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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경제에서 '사회적인 것(the social)'은 무슨 의미인가?
  • 이가람 (연세대학교 BK21PLUS 연구원)
  • 승인 2019.12.27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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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회적경제를 모르는 사람들은 기존 경제와 다른 '사회적인' 경제가 무엇이냐고 묻는 상황에서 사회적경제에 대한 해석과 관점 역시 사람마다 천차만별이다. ⓒfreepik

최근 한국에서 사회적경제는 활동과 담론 모두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대안적 가치를 지향하는 대다수의 다양한 활동이 '사회적경제'의 외연 안에서 이루어지고 있고, 사회적경제는 하나의 사례, 하나의 정의로 대표하기 힘들 만큼 다차원적이 되었다. 한편으로는 사회적경제 영역이 '사회적인 것'에 대한 자기증명을 요구받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활동은 다양하고, 사회적경제를 모르는 사람들은 기존 경제와 다른 '사회적인' 경제가 무엇이냐고 묻는 상황에서 사회적경제에 대한 해석과 관점 역시 사람마다 천차만별이다. 사회적경제를 자본주의의 병폐를 해결할 대안으로 보는 시각도 있지만 누군가는 사회적경제를 '사회주의 기획'의 하나로 보고, 신자유주의적 통치 수단의 하나로 보기도 한다. 사회적경제, 사회혁신, 사회적 가치 등 '사회'가 들어간 말들이 늘어나면서 한국 사회에서 "사회적인 것(the social)"에 대한 관심 역시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사회적인 것'이 따로 있는가?

필자가 사회학을 전공한다고 하면 많은 사람들은 "그래서 사회적인 게 뭐에요?"라고 묻는다. "사회적" 또는 "소셜", 더 나아가 사회라는 개념은 워낙에 다양한 차원을 포괄한다. 사회학자인 엘리엇과 터너는 이 개념으로 <사회론(2015)>이라는 책을 한 권 썼을 정도다. 이 책에서 두 사람은 사회의 개념을 구조-연대-창조로 구분한다. 사회학의 관점에서 '사회적인 것'은 두 가지 차원을 내포한다. 하나는 사람들을 둘러싸고 있는 구조 차원이고, 다른 하나는 구조-체계의 변화를 이끌어내려는 공통의 힘이라는 차원이다. 사회적경제 역시 흔히 말하는 '구조로서의 사회' 차원에서 개인들이 경험하고 발견하는 사회문제에 대응하여 사람들이 연대하고, 결사하면서 새로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활동들로 볼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한국의 사회적경제 영역에서 '사회적인 것'의 의미 역시 사회적경제에 참여해 온 많은 사람들이 활동 속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 사회학자인 엘리엇과 터너는 <사회론(2015)>에서 사회의 개념을 구조-연대-창조로 구분한다. ⓒ이학사

사회의, 사회에 의한, 사회를 위한 경제

민주성, 연대성, 가치지향성을 특징으로 하는 사회적경제의 원리는 여러 사회적경제 활동의 규범 논리에 반영되어 있다. 사회적경제에서 나타나는 '사회적인 것'의 차원을 링컨의 유명한 말을 빌려 정리하자면 "사회의(of the social), 사회에 의한(by the social), 사회를 위한(for the social)" 경제활동이다.

폴라니가 강조했던 '사회적 배태성'은 사회로부터 벗어나려고 했던 시장 전반 뿐 아니라 사회적경제 영역에도 적용되는 부분이다. 사회적경제도 한국 사회라는 자장(磁場) 안에서 움직이는 만큼 제도의 관성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더욱이 한국 사회에서는 사회적경제가 시민사회에 비해 강한 정부, 강한 기업과의 관계 속에서 성장해왔다. 필자가 만난 일부 활동가들은 많은 활동이 정책이나 기업의 사회공헌활동과 연계된 '사업'으로 전락하는 것은 아닌지 고민하고 있기도 하다. 그럼에도 사회적경제는 경제성장 담론이 주류를 이루는 속에서도 꾸준히 이어져 오면서 계속해서 지금의 경제가 '사회의 경제'인지 질문을 던지는 역할을 해 왔다. 사회적경제 활동은 경제의 생산-소비-교환-분배 영역을 사회적이고 민주적인 방식으로 변화시킨다. 생산 영역에서는 노동자 협동조합이나 가치생산 등 그간 익숙했던 생산과 일의 방식을 바꾼다. 소비가 아닌 공동체에서의 이용, 교환, 공유 등을 모색하기도 하고, 공정무역과 생활협동조합은 생산과 소비 영역을 적극적으로 연결한다. 전환운동과 탈성장 등 기존 경제의 패러다임 자체를 바꾸려는 시도도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최근에는 커먼즈와 시민 자산화 등 사회적 소유에 대한 고민도 진전되고 있다.

사회적경제 활동의 가치는 활동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이 '사회적 삶'의 의미를 성찰하고 일상적인 경제활동에서부터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계속해서 '사회적인 것'의 힘을 키워나가는 데 있다. 사회적경제 활동의 제도논리를 구성하는 사회적 요소, 현장에서 주로 쓰는 '사회'와 '사회적 가치'의 의미는 삶의 사회성과 연결성, 다시 말해 관계에 대한 인식과 자본주의 기업 활동의 경제 가치와는 구분되는 의미에서 사회적 가치를 양 축으로 한다. 활동의 성격에 따라 사회를 위한 목적성(for the social)에 방점을 더 두는 경우도 있고, 결사체 조직과 참여(by the social)를 더 강조할 수도 있다. 사회적경제는 활동의 주체로서 시민의 참여를 통한 사회의 혁신적 변화를 추구한다는 점에서 사회혁신과도 연결된다.

사회적경제는 한국 사회에서 '사회적인 것'의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사회적경제는 '사회적인 경제'라는 뜻의 명사로 읽히기 쉽지만, "거듭되는 재의미화를 통해 구성되는 유동적 과정(깁슨-그레엄, 2016: 19)"으로서 동사형으로 바라보아야 할 실천이다. 이런 의미에서 한국 사회적경제 활동에서 '사회적인 것'의 움직임을 설명하는 중요한 개념은 '확장'이다. 우선 사회적경제의 활동 영역 자체가 계속해서 확장되고 있다. 다양한 사회적경제 활동들은 한국 사회가 경제 우선주의에서 벗어나 다양성과 관계성을 강화할 잠재성을 키워가고 있다. 둘째, 한국의 수많은 활동이 피고 지는 동안 사회적경제 활동이 상상하는 '공동체로서 사회'의 의미는 좁은 의미에서의 지역 공동체를 넘어 일반화된 의미의 호혜까지 포함하는 방향으로 확장되고 있다. 셋째, 사회적경제는 느슨한 형태로 사회적경제 영역을 구성하는 데서 한발 더 나아가 사회 전반에 '사회적인 것'에 대한 관심을 확장하고 있다. 현실적으로 경제활동은 이미 화폐 및 금융과 떼려야 뗄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사회적경제의 호혜적 관계 역시 시장 안에서 이루어지게 되고, 시장 안에서 사회의 영역을 확장하는 독특한 역할을 수행한다. 다각화하는 사회적경제 활동은 법-제도 기반 마련의 노력을 추동해왔다. 이러한 노력이 이루어지는 과정은 사회적 가치에 관한 담론과 실천을 경제 및 정치 영역으로 확장했다.

흔히 한국 사회에서 사회적경제의 역사는 길지 않다고 말한다. 그럼에도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이미 우리에게 사회적경제의 궤적이 쌓여 있다는 점이다. 한국의 사회적경제가 쌓아온 역사는 어떤 의미에서는 결코 짧지 않다. 사회적경제 역사에 있어 중요한 분기점으로 여겨지는 IMF 외환위기와 자활사업이 시작되던 1999년을 기점으로만 봐도 20년의 시간이 쌓였고, 최근에는 <한국 협동조합운동 100년사(가을의 아침)>라는 책이 발간되기도 했다. 이 시간과 경험이 빚어낸 오늘날 한국의 사회적경제가 어떤 모습인가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평가가 있을 수 있다. 그럼에도 계속해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우리' 혹은 '공동체'로 표상되기도 하는 '사회적인 것'에 대한 믿음이 모였을 때 나타나는 사회적 변화의 가능성이다. 앞으로도 이러한 믿음과 힘들이 모일 때 사회적경제의 사회적 의미와 가치 역시 계속해서 형성되고 강화될 것이다.

이가람 (연세대학교 BK21PLUS 연구원)  webmaster@lifein.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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