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환자 '돌봄', 사회적경제에서 길을 찾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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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환자 '돌봄', 사회적경제에서 길을 찾는 이유
국립암센터, 12일 '암 환자 돌봄과 사회적경제' 심포지엄 개최
  • 2019.12.14 17:17
  • by 노윤정 기자
▲12일 국립암센터에서 '암 환자 돌봄과 사회적경제' 심포지엄이 개최됐다. ⓒ라이프인

12일 국립암센터가 센터 내 국가암예방검진동에서 '암 환자 돌봄과 사회적경제'라는 주제로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이날 행사는 총 2부로 구성되어, 1·2부에서 각각 '암 환자 돌봄을 위한 사회적경제 서비스 활성화', '암 환자 사회복귀와 사회적경제 참여'라는 주제로 발제와 토론을 진행했다. 암 환자 돌봄, 더 나아가 공공보건의료 서비스를 사회적경제와 연계하려는 시도가 신선하다. 공공보건의료 서비스의 개선 방향성을 사회적경제에서 찾으려는 시도의 의미는 무엇일까?

암은 1983년 관련 통계 작성을 시작한 이후 36년째 국내 사망원인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질환이다. 하지만 의료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암 환자의 생존율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어, 2016년 기준 국내 암 환자의 5년 상대생존율(일반인구와 비교하여 암 환자가 5년간 생존할 확률)은 70.6%를 기록했다(국가암등록통계, 보건복지부). 암이 무서운 질병이기는 하지만, 점점 많은 환자들이 치료를 통해 암을 극복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고 있는 것이다. 암 확진 후 현재 치료 중이거나 완치된 암 유병자 수를 살펴봐도 우리나라 인구의 약 3.4%에 해당하는 174만 명에 달한다.

그러나 암 환자들이 치료 후 다시 건강한 사회 구성원으로서 기능할 수 있느냐는 다른 문제다. 대한암협회는 지난 6월 암 생존자 85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암 생존자의 직장 복귀율이 30.5%밖에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암 환자들은 치료비 부담뿐 아니라 실직 및 경력단절로 발생하는 경제적 손실까지 떠안아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또한 국내외에서 진행된 여러 연구는 암 환자에게서 의료 서비스 외에 재정·사회적 관계·주거 및 음식 등의 미충족 욕구를 발견했다. 이는 사회에 암 환자의 신체적·심리적 회복과 사회 복귀를 위한 지지 시스템이 부족하다는 방증이다. 이와 같은 문제의식을 반영해 정부는 ‘제3차 국가암관리 종합계획’(2016)에서 '전 국민을 암으로부터 보호하고 암 전 주기에 걸친 환자와 가족의 삶의 질 향상'을 비전으로 삼았다. 암 사망률을 낮추고 생존율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췄던 기존 정책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간 정책이라고 볼 수 있다.

이날 첫 번째 발제를 맡은 김열 국립암센터 공공보건의료사업실장 역시 "암 환자의 치료를 이야기할 때 삶의 의미·자기효능감 획득처럼 의료 외적으로 충족되지 못한 환자들의 욕구를 어떻게 채워주고, 어떻게 환자들이 새로운 삶을 만들 수 있도록 사회가 지원할지에 대해 깊이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고민의 일환으로 국립암센터는 고양시 주관 하에 사회적기업 5개사(대창·올리브앤제펫토·그린피플·해피에이징·위드메이트)와 함께 암 환자 이동지원 서비스, 암 환자 가정 내 낙상방지 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고양실버해피케어' 시범사업을 시작했으며, 암 환자들이 설립한 국내 제1호 사회적협동조합인 '다시시작'의 설립을 고양시와 공동으로 지원했다.

왜 사회적경제인가?

▲김열 국립암센터 공공보건의료사업실장. ⓒ라이프인

그렇다면 왜 굳이 사회적경제일까? 이에 대한 답을 강현옥 한국보건복지인력개발원 지역사회서비스중앙지원단장은 최근 보건의료를 포함한 사회서비스(여기에서는 사회보장기본법 상의 사회보장 중 사회보험과 공공부조를 제외한 모든 서비스를 통칭) 정책의 변화를 짚으며 설명했다. 강 단장은 "기존의 사회서비스는 민간 서비스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았다. 그런데 민간에서 제공되는 사회서비스는 영리를 우선 추구하는 것이 문제가 되곤 했다. 사회서비스의 공공성을 강화하기 위해 사회적가치에 관심을 갖게 됐고, 향후 이 분야에서 사회적경제기업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망했다. 공공성을 높인 양질의 사회서비스 제공을 가능하게 하고, 취약계층 고용을 창출하며, 사회안전망을 강화하고 공동체 복원에 기여한다는 점에서 사회서비스 영역에서의 사회적경제 중요성이 점차 커질 것이란 진단이다. 또한 강 단장은 현재 국립암센터와 고양시가 시행하는 시범사업에 대해 "보건과 복지의 통합, 거기에 사회적경제를 더한 컨소시엄 형태를 취하며 암 환자들에게 통합된 사회서비스를 제공하는 하나의 모델을 제시했다는 점이 가장 큰 성과이지 않을까 싶다"고 평가했다.

이후 김민수 고양시 사회적경제지원센터장이 고양실버해피케어 사업에 대해 개략했으며, 권경혁 해피에이징 대표와 지승배 위드메이트 대표는 각각 자사에서 제공하는 암 환자 이동지원 서비스, 암 환자 가정 내 낙상방지 시설 설치 서비스에 대해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설명했다. 특히 김 센터장은 해당 사업 목표에 대해 "사각지대에 놓여있던 (노인) 암 환자의 의료복지 문제를 사회적경제와 보건·복지 분야가 연계하여 해결"하려는 것이라고 전했고, 지속적으로 사업 내용을 개선하며 사업 매뉴얼을 구축해 시장을 확대하는 것은 물론, 시범사업 기간 종료 후에도 사업이 지속가능하도록 탄탄한 모델을 만들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진 1부 토론에서도 해당 사업의 지속가능성 확보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는데, 박미화 중구사회적경제지역생태계조성사업단 단장은 "국가 보건기관이 지역 환자들의 치료 후 삶의 질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그동안 축적한 지식을 사회적기업에 이전하면서, 좀 더 환자들의 삶에 밀착한 서비스로 발전했다. 이 사업이 지속가능하려면 취약계층뿐 아니라 모두가 해당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되어야 한다. 고양시가 충분히 표준화된 모델을 제시할 수 있다고 본다"고 제언했다.

치료 이후의 '삶'을 건강하게

▲장윤정 국립암센터 암관리정책부장. ⓒ라이프인

2부에서는 암 환자가 치료 이후 건강한 사회의 구성원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안을 사회적경제와 연계해 논의했다. '암 치료 후 커뮤니티 케어와 사회적 기능 복귀 지원'이라는 주제로 발제한 장윤정 국립암센터 암관리정책부장은 암 환자 돌봄 계획과 지역사회 연계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국립암센터 산하 암 환자 토탈헬스케어 연구단(TheCARE)의 사업 내용을 설명했다. 암 환자 토탈헬스케어연구단은 지역 기반의 의료-보건-복지 연계형 암환자 돌봄 모델을 연구하고 있는 바, 장 부장은 "암 환자가 지역사회에서 살아가기 위해서는 지역사회에서 치료와 일상건강관리, 보건·복지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의료체계와 지지체계가 연계된 통합지원 모델을 개발함으로써 환자 스스로 자기관리를 할 수 있도록 하고, 지역사회는 환자를 포용하면서 구성원의 삶의 질을 높이고 사회적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기대를 드러냈다.

같은 기대로 정부에서도 지난 6월부터 지역사회 통합돌봄(커뮤니티 케어) 선도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정부의 '지역사회 통합돌봄 기본계획'이 제시하는 세부 실천과제 중 '지역사회 기반 방문형 보건·의료 서비스 실시'와 '퇴원서비스로 끊김 없는 재가서비스 연계' 안에는 각각 '말기 암환자 등의 집에서 호스피스를 제공하는 가정형 호스피스 확대', '암 환자에 대해 퇴원·사후 관리 계획 수립 및 퇴원 후 건강관리, 사회생활 복귀 상담·교육과 서비스 연계를 지속적·통합적으로 제공' 등 암 환자 돌봄에 대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기도 하다.

그렇다면 다시 '왜 사회적경제인가?'라는 질문이 떠오른다. 국립암센터와 고양시가 유방암 환우회 회원들의 창업을 지원해 설립한 '다시시작'도 사회적협동조합이다. 많은 창업 모델 중 사회적경제기업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다시시작의 창업을 도운 김항석 드림셰어링 대표는 그 이유를 '500g'이라는 키워드로 설명했다. 유방암 수술을 받은 환자들은 의사로부터 무게가 500g 이상 나가는 물건은 들지 말라는 주의사항을 듣는다고 한다. 그만큼 건강상 신경 써야 할 부분이 병을 겪지 않은 사람들보다 많다. 당연히 일을 하기 위해선 함께 일하는 사람들의 배려와 이해가 필수적이다. 그렇기 때문에 김 대표는 공동체성과 배려, 상호협력 등의 가치를 고려해 다시시작을 사회적협동조합으로 설립했다고 밝혔다.

▲조혜경 한양대학교 특임교수가 '플랫폼기반 암환자 돌봄 서비스 활성화 방안'이라는 주제로 발제했다. ⓒ라이프인

이날 마지막 발제자로 나선 조혜경 한양대학교 특임교수는 ▲암 환자 대상의 병원 외 통합케어 서비스 공급 확대 ▲수요자 중심의 맞춤형 서비스 제공 및 의료자원의 효율적 배분을 위해 지역사회 기반 플랫폼 방식의 전달체계 구축 ▲암 환자의 자기주도적 치유공간 건립 및 통합케어 서비스 허브거점 조성 ▲당사자 재훈련·조직화 지원 및 암 환자 특화 사회서비스업 육성에 대해 주요하게 이야기하며 이날 논의를 마무리 지었다. 특히 조 교수는 서비스 수요자와 공급자를 연결해주는 플랫폼을 구축하고 거점 역할을 할 암 환자 치유공간(한국형 매기센터)을 건립하여, 치유센터-지방자치단체-국립암센터의 협업 체계를 통해 통합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것을 제안했다.

한편 고양실버해피케어는 올해 초 보건복지부가 공모한 '사회서비스 분야 사회적경제 육성지원 사업'으로 선정됐다. 이에 따라 오는 2022년까지 4년 간 사회적경제조직과 협력 체계를 구축해 시범사업을 추진하며, 지역사회 통합돌봄과 연계해 지역사회에 실질적으로 필요한 서비스를 개발하고 사회적경제기업이 공급하는 방식으로 운영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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