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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입자들이 만나면 달라질 수도 있는 일들[소셜복덕방 - 삶이 깃든 부동산, 사회가 깃든 부동산 ⑩]
  • 서동규 (사회혁신기업 더함 매니저)
  • 승인 2019.12.30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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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과 덕을 생기게 하는 것이라는 말에서 유래한 복덕방(福德房)은 말 그대로 복과 덕이 있는 방을 의미한다. 과거 동네에서는 제를 올리기 위해 각자의 형편에 맞게 음식과 돈, 노동력을 제공하고 당산나무나 근처 넒은 마당이 있는 집에서 제사음식을 모두가 나눠 먹었다. 그리고 음식과 정을 나누던 그 공간을 복덕방이라고 일컫곤 했다. 이렇듯 우리의 삶과 사회적인 영역 속에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던 복덕방은 부동산 투기를 일삼는 업자들의 등장으로 어느새 이름도 부동산중개소로 바뀌었다. 집과 토지를 의미하는 부동산도 더 이상 삶의 터전이 아닌 투기와 축적의 수단이 되었다. 최근 부동산 문제의 대안으로서 사회주택, 시민자산화, 공유공간 등 모델이 소개되고, '사회적 부동산'이라는 새로운 인식틀과 담론이 제안되고 있다. 삶과 사회가 깃든 부동산인 '사회적 부동산'을 사회혁신기업 더함과 함께 라이프인이 소개한다.


사회라는 건 없다?!

최근에 사는 곳을 옮겼다. 이삿날의 오전에는 전에 살던 세입자가 이사를 갔고, 오후에는 내가 새로운 세입자로 들어갔다. 이사한 날도 같았고, 집을 알아보고 이사를 가기까지 2주 정도 시간이 있었지만, 전에 살던 세입자를 한 번도 만나지 못했다. 집 정보나 동네 정보가 궁금해서, 이전 세입자에게 몇 가지 물어볼 수 있을지 공인중개사에게 조심스레 요청하기도 했으나, "원래 그런 건 안 된다"라는 단호한 답변만 돌아올 뿐이었다. 세입자는 핵물질 같은 존재라서 결합하면 핵폭발이 일어나기라도 하는 것일까.

이전 세입자와 잠깐이라도 이야기를 했으면 집에 대한 정보를 더 아는 상태에서 계약을 했을 것이다. 그랬으면 옆집에서 고기 굽는 냄새가 후드를 통해 역류할 때 당황하지 않고 임대인과 논의할 수 있었을 테고, 서쪽 벽에는 도배를 하기 전에 단열벽지부터 붙였을 테다.

비슷한 조건의 세입자들이 한데 모여 사는 대단지의 경우는 어떨까? 최근 지인이 한 대단지 아파트 안에 있는 행복주택에 입주했다. 좋은 건물에 괜찮은 임대조건이었다. 미래도시 같은 지하주차장을 지나다 보니 여러 공용시설들이 보였다. 운영을 어떻게 결정하는지 아냐고 지인에게 물었다. 그런 건 입주자대표회의에서 결정하고, 행복주택에 사는 사람들은 회의에 들어가지 못한다고 했다. 그 단지는 다른 공공임대아파트처럼 임대동과 분양동이 분리되어 있지 않았고, 임대동 주민이 단지 내 공용시설도 사용할 수 있었다. 하지만 임대동에 사는 사람은 운영에 대한 의사결정권을 가질 수 없었다.

이사하면서 겪은 작은 일이라고도 할 수 있지만, 세입자/입주자 커뮤니티의 부재는 생활의 불편함과 경제적 손해라는 결과로 돌아오는 것을 재확인했다. 사회적 고립은 사소한 상황을 넘어서서 생존을 위협하기도 한다. 권한을 빼앗기고 서로 단절된 개인들은 각박한 환경에서 생존하기 위해 각자도생을 모색할 수밖에 없다. 부동산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부동산과 사회로부터 소외되면서 치른 대가는 누군가에게 이윤으로 축적된다. 소외와 축적의 반복으로 불평등은 심화된다.

"사회라는 건 없다." 영국 총리였던 마거릿 대처의 말이다. 그의 선언이 주문이 되어서 실제가 되어 버린 건 아닐까 하는 절망이 든다. 쫓겨나는 사람들의 소식을 들을 때마다, 이사를 할 때마다 한숨 지으며 탄식을 내뱉는 것이다. "사회라는 건 없다."

▲ 신자유주의에 기반한 경제 개혁을 강력하게 추진한 마거릿 대처는 1987년 <Woman's Own>이라는 매거진과의 인터뷰에서 "사회라는 건 없다(There's no such thing as society)"라는 말을 남겼다. "개인으로서 남자와 여자, 가족들이 있는 것뿐"이라는 그의 인식은 '개별화하기' 전략을 대표적으로 보여 준다. 그는 정부에 경제적 지원, 주택 마련을 요구하는 이들을 향해 "자신들의 문제를 사회에 전가하고 있다"며 줄곧 비난조의 말을 던졌다.  (사진: public domain)


사회적 부동산은 무엇을 만들고자 하나

약자가 흩어져 있으면 결국 강자가 모든 권한을 행사한다는 것은 만고불변의 법칙이다. 어느 영역에서나 마찬가지이듯이, 부동산에서도 이윤을 만들기 위해서는 두 가지가 필요하다. '개별화/파편화'와 '권한의 독점 강화'이다.

사회적인 부동산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이 두 가지를 뒤집어야 한다. '부동산 이용자가 집단이 되기'와 '이용자 집단이 자율적인 공동체가 되기'이다. 집단이 되어야 관계가 생기고, 이용자들이 모였다는 힘으로 권한을 획득할 수 있다. 또한 공동체가 자율성을 획득해야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 줄 공간이 될 수 있다. 공동체마다 관계의 깊이와 형태는 다르겠지만 말이다.

이런 의미에서 사회적 부동산은 단순히 저렴한 공간을 제공하는 사업이 아니다. 우리의 일상을 가꿀 사회를 구축하려는 시도이다. 사회적부동산은 '이윤', '각자도생', '불평등'으로 설명되는 부동산을 '연대'라는 이상으로 재구성하는 것이다.

모두가 연결되어 있는 지점을 발견하기

'이용자가 집단 되기'와 '이용자 집단이 자율적 공동체 되기'. 이 두 전략을 구체화할 수 있는 틀 중 하나가 협동조합이다. 더함이 만들고 있는 아파트인 위스테이에 입주하기 위해서는 '위스테이OO사회적협동조합'에 가입해야 한다. 협동조합을 통해 입주자가 집단을 형성하고 권한을 행사한다. <소셜복덕방> 연재에 소개된 바 있는 커뮤니티 공간 디자인이 권한 행사에 대한 좋은 예시(커뮤니티를 위한 지속 가능한 활동 무대 만들기)이다.

'민달팽이주택협동조합'은 집을 구해야 하는 청년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스스로 집을 공급하는 협동조합이다. 단순히 살 집을 공동으로 구하는 집단인 것만이 아니라. 자율적으로 문화를 만들어내는 공동체이다. 최근에는 평등문화규약을 제정하면서 스스로의 문화를 점검하고 집 안팎에서 일어날 수 있는 문제들에 대한 약속을 만들고 있다.

▲ 세입자 당사자들의 네트워크의 부재로 각자도생하고 있는 현실 속에서, 민달팽이유니온과 민달팽이주택협동조합은 세입자 네트워크를 비롯한 다양한 대안들을 만들어 내고 있다. ⓒ민달팽이유니온

후드에서 역류한 냄새가 역해서 현관문을 열어놓았다. 같은 층 입주자가 귀가하면서 현관을 열자마자 "아, 냄새!"하는 소리가 들렸다. 건물 전체에 냄새가 역류하는 이유는 각 호실에 있기보다, 공유하는 설비에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같은 건물에 살고 있는 다른 입주자들과 문제를 공유하고 함께 해결해야 하는 일인 것이다. 하지만 내가 사는 건물은 분리형 원룸만 16호가 있는 건물이다. 모두 본인이 소유한 집이 아닐 테고 입주자를 대표하는 기구도 없기 때문에, 공동의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생각하면 아득하다. 그래도 더 나은 집을 희망하면서, 공동 현관에 서로의 주거 안부를 묻는 짧은 글부터 붙여볼 생각이다.

서동규 (사회혁신기업 더함 매니저)  webmaster@lifein.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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