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인재 육성,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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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인재 육성,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치자"
[인터뷰] 이시우 한국자활연수원장
  • 2019.12.20 10:39
  • by 노윤정 기자
▲ 이시우 한국자활연수원장. ⓒ라이프인

"사회적경제 분야의 인재를 육성하는 적극적인 지원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많은 전문가와 활동가들이 사회적경제를 성장시키기 위해서는 인재 양성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인재 양성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에 비해 전문성 갖춘 인재를 길러낼 교육기관은 전무하다시피 하다. 자활기업,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마을기업 등 사회적경제 분야를 통틀어서 금융사업을 겸영하는 곳을 제외하면 자체 연수원을 갖고 있는 곳도 딱 한 곳뿐이다. 바로 한국자활연수원(이하 자활연수원)이다.

2015년 4월 개원한 자활연수원은 보건복지부에서 시행하는 자활사업 참여자와 자활기업 참여자, 자활 분야 종사자의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한 거점교육센터를 목표로 하는 곳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자면, 자활연수원의 첫 번째 설립 목적은 근로빈곤층이 경제활동을 할 수 있도록 교육과 훈련의 기회를 제공하고 정서적 자립 의지와 사회적 관계망을 회복할 수 있도록 지원함으로써 자립기반을 마련해주는 것이다. 그리고 자활 분야 종사자가 전문성과 실무력, 관련 제도 실행력을 높일 수 있도록 교육하는 것이 두 번째 설립 목적이다. 자활연수원의 2019년도 사업운영계획을 보면 이 점이 명확히 드러나는데, 자활연수원의 올해 사업은 '존중하고 신뢰받는 인재양성 중추기관'이라는 목표 하에 진행됐다.

다시 자활 분야 외 여타 사회적경제 분야의 상황으로 눈을 돌려보자. 정부기관이나 공공기관, 중간지원기관, 민간기관 등을 통해 사회적경제 관련 교육 프로그램은 꾸준히 운영되고 있으나, 각 분야의 거점교육기관이라고 할 만한 곳은 없는 상황이다. 또한 정부기관에서 제공한 교육 프로그램을 살펴보면 강의 방식 교육이 82%에 이르며 체험 형식의 교육은 3%에 불과하다(2017년 기준). 그러다 보니 사회적경제 참여를 독려하고 역량을 키워줄 만한 실제적 교육이 부족하고, 종사자를 대상으로 한 전문교육 역시 미비한 실정이다(사회적경제 인재 양성 종합계획, 관계부처 합동, 2018). 사회적경제를 확산하고 성장시킬 인재를 양성하기에는 턱없이 열악한 것이다.

그래서 자활연수원의 사례에 더욱 주목하게 된다. 사회적경제 내 교육과 인재 양성의 중요성을 상기시키고, 하나의 선례가 되어주기 때문이다. 이시우 한국자활연수원장을 만나 자활연수원에서 진행하는 사업과 사회적경제 각 영역에 개별성을 반영한 전문적인 교육 체계 수립이 필요한 이유를 자세히 들어봤다.

▲ 한국자활연수원 전경. ⓒ라이프인

Q. '자활'이라는 단어를 낯설게 느끼는 사람들이 있다. 자활사업, 자활연수원에서 '자활'은 무엇을 의미하나?

자활의 사전적 의미는 '제 힘으로 살아감'이다. (정책을 논의할 때의) 자활은 사회적 배려가 필요한 저소득 취약계층이 경제적·사회적·정서적으로 자립하는 것을 의미한다. 신체 회복의 의미가 포함된 재활과 구별되는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자활연수원에서는 노동시장에서 소외된 기초생활수급자와 경제적 어려움에 처한 차상위계층이 자활사업에 참여해 취업, 개인창업 혹은 자활기업을 통한 공동창업 등 다양한 방식으로 자립하도록 돕고 있다.

Q. 자활연수원의 교육 과정이 굉장히 다양한데, 특히 어떤 목표에 집중해서 교육 과정을 수립했는지 궁금하다.

자립하려면 '물고기 잡는 법'을 배워야 하지 않나. 직무기술 획득이 중요하다. 때문에 관련 과정을 확대하고 있다. 특히, 자활참여자들의 욕구를 파악해보니 자격증에 대한 바람이 많았다. 그래서 도배기능사·세탁기능사·바리스타·한식조리사 자격증과 같은 국가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도록 교육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39세 이하의 청년들 같은 경우에는 컴퓨터, 웹디자인 등을 포함해 좀 더 다양한 분야의 자격증을 원했기에, 그에 맞는 프로그램도 제공하고 있다. 그리고 교육 체계를 수립한 뒤에는 전국의 15개 광역자활센터와 지역자활센터에도 프로그램을 공유하고 있다. 이처럼 자활참여자들의 자립 의지를 북돋아주고 자립 역량을 향상하는 데 초점을 맞추어 교육 과정을 설계하고 있으며, 지역자활센터 종사자들의 사례관리 실천 역량과 사업 경영 역량을 높이는 방향으로 교육 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한국자활연수원

Q. 자활연수원이 설립된 지 5년이 되어 가고 있다. 그동안 교육 과정에 참여한 사람들의 반응도 궁금하다.

연수원 교육 참여자들은 교육 과정에 대부분 만족하는 편이다. 살아오면서 다양한 교육의 기회를 가지지 못하고, 하루하루 생업에 쫓기듯이 지내느라 자신의 강점과 잠재력, 가능성 같은 것들에 대해 생각해 볼 겨를이 없던 분들이다. 그런데 자활연수원의 교육 과정에 참여해 인문학이나 리더십 등의 교육을 받으면서, 자신을 돌아보고 새로운 희망과 자신감을 얻게 됐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여러 업종의 직무기술교육을 통해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의 기술과 노하우를 습득하고 자립에 대한 의지와 자신감을 가지게 되는 긍정적 효과는 여러 평가나 조사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참고: 2018년도 자활연수원 사업 평가 중 연수원 교육수료자가 미수료자에 비해 '대화기법 상담사 과정' 및 '경영기초 과정'에서 모두 높은 평가를 받아 직무교육 향상 효과를 확인했다)

Q. 현재 자활사업이 당면한 문제는 무엇이고, 그 연장선에서 자활연수원이 교육 사업을 펼치면서 강조하는 부분은 무엇인가?

지금 우리 사회는 유례없는 저성장·저고용·자산 및 소득의 불평등 심화 등 여러 진통을 복합적으로 겪고 있다. 소득 1분위 계층(최하위 20%)과 고소득 계층의 차이가 심화되고, 기술의 발전과 산업의 구조개편으로 일자리가 줄고, 여러 업종의 자영업이 붕괴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실직을 하거나 사업을 하면서 부채를 지거나 질병을 얻는 등 여러 요인에 의해 근로빈곤층이 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따라서 자활사업은 취약계층이 빈곤을 극복하도록 돕는 것을 넘어 사람들이 더 이상 빈곤의 늪에 빠지지 않도록 예방하는 기능도 요구 받고 있다. 시장원리에 의해서는 작동하기 어려운 사회서비스 분야와 자활사업에 적합한 업종들을 개발해, 새로운 서비스와 일자리를 만들어 내는 작업이 절실히 요구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향후 자활연수원의 교육 방향도 '빈곤 탈출'뿐 아니라 새로운 일자리를 발굴하고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사회서비스 개발에 초점을 맞추는 '빈곤 예방'까지 아우르려고 한다.

Q. 올해 8개 지방자치단체에서 지역사회 통합돌봄(커뮤니티 케어) 선도사업을 시작하는 등 지역사회 통합돌봄에 대한 관심이 높다. 자활연수원의 사업도 지역사회 통합돌봄과 연계할 수 있지 않을까?

그렇다. 자활사업의 주요한 축이 돌봄서비스와 집수리사업이다. 이 두 영역을 지역사회 통합돌봄 사업과 연계하는 구체적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예를 들면 지역의 노인가구를 방문해 온돌과 보일러, 창호 등을 수리해주고 살림살이들을 정리·수납해주는 서비스 방식을 협의하고 있다. 이러한 분야의 일자리창출과 직무기술 교육에 연수원도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사업에 반영하고 있다.

ⓒ한국자활연수원

Q. 자활연수원이 사회적경제 분야 안에서 어떤 역할을 하길 바라는가?

1990년대 도시빈민운동에서 출발한 자활사업은 사회적경제와 모태가 같고 지향점 또한 같다고 할 수 있다. 자활사업 초창기에 노동자협동조합이 시도된 적이 있고, 250개 지역자활센터 중 사회적협동조합으로 전환한 곳이 올해 23개로 증가했으며, 이러한 추세는 내년에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자활사업이 사회적경제와 연대하고 협력할 때 사업이 더욱 활성화되고 지역사회의 참여와 지지를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 증명되고 있기 때문이다.

자활연수원도 사회적경제 관련 교육과정을 2015년 개설했고 향후 확대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자활연수원의 노력과 함께 연수원에 대한 사회적경제 분야 종사자분들의 관심도 필요하다. 앞으로 자활연수원은 설립 목적에 맞는 전문교육기관으로 성장하고자 더 많은 노력을 이어갈 것이며 그 노력을 통해 궁극적으로는 전문 인적자원개발 기관으로서 자활 분야뿐 아니라 사회적경제 분야의 인재 양성을 선도하는 역할을 하고자 한다.

▲ 이시우 한국자활연수원장. ⓒ라이프인

Q. 사회적경제 주체들의 역량 향상을 위한 교육은 어떤 방향성을 가지고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자활연수원에서는 자활 분야 종사자들에게 요구되는 사회적경제 분야의 역량을 설계하고 작년과 올해 다양한 형태의 교육 프로그램들을 실험하며, 연수원의 교육 방향성을 구체화하고 있다. 연수원의 방향과 활동이 정답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다만 사회적경제라는 가치적인 접근 방식만큼이나 구체화된 역량을 바탕으로 한 교육의 방향성을 설정하는 작업도 중요하다고 본다. '주체들의 역량'이라고 할 때 역량이란 무엇을 의미할지에 대해 진단하고 우선적으로 향상되어야 할 역량을 중심으로 교육 방향을 설정해 프로그램을 운영해야 할 것이다.

또한, 다양한 시도와 활동을 통해 사회적경제 분야 교육 전문가들을 성장시키고 교육을 양적·질적으로 확대해야 한다. 자활연수원에서는 이러한 목표에 맞춰 현장탐방, 문제중심학습(PBL), 참여 중심의 교육 등 다양한 방법을 활용한 교육 과정을 진행했고, 기대 이상의 만족스러운 결과가 나타났다. 이후에는 진행한 프로그램을 점검하고 평가하며 더욱 발전시키고자 노력하고 있다.

사회적경제 교육의 발전을 위한 인프라 구축 역시 중요하다. 사회적경제 전체의 방향성에 맞는 교육 체계를 수립하고 전문적인 교육 과정을 상시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전문 연수원을 설립하는 등 교육 인프라 구축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Q. 향후 한국자활연수원을 어떤 방향으로 운영할 계획인가?

자활사업은 복지와 노동이 결합된 모델이기에 다양한 역량이 필요하다. 따라서 어느 한 분야의 이론 교육보다는 복지와 경영, 사회적경제가 녹아든 융복합 교육이 필요하다. 향후 자활참여자에게는 직무기술에 대한 교육 과정을 확대하고, 종사자들을 융복합 인재로 육성할 수 있는 실천 중심의 교육 체계를 수립해 나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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