병이 유행하면 정부 부처에서 전 국민에게 문자 서비스를 통해 정보를 알리고 있다. 민간에서는 최근 의료 정보 플랫폼을 사업 모델로 하는 소셜벤처 및 스타트업도 많이 등장하였는데, 대개 환자와 의료 시설 간의 연결과 정보 공유 서비스를 제공한다. 나이지리아의 Medexperts나 남아공의 Santé Africa 등이 대표적이다.

진단 및 치료의 영역은 높은 수준의 기술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아직 아프리카 내에서 자체 개발한 기술이나 이를 바탕으로 한 비즈니스는 찾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국제적 차원에서 보면, 치료법이 확실하고 영향 범위가 넓은 질병에 대해서는 소셜벤처들이 속속 생겨나고 성장하고 있는 중이다. 특히 말라리아의 경우, 발병 사례의 90%가 아프리카에 집중되어 있고 영유아의 사망률도 높기 때문에 말라리아에 집중한 소셜벤처들이 많이 생기고 있다. 국내 스타트업 중에도 '노을NOUL'이라는 기업이 저렴한 가격에 말라리아를 진단할 수 있는 키트를 개발하여 말라위에서 사업을 진행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말라리아에 집중하는 소셜벤처로 흥미롭게 본 사례는 케냐에서 활동하고 있는 네덜란드 벤처인 'MOMALA'이다. MOMALA는 스마트폰을 활용한 말라리아 진단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한다. 현미경 렌즈에 대고 스마트폰 카메라로 사진을 찍으면, 기존 말라리아 혈액 데이터와 비교해 말라리아를 진단하는 방식이다. 머신러닝을 통해 지속적으로 데이터를 확보하면서 정확도를 높인다. 말라리아의 빠르고 정확한 진단이 가능하고 진단 키트를 계속적으로 구매할 필요 없이 즉각적인 검사와 진단이 가능하다.

▲ MOMALA의 작동 방식 ⓒ MOMALA

데이터 축적과 정보 공유의 정도를 더욱 넓게 접근하는 경우도 있다. 미국의 HEMEX HEALTH가 그렇다. 나이지리아에 집중하여 사업을 펼치고 있는데, 말라리아를 비롯해 겸상 적혈구 빈혈증(적혈구 모양이 낫 모양으로 변형되는 질병)을 진단하는 기기를 개발하였으며, 모바일 데이터 네트워크를 통해 이 정보를 의료진에게 공유하여 환자의 데이터 관리, 질병 감시 및 연구에 활용하고 있다.

▲ HEMEX HEALTH의 SMART 시스템 연결 구조도 ⓒ HEMEX HEALTH

여전히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대부분의 나라에서 의료 시설 및 의료인의 부족으로 질병 관리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보건 의료 분야는 전문성과 기술력을 요하는 분야인 만큼 진입 장벽도 높은 편이지만, 적지 않은 사회적기업가들이 소명을 가지고 도전하는 분야이기도 하다. 매년 많은 소셜벤처들이 적절한 의료 서비스를 통해 더 많은 사람들이 건강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다양한 측면에서 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다. 이들의 연구와 도전이 각 지역과 계층의 사각지대를 비춰줄 수 있지 않을까. '잘 사는 것'의 시작은 '건강' 아니던가. 함께 라면 극복할 수 있다고 믿는다. 코로나도, 그 어떤 질병도.

 

엄소희
케냐와 카메룬에서 각각 봉사단원으로 활동하면서 아프리카에 각별한 애정을 갖게 됐다. 좋아하는 것(먹는 것과 관련된 일)과 하고 싶은 것(보람 있는 일), 잘하는 것(사람들과 소통하는 일)의 접점을 찾다가 아프리카 르완다에서 아프리카 음식점을 열었다. 르완다 청년들과 일하며 '아프리카 청춘'을 누리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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