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사경③] 성과 지표 논의가 시급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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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사경③] 성과 지표 논의가 시급한 이유
사회적자본으로 살펴본 사회적경제형 개발협력의 성과 지표
  • 2020.01.24 11:20
  • by 박종남 (코이카 ODA연구정보센터 연구원)
개발협력과 사회적경제는 모양은 다르지만 비슷한 목적지를 향해 가는 두 바퀴와 같다. UN은 지속가능발전목표(SDGs)를 달성하기 위해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동시에 추구하는 사회적경제조직을 중요한 SDGs 이행 수단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개발협력분야의 현장에서는 사회적경제를 매개로 다양한 실험들이 진행되고 있다. 더욱 다양한 시도들이 진행되기를 소망하며, 국제개발협력에서 바라보는 사회적경제에 대해 소개한다. [편집자 주]

인류는 성장과 분배, 사회 통합과 환경의 모든 면에서 커다란 도전과제에 직면하고 있다. 산업의 발전과 고도화된 금융기법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빈곤의 개념조차 명확히 규정하지 못한 채 여전히 수억의 인구는 하루 1~2달러에도 못 미치는 극빈 상태에 처해 있다. 사회적 경제를 통한 국제개발협력 프로젝트의 성과를 구체화하기 위한 방안에 대한 논의가 시급한 이유는 무엇이 개인과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느냐 하는 실존적 물음에 대해 답을 내 놓을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 고민을 사회적 자본의 신뢰라는 개념을 통해서 풀어보고자 한다.

사전적 의미에서 '형태(形態)'는 어떠한 구조나 전체를 이루고 있는 구성체가 일정하게 갖추고 있는 모양을 의미한다. 이 의미를 준용한다면, 사회적 경제 방식을 통한 국제개발협력 프로젝트란 사회적 경제의 원리, 조직 특성, 그리고 가치가 개발협력 프로젝트를 통해 구현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구체적 실행 차원은 두 가지 경로로 설명된다. 하나는, 사회적 경제 활동 주체로 하여금 국제개발협력 프로젝트를 수행하게 하는 방식이다. 한 예로, KOICA가 운영하고 있는 <사회적 연대경제> 프로그램이 투입 자격을 기준으로 사회적 경제 방식을 구현하고 있다. 다른 경로는 국제개발협력 프로젝트의 결과와 성과를 살펴보는 것이다. 개발협력 사업의 성과는 여러 가지로 제시될 수 있는데, 이 중 무엇을 사회적 경제 방식에 의한 성과로 볼 수 있는지 검토가 필요하다. 변화이론의 모형에 적용하면, 사회적 기업 또는 협동조합 등 '자격'을 기준으로 삼는 것은 투입(input)에 해당하는 부분이고 사업의 성과를 기준으로 삼는 방식은 산출물(output)과 성과(outcomes)에 해당한다. 위의 두 가지 경로를 모두 인정하면서도 사회적 경제 가치의 산출물과 성과를 반영하는 프레임워크가 무엇인지에 대해서 우선적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사회적 경제는 사익의 극대화보다는 사회 구성원 간 개인과 공동체의 이익의 나눔을 추구한다. 사회적 성과는 조직의 자체 노력만으로 달성이 어렵다. 사회적 경제조직을 둘러싸고 있는 복합적인 환경 요인을 검토해야 한다. 모든 프로젝트가 그러하듯이 공식적인 제도형성만으로는 엘리트 중심의 관점과 이해관계로 진행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지역 주민들의 광범위한 사회적 동원(social mobilization)과 지지는 필수적이다. 이 문제를 돌파할 수 있는 대안으로 외부의 자원과 협력하여 공익성과 수익성을 조화롭게 추구하는 사회적 경제가 강조된다.

사회적 경제조직은 다른 형태의 개발조직 보다 구성원들의 민주적 참여를 보장할 가능성이 높다. 사회적 경제는 기본 가치인 사회적 연대와 응집성을 강화하면서 지역사회 구성원들의 집단적 행위를 통한 협력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또한, 이러한 접근은 사회적, 환경적 비용을 내재화시킴으로써 생산과 소비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그러나 협력을 통한 지속가능성은 필연적으로 다른 기관 또는 다른 개인들과의 긴밀한 유대가 형성되어야 한다. 이때 필요한 것이 신뢰를 기반으로 하는 사회적 자본이다.

사회적 자본이란 활용 목적이나 관점에 따라 다양하게 정의될 수 있으나, 기본적으로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사회관계로, 물적, 인적 자원과는 구분되는 비물질적 자본을 의미한다. 사회적 자본이 사회이론에 자리 잡게 된 계기는 프랑스 사회학자 피에르 부르디외(Pierre Bourdieu)의 영향에 있다. 부르디외는 권력이 어떤 원리로 재생산되는지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경제적 자본 외에 비경제적 수단인 사회(문화적) 자본의 개념을 제시하였다. 부르디외가 제시한 사회적 자본이란 "특정한 집단의 구성원이 됨으로써 획득되는 실재적인 혹은 잠재적인 자원의 총합"으로, 여기서 특정 집단의 인정이란 그 집단의 자원을 이용할 가능성을 의미한다.

▲ 기본적으로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사회관계로, 물적, 인적 자원과는 구분되는 비물질적 자본을 의미한다.. ⓒImpact Report 2015

그러나 특정 집단의 자원이란 어떤 의미에서 소수가 누리는 권력을 의미한다. 따라서 권력의 크기는 한 개인이 속한 집단의 결속력의 크기에 따라 결정된다. 가령 누가 최상의 교육을 받을 수 있는가를 분석하고자 한다면 경제적 자원 외에도 사회적 자원의 크기를 가늠할 수 있게 된다.

부르디외가 제시한 사회적 자본의 본질적인 개념은 사회 계급의 불평등이 지속하는 이유를 설명하기 위한 것이었으나, 제임스 콜먼(James Coleman), 프랜시스 후쿠야마(Francis Fukuyama), 로버트 데이비드 퍼트넘(Robert David Putnam) 등에 의해 개인의 합리적 행동을 촉진할 수 있는 사회구조적 자원이라는 개념으로 발전한다. 이들이 제기한 사회적 자본의 속성은 집단행동의 토대를 형성하는 내면화된 규범이다. 전형적인 규범들은 경제적 행위자들 간의 신뢰나 신용, 믿음, 도덕적 의무 등을 지칭하는 말로 가령 좋은 교육 결과는 더 좋은 이웃으로부터 가능해진다는 식의 해석이 가능해진다.

그렇다면 집합적 행위는 언제나 좋은 결과를 가져오는가? 무임승차와 같이 개인의 이기적 계산에 따른 행동으로 인하여 더 열악한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이때 사회적 자본은 개인의 이기적인 행동을 공동선이 지향하는 공동체의 구성원으로 탈바꿈시켜 공유재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할 수 있도록 한다. 가령, 사회적 경제의 중요 개념인 호혜성(reciprocity)은 지금 무언가를 주면 나중에 그것에 보답하는 도덕적 의무를 지칭하는 규범으로, 협소한 상업적 상호작용으로는 온전히 잡아낼 수 없는 내면화된 실천 행동의 원리라 할 수 있다. 호혜성과 같은 사회적 자본이 풍부할 때 개인의 행동은 공공의 이익을 위할 것이라는 기대가 가능해진다. 반면 도덕적 해이, 기회주의, 부정 등과 같은 행위는 제한된다.

요약하면, 사회적 경제 방식은 경제적 이익 추구보다는 사회적 자본 형성과 사회적 발전에 목적을 두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도출된 성과지표가 국제개발협력 프로젝트 사업관리에 활용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요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첫째, 성과 측정 도구의 통약성(commensuration)이다. 흔히 측정이란 수적이고 양적인 크기를 재는 학문의 일종으로, 어떤 사물의 속성을 나타낼 수 있는 법칙에 숫자를 배분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다양한 주체의 질적인 것을 양적인 값(value)로 규정하는 과정에는 단일한 척도에 대한 합의가 선행되어야 한다. 이를 측정에 대한 통약성이라 한다. 통약성은 토마스 쿤의 '통약불가능(incommensurable)'이라는 개념에서 출발한다. 통약불가능이란 같은 용어일지라도 서로 다른 시대에서는 다른 의미로 해석되기 때문에 의사소통 불가능함을 나타낸다.

그렇다면 사회 현상에서의 통약불가능은 어떻게 설명될 수 있는가? '무엇이 옳은 삶의 방식인가?' 혹은 '무엇이 좋은 결정인가?'와 같이 가치적인 질문에 대해서 개인마다 서로 다른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어 하나의 잣대로 평가할 수 없음을 나타낸다. 사회 현상을 설명하는 방식에서 표준이 없다는 것은 의사소통의 불가를 뜻한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의사소통의 불가로 인한 갈등의 증폭이다. 그래서 누구나 수긍할 수 있는 표준이 있고, 이 표준을 통해 서로의 가치를 상호 비교·평가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반면, 하나의 기준이 정해지면 그로인한 폭력적인 사회화가 문제가 발생한다. 그래서 측정을 통해 독특하고 복잡한 개인들을 하나의 네트워크 안으로 통합할 수 있기 위해서는 의견 불일치와 갈등을 통합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공동체 보존을 위한 사회적 합의가 선행될 때 통약성의 가치가 의미를 가질 수 있다.

그렇다면 사회적 경제의 가치는 무엇으로 설명될 수 있나? 사회적 경제 방식이 자본주의적 시장경제의 한계와 정부 주도의 복지국가 위기 극복 과정에서 주목받았다는 점을 강조하고자 한다. 시장경제 섹터나 정부가 해결하기 어려운 도시재생 문제, 장기 실업의 문제, 사회적 배제 층의 문제, 정부 사회복지서비스의 전달의 비효율 문제, 지속가능한 성장 과제 등에 대처하기 위한 새로운 대안을 추구하기 위한 원칙으로 '사회적 경제의 운영 원칙'이 제시된 바 있다. 사회적 경제의 운영 원칙이란 '인간=경제적 시민'이라는 자긍심과 역량 함양, 인간들 사이의 장기적인 관계와 상호성, 그리고 사람들 사이의 일반화된 신뢰 등을 증진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논의를 지표로 나타내기 위해서는 측정 문항의 타당도(validity)와 신뢰도(reliability) 확보가 중요하다. 타당도란 측정하고자 하는 것을 얼마나 정확하게 측정하고 있는가를 나타낸 개념으로, 측정하고자 하는 대상을 정확하게 측정하는 정도를 말한다. 반면 신뢰도는 일관성, 예측 가능성, 정확성 등의 개념을 내포하는데, 동일한 조건에서 누가 측정을 하던 동일한 결과를 얻을 수 있을 때 신뢰성이 있는 지표라 할 수 있다. 타당도는 측정하고자 하는 대상의 본질적인 의미를 파악하는 것을 의미한다면, 신뢰도는 일관성 있는 측정 가능성을 의미한다.

▲사회적 자본의 신뢰 측정방법 ⓒ코이카

사회적 경제를 통한 국제개발협력 프로젝트의 고유성과로 신뢰에 관하여 정리해보았다. 그렇다면 신뢰 지표는 어떻게 활용될 수 있을까? 개발 프로젝트를 통한 성과로써의 신뢰는 다음의 세 가지 경우로 설명할 수 있다.

▲ 개발협력 프로젝트 성과와 신뢰의 관계 모형 ⓒ코이카

성과지표의 타당도와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사회적 경제'의 본질적인 의미를 개념화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동시에 사회 현상을 측정하는 데 있어 측정값의 신뢰성을 확보하여 측정 오차를 최소화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높은 타당도와 신뢰도를 확보하기 위한 보편적인 접근은 검증된 측정 도구를 이용하는 것이다.

사회적 자본 측정에 널리 활용되고 있는 측정도구는 World Bank의 SC-IQ이다. World Bank는 1990년대 말 개발도상국의 투자 효율성을 확인하기 위해 Global Social Capital Survey를 고안하였다. 그리고 가나와 우간다에서 예비 조사 및 여러 국가 사례를 통합하여 2004년 Social Capital Assessment Tool(SOCAT)로 발전시켰고, 이어 Integrated Questionnaire for the Measurement of Social Capital(SC-IQ)을 발표하였다. 이 도구는 양적, 질적 조사가 가능한 통합적인 사회적 자본 측정 도구로 널리 활용되고 있다(세부 질문은 하단 참조).

(a)는 프로젝트의 직접적인 성과로 사회적 자본을 측정하는 방식이다. 이 방식은 사업의 결과로 지역 사회의 신뢰가 증가한다는 의미를 가진다. 그러나 개발협력 프로젝트 결과로 소득, 건강 등 직접적인 성과도 도출된다. 이때 신뢰는 사업성과이면서 다른 사업성과들을 매개하는 기능을 동시에 가진다.

매개 방식은 다음의 두 가지 경우로 설명 가능하다. 하나는 개발협력 프로젝트와 사업성과를 신뢰가 직접 매개하는 경로이다(b). 이 개념은 개발협력 프로젝트로 인하여 지역의 신뢰가 늘고, 늘어난 신뢰는 사업성과에 영향을 미친다는 개념이다. 두 번째 개념은 개발협력 프로젝트가 신뢰와 사업성과 모두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개념이다. 일반적으로 사업 효과라고 하면 (c)모형의 (ㄷ)만을 측정하지만, 신뢰가 사업성과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은 여러 연구에서 관찰된다.

그럼에도 사회적 경제 방식은 단일한 형태의 방식이 아니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흔히 사회적 경제라 함은 협동조합, 사회적기업, 마을기업, 자활기업 등 다양한 형태로 조직되어 활동하고 있다. 또한 그 내에서도 여러 방식으로 세분화된다. 따라서 지표들의 유의성에 관한 논의가 필요하다. 가장 손쉬운 방법은 사회적 경제 행위자 중심으로 지표를 세분화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신뢰 측정에서 사회적기업은 활동 분야와 연관된 지역사회 주민을 대상으로 측정할 수 있다면 협동조합은 조합원을 중심으로 조사할 수 있다.

여전히 남은 문제는 특성이 서로 다른 방식의 사업에서 결과 값의 차이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는가이다. 직관적으로 협동조합의 조합원의 신뢰가 그렇지 않은 측정대상보다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단순히 결과 값으로만 비교하게 된다면 협동조합 방식의 사업이 더 나은 성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결론에 쉽게 도달한다. 그래서 평균의 크기를 비교하는 방식은 적절하지 않다. 위 그림에서 제시한 모형에서처럼 신뢰를 통한 사업의 직접적인 성과와의 연관성을 분석하고 이를 사업의 성과로 제시되어야 할 것이다.

 

※ 위의 원고는 개인의 연구보고서에 기반한 것이며 코이카의 공식적 입장과는 무관함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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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남 (코이카 ODA연구정보센터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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