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학자가 본 Non-GMO표시제 "헌법 위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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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학자가 본 Non-GMO표시제 "헌법 위배하고 있다"
현행 GMO표시제 개선방향, 2020총선 대응과제 모색하는 포럼 국회서 개최돼
  • 2019.12.09 10:55
  • by 송소연 기자

그동안 먹거리는 생존을 위한 필수 요소로 인식되었지만, 최근 맛집, 먹방 등을 통해 하나의 컨텐츠이자 문화가 됐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먹거리 권리(Rigth to Food)'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는 많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나라는 헌법에서 먹거리 권리를 직접적으로 규정하지 않지만 행복추구권, 생명과 신체의 안전을 보호받을 권리로서 인정한다. 세계 각국은 대부분 먹거리 권리를 헌법에 명시해 기본권으로 인정하고 있다. 먹거리 권리는 '보장차원'에서 '적합한 먹거리'로 최근에는 '지속가능성을 포함'한 개념으로 발전되고 있다. 또한, UN의 지속가능개발목표(SDGs) 중 하나인 '지속가능한 소비와 생산'과 밀라노 도시푸드정책 선언 등을 통해 생산자와 소비자의 협력과 참여의 중요성이 확산되고 있다.

이런 흐름 속에서 서울시는 먹거리 조례(2017년9월)를 발의해 '먹거리와 관련된 정확한 정보를 용이하게 전달받을 권리'를 명시했다. 문재인대통령도 식량안보, 먹거리 안전, 유통 등을 하나의 시스템으로 구축하는 '푸드플랜'을 대선공약으로 발표한바 있다.

▲ '소비자가 만드는 GMO완전표시제 2020 포럼'이 지난 12월 3일 국회에서 개최됐다. ⓒ라이프인

'소비자가 만드는 GMO완전표시제 2020 포럼'이 지난 12월 3일 국회에서 개최됐다. 이날 포럼에서는 법률학자들이 본 식품표시제도와 GMO(유전자변형식품)표시제의 문제점이 공유됐다.

▲여영국 의원 ⓒ라이프인

여영국(정의당, 창원 성산구)의원은 축사를 통해 "경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많은 예산이 필요하지만, 표시제도는 정책담당자의 철학이 반영되기만 한다면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라고 이야기하며, 이번 포럼을 통해 GMO표시제의 문제점을 짚어보고 구체적인 대안이 도출되기를 소망했다. 

▲이영근 변호사 ⓒ라이프인

첫번째 발표를 진행한 이영근 변호사는 "식품분야에서 소비자의 알권리는 먹거리 권리 실현을 위한 핵심"라고 강조하며, "먹거리 권리를 실현하기 위해 ▲식량의 안정적인 공급(식량안보) ▲안전한 먹거리 ▲지속가능한 먹거리 관점에서 세부규정의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현행 농업·농촌 및 식품산업 기본법에서 소비자의 알권리를 규정하고 있지만, 소비자에게 '먹거리에 대한 권리'가 아닌 '건전한 소비 의무'만 부과하고 있다.

이 변호사는 "현행 GMO표시제는 호부호형를 허하지 않는다"며 "GMO표시는 과도하게 면제해주고 있으며, Non-GMO 표시는 과도하게 규제하고 있다. 소비자의 알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도입된 GMO표시제도가 오히려 소비자의 알권리를 침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식품표시제의 본질적인 기능이 작동되기 위해서는 "식약처는 그동안 소비자보호주의 관점의 정책을 펼쳐왔지만, 앞으로 법과 정책에서 소비자가 참여할 수 있는 방식으로 변화가 필요하다. 개인의 선택을 보장하고 알권리를 실현할 때 지속가능한 생산과 소비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 최승환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라이프인

이어서 최승환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Non-GMO표시제의 문제점과 위헌성'에 대해 발표했다. 최교수는 "우리나라의 경우 연간 약 200만 톤의 GMO를 수입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GMO 표시가 된 제품이 한 건도 없다. 이것은 GMO제품에 대한 정확한 정보에 입각한 소비자의 선택권과 국민의 알권리를 박탈한 것뿐만 아니라, GMO의 사용으로 인해 예기치 못한 피해가 발생할 경우 신속한 원인규명과 사후구제(위해제거 및 손해배상)를 불가능하게 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교수는 "현행 GMO표시제의 Non-GMO표시 기준은 GMO가 0%일 때만 가능하며, 표시대상이 아닌 유전자변형농산물과 이를 사용한 가공식품에 Non-GMO, GMO-free를 사용하면 소비자를 기만하는 표시 또는 광고라고 명시하고 있다. 이는 법익보호와 비교해 볼 때 헌법 제 37조 2항의 비례의 원칙에 위반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하고, "GMO표시제는 국민의 기본권 실현과 관련된 부분이지만, Non-GMO표시를 어느 범위까지 인정할 것인지를 표시기준(제5조 제9호)에서만 직접 규율하고 있는 것은 상위 법률에 관한 규정이 없으므로 법률유보의 원칙을 침해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출처기준의 도입 ▲Non-GMO표시 확대 ▲최소허용기준(비의도적 혼입치) 0.9% 도입을 제안했다. 특히, 현재 최소허용수준은 3%로 이 이상이 일 때 GMO표시가 가능한데 그 기준을 0.9%로 높히고 사업자가 자발적으로 Non-GMO표시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세계적으로 GMO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 식품은 GMO-Free, 비의도적 혼입치 내 Non-GMO를 표시할 수 있도록 하여 소비자의 알권리와 선택권을 보장하고 있다.

▲ 국내외 유전자변형식품등의 표시기준 ⓒ경실련

지난 2008년 10월 식품의약품안전청는 GMO를 원재료로 사용한 모든 식품에 표시를 의무화하는 '유전자 식품 표시기준 개정안'을 통해 GMO DNA나 단백질이 남지 않는 식품도 사회적검증(서류 검증) 체계를 갖추면 충분히 표시가능하다고 입법예고했다. 하지만, 지난 19대 국회 마지막 날 이었던 2016년 2월 3일 'GMO DNA나 단백질이 남지 않는 식품'의 표시를 면제해 주는 내용이 포함된 식품위생법 개정안이 통과 됐다. 

▲ 윤철한 경실련 정책실장 ⓒ라이프인

이와 관련해 윤철한 경실련 정책실장은 "당시 남인순 의원이 개정안이 사회적, 과학적인 검토가 된 것인지 김승희 식약처장에게 물어봤고, 식약처장은 'GMO 표시제 검토 협의체'를 통해 검토를 진행했고, 사회적 합의가 되었다고 대답했다. 하지만, 협의체에서 단 한 번의 논의도 진행되지 않았다."며 식약처장의 거짓말로 개정안이 통과됐다고 공개했다. 20대 국회 GMO완전표시제 도입을 위한 개정안 발의는 5건으로 2016년에 쏠려 있다. 국회 상임위 보건복지위원회 논의는 현재까지 전무한 상황이다. 

▲ 이번 포럼에는 일반시민,학생뿐만 아니라 식약처, 식품업계에서 참석해 GMO표시제의 높은 관심을 확인할 수 있었다. ⓒ라이프인

작년 4월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 사항이던 GMO완전표시제의 이행을 촉구하는 국민청원에 약 21만명이 참여했다. 그 결과로 'GMO사회적합의협의회'가 구성됐지만, 식품업계의 일방적인 주장으로 중단됐다. 이러한 상황에서 진행된 이번 포럼에는 일반 시민, 학생뿐만 아니라 식품의약품안전처 담당자와 크라운제과, 해태제과 관계자가 참석해 GMO표시제에 대한 정부와 식품업계의 높은 관심을 확인할 수 있었다.

최종동 식약처 식품안전정책국 식품표시광고정책TF 팀장은 2016년 100명이 넘는 노벨상 수상자들은 GMO기술이 안전하다는 공동 성명을 냈다고 문제재기하며 "GMO표시를 하자고 이야기하면서 Non-GMO표시 기준을 0%에서 0.9%로 높이자고 하는 부분이 조금 이해되지 않는다"고 이야기하고, "GMO표시제는 물가인상, 통상마찰 등에 이견이 존재해 식약처뿐만 아니라 농림식품부, 교육부, 외교부, 산업부, 환경부 등 관계부처가 함께 고려해야 하는 부분이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시민들이 우려하고 있는 GM감자에 대해서는 아직 승인 전이고, 안전성에 문제가 없고 관리 계획이 있어야 승인이 가능하다고 언급했다.

▲최미옥 소비자의정원 팀장 ⓒ라이프인

한편, 이번 포럼을 주최한 참여하고 행동하는 소비자의 정원(이하 소비자의 정원)의 최미옥 이사는 Non-GMO 학교급식 현황을 공유했다. 소비자의 정원은 지난 8월부터 3개월간 정보공개청구를 진행했고, Non-GMO 학교급식의 도입시기, 주요사업, 세부품목, 조례제정, 사업비, 대상, 학생수 등을 조사했다. Non-GMO 학교급식은 2018년 6월 지방선거의 영향으로 많은 지자체장과 교육감들이 공약했고, 서울시와 경기도에서 적극적으로 이행해 전국적으로 확산된 것으로 나타났다. 

▲ 2019 NON-GMO 학교급식 전국 현황 ⓒ소비자의 정원

조사과정에서 Non-GMO급식을 실행하는 학교 담당자들은 관련 표시가 없어 구매의 어려움을 호소했다. 하지만, 얼마 남지 않은 20대 국회에서 GMO완전표시제의 도입은 어려워졌다. 먹거리에 대한 인식 달라지고 있고 있지만, 법과 정책은 이를 따라오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21대 국회를 구성할 국회의원을 뽑는 2020총선이 중요한 이유다. Non-GMO급식을 공약한 지자체장과 교육감처럼 GMO완전표시제를 공약한 국회의원을 뽑는다면 GMO완전표시제도 달라질 수 있다.

▲김아영 소비자의정원 대표 ⓒ라이프인

김아영 소비자의 정원 대표는 "소비는 혼자서 할 수 없다. 사회적인 맥락을 이해할 때 윤리적소비의 실천율이 높아지고, 윤리적 소비는 소비자의 행복감을 높인다. 또한 행복감은 소비를 지속가능하게 만든다. 관계성을 이해하고, 스스로 결정할 때 세상을 바꿀 수 있다"며, "소비자의 정원은 GMO표시제도가 건강하게 바뀔 때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참여할 수 있는 공론의 장을 계속해서 만들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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