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PO, 사회적 가치를 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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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PO, 사회적 가치를 논하다
10일 서울 한겨레신문사 청암홀에서 '사회가치 확산을 위한 NPO의 역할 기획포럼' 열려
  • 2019.12.12 09:56
  • by 노윤정 기자
▲ '사회가치 확산을 위한 NPO의 역할 기획포럼'이 10일 서울 마포구 한겨레신문사 청암홀에서 개최됐다. ⓒ라이프인

정부는 지난 2월 '정부혁신 종합 추진계획'을 발표하며 2018년도 추진계획의 비전과 목표, 전략을 유지한다고 밝혔다. 그에 따라 '국민이 주인인 정부를 실현'한다는 비전 아래 '참여와 신뢰를 통한 공공성 회복'을 목표로 세운 '참여와 협력', '신뢰받는 정부', 그리고 '사회적가치 중심 정부'라는 3대 전략이 올해 역시 정부의 중요한 혁신 과제였다. 해당 추진계획에서 정부는 사회적 가치를 '모든 영역에서 공공의 이익과 공동체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가치'라고 정의했다. 그리고 인간의 존엄성을 유지하는 기본 권리로서 인권의 보호, 재난과 사고로부터 안전한 근로·생활환경의 유지, 건강한 생활이 가능한 보건복지의 제공, 노동권의 보장과 근로조건의 향상 등을 포함한 사회적 가치의 13가지 세부 분류를 제시하며 기존의 행정 체계에서 처리하지 못했던 사회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고자 하는 의지를 드러냈다.

그런데 기존의 행정 및 시장이 포괄하지 못한 사회문제를 해결하고자 노력해온 조직은 이미 존재한다. 바로 비영리단체(NPO)다. 우리 사회에서 비영리단체는 정부에 대한 감시 및 견제, 제3섹터로서 정부·시장실패를 보완하는 공공서비스 전달자, 그리고 정책과정에 시민의 이익을 반영하는 대변자 역할을 담당해 왔다(충남지역 비영리 민간단체의 활동특성과 네트워크 구조, 충남발전연구원, 2009). 이처럼 비영리단체는 사회적 가치라는 말이 쓰이기 전부터 사회적 가치를 만들어내는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최근 많은 사람들이 사회문제의 심각성을 절감하게 되면서 비영리단체뿐 아니라 정부와 공공기관, 영리기업을 망라해 전 사회적으로 사회적 가치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그렇다면 이렇게 양적으로 사회적 가치 창출 주체가 확대된 상황에서 비영리단체는 사회적 가치 창출·확산 주체로서 어떤 역할을 담당할 수 있을까? 10일 서울 마포구 한겨레신문사 청암홀에서 개최된 '사회가치 확산을 위한 NPO의 역할 기획포럼'은 해당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마련된 자리였다.

왜 우리는 여전히 '위기사회'인가

▲ 송경용 (재)한국사회가치연대기금 이사장이 기조강연을 진행했다. ⓒ라이프인

이날 포럼은 다양한 주체들이 사회적 가치를 만들어내는 방향으로 성장하고 있다는 점과 최근 몇 년간 비영리단체의 가치가 투명성에 함몰되어 있다는 점에 대한 인식에서 출발했다. 먼저, 우리 사회의 전 영역에서 사회적 가치가 중요한 의제로 떠오른 이유는 분명하다. 빠른 경제 성장 뒤에 남겨진 빈부격차, 고용불안, 공동체성 붕괴 등의 다양한 사회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사회적 가치가 대두된 것이다.

이날 기조강연을 맡은 송경용 (재)한국사회가치연대기금 이사장은 세계 최저 수준의 출산율,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중 자살률·노인빈곤율·산재사망률 1위, OECD 최고 수준의 노동시간 등의 지표를 제시하며 우리 사회가 팽배한 물신주의로 인해 사회적 안전망이 붕괴되고 공동체성이 무너진 상태라고 진단했다. 오랫동안 시민사회 영역에서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운동을 펼쳐왔지만 여전히 우리 사회는 '위기 사회'라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송 이사장은 과연 국내 시민사회운동이 물신주의에 제동장치 역할을 하고 대안적 가치를 제시했는가에 대해 성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시민사회운동이 목표한 성과를 달성하지 못한 이유로 ▲시민사회운동이 추구하는 사회적 가치를 제도화하고 문화로 정착시키는 데 실패 ▲사회적경제·사회복지 등 실천적 대안을 개발하고 실현하는 운동과의 연대·협력 부족 ▲활동가들의 지속가능성을 보장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 미비 등을 꼽았다. 그는 비영리단체의 활동은 연대와 협력을 통해 구체적 일상의 삶을 변화시키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며, 활동가들의 삶을 지속 가능하도록 하는 안전망을 고민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비영리단체의 사회적 가치에 대한 고찰

▲ 이원재 LAB2050 대표. ⓒ라이프인

기조강연 이후 이원재 LAB2050 대표와 도현명 임팩트스퀘어 대표의 발제, 김연순 사랑의열매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무총장을 좌장으로 한 토론 시간이 이어졌다.

'NPO는 어떻게 사회적 가치를 만들어가고 있는가?'라는 주제로 발표한 이원재 대표는 우리 사회가 개인을 통해 사회적 가치가 이루어지는 사회로 전환하고 있다고 진단하며 조직은 각 개인이 하나의 조직처럼 자신의 사회적 가치를 구현할 수 있도록 힘을 키워주고 지지하는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또한 사회적 가치 창출을 위한 개인과 국가, 기업 간의 새로운 사회계약 모델을 제시하며 "기업이 예전처럼 고용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고용의 지속성도 보장되지 않는 불안정한 상황에서는 국가가 개인에게 삶을 직접적으로 보장해줘야 한다. 삶이 불안정할수록 경제적 가치에 몰두할 수밖에 없다. 사람들의 생계를 보장해주면 더 많은 사람들이 사회적 가치를 구현할 수 있지 않겠나. 그 일환으로 시행할 수 있는 것이 바로 기본소득제"라고 제안했다. 논의를 비영리단체로 한정하더라도, 활동가들에게 일정 소득을 보장해주면 그만큼 더 공익 활동에 매진하고 더 많은 사회적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란 설명이다.

특히 활동가의 처우에 대한 문제는 이후 토론에서 김범용 부천희망재단 상임이사가 논의를 이어갔는데, 김 상임이사는 "활동가들이 활동을 그만두는 이유가 무엇이겠나? 보상이 없기 때문이다. 금전적인 보상도 적고, 사회적 지위나 사회적 인정도 없다"고 꼬집으며 활동가들을 위한 지역재단 설립의 필요성과 관련 법제 정비를 포함한 정부 역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 도현명 임팩트스퀘어 대표. ⓒ라이프인

'NPO의 사회적 가치는 어떻게 평가할 수 있는가?'라는 주제로 발제를 진행한 도현명 대표는 사회적 가치를 측정 및 평가한다는 것의 의미와 의의, 측정 방법 등에 대해 이야기했다. 사회적 가치를 정의하는 방식은 여러 가지가 있겠으나, 도 대표에 따르면 측정 및 평가 모델을 이야기할 때 사회적 가치는 사회문제가 해결된 크기 혹은 양을 의미한다. 따라서 사회적 가치의 측정 및 평가는 사회문제를 파악하고 정의하는 데서 출발하며, 일반적으로 사회문제 정의, 임팩트 조감도 개발, 성과 측정, 분석 및 평가의 과정을 거친다. 도 대표는 이런 일련의 절차에 대해 "등수를 매기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관련 정보를 만들고 그 정보를 활용해 더 나은 사회를 만드는 데 기여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즉, 변화를 만들기 위해서 우선 현재 상태부터 정확히 인식하려는 과정이라는 것이다. 또한 비영리단체 사회적 가치 측정 시 유의할 점으로 ▲프로젝트 단위의 평가가 유효 ▲장기목표는 과정지표를 설정하여 단기적 단계를 개발하는 것이 유리 ▲수치로 계량되지 않는 질적요소 포함할 것 등을 언급했다.

사회적 가치 평가에 대한 논의는 토론에서도 활발하게 이루어졌다. 손이선 한국여성재단 사무총장은 사회적 가치 측정 및 평가 과정에서 공공 및 영리부문의 사회적 가치를 강조하는 현상이 성과주의로 흐르지 않도록 경계해야 하며, 비영리단체가 창출할 수 있는 가치 측정을 위해 사례를 공유하고 지표개발을 위한 연구를 지속하면서 계량화하기 어려운 가치가 배제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작은 규모의 단체도 관련 연구를 진행할 수 있도록 지원해 비영리단체의 사회적 가치 평가가 자율적이고 주체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순문 재단법인 동천 변호사는 공공기관과 사회적경제조직에서 사회적 가치 평가가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이유를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제도 개편 등 현실적인 필요성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파악하며, 비영리단체 영역에서도 문제를 도출하고 그 해결책으로 사회적 가치 평가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비영리단체가 회계상의 투명성에 함몰되어 있던 기존의 평가틀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점에 동의하면서도, 투명성 역시 여전히 중요한 가치이므로 '사회적 책무성'이라는 용어로 대체·확대하여 사용할 것을 제안했다. 정 변호사는 특히 "비영리단체들이 사회적 책무성에 좀 더 적극적인 입장을 취하여, 스스로 법 제도를 학습하고 준수할 때 시민들로부터 신뢰를 얻고 사회적 가치를 주장하는 목소리에 설득력이 실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비영리단체의 사회적 가치를 이야기할 때 단체의 활동을 통해 발생하는 가치뿐 아니라 단체가 존재함으로써 나타나는 가치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제시되기도 했다. 한태윤 아름다운재단 변화사업국장은 "정부나 시장에서 포괄하지 못하는 이슈들에 목소리를 내면서 우리 사회의 다양성을 유지해준다는 점에서 비영리단체의 존재 자체가 사회적 가치의 확산이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따라서 비영리단체를 통해 창출되는 사회적 가치를 논의할 때 ▲비영리단체가 꾸준히 만들어지고 지속될 수 있는 방법 ▲비영리단체의 존재 가치에 대해 사회에 알리고 공감대를 형성하는 방법 ▲비영리단체의 사회적 성과에 대해 대중에게 알리고 소통하는 방법 ▲연구기관 설립 등 비영리단체의 역할과 성과에 대한 학문적 연구 및 이론적 기반 확대 방안 ▲정부 및 기업과의 거버넌스 구축 방안 ▲단체의 전문성 제고 및 새로운 리더십 성장 방안 등을 함께 고심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날 포럼은 비영리단체의 공익활동을 사회적 가치라는 이름으로 다시 정리해보고, 비영리단체가 다른 사회적 가치 창출 주체들과 구별되는 어떤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지에 대해 논의를 시작하는 자리였다. 발제자와 토론자들은 활동가들 삶의 지속가능성 보장, 연대·협력의 가치 실현, 사회적 가치 측정·평가를 통한 자가진단 및 목표설정, 비영리단체의 사회적 가치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 형성 등에 대해서 의견을 주고받았다. 논의의 운을 뗐으니 이제 적극적으로 의견을 교환하고 고민하며 비영리단체가 나아갈 방향성을 함께 모색해 나가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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