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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경제?①] 사회적경제는 누가 하는가
  • 이가람 (연세대학교 BK21PLUS 연구원)
  • 승인 2020.01.29 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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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폭발적으로 성장한 사회적경제는 하나의 사례, 하나의 정의로 대표하기 힘들 만큼 다차원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사회적경제를 바라보는 시각도 '사회주의 기획'부터 '신자유주의적 통치'의 수단, 또는 자본주의의 병폐를 해결할 대안까지 다양하다. 또한 사회적경제 영역은 무엇이 '사회적'인지 자기증명을 요구받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이런 흐름 속에서 사회학을 전공하고 연세대학교 글로벌행정학과 BK21PLUS <창조적 국제개발협력을 위한 사회적 경제> 연구팀에서 박사후 연구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이가람 박사와 라이프인이 한국 사회적경제의 다양한 현장 활동에서 사람들이 생각하는 사회적경제의 사회적 가치를 함께 고민해 본다. [편집자 주]    

연구자로서 쫓아다닌 사회적경제 현장들의 관찰내용을 글로 옮기면서 고민하게 되는 지점이 두 가지 있다. 하나는 '사회적경제'의 현장성을 동사로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 다른 하나는 사회적경제 활동을 하는 사람들을 어떻게 부를 것인가다. 지난 글에서 현장에서 말하는 '사회적경제 방식'이나 '사회적경제 활동을 한다'는 말이 일반적인 경제활동과 어떤 다른 결을 지니는지를 곱씹어 보았다면, 이번 글에서는 사회적경제 활동을 하는 사람들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사회적경제 주체들을 부르는 다양한 이름들

경제 활동을 하는 사람들을 경제인, 또는 경제 주체라고 부르는 것처럼 사회적경제 활동을 하는 사람들을 사회적 경제인이라고 부르면 될까? 그러기에는 사회적경제 주체들이 현장에서 서로를 부르는 이름이 너무 다양하다. "이름을 부르면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된다"던 김춘수 시인의 유명한 시 <꽃>의 한 구절처럼, 사회적경제 주체를 부르는 이름은 사회적경제 활동을 구성하는 사람들의 관계 속 위치와 특성을 담는 기호가 된다.

▲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는 명태 ⓒ해양수산부

개인적으로 사회적경제 주체를 부르는 말 중 가장 인상적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자활사업의 대상이 되는 지역 주민들을 부르는 '주민 선생님'이다. 이 호칭에는 사회적경제 영역이 기존 복지 영역의 시혜-수혜의 사고 틀을 벗어나 지역사회 구성원이면서도 그동안에는 경제활동의 주체로서 사회적 역할을 부여받지 못했거나 그 역할이 저평가되었던 주민들을 사업에 함께 참여하는 동료이자 '선생님'으로 높여 부르려는 지향이 담겨 있다. 

생활협동조합의 일원이 된 사람들을 부르는 생산자 조합원, 소비자 조합원이라는 말 역시 협동조합이라는 틀 안에서 생산자와 소비자의 연결성을 하나로 이어 생각하게 만드는 명칭이다. 사회적기업의 대표라는 직함이나 협동조합 이사장, 이사, 감사, 자문위원 등 다양한 직함은 한 조직의 거버넌스 구조에서 그 사람이 어떤 역할을 담당하는지에 따라 주어지며 그에 수반하는 책임감을 담고 있다. 

사회적경제 기업이나 중간지원조직의 일선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크게 묶어 부르는 '실무자' 또는 '활동가'라는 명칭은 사회적 노동이자 활동으로서 사회적경제 활동의 특성을 드러내기도 한다. 

사회적기업가, 체인지메이커, 사회혁신가 등의 호명은 사회적경제를 일구어나가는 사람들의 사회적 역할에 대한 기대를 담고 있다. 활동의 주체를 명명하는 방식이 이렇게 다양한 것은 그만큼 사회적경제 활동의 결이 다양하다는 반증일 것이다.

사회적경제는 '누군가의 경제'가 아닌 '누구나의 경제'

'사회적경제인'이라는 말은 '경제인'이라는 말과 달리 아직까지는 익숙하지도 않지만 특정 이미지와 연결되지 않는다. 이것은 사회적경제가 특별한 자질이나 특성을 지닌 누군가의 경제가 아니라, 누구나 참여하고 실천할 수 있는 작은 변화의 실천들임을 반증한다. 사람마다 사회가 무엇인지, 무엇에 우선 가치를 두는지에 대한 생각과 실천은 다르게 마련이다. 그렇기에 사회적경제 활동을 들여다보는 일은 다양한 사람들이 생각하는 '사회적 가치'의 최소공배수를 모아내는 효과를 갖는다.

다만 한 개념의 정의가 열려 있다는 것은 그만큼 그 개념이 오염되지 않게 의미를 채워가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흔히 사회적경제를 '사람 중심의 경제' 또는 '인간의 얼굴을 한 경제'로 표현한다. 이 말은 자본보다 사람의 가치를 중하게 여기는 사회적경제의 특성을 강조하는 맥락에서 자주 쓰인다. 하지만 사회적경제의 중심이 되는 사람이 어떤 모습이어야 할지, 어떤 얼굴이어야 할지를 고민하지 않으면 '사람 중심의 경제'는 자칫 사람의 덫에 빠지게 될 수도 있다.

넓은 의미에서 사회적경제 활동가 분들을 만나면 크게 두 갈래의 걱정을 듣게 된다. 하나는 사회적경제가 사회적 주목을 받고 전문화할수록 사회적경제가 '우리들만의 리그'가 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염려다. 사업조직으로서 전문화와 고도화가 어느 정도 필요한 부분도 있고, 사회운동으로서 사회적경제가 구심점을 갖기 위해 주체들의 정체성을 다지는 작업도 필요하다. 다만 이러한 과정이 사회적경제 활동 참여의 진입장벽이 되는 것은 사회적경제 활동이 지향하는 민주적 개방성과는 어긋나는 일이다. 

한편으로는 "누구나 참여"를 강조하다 보면 흔히 말하는 '보조금 사냥꾼'들처럼 불순한 동기로 사회적경제 영역에 뛰어드는 "무늬만 사회적경제"를 추구하는 사람들을 걸러낼 수 없고, 그렇다 보면 사회적경제의 건강한 성장을 담보할 수 없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다. 사회적경제를 이끌어가는 주체와 관련한 이 두 가지 우려에 해법이 있을까?

사회적경제를 통해 개인은 주체이자 시민이 된다

필자는 사회적경제 활동을 완결된 무엇이 아니라 '되기(becoming)'의 과정으로 이해하는 것이 이러한 양갈래의 우려에 대한 해법을 제시해줄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되기'라는 변화 지향적 과정의 개념은 마이클 하트와 안토니오 네그리가 <공통체>에서 강조한 바 있는 "군주 되기(becoming Prince)"에서 빌어온 것이다. 하트와 네그리는 <공통체>에서 '누구나'에 해당하는 다중(multitude)이 "자치기술을 배우고 영속적인 민주적 사회조직 형태들을 발명하는 과정"을 "군주되기(becoming Prince)"라고 표현한 바 있다. 사회적경제 활동과 관련해서는 "군주"라는 말을 "주체"로 바꾸어 이해해도 무리가 없을 것이다.) 사회적경제 영역이 사회 안에서 움직이는 만큼 온전히 이타주의적이거나 사회적 가치만을 지향하는 사람들만 모일 수는 없다. 그렇다면 '누가' 사회적경제를 하는가보다 사회적경제 활동 속에서 이들이 '어떻게' 주체이자 사회적 인간, 시민이 되어가는지 그 과정에 더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 마이클 하트와 안토니오 네그리는 <공통체>에서 ‘누구나’에 해당하는 다중(multitude)이 “자치기술을 배우고 영속적인 민주적 사회조직 형태들을 발명하는 과정”을 “군주되기(becoming Prince)”라고 표현한 바 있다. ⓒ사월의책

사회적경제 영역에서 만나는 활동가들에게 어떻게 사회적경제 영역에 발을 들이게 되었는지 물어보면 대부분 '사회적 인간'으로서의 각성과 '시민 되기'의 서사를 이야기한다. 협동조합에 관한 막연한 관심에서 출발해서 협동조합 활동 속에서 자립, 자조, 협동의 가치를 배우게 되고, 누군가는 봉사활동이나 사회문제에 대한 작은 관심에서 출발했다가 사회적경제 기업을 창업하거나 관련 조직에서 일하면서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기업가로서의 역할을 고민하기도 한다. 

실제로 일반 영세기업에서 보조금 혜택을 볼 작정으로 사회적경제 영역으로 뛰어들었다가 사회적경제의 가치에 공감하고 스스로 사회적경제 활동가이자 '전도사'로서의 정체성을 다지게 되는 경우도 존재한다. 개인 차원에서 이러한 경험은 한 사람이 다른 사람으로 변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으로서 한국 사회에 살면서 그간 드러나거나 계발되지 않았던 부분, '사회적 존재'로서의 가능성이 확장되는 의미가 있다. 사회적 차원에서 이러한 경험을 한 개인들이 많아질수록 경제 활동에 관한 다양한 상상력과 실험의 가능성은 더욱 커지게 된다. 이런 의미에서 사회적경제의 주체에 대한 고민은 '누가 하는가'가 아니라 주체이자 시민이 '어떻게 되는가'에 방점이 찍혀야 할 것이다.

이가람 (연세대학교 BK21PLUS 연구원)  webmaster@lifein.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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