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현장] 세상을 바꾸는 '재활용의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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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현장] 세상을 바꾸는 '재활용의 가치'
'리폼맘스' 현장 방문 및 윤문정 대표 인터뷰
  • 2020.01.28 23:49
  • by 노윤정 기자
▲ 윤문정 리폼맘스 대표. ⓒ라이프인

아기자기한 필체로 사명이 적힌 팻말을 지나 계단을 따라 내려가면 재봉틀 소리가 먼저 방문객을 반긴다. 이어 안으로 들어서면 버려지는 옷과 천 따위를 재활용하여 만든 가방과 키링 등이 시선을 사로잡는 곳. 2012년 인천 부평구 산곡동에 문을 연 ㈜리폼맘스는 리폼 제품을 만들어 판매하고 버려지는 자원을 재활용하는 방법에 대해 교육하는 마을기업이다(지난해 부평구 십정동으로 작업 공간을 옮겼다). 이곳을 운영 중인 윤문정 대표는 리폼맘스에 대해 "마을공동체 지원 사업의 아주 좋은 예"라고 자신했다.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조직한 마을공동체 '여럿이 함께 하는 동네야 놀자'(이하 '동네야 놀자')의 회원 참여 사업으로 시작한 리폼맘스는 어떻게 마을공동체 지원 사업의 대표 사례가 되었을까. 윤 대표를 만나 직접 이야기를 들어봤다.

리폼맘스가 추구하는 재활용의 가치

▲ 리폼맘스 내부 전경. ⓒ라이프인

윤 대표가 '동네야 놀자' 활동을 시작한 계기는 단순했다. 인천에 터를 잡고 살게 된 이후 '동네야 놀자' 일원을 아이가 다니던 학교에서 학부모로 만났다. 그 인연이 이어져 공동체와 조금씩 접점이 생겼고, 2009년 인천세계도시축전에서 열린 '재활용 패션쇼'에 '동네야 놀자' 이름으로 함께 참가하게 되면서 마을공동체에 입회했다. 그렇게 윤 대표는 마을공동체 활동을 시작했다.

그러던 중 당시 마을공동체의 사무국장은 윤 대표에게 재봉 관련 강의를 해보자는 제안을 했다. 윤 대표는 "내가 재봉을 잘한다. 사무국장님이 그 기술을 살려서 강의를 해보자고 했다. 강의계획서까지 다 만들어줬다. 나는 기관에서 지원금을 어떻게 받는지, 받을 수 있는지조차 몰랐는데 공동체는 그런 행정적인 내용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일사천리로 일이 진행됐고 소규모로 강의를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이듬해에는 윤 대표의 강의가 평생 학습 프로그램으로 부평구에서 사업비 지원을 받을 수 있었다. 그렇게 2년가량 지원을 받으며 교육 프로그램을 이어가는 동안, 제품 전시와 리폼 체험도 진행했다. 그 과정에서 만들었던 제품들이 좋은 평가를 받자 마을공동체에서 또 한 번 제안했다. 제품을 판매해보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본격적인 사업 제안이었다.

"운영이 이렇게 힘들다는 걸 모르고 시작했다. 알았으면 시작 안 했을 텐데.(웃음) 처음에는 사회적기업으로 알아봤는데 조건이 맞지 않았다. 그때 어떤 분이 마을기업 공모사업이 있다고 알려줘서 그쪽으로 다시 알아봤다. 마을기업 공모사업 지원 조건은 우리와 잘 맞았다. 그래서 호기롭게 지원했다."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한 리폼맘스의 목표는 '재활용'이었다. 더 정확히는 재활용을 통한 환경문제 해결. 처음에는 버려지는 옷과 천이 아까워서 재활용하기 시작했으나, 점차 환경문제에 대한 관심으로까지 이어진 것이다. 윤 대표는 "재활용을 하면 일단 버려지는 쓰레기를 줄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재활용 제품을 사용하면서 새로운 제품을 덜 사게 되니까 제품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오염이나 노동착취, 에너지 낭비 등의 문제를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리폼맘스의 활동이 미치는 영향이 미미할 지라도, 계속해서 작은 파동을 일으키다 보면 조금씩 더 멀리 퍼져 나가 낭비되는 자원을 줄이고 환경오염을 줄이는 효과를 볼 수 있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우리가 버린 쓰레기가 다시 우리에게 돌아와 건강한 삶을 위협하고 있다. 모두가 환경문제의 심각성을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환경 관련 교육도 시작했다. 그래도 지금은 많은 사람들이 환경문제, 기후위기 문제를 심각하게 인식하는 것 같다. 처음 리폼맘스를 시작했을 때만 해도 사람들이 재활용 제품의 가치에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기후위기가 심각해지면서 인식이 많이 바뀐 것을 느낀다. 바뀌지 않을 수가 없다. 당장 우리 눈앞에 쓰레기가 너무 많지 않나."

윤 대표는 작은 목소리라도 환경문제를 끊임없이 이야기하는 데 보태고자 했다. 그래서 강의를 듣는 수강생들을 대상으로 리폼 교육과 함께 이론 교육도 하기 시작했다. 주변에서 마땅히 배울 수 있는 곳이 없어서 독학으로 공부하며 재활용의 가치에 대해 알리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혼자 공부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었고, 책 모임을 비롯하여 함께 연구할 사람들을 몇 번 모아봤지만 모임을 유지하는 것 또한 쉽지 않았다. 그러던 중 먼저 손을 내밀어온 곳이 있었다.

"인천환경운동연합에서 먼저 제안을 주어서 재활용과 자원순환에 관련한 교육 강사 연구 모임을 시작했다. 특히 지금의 환경 문제는 교육만으로 해결될 것이 아니라 제도나 생산 과정 자체가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개선이 필요한 부분에 대한 의제를 함께 만들어 보려고 한다. 전문가 분들에게 강의도 받고 서로 생각도 나누다 보면, 우리가 앞으로 사람들에게 무엇을 알려야 할지 방향이 정해질 거고, 그러면서 사회적 의제로 삼을 이야기도 나오지 않을까 싶다."

"대학생 팀과의 협업, 사업은 저렇게 해야 하는구나 싶었다"

▲ '리소' 브랜드 로고. ⓒ라이프인

여느 사업가들이 그렇듯이 윤 대표 역시 사업의 자립성과 지속가능성, 재정건전성 등을 고민하고 있었다. 지난해에는 입지 않는 청바지를 업사이클링(Upcycling, 재활용할 수 있는 옷 등을 다시 디자인하여 가치를 높이는 일) 하여 판매하는 '리소'라는 브랜드도 새롭게 선보였다. 사업적 도약을 위한 것이었다. 하지만 윤 대표의 설명에 따르면 리폼맘스는 재활용 제품을 판매해 얻는 수익보다 어린이집 원복 등을 제작하고 외부 강의를 나가면서 받은 수익으로 운영돼 왔다. 윤 대표는 이 부분을 고민했다.

이렇게 고민하던 윤 대표에게 새로운 영감과 자극을 준 건 대학생들과의 협업이었다. 대학생들로 이루어진 팀에서 리폼맘스 기사를 보고 찾아와 협업 프로젝트를 제안한 것이다. 윤 대표는 "정말 많이 배웠다. SNS를 활용해서 펀딩을 진행하는 걸 보면서 '사업은 저렇게 해야 하는구나' 싶었다. 물건과 회사의 가치를 홍보하고 기획하는 전략이 대단했다. (주 타깃층 연령대와 비슷하니까) 본인들에게 익숙한 시장에 잘 부합하게 만들고, 제품에 '가치'를 입힐 줄 알더라"고 감탄했다.

이어 "나는 오프라인 시장 쪽은 열심히 뛰어다니면서 거래처를 확보해 왔는데, 온라인 시장과 관련해서는 문외한이었다. 잘 모르니까 선뜻 시작하지 않게 되더라. 그런데 이제 와서 보니 내가 내 물건의 가치를 제대로 표현하지 못 하고 안 팔리는 시장에 내놨던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또 다른 대학생 팀과도 산학협력으로 같이 일한 적이 있다. 리폼맘스 제품의 가치를 잘 설명하고 실질적으로 사람들을 설득할 만한 자료가 필요했는데, 그 학생들이 그걸 해줬다. 리소 이름으로 펀딩을 하고 데이터를 정리한 게 그 프로젝트의 성과라고 본다. 그래서 역으로 내가 다시 그 학생들에게 제안했다. 기왕에 체계를 만들어 놨으니 또 프로젝트를 진행해 보자고 했다. 팀은 프로젝트가 끝난 이후 해산했지만 한 친구가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고, 학교 내의 지원 사업을 알아와서 올해도 대학생들과 협업을 진행하려고 한다"고 전했다.

윤 대표는 향후 목표에 대해 두 가지를 밝혔다. 일단 사업적인 방면에서는 교육 프로그램을 정착시키고 리소 브랜드를 키우는 것이 목표다. 윤 대표는 "리폼맘스의 환경 교육 프로그램을 정착시켜 학교 안에도 들어가고 싶고 좀 더 규모가 커지면 강사도 배출하고 싶다. 그리고 리소 브랜드를 널리 알리고자 노력하고 있다. 최종적으로 하고 싶은 건 개별 맞춤형 작업이다. SNS에 제품 디자인을 하나 올리고 소비자가 청바지를 보내주면 그 디자인대로 만들어서 다시 보내주는 걸 해보고 싶다. 그러면 재활용 제품이라는 거부감도 없어지고 제품에 대한 애착도 더 생길 것 같다"고 말했다.

또한 윤 대표는 "리폼맘스 소비자들에게 '나는 녹색소비자'라는 걸 느끼고 인정받을 수 있도록 하는 체계를 만들어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리소 물건을 들고 다니는 사람이 어디를 가든 녹색소비자라는 이미지를 가질 수 있게끔 만들고 싶다"며 "좀 더 욕심 내자면 업사이클링 제품을 들고 다니는 사람에게 사회적으로 혜택이 주어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 리폼맘스 안에서는 가능하다. 업사이클링 제품을 사용하고 있단 걸 인증하면 할인을 해주는 식으로. 그런데 그걸 좀 더 규모를 키워서, 기업이나 공공기관과 협력하여 인증 체계를 만들어 보려는 구상도 지금 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윤 대표는 타깃 연령층인 20·30대의 소비 형태와 취향에 맞는 브랜딩을 고민하며 "요즘 소비자들은 가치소비에 대한 인식이 높다. 실제로 명품 브랜드 중 더이상 동물 가죽을 소재로 쓰지 않기로 협약하는 곳들이 있다. 동물 가죽을 쓰지 않을 뿐만 아니라, 생산하는 공장 에너지를 태양열로 바꾸고 운송하는 업체의 자동차는 전기차로 바꾸는 등 생산 과정도 친환경적으로 바꾸고 있다. 그 회사가 다른 회사에 비해 더 선하거나 환경 문제에 대한 인식 수준이 대단히 높아서 그런 것이 아니다. 물론 그런 부분도 있겠으나, 기본적으로는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그런 방향으로 가는 것이다. 즉, 제품을 만들 때 기능과 디자인은 당연히 고려해야 하는 것이고, 이제는 '가치'도 입혀줘야 한다. 리폼맘스 역시 그 부분을 계속 고민해야 한다. 제품을 의미 있게 만들기 위해서는 제품의 의미를 다른 사람들에게 알리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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