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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조합은 사회와 어디까지 연대할 수 있을까?퀘벡의 노동조합과 사회연대경제 사례

캐나다 퀘벡지역의 사회적경제는 여러 번의 정권교체를 겪으면서도 협동조합과 사회단체, 노동운동 등 광범위한 시민사회와 정부의 파트너십을 유지해오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주민의 70% 정도가 각종 협동조합에 가입되어 있으며 성인의 80% 이상이 데자르뎅 신협 조합원이다. 경제 규모로는 퀘벡주 GDP의 8% 정도를 차지할 정도로 사회적경제가 일상생활 속 깊숙이 뿌리내리고 있다. 그러한 발전의 요인으로는 노동조합이 조성한 기금과 노동자들이 사회운동의 한 축으로 다양한 거버넌스를 구성한 데 있다.

퀘벡의 노동조합 조직률은 40%로 북미대륙에서 가장 높은 비율이다. 그 이유로는 노동조합을 사회적 동반자로 여기는 사회민주주의를 경험한 지도자들이 있었고, 노동조합이 대부분의 사회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조합에 우호적인 노동법도 그 발달에 기여했다.

발전의 중심에는 FTQ(Fédération des Travailleurs du Québec: 퀘벡 노동자 총연맹) 와 CSN(Confédération des syndicats nationaux: 전국 노동자 연맹) 이라는 두 개의 큰 기둥이 있었다. 70년대 오일쇼크를 시작으로 개도국으로 제조업이 이전하고 장기간의 구조적 실업을 겪으면서 굵직한 경제적인 위기가 찾아왔다. 이 때 노동조합들은 밖으로는 정부에 완전고용 정책을 수립하도록 압력을 가했고 안으로는 스스로 완전고용을 위한 대책을 마련했다.

우선 일반적인 신용조합이 아닌, 공동체에 초점을 맞춘 새로운 신협을 설립했다. 조합원들은 일반적인 신용조합과는 달리 예금에 이자를 제공하지 않는데 동의했다. 그렇게 모인 기금으로 공동주택을 짓는 협동조합에 낮은 이율로 대출해주거나 파업에 들어간 노동자들에게 무이자 대출을 제공했다. 1979년 데자르댕과 손을 잡고 다른 신협들과 합병을 진행 데자르댕 연대경제기금(Caisse d’économie solidaire Desjardins)으로 명칭을 변경했다. 이후 교직원이나 공무원 노동조합 등 다양한 주체가 구성원으로 참여해 지금까지 '삶의 질을 증진시키고 사회연대경제를 함께 구축하기 위해 노동자 예금을 사용한다'는 철학을 이어나가고 있다.
 

ⓒCaisse d’économie solidaire Desjardins

또한 FTQ는 1984년 정부에 노동자들의 연금을 위한 기금조성을 요구하여 노동자연대기금(FSTQ)을 설립했다. 그 목적으로는 ▲더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고 기존 일자리를 유지·보호 ▲노동자들에 더 많은 직업훈련 제공 ▲전략적 투자를 통해 퀘벡지역 경제 활성화 ▲노동자들에 퇴직연금의 필요성을 알려 출자하도록 유도함에 있다. 비과세 혜택으로 매우 인기가 높으며 그 비용은 연방정부와 지방정부가 1:1로 보조하고 있다.

이 기금은 최소 60%를 의무적으로 퀘벡 경제에 투자해야 하며 실제로 FTQ소속 노동조합이 있는 회사에 투자가 이루어지고 있다. 하지만 설립 후 초기 10년 정도는 사회적경제 분야에 투자는 별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95년 CSN이 정부에 제안하여 두 번째 노동자연대기금인 'Fondaction'을 설립했다. 퇴직할 때까지 노동자들이 예금을 예치해 그 기금으로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는데 투자하는 방식은 기존 기금과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투자처를 ▲모든 주주나 조합원들에게 공평하게 투표권을 배분하는 기관 ▲노동자들이 직접 업무를 정의하고 조직을 통제하도록 허용하는 기관 ▲친환경적인 접근법을 도입한 기관으로 명시해 책임감 있는 재무문화의 발전을 끌어냈다. 이렇게 노동자연대기금이 사회적경제 생태계를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점이 세계에서 퀘벡 사례를 주목하는 큰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Fondaction

또 한 가지 주목할만한 사례로 CSN이 87년 설립한 MCE counseils이 있다. 이 조직의 노동조합이 기업의 경제상황을 정확히 이해하고 교섭에 유리하도록 지원한다. 사측으로부터 재무정보를 받아 회사가 존속해 일자리를 유지하도록 컨설팅하는 게 주요업무이며 부도 위기의 회사를 노동자가 인수해 노협으로 살아나게 하는데 큰 노력을 기울인다. 주요 영역으로는 재무나 마케팅 전략을 함께 수립하고 조직 지배구조를 개선하는 업무를 진행한다. 직원 20명 중 절반이 회계사이고 나머지는 경제분석가와 조직 운영 전문가로 구성되어 전문성을 담보한다. 퀘벡의 사회적경제 연대 중간지원조직인 샹티에(The Chantier de l’économie sociale du Québec)와 CQCM의 중요 파트너이기도 하다. 두 조직에 이중멤버십을 가진 기관은 많지 않은데 전문성이 담보되어 정부와의 협상 시 유리한 위치를 담보할 수 있기에 다양한 조직의 컨설팅을 맡고 있다. 최근에는 퀘벡뿐 아니라 남미나 아프리카에서 노동자협동조합을 구성해서 자립할 수 있도록 하는 프로젝트에도 힘을 싣고 있다.
 

▲ 연대금융허브네트워크(le carrefour financier solidaire)의 건물 ⓒ정화령
▲ 연대금융허브네트워크(le carrefour financier solidaire)건물 안내판 ⓒ정화령

퀘벡의 노동조합은 경제적 지원에 그치지 않고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68년 총회에서 의결한 '제2전선(second front)'전략을 보면 "노동조합의 투쟁이 대중들의 삶과 관련된 일반 시민들의 시대적 투쟁과 연결되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주장했다. 그 정신이 바탕이 되어 평화운동, 국제연대운동, 양성평등운동 등 다양한 사회운동에 참여하고 있다. 2006년에는 목표를 더욱 발전시켜 다음과 같이 정의했다.
 

포괄적인 사회연대경제를 이루기 위해, 우리는 다음과 같은 일에 앞장선다.
· 사회적 필요를 충족하기 위한 사회적 경제를 지향하는 일
· 정부가 규제와 재분배 정책을 시행하도록 요구하는 일
· 개발과 투자부문에서의 민주화와 기업 운영의 민주화
· 고용을 증진하고 소외된 계층을 돕는 일
· 공공 서비스가 잘 운영되도록 하는 일
· 지역 사회 공동체 내 연대를 이루고 사회통합을 이루는 일


캐나다 공동체기반 경제발전 네트워크 국제위원회의 Yvon Poirier의장은 논문에서 노동조합과 사회연대경제는 아직도 많은 어려움을 마주하고 있다고 밝혔다. 노동조합과 협동조합운동이 불협화음을 내는 일도 있고 지역에서 협력을 끌어내기도 쉽지 않다. 신자유주의 물결의 규제 완화 속에서 일자리를 보호하는 것도 시급한 문제이다. 하지만 분명한 점은 지금까지의 발전이 내부 이익만을 위해 힘쓰지 않고 사회를 더 옳은 방향으로 이끌어 가기 위한 노력으로부터 발생했다는 사실이다. 우리도 그 부분에 가장 중점을 두고 퀘벡 사례를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정화령 기자  momosuki8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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