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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불평등을 넘어"…더 나은 삶을 위한 상상력
▲ 칼폴라니사회경제연구소협동조합 주최로 '2020년 칼폴라니 연구소 신년 디너 토크쇼'가 16일 열렸다. ⓒ칼폴라니사회경제연구소협동조합

지난 16일 칼폴라니사회경제연구소 협동조합 주최로 '2020년 칼폴라니 연구소 신년 디너 토크쇼'가 열렸다. 이날 행사는 전문가 패널들과 청중이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소통하며, 우리 사회가 직면한 위기에 대한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해결 방안을 함께 찾아가기 위해 마련된 자리였다. 특히 참석자들은 '기후위기와 그린뉴딜', '청년 세대와 불평등' 문제 등에 대해 진솔한 의견을 나누며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야기했고 더 나은 삶, 더 좋은 미래를 위한 청사진을 그렸다.

그린뉴딜, 전혀 다른 삶의 방식을 상상하다

최근 호주에서 발생한 산불 소식이 하루가 멀다고 기사화되고 있다. 지난해 9월 시작된 화재는 단순히 '산불'이라고 표현할 수 없을 만큼 많은 피해를 남기고 있다. 이렇게 화재가 커진 데는 기후위기의 여파가 자리하고 있는바, 전 세계적으로 기후위기에 대한 경각심이 다시금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기후위기 대응책으로 주목받고 있는 것이 바로 '그린뉴딜'(Green New Deal)이다. 미국과 영국을 중심으로 논의가 퍼져 나가고 있는 그린뉴딜은 전폭적인 투자를 통해 탈-탄소 경제로의 전환을 이루고 사회의 전면적 변화를 유도하는 정책으로서, 에너지 전환을 통한 지속가능성에 중점을 둔다. 

김병권 정의정책연구소 소장은 국내 그린뉴딜의 방향성에 관해 이야기하며 "2018년 인천에서 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총회가 열렸는데, 해당 총회에서 지구 온난화에 대응하기 위해 '2030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010년 대비 45%로 감축'한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그 목표를 달성하고자 하는 것이 우리의 그린뉴딜 정책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길이 두 가지 있다. 첫 번째 방법은 경제 규모를 줄이는 거다. 경제 규모와 생활 수준을 30년 전으로 되돌리면 탄소 배출량을 줄일 수 있다. 그러나 이건 현실적으로 선택 가능한 조건이 아니다. 그러니 남은 건 우리의 산업구조, 경제구조, 도시 형태 등을 전체적으로 바꾸어 우리가 지금까지와는 방식으로 살도록 삶의 조건을 조성하는 것이다. 현재 발생하는 이산화탄소의 80% 정도는 에너지를 만들 때 나오고, 대부분의 에너지가 화석 연료를 이용해 만들어진다. 결국 화석에너지를 재생에너지로 바꾸는 작업을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목표치만큼 낮추기 위해서는 태양광, 풍력, 혹은 수력을 이용한 에너지 비중을 획기적으로 높이고, 자동차 수를 줄이는 것은 물론 석탄에너지로 운행하는 기존 자동차를 전기차로 교체해야 한다. 또한 열효율이 낮은 건물들을 리모델링해야 한다. 이 외에도 사회 전반에 걸쳐 탈-탄소 경제로 가기 위한 제반 작업을 진행해야 하고, 당연히 여기에는 막대한 전환 비용이 발생한다. 시민들이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선뜻 경제 구조 전환에 동참하지 못하는 이유다.

▲ 홍기빈 칼폴라니사회경제연구소 소장. ⓒ라이프인

이에 대해 홍기빈 칼폴라니사회경제연구소 소장은 "우리의 삶의 방식을 완전히 바꾸는 데는 어마어마한 비용이 든다. 정부가 과감하게 전환 비용을 들여야 한다. 예를 들어, 각 지방자치단체가 관내에 자립적인 경제시스템을 갖추어 사람들이 집에서 회사까지 40분 안에 통근할 수 있다면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줄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구조를 개혁하려면 굉장히 많은 전환 비용이 소요될 것이고 구조 개혁에 따른 수익이 언제, 얼마큼 발생할지는 계산도 안 된다. 그래도 이 전환 비용은 다음 세대를 위해서 꼭 들여야 하는 투자 비용이다"고 강조했다.

조영철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 수석 연구위원 또한 그린뉴딜이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다고 본다면서 "오래된 건물의 열효율을 높이기 위해 리모델링한다고 할 때, 공공이 해당 사업에 투자함으로써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감축하는 것은 물론, 일자리를 창출하고 경제를 성장시킬 수 있다. 이런 선순환 시스템이 적어도 10년 정도는 유효하게 작동할 것이라고 본다"며 그린뉴딜이 '현 세대가 미래 세대에 대한 책임감을 느끼고 꼭 해야 하는 일'이라는 점을 부각했다.

사업적인 면에서 그린뉴딜 정책의 수익성을 따져봐도 수익성이 낮다고 볼 수만도 없다. 조영철 수석 연구위원에 따르면 이미 해외 금융계에서는 기후위기에 대한 시민사회의 경각심과 상충하는 회사는 장기적으로 봤을 때 수익률이 높을 수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또한 김병권 소장은 "새로운 투자가 재생에너지 쪽에서 주로 이루어진다면 기업 입장에서는 탄소 산업이 여전히 유망하다고 증명하거나 재생에너지 쪽으로 방향을 틀어야 하는 상황이 될 것"이라며 "그런 신호를 가장 잘 줄 수 있는 곳이 국가나 공공 투자기관이다. 유럽연합(EU)이 '유럽 그린 딜'(European Green Deal) 정책을 채택한 이후 회원국의 민간 영역에서도 사업 투자 방향을 다시 설정하는 움직임이 있다. 이처럼 공공의 정책은 강력한 시그널이 된다"고 덧붙였다.

ⓒ칼폴라니사회경제연구소 협동조합

"누구도 이렇게 비참하게 살아서는 안 된다"

이날 홍기빈 소장은 "우리 사회에 능력주의(메리토크라시, Meritocracy)에 대한 종교적 맹신이 만연하다"고 지적했다. 보수나 어떠한 가치를 능력에 따라 차등적으로 누리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지는 사회라는 말이다. 이러한 사회 구조의 맹점은 불평등과 차별의 책임이 사회가 아닌 개인에게 귀속되기 쉽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홍기빈 소장은 "'누구도 이렇게 굶어서는 안 된다, 이렇게 비참하게 살아서는 안 된다, 이렇게 죽어서는 안 된다'고 했을 때 '본인의 능력이 안 된 탓'이라고 개인에게 문제의 원인을 돌리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청년 세대와 불평등 문제에 대한 논의는 여기에서부터 시작했다.

이날 패널들과 청중은 청년 및 불평등 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방안으로 기본소득과 기초자산에 대한 논의를 심도 있게 진행했다. 기본소득은 재산 규모나 노동 여부에 상관없이 모든 사회 구성원이 기본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무조건적으로 지급하는 소득을 말하며, 기초자산은 외환과 채권, 주식, 농축산물, 제조품, 가공품 등 팔거나 살 수 있는 모든 자산을 의미한다.

홍기빈 소장은 "기본소득이 제기되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불평등의 원인이 사람마다 다르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산업구조가 단순했기 때문에 불평등의 원인 또한 단순했다. 하지만 지금은 불평등의 이유나 삶을 망가뜨리는 이유를 간단하게 정리하기 어렵다. 그래서 개개인이 자신의 특수한 상황에 대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기본소득이라는 개념이 나온 것이다"고 설명했다. 김병권 소장은 정의당에서 4·15 총선 공약 중 하나로 발표한 '청년 기초자산제도'를 예로 들어 기초자산에 관해 설명했으며, "급격한 구조 변화를 비교적 생략한 상황에서 조금이라도 사회적 불평등을 완충할 수 있는 정책으로, 성인이 됐을 때 대학 등록금, 창업 자금, 월세 보증금 같은 밑천을 국가가 주면 사회적 격차를 조금씩 줄일 수 있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성현석 작가는 기본소득과 기초자산에 대한 논의가 '능력이나 성과와 관계없이 사람은 누구나 기본적인 생활을 보장받아야 한다', '사람은 물질만으로 사는 존재가 아니다'라는 두 가지 인식을 가지고 이루어져야 한다고 봤다. 또한 지금 사회는 불평등의 원인이 복잡하고 다양하다고 지적하는 한편 "새로운 불평등의 원인을 조명하면서 기본소득이나 기초자산을 보장함으로써 불평등 요소들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 함께 살펴보면 좋을 것이다. 아울러 소득의 불평등뿐 아니라 지식이나 문화의 불평등도 계속 거론하길 바란다. 심각해진 지식의 불평등이 사회에 만연한 능력주의와 맞물렸을 때 생길 부작용은 엄청날 것"이라고 당부의 말을 전했다.

노윤정 기자  leti_dw@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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