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리치(REACH)' 정착되려면, 소비자운동이 더 활성화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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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리치(REACH)' 정착되려면, 소비자운동이 더 활성화돼야
[소비자알권리축제(2)]일과 건강 현재순 국장 인터뷰..'주민, 소비자 알권리 전국으로 확산되어야'
  • 2017.10.19 17:21
  • by 공정경 기자

알아야 잘 산다. 어찌 보면 잘 살기 위해서가 아니라, 알아야 생존할 수 있는 수준이다.
알권리를 크게 나눠보면 소비자 알권리, 노동자 알권리, 주민 알권리, 피해자 알권리가 있다. 오는 10월21일 광화문 광장에서 소비자 알권리 축제가 진행된다.

화학물질 주민 알권리 운동에 앞장서고 있는 ‘일과 건강’기획국장 겸 '알권리보장을위한화학물질감시네트워크' 사무국장을 맡고 있는 현재순 국장을 만나, 소비자 알권리 운동이 왜 필요한지, 중요성에 대해 인터뷰했다.

현재순 국장은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화학물질이 시장에 나와서는 안 된다며, 선진국처럼 검증되지 않은 물질이 시장에 나오지 않도록 하는 '한국형 리치(REACH)'가 정착하기 위해서는 소비자 운동이 더욱 활성화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3년도 안 되는 짧은 기간에 '화학물질 안전관리 알권리 조례' 제정 지자체 19개 

공정경 기자(이하 공) : 일과 건강에 대해 간단한 소개 부탁한다.

현재순 국장(이하 현) : 일과 건강은 화학물질관리법, 화학사고, 지역대응 중심으로 알권리 운동을 하고 있다. 노동자 알권리는 ‘반올림’이 진행하고 소비자 알권리는 ‘발암물질없는 사회만들기 국민행동’이 중심이라면, 화학물질 주민 알권리는 일과 건강이 주도적으로 하고 있다.

공 : 화학물질 주민 알권리 운동은 어느 정도 진행됐나?

현 : 알권리보장을위한화학물질감시네트워크에서 ‘화학물질 안전관리 알권리 조례’ 제정 운동을 진행하고 있다. 조례 제정운동이 시작된 건 오래되지 않았다. 2012년 구미 불산누출사고 이후 2013년도에 화학물질감시네트워크가 꾸려졌다. 당시 감시네트워크에 참여했던 지역이 전국 7개 지역이었고 이 지역을 중심으로 조례제정을 시작했다.

9월 30일 기준, 19개 지자체에서 화학물질 안전관리 알권리 조례가 제정됐다. 발암물질 전국 지도를 만들어 각 지자체의 위험순위를 매겼었다. 200개가 넘는 지자체 중 시급한 53개 지역을 선정했다.

공 : 어떤 지역인가?

현 : 고독성 물질 취급사업장 주변 반경 1km 내에 거주 주민 5천 명이 사는 지역이다. 고독성 물질이란 발암성물질, 변이물성물질, 생식독성물질을 합쳐서 말한다. 53개 지자체 중 19곳이 조례를 제정했고 나머지 34개 지자체 중 12개 지역에서 간담회, 토론회, 교육을 진행하면서 조례제정운동을 한참 진행하고 있다. 화학물질관리법(이하 화관법)이 개정되면서 화학물질 정보도 95% 이상 공개하게 됐고 조례를 제정할 근거도 마련됐다.

공 : 조례제정만큼 중요한 게 조례가 실질적으로 잘 돌아가게 해야 한다는 점이다.

현 : 맞다. 사문화된 조례가 너무나도 많다. 지금까지는 화학물질 담당자가 없었고, 수질업무를 하거나 배출단속 업무를 담당하는 부서의 말단 공무원에게 ‘사이드’ 업무로 배정되어 있었을 뿐이다. 제대로 조례가 운영되기 위해서는 화학물질관리위원회를 구성하는 게 중요하다. 우리나라는 화관법상 화학물질관리위원회를 중앙부처인 환경부에만 두게 돼 있다. 지역사회 알권리는 지역사회를 중심으로 둬야 하기에 미국이나 유럽은 다 주 단위 또는 지방정부에 화학물질관리위원회가 있다. 우리도 지방에 그런 위원회가 만들 수 있도록 법 제정을 요구했지만, 환경부가 그렇게까지는 못하고 그런 위원회를 만들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만들었다. 조례 제정을 통해 위원회를 구성할 수 있게 됐다. (화관법 개정안 7조 2항)

위원회가 제대로 굴러가려면 민이 참여해야 한다. 조례 핵심사항으로 민간단체가 추천하는 전문가가 들어갈 수 근거를 마련했다. 정리하면, 한 축은 조례가 만들어진 19개 지자체가 잘 굴러갈 수 있도록 위원회 구성 촉구와 조례 세부규칙을 빨리 만들 것을 요구하고 있고, 나머지 한 축은 34개 지자체에 빨리 조례제정을 하라는 운동을 하고 있다.

선진국 수준의 화학물질 지역 감시체계가 이루어지려면 일반시민 참여가 중요

공 : 피해를 당하지 않거나 위험지역과 거리가 먼 곳에 있는 사람은 화학물질을 알아야 할 권리가 있는지도 모른다.

현 : 그 지점이 주민알권리운동의 출발점이었다. 우리나라만 해도 4만 3천 종의 화학물질이 쓰이고 있고 매년 200여 종이 새롭게 만들어진다. 우리 집 주변에 어떤 화학물질 취급사업장이 있고 그 사업장에서 취급하는 화학물질은 무엇이고 그 화학물질의 독성은 어느 정도이며 그 물질이 누출되거나 사고가 났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것, 이게 주민알권리 운동의 시작이었다. ‘우리동네위험지도’ 앱이란 것도 만들었고 지역주요거점에서 캠페인도 하고 기자회견 등도 했다.

공 : 아파트 반상회까지 모세혈관처럼 뿌리내려야 효과가 있지 않을까?

현 : 아까 말한 처음 감시네트워크에 참여했던 전국 7개 지역을 중심으로 3년 정도 그런 사업을 했다. 아파트단지 내 공원에서 캠페인을 하고 우편함에 광고지를 넣고 관리실을 통해서 안내방송도 하고. 그런 활동을 통해서 주민의 인식이 높아지고 조례까지 제정된 거다.

공 : 주민알권리가 제대로 실현되려면 아무것도 모르는 주민이 지역 화학물질의 위험성을 알게 되고 감시단까지 참여하는 수준까지 가야 하지 않을까 싶다.

현 : 세계 화학물질 사고의 교훈이 정부나 기업주도만으로 화학사고를 관리하거나 사고를 예방할 수 없다는 거다. 지역중심의 통합적 관리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그중의 핵심은 주민의 알권리와 참여의 보장이다. 그걸 하기 위해서는 지역별로 상시 모니터링하는 단체가 있어야 한다. 그래서 두 가지 형태로 구성하고 있다. 지역단체들이 연대해서 ‘화학물질로부터 안전한 00사업본부 추진위원회’를 만들거나 단체들이 연대하기 어려우면 ‘화학물질주민감시단’을 꾸리거나.

공 : 현재 어느 곳에서 만들어졌나?

현 : 단체가 연대한 곳은 울산, 경남이고 화학물질주민감시단을 꾸린 지역은 평택, 전남, 전북이다. 첫 번째 형태는 ‘화학물질로부터 안전한 울산(또는 경남)만들기 사업본부 추진위원회’라는 명칭을 쓰고, 화학물질주민감시단은 건생지사(건강과 생명을 지키는 사람들) 전북(또는 전남, 평택)지부이고 일과건강 회원조직이다.

공 : 대전충청지역은 없나?

현 : 발암물질 최대배출량 시가 어디인 줄 아나?

공 : 글쎄...

현 : 청주시다. 그래서 대전충청지역에 사업본부추진위원회로 꾸릴지 건생지사 회원조직으로 꾸릴지 지역사회와 다방면으로 의논하고 있다. (지도를 그려가며) 우리 지도에서 평택, 전북, 전남, 울산, 경남, 대전충청. 이런 형식으로 지역별로 나눠서 화학물질 감시체계를 만드는 게 목표다.

선진국 수준으로 가려면 일반주민 참여가 중요하다. 평택건생지사의 경우에는 회원 대부분이 주부들이다. 청주 쪽에서 자생적으로 만들어진 ‘오창지킴이’는 주부들이 만든 조직이고 정기적으로 악취와 관련된 모니터링을 한다. 일반주민이 불편한 게 있으면 소스를 주고 감시단에 참여하는 형태가 가장 좋다.

현재순 국장이 '일과 건강' 홈페이지를 보여주고 있다.


소비자운동의 종착점은 '리치'(REACH) 제도(No Data, No Market) 실현

공 : 주민알권리는 소비자알권리와 교차하는 지점이 많다. 소비자알권리 운동이 3년 전 식품완전표시제로 시작해서 화학물질 전성분표시제로 확대되고 있다.

현 : 알고 있다. 바디버든캠페인.

공 : 이렇게 확대되고 있는 소비자알권리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현 : (책상을 탁 치며) 바른 모습이다! 왜냐면 화학물질은 생활 주변에 다 있기 때문에 더욱더 발전시켜야 한다. 지금은 부족한 거다. 소비자운동의 종착점은 '리치'(REACH (Registration, Evaluation, Authorization and Restriction of CHemicals)) 제도(No Data, No Market) 실현이다.

유럽의 리치(REACH)제도의 원칙은 ‘No Data, No Market’이다. 데이터가 없으면 시장에 나올 수 없다는 의미다. 데이터란 유해성, 즉 독성을 검사하고 등록하고 평가한 내용이다. 등록되고 평가된 것을 가지고 안전한 제품을 만들고, 안전한 제품만이 시장에 나올 수 있다. 가습기살균제 사태 이후 이 제도를 본떠서 환경부가 화학물질평가법(화평법)을 만들었다. 화평법이 영어로 KOREAN REACH다.

소비자운동이 더 활성화돼야 한다. 소비자운동이 활성화돼야 기업이 소비자가 무서워서라도 안전한 제품을 만든다. 전성분표시제가 보장이 돼서 제품에 어떤 물질이 들어가는지 다 알게 됐다고 가정할 때 위험한 물질이 제품에 들어있으면 사나? 안 사나?

공 : 당연히 안 산다.

현 : 그럼 당연히 돈을 들여서라도 안전한 제품을 만들 거 아니냐. 'No Data, No Market'이 실현되는 거다. 실현되기 위해서는 소비자운동이 핵심이다.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도 안전한 제품을 쓰게 되는 사회.

환경부가 2019년까지 시중 제품을 다 수거해서 유해성 분석하고 전성분표시를 하겠다고 한다. 하지만 그게 가능할지 모르겠다. 언제 그 많은 제품을 수거해서 언제 분석을 하나. 분석비용도 어마어마한데. 쉽게 말하면 우리나라는 아직도 기업의 편의를 봐주고 있다.

유럽에서 리치(REACH)제도를 할 수 있었던 것은 데이터를 기업이 만들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정부가 수거해서 하겠다는 건데, 이 제도의 핵심은 기업이 하는 거다. 기업이 생산할 때부터 이 데이터를 만들도록 의무화해야 한다. 거기까지 가기 위해서는 소비자운동이 더 커져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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