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사경②] 개발협력에서 사회적경제의 장점과 차별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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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사경②] 개발협력에서 사회적경제의 장점과 차별점
  • 2020.01.09 15:55
  • by 박종남 (코이카 ODA연구정보센터 연구원)

개발협력과 사회적경제는 모양은 다르지만 비슷한 목적지를 향해 가는 두 바퀴와 같다. UN은 지속가능발전목표(SDGs)를 달성하기 위해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동시에 추구하는 사회적경제조직을 중요한 SDGs 이행 수단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개발협력분야의 현장에서는 사회적경제를 매개로 다양한 실험들이 진행되고 있다. 더욱 다양한 시도들이 진행되기를 소망하며, 국제개발협력에서 바라보는 사회적경제에 대해 소개한다. [편집자 주]

사회적경제는 협력국과 공여국의 시민사회가 상호 이익과 연대를 강화할 수 있는 국제개발 플랫폼으로, SDGs가 지향하는 사회적 정의, 평화, 연대, 거버넌스의 가치들을 보다 잘 실현할 수 있는 접근 방법이라 할 수 있다. 사회적경제의 장점과 차별점을 기존의 국제개발 모델과의 차별성을 통해 살펴보고자 한다.

첫째, 사회적경제 방식은 지역의 내재적 발전을 지향한다. 공여국의 발전 목표와 지표들을 중심으로 설계된 개발 프로젝트는 지역사회의 다양한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특성들이 반영되지 않을 때가 많다. 그래서 지역주민의 실질적인 이익이나 삶의 개선이 이루어지지 않게 된다. 지역사회 중심의 중·소규모 프로젝트들이라고 할지라도 공여기관과 프로젝트 관리자 중심으로 운영되어 산출물들이 주민들의 가치와 운영에 내재화된 것이 아니라면, 프로젝트 종료 이후 사업 성과를 유지하는데 어려움이 많다.

사회적경제 방식은 개발의 성과가 지역주민들에게 내재화되고 지속 가능하도록 운영되며, 민주적 참여를 가능하게 하는 거버넌스를 만드는 것이다. 이는 SDG 16번째의 민주적 거버넌스의 달성과도 일치하는 것이다. 개발의 과정에서 지역주민의 능동적이며 민주적인 참여와 개발의 정책 결정과 집행과정에서의 포용적이며 대응적인 참여를 의미하는 것이다.

실질적으로 모든 사회적경제조직이 이 원리를 실천하기는 힘들다. 그러나 많은 사례 중에서 사회적경제조직들은 이러한 경험들을 실천하면서 나름대로 성과를 내고 있다. 특히 여성들 중심의 생산조직 또는 서비스 조직들에서의 성과가 돋보인다. 문화적 수공예품을 공정무역을 통해 지역의 소득증대를 가져오고, 이를 기금화하여 지역의 보건의료, 교육 인프라를 구축하는 등 다양한 성공사례들을 찾아볼 수 있다. 여성들이 중심이 된 협동조합, 마이크로파이낸싱 조직들을 아프리카, 인디아, 네팔 등에서 찾아볼 수 있다.

▲ 사회적기업 '페어트레이드코리아 그루'의 제품을 생산하는 네팔의 공정무역단체 마누시(MANUSHI)는 빈민지역 여성을 위한 수공예 기술, 경영, 회계 교육과 지역주민을 위한 '무담보 소액대출' 사업도 진행한다. ⓒ페어트레이드코리아 그루

둘째, 자발적 참여와 역량 강화로 지역사회에서 아래로부터의 제도형성을 가능케 한다. 주류의 제도주의적 개발 패러다임은 개발의 중심 행위자(agency)로서 입법을 통한 공식적인 조직과 법률, 행정 및 집행체제 등을 만드는 제도형성(institution building)을 강조한다. 제도형성을 통해 지원과 규제를 공식화하고 국가정책의 지원과 개입의 공식적인 루트를 만들어 주는 동시에 제도를 통한 개발프로젝트를 지속 가능하게 만드는 것이다. 이러한 제도형성의 관점은 1960년대 비교정치나 비교행정, 그리고 개발학에서 중요한 학문적 관점으로 시작되었고, 현재에도 그 유효성이 강조되고 있다.

제도형성은 중요한 접근방법이나, 공식적인 제도형성만으로는 엘리트 중심의 관점과 이해관계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주민들 스스로 참여와 권한을 통해 개발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새로운 가치와 행동을 변화시키고 만들어가는 비공식적인 제도화가 필요하다. 달리 말하면, 주민주도의 광범위한 사회적 동원(social mobilization)과 지지가 없이는 실질적인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

사회적경제조직, 특히 협동조합 형식의 조직형태는 다른 형태의 개발조직 보다 구성원들의 민주적 참여를 보장할 가능성이 높다. 최근 민주주의 확산과 세계화로 인해 국내외적 정보교류와 지역구성원들 간에 소통이 활발해지면서 기존의 권위주의적이며 국가 통제적인 협동조합들이 민주적 협동조합으로 변화하고 있음에 주목하고자 한다.

셋째, 사회적경제 방식은 시민들의 역량 개발에 적합한 형태이다. 전통적인 빈곤은 경제적 소득에 국한되었으나, 점차 개인의 선택과 자유, 역량의 개념으로 확대되고 있다. 사회적경제는 빈곤과 개발의 새로운 개념을 실현하는 데 매우 적합한 접근방법이다. 사회적경제는 궁극적으로 사회구성원의 경제, 사회, 정치적 참여를 증진시킬 수 있는 통합적인 인적자원개발을 가능하게 한다.

사회적경제는 기존의 단일 기능(교육, 보건, 인프라 구축...) 프로젝트와 달리 지역경제의 생산, 교환, 소비를 내재적으로 순환시키는 경제체제의 형성을 목적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다양한 사회적 필요들의 충족뿐만 아니라 지역사회의 일자리와 소득 창출을 통한 지역의 경제발전과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수 있는 기능을 가지고 있다. 이는 사회적경제의 중요한 기능인 지역주민들 스스로 참여와 권한 부여, 혁신을 만들어내는 역량 개발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역량 개발과 혁신들을 통해 지역 생산물과 서비스의 가치를 증대시키고 수요를 자극하고 공급을 확대하는 승수효과를 가져오는 기능을 할 수 있다.

또한, 사회적경제의 기본 가치인 사회적 연대와 응집성을 강화시키면서 지역사회 구성원들의 집단적 행위를 통해 협력을 촉진시키고 사회적 자본(social capital)을 증진시키는 효과를 가지고 있다. 주민이 주도하는 사회적경제 형성 운동은 기본 인프라와 서비스를 증대, 특히 사회적으로 배제된 집단, 취약계층, 예를 들어, 여성, 노인, 실업자 등의 경제적, 사회적, 정치적 참여능력을 강화시킬 수 있다.

사회적경제는 시장에서 일반적으로 발생하는 (시장의) 실패인 사회적, 환경적 비용을 내재화시킴으로서 생산과 소비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수 있다. 지역주민들의 합의하에 외재화에 의한 일차적인 이익들의 갈등을 통합, 조정하고 이를 위해 지역사회의 다양한 자원들을 연대와 협력을 통해 공공재(the public goods)와 공유제(the commons)를 만들어 나감으로써 지역의 문제 해결에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수 있다.

넷째, 사회적경제 방식은 개발 책무성 이행의 중요한 전략이 될 수 있다. 2005년 파리회의는 원조의 상호책무성을 강조하면서 원조 효과성을 제고시키는 것에 국제적 합의를 이루었다. 이어서 2011년 부산 고위급 원조 책임성 회의에서 제기된 중요한 아젠다 중의 하나가 원조의 목적을 한 단계 더 승화시키는 개발 책무성으로 확대를 시도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개발 책무성의 문제까지 공식화, 제도화하는 데에는 성공하지 못했다 하더라도, 국제개발 패러다임에서 주요목표 중의 하나는 개발 책무성을 강조하게 될 것으로 전망한다.

사회적경제는 지역 단위의 작은 규모에서 시작하여 점진적으로 경제, 사회, 정치, 문화적 특성의 다양성을 존중하면서 현재의 글로벌 위기들을 극복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접근법 중의 하나이다. 소위 '작은 변화가 모여 큰 변화를 이룬다'는 관점에서 사회적경제 중심의 지역개발 프로젝트는 큰 의미가 있다. 기존의 개발프로젝트들의 출구전략은 현지 이양을 의미하였다면, 사회적경제는 주민주도, 사회적 기업가정신, 연대와 협력, 민주적 거버넌스를 구축전략으로 삼아 SDGs 이행의 지역화를 이룰 수 있는 효과적인 원조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다섯째, 시민사회와 파트너십을 통해 국제개발에서 시민사회의 역할을 증대하는 데 기여한다. 국제개발협력의 새로운 패러다임에서 강조하는 이슈 중의 하나는 시민사회의 역할을 강화시키는 것이다. 이는 기존의 국제개발이 주로, 정부 간 국가이익 중심으로 전개되어 왔던 것에 대한 반성으로 시민사회 간의 ODA를 강조함으로써 개발의 효과성과 지속가능성을 강조하고 있다. SDGs는 빈곤 종식, 성 평등, 기후변화, 농촌과 도시에서의 일자리 창출과 경제성장, 평화와 정의 등 정치, 경제, 시민사회의 다양한 문제들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는 과제이다. 이를 위해서 SDG 17번의 독립적인 목표인 국제기구, 정부, 기업, 시민사회 등 다양한 국제사회 구성원들이 다층적으로 서로 협력이 중요하다.

이런 맥락에서 국제사회에서는 2008년 아크라 원조 효과성 고급회의, 2011년 부산 세계개발원조 총회를 통해 시민사회를 ‘독립적인 개발 주체’로 인정하고 국제개발협력에서 그 역할과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시민사회가 주도할 수 있는 다양한 국제개발 접근 중에서 사회적경제를 활용하는 접근방법이 보다 큰 의미와 효과가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 사회적경제가 새로운 국제개발협력의 패러다임에 맞는 유용한 수단이며 목적임을 강조하였다. 그러나 국제개발의 모든 영역을 사회적경제가 담당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또한, 사회적경제 접근법이 기존의 지역 단위 개발사업들을 대신해서 항상 성공에 이르는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사회적경제는 국제개발의 다양한 접근법 중의 하나이다. 더욱이 사회적경제가 최근에 전 세계적으로 성장하고 있지만, 여전히 일부 잘 발전된 국가들과 지역을 제외하고는 글로벌 사회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대중적 인지도가 낮다.

그러나 기존의 국가 중심의 공공 개발프로젝트나 시장 중심의 개발프로젝트들은 지속가능한 사업성과를 만들어 가는데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이에 따라 한편으로는 수입 사업을 통해 재정적 자립을 추구하면서도 지역사회의 공공의 목적 실현을 하고자 하는 새로운 혼합조직 형태이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운영에 있어서 다중이해관계자들의 이해들을 포용하고 통합하는 민주적 거버넌스를 강조함으로써 새로운 혁신적 조직이라는 특징을 가진 사회적경제조직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사회적경제조직이 활성화되고 기대했던 성과를 내고 지속가능성을 가지려면, 여러 가지 장애물들을 극복해야 한다. 기존 개발프로젝트의 플랫폼은 단기적 기간 내에 목표를 달성하고 성과평가를 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개개 주민들의 의식과 역량을 개발하는 것은 단기적으로 쉽지 않은 과정이다. 사회적경제를 통한 개발프로젝트는 지역주민들의 의식과 가치, 행동의 변화를 통해 자기 주도적으로 지역 문제를 발굴하고 혁신적인 해법을 찾고 실천해 나가는 사회운동으로서 지역사회에 확산되어야 하는 장기 프로젝트이다. 따라서 단기적으로 보면 실패의 확률이 더욱 높을 수 있다. 그리고 성과평가에 있어서도 경제적 성과뿐만 아니라 계량화가 어려운 연대, 협력, 사회적 자본을 비롯한 다양한 사회적 가치들과 혁신들을 포함하는 사회적 성과도 평가를 해야 한다. 또한, 사회적경제는 주민들의 역량 강화와 협업을 통한 지속적인 혁신의 연속이어야 한다. 궁극적으로는 다양한 경제적, 사회적 가치들을 통합적으로, 그리고 지속가능성의 평가도 필요하다.

이러한 사회적 성과를 포함하는 다차원적 평가지표 개발은 여전히 논쟁적이며 쉽지 않다. 따라서 새로운 평가의 플랫폼 개발이 필요하며, 이는 하나의 잣대를 가진 플랫폼보다는 지역의 다양한 맥락과 문제, 목표들이 반영될 수 있는 다차원적 평가 플랫폼이 필요할 것이다. 이는 개발프로젝트의 플랫폼과 성과평가의 방법들이 변화해야 하고, 접근방법에 있어서도 새로운 혁신이 필요하다.

 

※ 위의 원고는 개인의 연구보고서에 기반한 것이며 코이카의 공식적 입장과는 무관함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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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남 (코이카 ODA연구정보센터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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