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살림재단, '한살림 생명·협동연구 결과' 발표회 가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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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살림재단, '한살림 생명·협동연구 결과' 발표회 가져
  • 2020.01.13 22:49
  • by 이진백 기자
▲ 공익재단법인 한살림재단과 모심과살림연구소가 10일 환경재단 레이첼카슨홀에서 '2019 한살림 생명·협동연구 결과발표회'를 개최했다.

저성장 사회에서 삶의 지속을 위해 중요한 것은 일자리와 소득이다. 일자리의 질과 소득의 질을 과거처럼 노동시간과 임금으로만 평가할 수 없다면 협동조합이 다른 가치를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저성장 시대에 접어든 한국사회에서 협동조합은 운영의 돌파구를 찾기 위해 어떠한 전략과 방법을 가져야 할까?'

공익재단법인 한살림재단과 모심과살림연구소가 10일 환경재단 레이첼카슨홀에서 '2019 한살림 생명·협동연구 결과발표회'를 개최했다.

한살림 생명·협동연구는 생명의 가치와 협동하는 삶을 실현하는 데 밑거름이 될 연구조사활동을 지원하는 사업으로, 한살림재단은 모심과살림연구소와 함께 2018년부터 연구 공모를 진행하고 있다.

2019년 한 해 동안 지원된 연구주제는 모두 6건으로 '저성장 시대, 한국 생협과 협동조합운동의 과제와 전망'이라는 지정주제로 3건, 먹을거리, 농업농촌, 협동운동 등 자유주제로 3건이 진행됐다.

특히 2019년 처음 진행된 '저성장 시대, 한국 생협과 협동조합운동의 과제와 전망' 지정주제 연구는 협동조합기본법 제정 이후 폭발적인 성장을 했던 한국 생협 및 협동조합운동의 성장·저성장에 관한 경험적 사례 연구를 통해 한국 생협과 협동조합운동이 처한 좌표와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탐색했다. 자유주제 연구는 먹을거리, 농업·농촌·농민, 사회적경제·지역공동체, 생태·에너지 등의 주제로 현장에 적용할 만한 실용적인 연구결과를 도출했다. 

이날 발표회는 1부 '협동운동의 새길 찾기'와 2부 '저성장 시대의 협동운동의 전망'으로 나눠 진행됐다. 발표자들은 지난 1년간 연구하고 진행했던 결과를 공유했으며, 발표가 모두 끝난 후에는 함께 자리한 시민과 전문가 자문단이 각 연구과제에 대해 자유롭게 토론하면서 다양한 의견을 공유했다.

1부는 자유주제 연구 3건이 발표됐다. '지역 먹거리 선순환체계 수립에 있어 농부시장의 역할과 운영 방향: 런던의 파머스마켓을 중심으로'를 주제로 연구를 진행한 마르쉐친구들의 이보은 씨는 2019년 런던 시가 발표한 푸드플랜을 중심으로 시가 만들고자 하는 도시(지역 간 먹거리 선순환 체계의 비전과 그 체계 안에서 런던의 파머스마켓(농부시장)의 역할)를 살펴봤다. 또 런던 현지 연수를 통해 지속가능한 지역 경제를 만들어가는 런던 파머스마켓 현장을 견학하고 마켓이 도심에 정착하기까지 어떤 논의와 협업의 과정이 있었는지 조사해 국내 농부시장의 지속가능한 운영모델 구축을 위한 방안을 살피고 시사점을 모색했다. 

마을연구소 일소공도협동조합의 신소희 씨는 '농촌 지역사회가 주도하는 청년 교육농장 실천 방향과 과제'에 대해 발표를 진행했다. 신 씨는 농업인구가 계속 감소하고 고령화되는 것을 우려하면서 농업 농촌을 이끌어 나갈 미래 주체 양성 과제들이 시급하게 개선돼야 한다고 토로했다. 그는 청년 농민을 양성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추체의 참여와 협력으로 농촌 지역의 사회적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 진행을 위해 정부 정책사업 참여 단체 및 언론보도 및 관련 연구를 참조해 20여 개 민간단체 사례를 조사했으며, 그중 다양한 모델을 확인할 수 있는 6개 사례를 선정하고 심층면담을 통해 청년 교육농장의 실천방향과 과제를 도출했다.   

이외에도 다른미래협동조합의 김정원 씨는 '성찰과 연대의 조직화: 일본노동자협동조합연합회가 보여준 사회적경제의 길'이란 주제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김 씨는 사회적경제가 대안성을 표방하고 있지만 특유의 혼종적 특성으로 인해 정체성의 문제에 항상 직면할 수밖에 없다고 바라보며 이를 극복하고 대안성을 확장하기 위한 과제로 성찰과 연대를 핵심 키워드로 제시했다. 성찰과 연대를 통해 정체성을 견지하면서도 성장을 일구어낸 일본노동자협동조합연합회를 사례로 소개했다.

토론자로 참여한 김정섭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과 강내영 일본총합연구소 연구원은 심각한 농촌문제를 지적하며, 지역사회 활성화 정책과 생협 진영과 농촌지역들이 새로운 방향을 제시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2부는 '저성장 시대의 협동운동의 전망'으로 지정주제에 대한 연구결과에 대해 발표하는 시간을 가졌다.

 '한국사회의 변화와 협동조합운동의 전망: 서기 2030년의 한국협동조합은?'이란 주제로 발표를 진행한 하승우 이후연구소 소장은 2013년, 2015년, 2017년 협동조합 실태조사를 재정리하고, 2019년 한국의 현실을 설명할 수 있는 다양한 지표를 제시했다. 

하 소장은 지금까지 세 차례에 걸친 협동조합 실태조사가 진행되었으나 데이터를 일관적으로 분석하기 어려웠기에 그 결과를 정리해보려고 했다. 그 결과 협동조합이 양적 성장은 이루었으나 사업 운영률의 저조와 운영은 하고 있지만, 목적의식 없이 운영되어 어려움을 겪는 곳들이 많은 걸 알 수 있었다. 그리고 '탈 협동화'에도 집중했다. 이는 단지 우리나라에서만 발생하는 것이 아닌 보편적인 문제로, 협동조합이 큰 규모로 발전하면서 생기는 구조적인 문제라고 설명했다. 조합원들에게는 제한된 정보로 인해 그 문제들이 피부로 와닿지 않는다는 점도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이 구조적인 문제를 한국 생협에 대입해서 분석을 했다. 생협의 의식조사를 결과를 보면 이용 조합원의 소득수준이 평균보다 높게 나타난다. 이 주요 조합원층이 원하는 지점과 조직이 추구하는 문제의식과의 괴리를 어떻게 메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주장했다.

신승철 생태적지혜연구소협동조합 소장은 '협동조합의 전략의 전환: 역성장으로의 문명의 전환, 생태민주주의와 협동조합의 전략지도'란 주제에 대해 발표를 진행했다.   

연구의 키워드는 '정동(affect)'으로 모심이나 살림, 보살핌을 나타내는 개념이다. 산업의 거대한 패러다임이 변화하면서 협동조합은 그 사업 자체는 근대모델을 따르면서 '정동'을 도입하여 내용 면에서는 탈근대를 꾀하고 있다.

저성장 시대는 자원보다 활력이 앞서는 시대라 할 수 있다. 경제보다는 살림이 주요하며 서로 어떻게 보살피고 모시느냐에 따라 비즈니스 관계망이 더 발전한다. 이는 소외, 고독, 외로움에 사로잡힌 한국사회를 재편할 방법이기도 하다는 설명이다.

신승철 소장 본인도 협동조합을 운영하면서 사업내용을 앞세우고 관계를 소홀히 하면 잘 운영되기 어렵다는 걸 깨달았다고 한다. 성장기 시대에는 외부 요인에 따라 저절로 진행되는 일들이 많았지만, 지금은 저성장 시대인 만큼 정동이라는 핵심 구성요소가 작동되지 않으면 어렵다는 이야기로 발표를 마무리했다.

'저성장시대를 뛰어넘는 새로운 협동조합운동의 길: 조합원과 함께 풍요하고 검소한 탈성장 시대를 준비하기 위한 도전'이란 주제로 마지막 발표를 진행한 김신양 한국사회적경제연구회 회장의 주요 연구질문은 '소비자생협의 위기가 저성장 때문인가?'와 '어떻게 하면 협동의 힘을 끌어올릴 수 있을까?'였다. 김 대표는 이에 대한 답을 얻기 위해 프랑스의 비오쿱 협동조합을 중심으로 다양한 사례를 조사했다. 결론으로는 단위조직과 중앙조직의 신뢰와 원칙 중심의 경영이 그 성공의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저성장은 극복해야 하는 과제가 아니라 모두가 맞닥뜨린 현실이므로 개인의 검소와 조직의 풍요를 이룰 수 있는 협동의 힘으로 극복해야 할 것이라고 정리했다.

토론자로는 신명호 사회투자지원재단 연구센터 소장, 안인숙 한국사회적경제연대회의 집행위원장, 정규호 한살림연합 정책기획본부장이 함께했다. 

신명호 소장은 실제 가동되지 않는 협동조합이 많다는 게 오늘날 협동조합운동의 위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고, 안인숙 집행위원장은 소비자생협의 질적 확산을 이루지 못했다는 지적에 있어서 뚜렷한 청사진은 없는 상황이 사실이다. 생협이 지역 내 거점을 두고 함께 고민하는 단위를 어떻게 만들어 갈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정규호 정책기획본부장은 성장주의는 작동을 멈춰가고 있는데 우리는 습관화된 사고방식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지금까지 매몰된 사고에 새로운 질문을 던지는 연구 발표들이었다고 평가했다.

▲ 곽금순 한살림재단 이사장. ⓒ라이프인

행사를 주최한 곽금순 한살림재단 이사장은 "공동체의 위기와 저성장의 시대를 맞아 현재 협동운동의 문제점과 미래를 의논하는 것은 매우 뜻깊은 일이다. 생협과 여러 협동조합이 고민하는 사업의 위기는 사업 자체만 바라보는 시야와 조건으로는 극복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며 "위기를 끊어내는 고리는 협동조합의 구성원들이 참여하는 결사체 조직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지향가치를 시대에 맞게 재정립하고, 새로운 활동 목표를 중심으로 조합원 한 사람 한 사람을 살림의 주인으로 세우는데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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