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재생으로 극복하는 동두천 미군주둔의 흔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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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재생으로 극복하는 동두천 미군주둔의 흔적들
  • 2019.12.27 16:13
  • by 정화령 기자

50억 달러를 요구하던 주한미군 방위비가 10~20% 인상으로 협상을 마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우리나라에 미군이 주둔한지 70년 가까이 세월이 흐른 지금, 주한미군은 여전히 안보뿐 아니라 외교, 정치, 경제를 통틀어 가장 민감한 사안 중 하나이다.

동두천은 전국의 주둔지 중 유일하게 전쟁으로 인해 원형이 완전히 무너진 지역에 미군이 주둔하며 새롭게 도시가 형성된 곳이다. 7200명에 불과하던 인구는 20년에 걸쳐 6만 명 이상으로 늘어났는데, 미군부대 주변으로 돈을 벌기 위해 모여든 외지인들이 그 원인이었다. 술집과 유흥가가 먼저 자리를 잡고 그 이후 노동력, 서비스, 오락거리를 제공하는 업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면적으로 보자면 1956년에 동북아 최대규모인 872만평의 토지를 징발하여 73년에 미2사단이 점유한 군용지는 78㎢(2억 8,500만평)에 이르렀다.

안보가 위험하던 시기에 미군의 주둔은 국가 전체적으로는 안정감을 주었을지 모르지만 지역에는 많은 상처를 남기기도 했다. 밤낮으로 사격과 헬기소음이 발생했고 미군이 수시로 시내를 구보하며 불안감을 조성했다. 또한 흑백갈등이 부대 내에서 그치지 않고 부대 밖에서도 이어져 폭력, 상해, 살인사건이 만연하여 그 피해는 고스란히 지역 주민에게 돌아갔다. 주한미군 살인사건으로 유명한 일명 '윤금이사건'이 일어난 곳도 동두천이다.

아픈 역사의 흔적은 지금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흔히 양공주라 불리던 미군 기지촌 여성은 60년대에 전국에 2만 명 이상으로 추산되며 동두천에만 6천 명 이상 상주했다고 조사된 바 있다. 그 당시 관리의 명목으로 '성병진료소'와 낙검자 수용소인 '성병관리소'가 설치되었는데, 당시 성병관리소에서는 열악한 환경과 무차별적인 수용 및 페니실린 부작용으로 많은 여성이 사망했다. 성병관리소는 보건소 담당 부서가 사라지면서 96년에 완전폐쇄가 되었으나 소유권 문제가 발생하면서 그대로 방치된 상태이다. 그 흔적은 지금도 소요산 입구에 폐허로 남아있어 최근에는 젊은 예술가들이 예술활동을 하기도 하고 유튜브를 통해 흉가체험을 하는 장소로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 성병관리소 외관(좌)과 내부(우). ⓒ라이프인

이곳에서는 미군 공여지의 활용사례도 찾아볼 수 있다. 동두천시 면적의 45%를 차지하던 미군기지 중 현재 3%(약 5만 평)를 반환한 상태이다. 그 중 일부를 2016년에 동양대학교가 인수하여 '북서울캠퍼스'를 개교했고 군부대 건물과 도로를 거의 그대로 사용하여 학생들 사이에 기숙사가 멋지다는 호평을 받고 있다. 반환된 공여지 활용에 대해 한신대학교 이기호 교수는 "5만 평의 반환받은 공여지 중 2/3 이상은 안정성 검사가 끝나지 않았다. 예를 들어 탱크세척을 목적으로 경유를 여과 없이 땅에 뿌리기도 하고, 미군부대 내에 고엽제를 묻어 폐기했다는 한 병사의 증언이 있기도 한 것처럼 오염제거가 까다로운 상황이다. 반환된 미군 공여지는 지자체에서 환경평가를 진행하는데 문제가 발생하면 그 해결에 많은 시간과 예산이 소요된다. 지금도 이미 반환되었으나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땅이 여의도의 25배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 동양대학교 북서울캠퍼스 전경. ⓒ라이프인

동두천은 구시가지를 중심으로 도시재생사업을 통해 지역을 새롭게 정비하는 중이다. 군부대를 중심으로 50년대에 판잣집들이 무분별하게 들어선 지역이기에 하수시설이 갖춰지지 않은 곳이 대부분이고 화장실이 없는 건물도 많다. 그래서 지역재생을 위한 예산을 새로운 하수시설공사에 많이 투입하고 있기도 하다. 최희신 경기북부 평화시민행동 사무처장은 "시에서 청년점포 인테리어를 지원하거나 매장을 유치하는 임대사업을 추진하는데, 화장실이 없어서 구시가지에 입점할 수 있는 매장이 별로 없었다. 그래서 올해 하반기에 급하게 시작된 공사들이 많다. 1호선 보산역 인근 철도 아래에는 기둥마다 벽화가 그려져 있다. 이 역시도 재생사업의 일환으로 프랑스작가를 초빙해서 완성하였는데 그림 8개에 1억이 소요되는 등 균형없이 진행되는 사업들도 있는 상황이다"라며 지역재생 사업의 방향에 대한 우려의 시각을 밝혔다.

한편 클럽과 문화가 발달한 지역의 특색을 살려 구도심의 가장 큰 클럽을 지역주민이 함께 예술을 누릴 수 있는 공간(두드림 문화센터)으로 재탄생시키며 나름의 독특한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 동두천 지역재생사업 벽화. ⓒ라이프인

도심뿐 아니라 작은 마을단위에서도 지역을 변화시키려는 노력이 이뤄졌다. 동두천시 광암동 턱거리마을에서 만 6년째 활동하는 김현호 신부와의 대화를 통해 마을운동을 통한 변화를 들어볼 수 있었다. 호비캠프 정문에 위치한 턱거리마을은 아직 6~70년대 모습이 많이 남아있는 곳으로 사람들의 기억에서 잊혀진 기지촌이다. 공여지 반환과 LNG 발전소 건립에 따른 보상문제로 마을 주민이 양분되어 갈등을 빚기도 했다.

김 신부는 마을 상황에 대해 "함께하는 움직임이 있다가도 한 두 사람의 명망가의 공으로 돌아가는 사례들이 많아 아무래도 조심스럽다. 깨어있는 주민들을 모아서 함께 올바른 상을 그려나가려고 노력 중이다"라고 밝혔다. 그 구상 중 하나인 '기지촌박물관' 1호점이 올해 11월 말 개소했다. 경기문화재단의 에코뮤지엄 프로젝트의 제안을 받아 추진한 사업으로 마을주민들이 내용구상부터 목공 등 건물을 꾸미는 일까지 함께했는데 이 과정에서 분열된 마을주민이 다시 화합하는 효과도 있었다는 설명을 들었다.

▲ 턱거리마을 박물관 '샹제리에' ⓒ네이버

정세가 불안하던 시기에는 안보 이데올로기에 매몰되어 미군 주둔이 가져오는 빛과 그림자에 대해서 깊게 고민할 수 없었다. 한때는 지역경제 개발을 목적으로 미군을 적극적으로 유치할만큼 경제적 낙수효과가 컸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제 안보를 위한 대비보다는 평화를 위한 노력이 중요한 시기에 접어들었다. 주한미군의 규모 역시 점점 줄어들 것이다. 그 흐름에 따라 주변 지역을 쇠락하는 도시로 내버려 두지 않고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는 노력이 중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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