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사회적기업, 진정성과 경쟁력의 밸런스 가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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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사회적기업, 진정성과 경쟁력의 밸런스 가져야
사회적기업, 사회적기업가에게 묻다(5)-인스팅터스 성민현 대표
  • 2020.01.20 17:05
  • by 김정란 기자
▲ (주)인스팅터스. 윗줄 가운데가 성민현 대표.ⓒ(주)인스팅터스

청소년에게 콘돔을 무료로 보내주고, 임신중절제 판매를 준비한다. 다소 논쟁적인 프로젝트들을 펼치고 있는 기업 (주)인스팅터스의 성민현 대표를 만났다. 그가 브랜드 '이브'를 통해 세상에 던지는 메시지는 무엇일까? 그는 어떤 사회적기업을 만들어가고 있는지 들어봤다.

'빈자(貧者)의 아버지' 무하마드 유누스 전 그라민은행 총재는 대한민국의 많은 사회적기업가에게 영감을 주었다. (주)인스팅터스의 성민현 대표도 그중 하나다. 성 대표는 군대 복무 중 유누스의 이야기를 책으로 접하고 사회적경제와 사회적기업에 관심을 두게 됐다. (주)인스팅터스는 섹슈얼 헬스케어브랜드 '이브'를 론칭하고, 친환경 콘돔, 월경컵, 흡수형 위생팬티 등 생식 건강과 관련된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아직은 섹스(sex)라는 말을 공공장소에서 꺼내는 것조차 눈치를 봐야 하는 이 땅에서 사회적기업이 섹슈얼 헬스케어라는 분야에 접근했다는 것부터 신기했다. 성 대표는 "사업을 시작할 당시 내 관심사가 사회적경제와 성(性)이었다"며 "관심사로부터 사업을 시작해야 힘들 때가 있어도 버틸 수 있고, 사업을 시작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사람들이 섹스를 즐거운 것이 아니라 숨겨야 하는 것으로 인식하면서 그와 관련된 제품들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어떤 것이 좋은 지도 모른다는 문제의식이 섹슈얼 헬스케어 사업으로 그를 이끌었다.

처음에는 '부끄럽지 않아요'라는 이름의 쇼핑몰을 통해 콘돔을 판매했는데 그의 표현대로라면 '손가락 빨았다'. 매출이 생기더라도 광고비로 쓰고 나면 남는 것이 없었다. 성 대표는 당시 그런 절박함을 통해 사회적기업의 선한 의도가 지속되려면 제품이 시장에서 경쟁력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의 생각이 미친 경쟁력은 '생식 건강'이라는 것이었다. "사업이 시작되던 당시 이미 해외에서는 콘돔 성분 중 니트로사민(N-nitrosamines)이 발암물질이라는 것 때문에 문제가 되고 있었다. 화장품은 유기농이 있는데 친환경 콘돔은 왜 없을까에서 시작해 이브 콘돔을 출시하게 됐다"고 했다. 이어 콘돔뿐 아니라 러브젤, 월경컵, 월경팬티 등을 잇따라 출시하면서 이름을 알렸다.

이브가 사회적기업인 이유는 제품을 판매할 뿐 아니라 성에 관한 인식을 바꾸기 위한 다양한 프로젝트를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그중 하나가 프렌치 레터 프로젝트다. 만 19세 이하인 청소년들은 이브 홈페이지의 프렌치레터 프로젝트 신청서를 작성하면 우편으로 콘돔을 받아볼 수 있다. 이에 대해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없었냐는 질문에 성 대표는 "최대한 거부감이 적기를 바라면서 손편지처럼 배송하지만, 그런데도 부모님들 전화를 받을 때가 있죠. 저희 프로젝트의 취지를 잘 설명하지만 완전한 설득을 할 수 없을 때가 많아요." 다음 제품으로 준비하고 있는 임신중절약도 다소 도발적인 면이 있다. 성 대표는 "이브의 미션은 성적 권리를 찾게 하는 것이다. 우리의 프로젝트를 통해 사회적으로 변화하는 부분이 분명히 있을 것"이라며 이브가 다양한 소셜 프로젝트를 펼치는 이유를 설명했다. 이브는 청소년들이 특수콘돔을 살 수 없게 하는 이른바 '쾌락통제법'에 대한 헌법 소원을 내고 이를 진행 중이기도 하다. 성 대표는 "사회적 가치라는 것이 정성적이지 않나. 그래서 측정하기가 어렵다. 그럼 그 변화의 근간에 무엇이 있을까 생각해보니 법이 있더라. 그게 바뀌어야 단단한 변화가 일어나는 것이더라. 그래서 법을 바꾸는 일들도 해나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성적권리를 미션으로 내세운 이브지만, 이것이 (주)인스팅터스가 추구하는 종국의 가치는 아니다. 사업을 시작할 당시 사회적경제와 함께 그의 관심사였던 인간의 성에 대한 문제가 이브의 시작이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그가 원하는 것이 성적 권리의 회복 뿐만은 아니기 때문이다. 인스팅터스는 생식 건강을 내세운 이브로 시작한 기업이지만, 향후 사업다각화를 통해 다양한 사회적 가치에 접근할 생각이다. (주)인스팅터스에 사회적 가치측정 매니저가 따로 있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성 대표는 "어떤 기준과 수준으로 사회적 가치를 반영할 것인가를 고민하기 위해, 사회적 가치 측정에 대한 연구에 큰 비중을 두고 있다"며 "사회적 가치 측정을 어떻게 할 것인가 학습하는 것이 중요한 것은 우리가 중요성을 놓치고 있었던 것들을 메꿔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브의 사회적 가치는 성적권리지만, 이것은 동물권, 환경권, 생존권과 연결돼 있다. 향후에는 또 다른 다양한 가치들을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 이브 브랜드 전 상품. 성적 권리 회복이 이브의 미션이다.ⓒ(주)인스팅터스

성 대표는 현재는 기업이 매출, 수익 등으로 주식시장의 평가를 받지만, 종국에는 사회적 가치로 그 기업을 평가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했다. "유기농화장품의 예를 보자. 예전에는 1% 유기농원료를 넣고 유기농화장품이라면서 소비자를 기만하는 사례가 많았다. 그런데 지금은 소비자들의 수준이 그것보다 훨씬 높아지지 않았나? 나중에는 사회적 가치로 기업의 가치를 판단하는 때가 올 수 있다고 본다"며 "지금은 사회적경제가 아직 태동기다 보니 사회적 가치에 대해서도 각자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하는 상황이지만, 이를 통합하는 때가 올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브는 생식건강 차원의 변화를 도모한다는 점에서 유기농콘돔 인증도 준비하고 있다. 성 대표는 "인증 준비를 하는 과정에서 직원이 '우리가 힘들게 개발을 했는데 이걸 베끼는 기업들이 많아지면 남 좋은 일 아닌가' 질문한 적도 있다. 그런데 이를 통해 업계를 리드했다면 그것이 우리의 브랜딩이기도 하다는 것이 내 생각"이라고 밝혔다.

현재 이브는 해외의 사회적기업 인증 중 하나인 비콥 인증을 받고, 계속해서 이를 관리하고 있고, 이외에도 다양한 사회적 가치 측정지표에 대한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또 내부 직원들의 내일채움공제를 원하는 인력 모두가 가입할 수 있도록 하는 등 내부 복지 관리, 노사문제에도 관심이 많다. 성 대표는 "사회적기업 시작하는 사람 중에 진정성이 없는 사람은 없다. 사회적기업의 메시지가 공허하지 않은 것은 사회적 가치와 경제적 가치의 선순환을 만들어낸다는 점에 있기 때문에, 단단하고 실질적인 가치를 창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스팅터스는 당분간 성적 권리 회복을 위해 집중할 예정이다. 끊임없이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며 나아가야 하는 분야에서 사업을 하는 것이 힘들지 않냐는 물음에 성 대표는 "항상 힘들다"고 진지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그는 "인간이나 기업이나 생존하고 성장하려면 ▲전략적 사고 ▲장기적 관점 견지 ▲성장마인드셋 등 세 가지가 필요하다. 이 중 장기적 관점을 견지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가 지금 힘들더라도 종국에 이렇게 될 것이라는 생각을 하면 극복할 힘이 생기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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