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사회협약, 어디까지 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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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사회협약, 어디까지 왔나
제3차 서울사회협약 정책포럼, 시민사회 6개 영역 주체 및 행정 관계자 한 자리에 모여
  • 2019.11.15 01:44
  • by 노윤정 기자
▲제3회 서울사회협약 정책포럼이 13일 서울 용산Y밸리 도시재생현장지원센터 상상라운지에서 열렸다. ⓒ라이프인

"사회협약에 도전하는 것이 무모한 것 아닌가 싶지만 이 정도 무모함이 있어야 사회를 바꿀 수 있지 않을까."

류홍번 서울사회협약추진단 위원장은 서울시의 서울사회협약 추진을 두고 '무모함'이라고 표현했다. 국내에서는 시도된 사례가 많지 않고 그만큼 많은 어려움이 예상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1월 시작한 서울사회협약 체결을 위한 여정은 쉽지 않은 과정을 거치며 겨우 7부 능선을 넘었다. 한 걸음씩 내딛다 보니 틀이 만들어지기 시작했고, 이 '도전'이 사회에 작지만 근본적인 변화를 불러올 수 있으리라는 긍정적인 전망에도 조금씩 다가가고 있다. 그렇다면 서울사회협약은 지금 어디쯤 와 있을까? 이를 점검하기 위해 협약 주체들이 지난 13일 서울 용산Y밸리 도시재생현장지원센터 상상라운지에서 개최된 '제3회 서울사회협약 정책포럼'을 통해 한 자리에 모였다.

국내에서는 아직 사회협약이라는 용어가 낯설다. 임상훈 전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의 정의에 따르면 사회협약은 "사회·경제적 협정의 특별한 형태로 세계화(세계경제 통합)가 주는 도전 및 제약에서 국가 경제의 대응 능력을 고양하기 위하여 노동조합과 사용자단체가 통합정책 패키지를 고안하고 실행하는 데 정식으로 관여하도록" 하는 것이다(사회협약 안정화 과정 비교 연구-한국·이탈리아·아일랜드 사례를 중심으로, 2006). 시장 관여 주체들이 공동의 문제 해결을 위해 국가 수준의 정책 결정에 공식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사회적으로 합의하고 약속하는 것이 바로 사회협약이라는 설명이다. 지난 1월 민선 7기 공약 사업의 하나로 발표된 서울사회협약 역시 시민의 행정 참여 강화와 시민사회-행정의 지속적인 협치 기반 마련을 지향하고 있으며, 그 지향점에 맞추어 시민사회의 목소리를 반영하기 위한 워킹그룹을 꾸리고 공론장 등을 운영하고 있다.

이날 포럼에서는 '서울사회협약의 구상'이라는 주제 아래, 시민사회의 다양한 영역(사회적경제, 마을공동체, 도시재생, 자원봉사, 복지, 여성·인권·환경·노동·청년 영역이 합류한 NPO)에서 개별적으로 논의되던 이야기들을 공유했다. 또한 한 데 모아진 의제와 서울사회협약 총론 초안을 함께 살피며 서울사회협약 내용을 구체화하기 위해 머리를 맞대었다.

民 "신뢰와 평등 담보한 협력 관계가 핵심"

▲ 양현준 (사)서울사회적경제네트워크 이사가 발제 중이다. ⓒ라이프인

포럼 1부에서는 협약 체결에 참여하는 시민사회 각 영역의 주체들이 영역별 논의 경과와 정해진 의제 및 공론화된 문제의식 등을 발제했다. 서울사회협약을 구성하기 위한 의제와 문제의식이 체계적으로 정리된 곳도 있었고, 구성원들의 합의를 이끌어내는 데 시간이 좀 더 필요한 곳도 있었다. 하지만 공통적으로 목소리를 낸 부분이 있었으니 바로 시민사회와 행정이 상호대등하고 신뢰에 기반한 관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점이었다.

이용희 (사)영등포마을 이사장(마을공동체 영역)은 "여러 번 공론장을 운영하면서 얻은 키워드는 세 가지다. 민과 관이 수평적인 거버넌스를 만들 것, 시민의 참여와 권한을 보장할 것, 지역 공론장을 활성화할 것. 이 세 가지가 사회협약의 기본 조건이자 사회협약에 반드시 들어가야 할 내용이라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말했다. 또한 곽경인 서울특별시사회복지사협회 사무처장(복지 영역)은 워킹그룹이 정리한 네 가지 의제를 ▲민간위탁의 민주적 상호관계 구축 ▲민관의 동등한 파트너십 형성 ▲합의된 목적에 부합하는 평가제도 구축 ▲투명하고 합리적인 조직 운영으로 꼽으며 "가장 중요한 것은 민과 관이 상생하며 서로를 민주적이고 동등한 파트너로 인식하고 진정한 파트너로서 함께 성장해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해영 서울시 도시재생지원센터협의회장(도시재생 영역) 역시 주요 의제로 ▲시민과 지역의 참여 활성화 ▲신뢰에 기반한 민간지원사업 확립 ▲협력 기반의 민간위탁 수행 ▲자치분권 기반의 협치 시스템 구축을 꼽으며 민관의 관계 설정을 강조했고, 이강준 (사)시민 이사(NPO 영역)도 "협약의 핵심 의제는 시민사회 활성화 정책"이라며 "행정과 시민 사이의 협치에 있어 불합리한 제도와 관행을 개선해 수평적 관계로 전환하는 것을 협약의 핵심 목표로 설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다"고 전했다.

아직 의제 및 실천과제를 도출하지 못한 사회적경제 영역의 양현준 (사)서울사회적경제네트워크 이사도 시민사회와 행정이 상호 대등한 지위에서 신뢰에 기반해 협치를 구현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김의욱 서울시자원봉사센터 사무국장(자원봉사 영역)은 민간위탁제도의 개선을 강조하며 큰 틀에서 논의를 이어갔다. 특히 민간위탁제도는 거의 모든 영역에서 개선의 필요성을 요구한 바, 민과 관의 권한 및 책임을 대등하게 하고, 수탁기관의 인사권 문제 등 운영체계를 개선하고, 위탁수수료를 인정하는 등의 이야기가 모든 영역의 공론장에서 나온 것을 확인했다. 복지 영역은 공론장에서 의제를 선정하는 단계부터 사회복지시설의 민간위탁제도에서 발생하는 문제점에 초점을 맞추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또한 계속 제기됐던 협약의 지속가능성과 실효성에 대한 의문은 이날도 이어졌다. 이용희 이사장은 "마을공동체에서는 어떻게 행정과 정기적으로 소통할 것인지, 협약의 권위와 실효성을 어떻게 획득할 것인지, 민선 7기 이후로도 지속가능할 것인지 등을 고민했다"고 말했으며, 곽경인 사무처장은 '실효성과 지속가능성 마련'을 서울사회협약의 가장 큰 과제로 언급했다.

토론장의 칸막이를 허물다

▲ 제3회 서울사회협약 정책포럼 참석자들이 서울사회협약 초안에 대해 함께 토론하고 있다. ⓒ라이프인

포럼 2부에서는 서울사회협약 총론을 함께 살펴보고 다듬는 시간이 이어졌다. 서울사회협약은 '서울사회협약 추진배경', '서울사회협약 추진경과', '서울사회협약 문서', '서울사회협약 실천과제' 등 크게 네 파트로 구성될 예정이며, 이날 포럼에서는 '서울사회협약 문서' 파트에 실릴 비전과 주체의 정의, 서울사회협약 목표, 서울사회협약 이행원칙 등을 토의했다. 각 영역별로 그룹을 지어 초안에 대해 논의한 후 정리한 내용을 발표하여 공유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각 영역에서는 ▲'시민의 정부 만들기'라는 표현 삭제 ▲별도로 표기된 시민사회와 지역사회를 광의의 시민사회로 통일하여 표기 ▲쉽게 이해 가능한 표현들로 수정 ▲서울사회협약 목표 중 '자율적·자립적 지역사회 확립'을 상생의 가치를 강조한 '자율적·협력적 지역사회 확립'으로 수정 ▲'시민사회'가 지칭하는 주체를 특정하여 표기 등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다. 서울사회협약추진단은 이날 나온 의견을 취합해 협약 문서를 다듬는 데 반영할 계획이다.

이어 그동안 시민사회 각 영역에서 도출된 의제를 정리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참석자들은 각자의 영역에서 논의하던 이야기들을 한 데 모아 비슷한 내용끼리 묶고, 용어를 통일하고, 의제의 중요도를 따져보았다. 이 시간이 의미 있던 이유는 자신의 영역을 넘어 다른 분야의 의제까지 살피며 우선순위를 정해볼 수 있었다는 점이다. 각 영역에서 중요 의제로 선정한 내용을 살펴보면 각각 ▲사회적경제-실질적 책임과 권한에 기반한 자치분권 실현, 민관의 동등한 협치 제도 확립 ▲도시재생-신뢰에 기반한 민관의 파트너십, 협치 제도 개선, 시민사회 역량 강화 ▲마을공동체-시민사회에서의 자치분권실현, 공공정책과 서비스에 대한 행정의 책임성 제고 ▲복지-신뢰에 기반한 민관의 민주적 상호관계 구축, 시민사회 활성화 강화 방안 마련, 공공정책 및 서비스에 대한 행정의 책임성 제고 ▲NPO-시민사회 활성화를 위한 사회적 인정 체계 확립, 공공정책 및 서비스의 책임성 제고를 위한 숙의공론제도 확립, 협치 제도 개선 ▲자원봉사-신뢰에 기반한 민관의 민주적 상호관계 구축, 공익활동에 대한 사회적 인정 체계 구축 등과 같다.

▲ 류홍번 서울사회협약추진단 위원장. ⓒ라이프인

우리 사회는 국가 정책으로 특정 의제를 다루는 데 익숙한 사회다. 아직 사회협약이라는 용어조차 낯설다. 그런 면에서 서울사회협약은 체결 시도만으로도 긍정적인 사례가 될 것이다. 다만 하위상달식으로 협약을 구성해가는 과정에서 시민사회와 행정 양측 모두 '물때에 맞출 것인가, 한 명이라도 더 배에 태울 것인가'라는 고민이 깊어 보였다. 이와 관련해 양현준 이사는 "시민사회와 행정이 함께 하는 협약인 만큼 서로의 일정을 배려해야 한다. 행정은 행정 나름의 시간적 제약이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처음이다 보니 삐걱거리는 부분도 있고 과정상의 아쉬움이 있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날 3시간가량 진행된 토의는 시민사회 각 영역이 자신의 분야 밖으로 나와 한 자리에 모여 사회협약이라는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논의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제 칸막이를 치웠으니 앞으로 진행되는 공론장과 포럼을 통해 더욱 진전된 논의가 이루어지길 기대해볼 수 있지 않을까?

한편 서울사회협약 체결을 위한 복지·마을공동체·NPO 영역의 대공론장이 11~12월 중 예정돼 있으며, 오는 12월 제4회 서울사회협약 정책포럼이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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