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재생, 공공성은 누가 어떻게 하면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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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재생, 공공성은 누가 어떻게 하면 좋을까?
'도시재생의 공공성을 해킹하다' 포럼 개최
  • 2019.12.04 11:04
  • by 전윤서 기자

공공성의 사전적 정의는 '한 개인이나 단체가 아닌 일반사회 구성원 전체에 두루 관련되는 성질'이다. 도시정책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도시재생이 떠올랐다. 도시재생은 물리적 재생뿐만 아니라, 사회적 재생을 포괄하는 공공성을 전제로 한다.

최근 자립형 중간지원조직과 도시재생 스타트업이 등장하면서 정부와 지자체 주도 방식에서 벗어나 민간의 잠재력을 공공도시재생 정책에 도입하는 '공민연계 도시정책'이 활발히 논의되고 있다. 

지난달 30일 '코스모40(인천시 서구 가좌동 446-34)'에서 '도시재생의 공공성을 해킹하다'란 주제로 포럼이 개최됐다. 이번 포럼은 ▲도시재생의 공공성과 사회적 가치 ▲공공성의 획득과 유지의 조건 ▲지속가능한 도시재생의 방법 등 도시재생의 현재와 전망에 대한 여러 의견을 현장 활동가들로부터 전해들을 수 있었다. 

▲11월 30일 코스모40에서 진행된 '도시재생의 공공성을 해킹하다'포럼 진행 후 관계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라이프인

■ 13대째 토박이가 말하는 도시재생, 코스모40 재생건축프로젝트

'코스모40'은 '(구)코스모화학 공장단지 40동' 프로젝트를 통해 복합문화공간으로 재탄생 시켰다. 성훈식 코스모40 디렉터는 민간에서 어떻게 도시재생 프로젝트가 나오게 되었는지 살펴보기 앞서 13대째가 인천 서구 가좌동에 거주하는 가좌동 토박이의 이야기를 꺼냈다.

가좌동은 경인고속도로가 들어선 이후 1970년대 산업단지로 부흥을 맞았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면서 노후화가 심해지고 산업도시로서의 기능이 변화하면서 현재는 삭막한 분위기의 동네가 되었다. 해외 유학중이던 토박이 심기보 코스모40 대표는 고깃집을 물려받기위해 고향 가좌동으로 돌아와 이러한 변화를 목격한다.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찾아오고 또 편의를 제공하는 공간이 될 수 있을까 고민하다 성훈식 디렉터를 만나 폐공장을 카페와 문화공간으로 재탄생 시킬 프로젝트를 고안해 내었다. 

▲ 코스모40 내부모습 ⓒ코스모40 홈페이지

지난해 9월 문을 연 '(구)코스모화학 공장단지 40동'은 영국 테이트 모던 미술관의 터빈홀에서 모티브를 얻었다. 옛것과 새것이 병치돼있는 내부는 '경계없는 영감의 공간'을 주제로 중층을 그대로 살려 열려있는 창의적 공간으로 구성했다.

성 디렉터는 프로젝트를 구상하는 단계에서 지역주민이 원하고 필요로 하는 공간으로의 탈바꿈을 위해 2018년 인천서구문화지도를 참고했다. 인천시 서구 가좌동은 메가박스, CGV 등 대형 극장을 제외하고나면 문화 불모지에 가까웠고, 문화컨텐츠 공급자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공공성을 제공한다는 것은 사회에 가장 필요한 것을 공급해주는 것이다. 지역에 필요한 것이 편의점 또는 서점이라면 개인사업가, 민간이 제공해도 공공성을 지닐 수 있다. 지역민들의 필요와 가치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지역에 필요한 것이 편의점, 서점이라면 그것이 개인사업가, 민간이 제공해도 공공성을 지닐 수 있다.

2019년 상반기에는 시범사업을 실행하면서 전시, 언더그라운드 음악공연, 스케이트보드강습을 통한 서브컬쳐(subculture)알리기, 지역주민들이 주관하고 참여하는 마켓행사, 지역주민들의 생활체육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탐색 중이다.

성 디렉터는 재생건축 프로젝트의 세 가지 원칙으로 ▲융통성 있는 성격 가지기 ▲서툴러도 직접 해보기 ▲장기적 관점에서 결정하기 등을 꼽았다. 10년 뒤에도 자생적으로 존속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는 성 디렉터는 "코스모40이 우리 동네에 있어서 좋다는 이야기를 듣고 싶다"고 전했다.

■ '공설민영'의 실험, 부천아트벙커B39

부천아트벙커B39는 시작단계에서 부터 민관이 함께한 공공프로젝트다.

도시가 확장되면서 생활반경으로 들어온 소각장은 혐오시설이 되었다. 주민들은 소각장을 옮겨달라고 요구했고, 그렇게 부천시 삼정동 소각장은 2010년 가동을 멈췄다. 한편 부천시는 부천국제판타스틱영영화제를 매년 개최하고 있지만 일상적인 문화예술 인프라가 부족한 상황이였다. 폐시설과 문화예술에 대한 요구를 해결하기 위해 부천시와 문화예술 사회적기업 노리단은 삼정동 소각장을 문화예술플랫폼 '부천아트벙커B39'로 탈바꿈시켰다. 

▲ 부천아트벙커B39 전경 ⓒ부천아트벙커B39

도시재생은 그간 정부의 노력으로 이어져 왔다. 이명박 정부 '근대산업문화유산창작벨트'사업 때는 전형적인 탑다운 방식(top-down method)으로 지역으로 사업이 내려가면 지역 내의 여러 단체들이 불화를 겪곤 했었다. 건물은 지어놓고 작동이 되지 않는 식의 문제였다. 박근혜 정부에 들어서는 이전의 운영단계에 대한 재고를 위해 한국문화관광연구원에서 연구작업을 실행한다. 이후 2014년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산업단지 및 폐산업시설 문화재생사업'을 실시했다. 이때 사업의 일환으로 쓰레기 소각장을 재탄생시킬 부천아트벙커B39를 계획하게 된다.

류효봉 노리단 대표는 안정적인 운영을 유지하는 비결로 ▲용역구조에서 탈피해 책임감있게 프로젝트를 이끌어 갈 수 있는 운영주체 선정 ▲그 안에서 발생하는 사람간의 관계, 태도와 관련된 문제들에 대해 질서와 법칙 만들기 ▲지역주민들과의 충분한 소통과 양해를 구하는 과정을 거치기 ▲시범사업으로 잠재성 실험하기 ▲더할 것 보다는 뺄 것을 생각해서 기본을 잘 갖추기 등을 지목했다.

부천아트벙커B39은 민관이 기본 설계부터 전 과정을 함께 논의하고 운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민관 거버넌스의 좋은 사례가 되고 있다. 류 대표는 도시재생은 부동산과 지역주민들에 돌아가는 혜택 같은 문제로 공공의 자본의 투여와 행정업무가 중요하다고 지적하면서 운영은 민간의 전문성과 자율성을 보장하는 혼합형 운영방식을 사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덧붙여 "공공기관이 시설을 제공하고 운영은 민영화하는 '공설민영'형태의 프로젝트가 확산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 한상엽 대표가 발표를 진행하고 있다. ⓒ라이프인

■ 벤처투자의 관점에서 왜 도시재생은 어려운가

스타트업 소셜벤처에 투자하는 에스오피오오엔지(SOPOONG, 이하 소풍) 한상엽 대표는 소풍의 임팩트 투자에서 도시재생을 포함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소셜벤처는 환경문제, 경제적 불평등, 여성창업자 등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기업이다.

한 대표는 벤처투자의 관점에서 도시재생은 "규제, 규모, 회수의 측면에서 투자자들의 지지를 받기가 매우 어려운 실정"이라고 이야기했다. 국내벤처투자금의 40%가 정부자금이다. 대다수의 벤처투자회사들은 정부자금으로 투자를 한다. 정부자금을 받기위해서는 중소기업창업지원법을 따라야 한다. 하지만 중소기업창업지원법에 의하면 창업목적이거나 본인 소유의 사무실이거나 사업에 직접적으로 필요한 것이 아니면 투자자들은 부동산을 취득하거나 소유하지 못하게 되어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지난해 5월 벤처투자촉진법 주요 제정안에 부동산업과 숙박 등이 투자대상에 포함됐으며, 국토부는 '도시재생 모태펀드'를 본격 추진한다고 밝혔다. 올해 청년창업, 중소·벤처기업 투자에 최소 250억원 규모의 자펀드 조성을 계획하는 등 변화의 조짐도 보이고 있다. 

규제는 완화될 예정이다. 하지만, 도시재생을 통해 부동산의 가치를 상승시키는 일이 쉽지 않다. 투자자 입장에서 프로젝트를 복제 확장 할 때 재투자 비용을 예상하기 힘들다. 도시재생의 특성상 지역마다 가지고 있는 문제가 달라 지역의 특성을 파악하고 문제를 진단하는 과정을 처음부터 시작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원하는 시점에 부동산 매각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투자 회수가 어려운 부분도 있다. 

한 대표는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공공성을 강조하며, "도시재생을 통해 도시의 가치가 회복된다는 것에 동의한다면, 이를 추진하기 위해서 정부가 자본공급방식의 다양화를 보장하고, 장기적인 관점의 펀드를 지향하는 분위기가 조성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포럼에서는 ▲부여 자온길 ▲부산영도 대통전수방 ▲로컬라이즈 군산 등 도시재생의 모범사례도 공유됐다.

특히, 박경아 전통공예문화마을 (주)세간 대표는 "서울에 첫 터를 잡았던 작업실의 월세가 50만원에서 500만원이 되는 것이 눈 감았다 뜨면 일어나는 일"이었다면서 "젠트리피케이션에 대한 우려 없이 작업할 수 있고 대중과 꾸준히 만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기 위해 고민하다 공예기술을 배운 충남 부여 규암마을을 다시 찾았다"고 이야기했다. 박대표는 2018년 5월부터 문화적 가치가 있는 규암마을의 오래된 건물에 숙박시설, 레스토랑, 카페, 서점, 공방 등을 만드는 건물재생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문화체험공간과 더불어 전통 문화 컨텐츠 타운을 조성에 힘쓰고 있다.

쇠퇴한 동네를 바꾸는 것은 동네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다. 동네가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 가장 잘 알 수 있는 주체는 바로 주민이다. 공공성 실현의 영역을 '관'의 영역이 아니라 주민의 삶의 영역으로 끌어올 수 있어야 동네는 역동적으로 변하며 그 안에서 공공성은 실현될 수 있다. '관'의 안정적인 행정적 지원과 '민'의 전문성이 앞으로도 꾸준히 만나게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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