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성을 옹호하고 지키는 사회적금융이 필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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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성을 옹호하고 지키는 사회적금융이 필요해!
[굿, 파이낸스 ⑧] '코로나 시대의 사랑'이 전하는 혐오를 넘어선 사랑
  • 2020.03.02 15:44
  • by 김이준수 (한국사회가치연대기금 기금사업실)

금융은 혈맥에 비유되곤 합니다. 돈이 오가는 행위를 통해 기업을 비롯해 경제가 원활하게 돌아가게끔 돕습니다. 금융은 따라서 사회 유지와 발전의 중요한 시금석입니다. 특히 순환은 금융의 중요한 작동원리입니다. 피가 돌지 않으면 사람이 죽듯이 돈이 돌지 않으면 사회가 작동을 멈추기 때문입니다. 돈이 필요한 곳에 돈을 흐르게 하는 것이 금융의 기본 역할입니다.

사회적금융은 사회적경제 활성화의 핵심입니다. 사회적경제가 원활하게 돌아가면서 다양한 사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힘을 불어넣는 것이 사회적금융입니다. 순환을 통해 다양한 사회적 자산을 만들고 사회적 관계를 새롭게 조직해나가는 수단이기도 합니다. 이런 사회적금융이 기존 금융 관행의 구심력을 벗어나 새로운 질서를 만들 때 사회적경제도 단번에 도약할 것입니다. 라이프인과 한국사회가치연대기금이 사회적금융에 대한 인식 확산과 접근성 향상을 돕기 위해 [굿, 파이낸스] 연재를 시작합니다. 이를 통해 독자 여러분이 새로운 질문을 던지고 인식의 폭을 확장하길 기대합니다. 

 

《콜레라 시대의 사랑》 ⓒ 믿음사

"콜레라는 피부색이나 가문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콜레라 시대의 사랑》(1985년 발표)은 이렇게 썼다. 라틴아메리카 출신 대문호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1982년 노벨문학상)의 작품이다. 19세기 후반~20세기 초반이 배경이었던지라 맞는 말이었을 것이다. 지금 '코로나 시대'는 어떨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도 세계보건기구(WHO) 말마따나 국경, 민족, 빈부 등을 따지지 않지만, 사회구조 상 더 위험한 환경에 노출된 사람들이 있다. "질병의 사회적 원인은 모든 인간에게 동일하게 분포되어 있지 않습니다. 더 약한 사람들이 더 위험한 환경에 살아가고 그래서 더 자주 아픕니다."(《아픔이 길이 되려면》, 김승섭 사회역학자)

한데 일상을 삼킨 코로나19보다 더 무섭고 극악한 '혐오 바이러스'가 창궐하고 있다. 인간의 더없이 약한 구석을 파고들어 영혼을 잠식한다. 의도치 않게 코로나19에 감염된 이들에게 국적, 인종, 종교 등을 들어 낙인을 찍는다. 많은 언론이 이를 부추기고 불확실한 정보로 과도한 불안·공포를 조장한다. 2012년 만들어진 '감염병 보도준칙'은 "기사 제목에 패닉, 대혼란, 대란, 공포, 창궐 등의 단어를 삼간다"고 했지만 이도 내팽개쳤다. 특정 지역에 확진자가 나올 때마다 쓰는 '뚫렸다'는 표현은 또 어떤가. 사전을 보면 '뚫다'는 구멍을 낸다는 뜻 외에 막힌 것을 통하게 하거나 장애물을 헤친다는 의미다. 틀린 표현은 아니나 사려 깊지 않은 선정적 표현이다. 방역에 힘 쏟는 당국자·의료진이나 해당 지역주민에게 예의가 아니다. 이런 혐오를 부추기는 표현들은 타인의 고통과 불행에 대한 감수성과 공감 능력을 상실했다는 징표다.

ⓒunsplash

코로나19 창궐 이유는 복합적이지만, 생물다양성 파괴도 한몫 차지한다. WHO 피터 벤 엠바렉 박사는 "과거 우리가 접하지 못했던 야생동물 종과 서식지를 접촉하고 과거에 만나지 못했던 완전히 새로운 바이러스에 노출되고 있기에 신종 질병을 얻었다"라고 말한 바 있다. 무분별한 개발에 따른 서식지 파괴와 생물다양성 훼손으로 야생동물이 인간 근거리에 살 수밖에 없고 접촉이 잦아졌다. 또 불법 밀렵과 거래를 통해 야생동물은 비위생적 환경에서 살아가게 됐다. 야생동물은 바이러스를 통해 인간을 죽일 의사가 없다. 생태계 다양성과 연결성을 말살하고 끊은 인간이 자초한 일이다. 잘못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지만 인간은 타인을 향한 혐오에만 열 올리고 있다.

<기생충>이 쏘아 올린 다양성이라는 화두

생태계뿐 아니다. 인류 내부의 다양성도 중요한 화두다. <기생충>이 일군 미국 아카데미 4개 부문 수상은 상징적이다. 여러 분석이 있지만, 나는 <기생충>의 수상을 다양성 측면에서도 바라본다. 좋은 작품성은 기본으로 미국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회원 수 8469명)가 다양성에 눈을 뜬 것은 아닐까. 백인, 남성, 영어 중심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던 91년 아카데미 역사에 <기생충>이 가한 균열은 더욱 다양한 층위에서 다양성을 배양하리라 기대한다.

한국 사회는 어떨까. 최근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전환하고 숙명여대에 합격한 사람이 입학 등록을 포기했다. 그는 이렇게 썼다. "그 누구도 항상 사회적 다수자일 수는 없으며, 그 누구도 항상 소수자인 것은 아니다.(…) 이 사회가, 모든 사람의 일상을 보호해 주기를, 다양한 가치를 포용할 수 있기를 바란다. 또 그런 길 만이 우리 사회를 지속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그는 글 끝에 '하나의 날갯짓이 커다란 폭풍이 되었음을 바라보며'라고 썼다. 이에 앞서 군 복무 중 성전환 수술을 받아 강제 전역을 당한 변희수 전 육군하사가 있었다. 변 전 하사는 전역 결정을 재심사해달라고 육군에 인사소청을 냈다. 두 날갯짓은 위대하다. 이 사회의 다양성 게이지를 크게 흔들 수 있는 계기를 던졌으니까.

물론 생태계든 인류 사회든 단박에 다양성을 획득하는 일은 없다. 하지만 우리는 선택을 통해 파문을 내면서 더디더라도 좋은 방향으로 걸어갈 수 있다. 미국 사회운동가이자 1987년 '올바른 삶을 기리는 상'(The Right Livelihood Award)을 탄 프란시스 무어 라페는 이렇게 썼다.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세계를 변화시키지 말지가 아니라, 어떤 방향으로 세계를 변화시킬 것인가, 이다."(《살아 있는 민주주의》)

다양성을 지지하는 사회적금융

사회적금융은 사회 및 생태계 다양성을 높이는 활동에 동참한다. 북미 최대 신용협동조합인 데자르댕(Desjardin)은 다양성과 포용을 중요한 가치(Diversity makes us stronger)로 삼고 있다. 성별, 세대, 출신, 문화, 성적 취향, 경험, 능력 등에 관계없이 다양성 구현을 중요한 사회적 가치로 놓는다. 이를 위해 은행 로고나 지점에 LGBTQ(레즈비언, 게이, 양성애자, 트랜스젠더, 퀴어(성소수자 전반) 혹은 퀘스처닝questioning(성정체성을 갈등하는 사람))를 상징하는 무지개빛 색깔을 입히거나 슬로건을 붙여 놓는가 하면 임직원은 LGBTQ커뮤니티나 축제인 '몬트리올 프라이드 퍼레이드'에 참여한다. 개방성과 포용성을 촉진하는 이니셔티브를 지원하는 것도 데자르댕 사업 중 하나다.

▲ 데자르댕 무지개 로고 ⓒ Desjardin

이는 다양성이라는 사회적 가치 추구만을 위한 게 아니다. 비즈니스 차원에서도 유리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14개 회원국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LGB비율(트랜스젠더는 미조사)은 성인 인구의 2.7%였다. 트랜스젠더 등을 포함하면 더 높아질 것이다. 미국도 2014년 조사에서 성소수자 비율이 3%였다. 성소수자는 물론 성소수자 권리 옹호 등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같은 활동에 적극적인 금융기관을 선호하고 이용할 것이다.

코로나19 창궐 이후 정책자금과 기존금융권뿐 아니라 비플러스, 신나는조합, 전국주민협동연합회, 재단법인 밴드, 한국사회혁신금융(주) 등 사회적금융기관들도 바삐 움직이고 있다. 만기 연장뿐 아니라 긴급 운영자금 대출 등 사회적경제기업이 처한 어려움 해결에 나서는 한편 구제금융 등도 검토하고 있다. 이는 당면한 코로나19 피해를 극복하기 위함이자 크게는 생물다양성을 지키기 위한 노력이다.

지금 바이러스(코로나19)는 연결된 세상의 그림자(위험)를 극명하게 알려주고 있다. 나만 잘한다고 되지 않는다. 세계는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다른 한편, 연결된 세상의 빛(연대)과 힘도 드러나고 있다. '#힘내요 대구·경북'을 비롯해 '착한 임대인 운동', 앞뒤 재지 않고 대구·경북으로 향한 의료진과 봉사자 등 코로나에 맞선 상생 물결이 차오르고 있다. 다만 코로나19에 기생해서 낙인·배제·혐오·불안을 토해내는 일부 정치인에게는 진짜 방역이 필요하다.

그동안 한국 사회를 바꾼 여러 변곡점이 있었다. 이번 코로나19는 IMF 사태, 세월호 참사에 이은 변곡점이 될 것이다. 연결된 세계를 생각하다 보니 드라마 <스토브리그>의 마지막 내레이션에 도달한다. "강한 사람이 아니어도 괜찮습니다. 우리는 서로 도울 거니까요." 《콜레라 시대의 사랑》과 '코로나 시대의 사랑'은 어떻게 다르고 같을까. 전자에서 세계의 연결은 좁고 희미한 반면 후자는 불안과 공포를 동반해 '초연결된 존재'의 세계를 보여준다. 그리고 같은 점은 사랑이, 이긴다! 나는 거듭 이 말을 되새긴다. 사랑이 혐오를 이긴다. 여기서 나는 조사 '이'를 썼다. 《칼의 노래》 첫 구절을 쓰면서 '꽃이 피었다'와 '꽃은 피었다' 사이에서 고민했던 김훈 작가의 결론을 따랐다. 그는 '꽃이 피었다'는 사실의 세계를, '꽃은 피었다'는 의견과 정서의 세계를 진술한다고 했다. 고로, 사실의 세계를 진술한다는 마음으로 나는 다시 쓴다. 사랑이 혐오를 이긴다.

▲ '스토브리그'(SBS) [방송 캡처]

사랑은 곧 다양성이다. 앞서 숙대 입학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이는 이렇게 말했다. "성숙한 사람에게 있어서, 미지의 존재에 대한 공포는 더 알아가고자 하는 호기심이 되어야지, 무자비한 혐오여서는 안 된다. 이러한 혐오는 진정한 문제를 가리고, 다층적인 해석을 일차원적인 논의로 한정시킨다. 이러한 무지를 멈추었을 때만, 사회의 다양한 가치들을 이해하고, 보다 건설적인 방향으로 공동체를 발전시킬 수 있다."

우리는 답을 찾을 것이다. 늘 그랬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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