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동조합, 플랫폼 자본주의의 대안이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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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동조합, 플랫폼 자본주의의 대안이 될 수 있을까?
[퀘벡 사회적경제 이야기 ⑦] 로컬 모빌리티 협동조합 글로벌 연합체를 꿈꾸는 소셜 벤처 '에바(EVA)'
  • 2020.02.07 16:11
  • by 김진환 (사회적경제 국제교류센터 연구원)
16:58

'사회적경제 국제교류센터 CITIES'는 각 나라의 사회적경제간 지식 공유와 혁신의 확산을 위한 활동가들의 교류를 활성화 하자는 취지로 만들어진 조직으로, 2016년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열린 제 2회 국제사회적경제포럼 GSEF에서 참가자들의 결의로 출범했다.

사회적경제 모범사례와 관련 지식의 확산을 도모하는 '사회적경제 국제교류 센터 CITIES'와 '라이프인'이 캐나다 퀘벡주의 사회적경제의 전반을 소개한다. 공정무역 이야기를 시작으로, 사회적경제 생태계, 사회적금융, 사회적주택, 돌봄 사회적기업 등 다양한 이야기가 이어진다.

우버와 같은 플랫폼 기업은 혁신적인 서비스와 불안정노동의 확산이라는 양면을 가지고 있기에, 우버가 도입되는 곳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기존 산업 관련자들과의 갈등을 야기하며 격렬한 분쟁이 벌어진다. 

퀘벡주의 경우는 분란이 유독 심했다. 한국이야 주말마다 광화문에서 시위를 보는 것이 일상적이라지만 시위가 그다지 일상적이지 않은 퀘벡에서 택시노조의 대규모 시위는 전 사회적인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우버 표식을 단 자동차가 분노한 택시기사들의 계란 세례를 받기도 했다. 시민사회에서도 불안정 노동 등 여러 이슈를 들어 우려를 표시하여 주 정부는 쉽사리 허가를 내 주지 못하고 1년 마다 갱신해야 하는 임시 허가만을 내주었다. 

그러나 우버의 편리한 서비스는 퀘벡에서도 이용자들에 어필했고 다른 곳보다 더 많은 우여곡절에도 불구하고 빠르게 시장에 침투했다. 2015년 11월, 몬트리올에서 서비스를 시작한 지 불과 1년 만에 우버 이용 횟수가 월 30만 회까지 빠르게 증가했다. 우버는 이용자 편의성과 일자리 창출이라는 논리를 내세워 정부를 설득했고, 마침내 임시 허가를 받아 영업을 시작한 지 5년만인 10월 10일 '유료 운송 이용 승객에 관한 법률'이 퀘벡 의회를 통과함과 동시에 완전히 합법적인 서비스로 공인받게 되었다. 

▲ 2019년 10월 10일 퀘벡 정부는 우버의 시범 사업이 만료되기 며칠 전에 새로운 택시 법안(Bill 17)을 통과시켰고, 퀘벡의 택시노조는 대규모 시위를 열었다. ⓒCityNews 캡쳐

유난히 길고 격렬했던 우버를 둘러싼 노동계 및 시민사회의 반발은 우버의 퀘벡 진출을 막아내지는 못했지만, 퀘벡에서는 다른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는 유일무이한 사건이 일어났다. 우버가 유발하는 여러 사회적인 문제점 없이 유사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모빌리티 협동조합을 표방한 새로운 조직이 탄생한 것이다.

에바 협동조합(이하 에바)은 학부와 군 복무를 갓 마친 다단 이수피와 소프트웨어 개발자로 활동하고 있던 라파엘 고드로가 2014년 우버의 문제점에 대해서 토론하던 와중에 시작하였으며, 준비 과정을 거쳐 2019년 5월 13일 정식으로 영업을 시작하였다.

▲ 에바 협동조합은 창업자 (오른쪽부터)라파엘 고드로, 다단 이수피가 21세와 22세일 일 때 우버의 문제점에 대해 토론하던 와중에 만들어 졌다. ©Lauriane Gervais-Courchesne

이제 갓 시작한 창업기의 스타트업일 뿐이지만, 퀘벡 안팎에서 에바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어쩌면, 협동조합 형태의 모빌리티 쉐어링 플랫폼은, 고용 없는 성장, 인공지능과 플랫폼 자본주의의 시대에 새로운 대안이 될 수도 있을까? 에바에 대한 여러 가지 의문을 해결하기 위하여, 에바 관련자들을 직접 만나보기로 했다.

가장 먼저 에바를 시험 이용해보고 에바 드라이버들을 만나보았다

많은 드라이버가 과거 우버를 이용했거나, 아직도 우버와 에바를 동시에 사용하고 있었다. 에바를 선호하는 이유를 묻자, 가장 많이 나온 대답은 'Money stays in Quebec(퀘벡에 돈이 머문다).' 물론 에바를 통해 콜을 잡아 라이드를 뛰면 승객이 지불하는 요금의 85%를 받아 70% 를 받는 우버의 경우보다 15% 더 받는다는 것도 중요한 이유였는데, 적지 않은 운전자들이, 우버의 비즈니스 모델이 퀘벡 경제에 장기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협동조합이 갖는 특성에 대한 이해는 사람마다 다르긴 했지만, 그동안 교육의 성과인지, 협동조합이 익숙한 퀘벡의 특성인지, 상당히 높은 편이었고, 협동조합의 조합원이라는 것에 대한 자부심도 느낄 수 있었다.

우버가 이용자들에게 편리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기존에 없던 혁신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정식 영업 허가 이후에는 더더욱 급속도로 확산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이용자가 혁신을 선택한다고 해서 아무 문제가 없다고 할 수 있을까? 

공항에서 에바앱을 사용하고 있는 고객 ©Marie-Eve Guay

에바의 창업자, 다단 이수피 대표를 만났다

먼저, 에바를 창업하게 된 동기를 물었다. 이수피 대표는 "우버, 에어비앤비와 같은 긱이코노미 기업(Gig economy, 필요에 따라 기업들이 단기 계약직이나 임시직으로 인력을 충원하고 대가를 지불하는 형태의 경제)들은 크게 세 가지 심각한 문제점을 유발한다. 첫째 경제의 탈지역화를 가속한다. 매 거래에서 발생한 이익은 현지에 남지 않는다. 세금회피를 위해 국경을 넘어 이동하기도 한다. 둘째 플랫폼 기업들이 개인정보를 수집, 활용하여 이윤을 얻는다는 점이다. 페이스북과 마찬가지로, 고객 이동에 관한 정보는 데이터로 수집되어 활용될 수 있는데, 데이터의 소유권은 플랫폼 기업에 있다. 우리는 이것이 매우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해왔다. 마지막으로 불안정 고용의 확산이다. 우버와 같은 긱이코노미기업의 확산은 지난 세기 이룩한 노동권 사회권 인권의 진보에 역행하는 변화를 초래할 것이다."라고 이야기했다.

▲ 에바협동조합 다단 이수피 대표 ⓒEva

협동조합 비즈니스의 효과, 플랫폼 비즈니스에도 적용할 수 있을까?

에바의 로컬 모빌리티 협동조합 모델에서 수익은 각 지역에 머무르게 되며, 블록체인 기술로 암호화된 이용자 개인정보는 악용의 우려 없이 이용자와 운전자간 거래를 중개할 수 있으며, 플랫폼 참가자들이 소유권을 가지는 협동조합 모델 속에서 조합원들은 우버의 긱이코노미 모델보다 안정적인 생활을 할 수 있다.

그러나 협동조합 비즈니스 모델은 지역 경제 활성화에는 효과성이 입증되었지만 전 세계를 무대로 하는 플랫폼 비즈니스에는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까? 질문을 해소하기 위해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부분은 지배구조와 의사결정 구조인데, 지배구조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가 의외의 사실을 알게 되었다. 에바가 글로벌 확장을 위해 '소셜 프랜차이즈'의 모델을 당초부터 염두에 두고 있었으며, 장기적으로는 로컬 협동조합들의 글로벌 연합회 모델을 지향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현재로서는 소셜 프랜차이즈의 본부 역할을 에바 글로벌이 맡고 있으나, 장기적으로 에바 글로벌의 비전은 세계 곳곳에 협동조합이 생기고 난 후 그 협동조합들의 연합체가 되는 것이다. (에바 글로벌은 당초 재단법인 형태로 설립되었으나 투자유치의 문제로 주식회사로 전환, 현재는 주식회사 법인이다.)

그렇다. 에바 네트워크에는 두 가지 형태의 법인이 존재한다. 먼저 블록체인 기술을 보유한 에바 글로벌이 먼저 설립되었고, 이어서 주로 몬트리올을 무대로 활동하는 퀘벡주의 로컬 협동조합이 설립되었다. 

에바 글로벌은 각 지역에서 플랫폼을 활용하여 협동조합을 설립 운영할 수 있도록 돕는 소셜 프랜차이즈의 본부 역할을 한다. 남북 아메리카, 아시아, 아프리카 등 전 세계 곳곳에 로컬 협동조합의 설립에 관심이 있는 그룹들이 연락해오고 있는데, 실제 법인 등기까지 이루어진 곳은 2020년 현재 캐나다 알버타 주의 캘거리 협동조합이 있다. 

에바 퀘벡 협동조합은 퀘벡 협동조합법에 의거한 연대협동조합, 한국 독자들에 익숙한 용어로 하면 '다중이해 협동조합'으로서, 운전자 조합원, 승객 조합원, 노동자 조합원 세 가지의 조합원 형태가 한 개의 협동조합 법인에 공존하고 있다. 

▲ 에바 협동조합은 3가지(운전자, 승객, 노동자) 조합원이 공존하고 있다. ⓒEva

퀘벡의 협동조합 법에 따라 각 유형의 조합원들은 일반적인 협동조합의 조합원과 같은 의무와 권리가 있다. 퀘벡의 최소 출자금인 10달러가 조합 가입 조건인데, 운전자와 승객 조합원들에게 10달러 지출이 서비스 이용을 시작해 보는 데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이용 횟수 1회당 50센트씩 차감되도록 앱을 구성했다. 노동자 조합원은 취업 후 첫 번째 급여에서 가입비가 공제된다. 협동조합에서 이익이 발생하면 이익 배분은 조합원 총회 의결을 통해 이용 횟수에 비례하여 조합원 배당금(리베이트)을 받을 수 있다. 

각 지역 협동조합에서 그 지역 상황에 따른 현지화 니즈가 있으면 거기에 맞춰 앱을 수정하는 것도 어렵지 않다. 방글라데시에서는 툭툭 운전자들이 협동조합을 조직하여 에바 앱을 사용하게 할 수도 있다. 기존에 있는 택시 협동조합이 에바 앱을 사용할 수도 있고, 몬트리올의 경우처럼 새로 운전자들이 협동조합을 지원할 수도 있다. 새롭게 협동조합이 설립될 때에는 가급적 현지의 협동조합 전문가가 결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퀘벡의 사회적경제 생태계와 에바 협동조합 

다음으로는 퀘벡 특유의 사회적경제 생태계가 협동조합 설립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자본 조달은 어떻게 진행되었는지, 퀘벡의 다양한 사회적경제 주체들이 에바 설립에 도움을 주었는지 궁금했다.

에바 글로벌이 먼저 설립되고 협동조합이 나중에 설립되었지만, 자금 조달은 오히려 협동조합 쪽이 더 먼저 진행되었다고 한다. 협동조합 법인의 경우 자본 조성작업이 1단계 마무리되어 합계 약 70만 달러를 조성했으며, 에바 글로벌의 자본 조성은 계속 진행 중이다.  

에바의 자본조성에는 퀘벡투자공사(IQ), 퀘벡사회투자네트워크(RISQ), 데자르뎅 등 사회적금융 기관들이 참여해 원리금 상환의 상당기간 면제, 이자 면제, 낮은 이율 적용 등 창업기업을 위해 설계된 조건을 제공했다. 특히 데자르뎅 회원 신협 중 사회적투자의 선두 주자인 데자르뎅 연대경제금고 등이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금융기관은 아니지만 퀘벡 협동조합 공제회 연합회(CQCM), 몬트리올 중소기업센터(PME Montréal), 퀘벡 협동조합 지원센터(CDRQ) 등 관련 기관들에서 보조금 지원, 컨설팅 등 많은 지원을 제공해 주고 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협동조합과 사회적경제 관련 투자 기관들이 많이 있고, 민간과 공공영역에 다양한 협동조합 지원 기관이 존재하는 것이 도움이 된 것은 분명해 보였다. 

이수피 대표는 금전적 지원 못지않게 여론 조성이나 대정부 로비 등에 사회적경제 조직들이 도움을 준 것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사회적경제 국제센터(CITIES), 사회적경제 샹티에(Chantier)의 주요 인물들이 정부 정책 결정자들 또는 사회적경제 관련자들을 소개해 주고, 때로는 함께 로비를 하는 등의 방식으로 협동조합의 설립, 영업 허가, 자본 조성 등 스타트업 성장의 전 단계에서 많은 도움을 주었다고 한다.

에바 협동조합의 가장 중요한 혁신 '블록체인'

기술적인 부분에서는문외한이기는 하지만, 기술적인 요소가 에바의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이기 때문에 기술적인 요소를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에바의 블록체인은 암호화폐에서 사용되는 블록체인과는 어떤 관계가 있는가, EOS, 토큰, 블록체인 등의 개념이 에바에서 어떤 중요성을 갖는가 물어보았다.

▲ EOS는 블록원(block.one)이라는 회사가 2018년 6월에 공개한 오픈소스 플랫폼이다. EOS 기술을 활용하는 회사들 간에는 글로벌 네트워크가 형성되어 있는데, 블록원에 따르면 에바가 EOS 기반 플랫폼 중 규모 면에서 전 세계 상위 5개에 속한다고 한다. ⓒEOS

블록체인은 암호화폐에 있어 핵심적인 기술이지만 블록체인과 암호화폐를 동일시할 필요는 없다. 에바에서 블록체인의 중요성은 이용자의 데이터 프라이버시를 보장하는 수단이다. 에바가 페이스북과 같은 글로벌 플랫폼으로 성장한다고 하면, 누군가는 축적된 이용자 정보를 이용하여 이익을 얻고자 하는 사람이 생길 수 있다. 

블록체인은 이를 원천적으로 방지하며 거대한 플랫폼이 된 후에도 안전한 거래 플랫폼으로 유지할 수 있는 핵심적인 기술혁신이다. 이수피 대표는 에바의 가장 중요한 혁신이 바로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한 거래 플랫폼이라고 강조했다. EOS는 블록체인 시스템을 만들 수 있는 데이터 베이스 구축을 위한 여러 가지 프로토콜 중 하나이다. EOS는 블록원(block.one)이라는 회사가 2018년 6월에 공개한 오픈소스 플랫폼이다. EOS 기술을 활용하는 회사들 간에는 글로벌 네트워크가 형성되어 있는데, 블록원에 따르면 에바가 EOS 기반 플랫폼 중 규모 면에서 전 세계 상위 5개에 속한다고 한다. 기술 커뮤니티로서의 EOS 네트워크는 에바의 중요한 우군 중 하나이기도 하다.

이수피 대표와 얘기를 하다 보니 EVA의 미래 전략 중 가장 중요한 것이 전 세계 곳곳에 에바의 파트너 로컬 협동조합이 많이 설립되는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렇다면 한국에서 에바의 로컬 협동조합을 출범하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지금까지 에바 퀘벡 협동조합이 진행한 작업들은 쉽게 전수가 가능하다. 앱은 이미 만들어져서 실 사용자들에 의해 지속적으로 테스트되고 있고, 몇 가지 현지화와 번역 작업만 하면 단 몇 주 안에도 기술적으로 필요한 일은 마칠 수 있다. 사회연대경제 분야 그룹이 협동조합 및 지배구조 작업을 맡고, 기술 관련 자문해 줄 수 있는 파트너가 결합해 준다면 더욱 쉽게 현지화가 가능할 것이다.

상거래를 온라인으로 할 수 있도록 하는 앱은 이미 많이 존재하고 있지만 블록체인 기반 기술은 드물다. 디지털 협동조합에 가장 적합한 형태는 블록체인 기반 플랫폼이다. 블록체인은 디지털 민주주의의 중요한 인프라이다.

에바는 디지털 협동조합이 협동조합 운동의 미래이고, 블록체인이 가장 핵심적인 기반기술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에바와 같은 대안적인 서비스가 시장에 진출하지 못하면 우버나 리프트와 같은 회사가 시장을 선점할 것이다. 서두에 우버나 리프트의 단점을 지적한 바 있다. 긱이코노미의 확산은 그동안 인류가 축적해 온 노동권의 진보, 노동조합과 노동권, 사회권, 양성평등, 인권, 모든 분야에서 이뤄낸 진보를 역행하는 변화를 가지고 올 것이다. 

▲ 에바협동조합은 디지털협동조합이 협동조합 운동의 미래이며, 블록체인이 가장 핵심적인 기술기반이라고 생각한다. ⓒEva

에바는 일하는 사람의 권리를 증진시키는 방향으로의 진보를 지향한다. 긱이코노미의 노동자들은 사회보장제도의 혜택을 받지 못하며, 출산휴가도, 보험 혜택도 없다. 모빌리티 서비스에서 나아갈 방향은 디지털 플랫폼 협동조합이다. 우버와 같은 공유경제의 장점을 공유하면서 민주적인 지배 구조의 비즈니스 모델을 제시한다. 노동권과 사회의 진보를 선도한다. 이수피 대표는 모든 도시에 모빌리티 협동조합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꼭 에바가 아니라도 협동조합으로 말이다.

디지털 플랫폼 협동조합의 성공을 위해 가장 중요한 요소가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 이용자 정보를 탈 중앙화하여 권력을 독점하는 곳이 생기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에바는 필요한 기술을 개발했고, 서울이나 한국의 다른 도시의 협동조합 전문가들과 협력할 수 있는 기회가 온다면, 우리도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을 것이고, 한국의 모빌리티 협동조합 설립에 많은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에바 퀘벡 협동조합을 통해 일어나는 거래를 통해 만들어진 수익은 다른 곳에 가지 않고 몬트리올에 남는다. 만약 한국에서 에바 파트너 협동조합이 설립되어 거래가 일어난다면, 마찬가지다. 돈은 한국에 남고, 거래에 참여한 당사자들을 위하여 사용된다. 한국에서도 관심있는 분들과 협력할 수 있는 기회를 희망한다.

에바의 이수피 대표와의 대담을 통해 로컬 모빌리티 협동조합의 글로벌 연합체를 꿈꾸는 소셜 벤처 에바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해 보았다. 에바는 정식 영업을 시작한 지 채 1년이 안된 소셜 벤처이다. 인터뷰하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장기적인 비전을 로컬 모빌리티 협동조합들의 글로벌 연합체로 보고 있는 것이었다. 이수피 대표는 에바의 기술이 각 지역에 조직되는 협동조합들의 니즈에 맞게 재구성하는 것이 기술적으로 어렵지 않다고 했다. 아마도 어디에서나 관건은 지배 구조가 건전하고 튼튼한 로컬 협동조합을 조직하는 일일 것이다. 

최근 한국에서 택시 협동조합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모습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협동조합의 틀을 갖추고 있다고 해서 모두 협동조합다운 운영을 보장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인터뷰 내용과 연차총회를 통해 공개된 재정상황, 그리고 언론 보도를 보면 퀘벡 협동조합은 재정과 운영, 조합원의 참여 측면에서 순항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에바 퀘벡 협동조합이 많은 장애에도 불구하고 순조롭게 성장해가고 있는 것은, 협동조합센터나 샹티에, 연대경제금고 및 협동조합공제회연합회 등 퀘벡의 든든한 협동조합-사회적 경제 생태계가 금전적인 도움이 바탕이 되었을 뿐 아니라, 협동조합의 지배구조를 건전하게 만들어가는 과정에서의 노하우 전수, 그리고 정부 정책과 규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도록 사회적경제 생태계의 여러 사람이 함께 노력하고 있는 것이 적지 않게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 에바협동조합 다단 이수피 대표 ⓒEva

에바가 순항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에바가 그리는 비전처럼 우버를 대체하는 로컬 모빌리티 협동조합의 글로벌 연합체가 성공하려면, 갈 길이 멀다. 우버가 빠른 시일 안에 확산했던 것 같은 빠른 확산은 기대하기 어려울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에바의 성공은 튼튼한 로컬 협동조합의 구축 여부에 달려 있는데, 하루아침에 이룰 수 있는 일도 아니거니와, 모든 지역에 퀘벡처럼 새로운 협동조합을 육성할 수 있는 생태계가 갖춰져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몬트리올에서 막 시작한 디지털 모빌리티 협동조합이 안정적으로 지속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여러 곳에서 하나씩 둘씩 대안적인 협동조합들의 설립이 이어질 수도 있을 것이다.  

다단 이수피 대표가 희망하는 것처럼, 한국에서도 에바의 파트너 협동조합이 생길 수 있다면 그 속도는 조금 더 빨라질 수도 있을 것이다. 퀘벡을 제외하고 에바의 파트너 협동조합이 성공할 수 있는 곳이 있다면, 가장 가능성이 높은 곳 중의 하나가 한국일 것이다. 협동조합운동을 이끌 수 있는 지역별 네트워크가 형성되어 가고 있고, 다른 한편으로는 새로운 기술에 대한 수용이 빠른 곳이기도 하며, 타다나 우버의 한국 진출을 놓고 디지털 모빌리티 플랫폼에 대한 관심이 최고조에 달해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에바의 창업자들은 우버와 달리 각 지역의 법 제도를 최대한 존중할 것을 중시하기 때문에, 운수업의 진입장벽이 높은 서울 같은 곳에서는 디지털 플랫폼과 택시 협동조합, 또는 대리기사 협동조합의 결합도 시도해 볼 수 있다. 얼마 전 서울의 택시 협동조합이 겪고 있는 어려움이 언론에 보도된 바 있는데, 박계동 이사장 개인의 추진력에 의존한 시행착오를 거울삼아 지역의 협동조합 운동 네트워크가 합심하여 디지털 플랫폼에 기반한 건전한 지배 구조의 모빌리티 협동조합을 추진해 본다면, 과거와 다른 새로운 성공 사례를 만들어 볼 수 있지 않을까? 관심 있는 분들의 연락을 기다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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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환 (사회적경제 국제교류센터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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