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좁은 길, 굳이 그곳으로 가는 것이 사회적기업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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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좁은 길, 굳이 그곳으로 가는 것이 사회적기업가
사회적기업, 사회적기업가에게 묻다(3)-오마이컴퍼니 성진경 대표
  • 2019.11.05 11:00
  • by 김정란 기자

사회적기업이란 무엇일까? 사회적 경제, 기업에 대한 관심은 이전보다 훨씬 높아졌지만, 막상 그게 무엇인지에 대해 속시원하게 답을 해주는 사람은 없다. 사회적으로 좋은 일을 하는 기업? 사회적인 가치가 있는 일을 하는 기업을 말하는 것일까? 그렇다면 일반 기업과는 무엇이 다를까?

라이프인은 이런 물음에 대한 답을 사회적기업을 운영하거나 준비하는 기업가들에게 묻기로 했다. 이 생태계에 뛰어든 이들이 생각하는 사회적기업이란 무엇일까? 직접 만나 이들이 생각하는 사회적기업과 그 현장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 오마이컴퍼니 성진경 대표. ⓒ라이프인
▲ 오마이컴퍼니 성진경 대표. ⓒ오마이컴퍼니

최근 들어 크라우드 펀딩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오마이컴퍼니, 텀블벅, 와디즈 등이 다양한 루트를 통해 대중들에게 다가서면서 크라우드 펀딩을 진행하는 기업들의 숫자가 늘어나고 종류도 다양해지고 있다. 사회적기업 중심 크라우드 펀딩을 진행하는 오마이컴퍼니는 지난 2012년 사이트를 열었다. 우리나라에 크라우드 펀딩 개념이 막 들어오던 그 시절부터 꾸준히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오마이컴퍼니 대표를 맡고 있는 성진경 대표는 원래 증권회사에 10년 정도 근무했던 일반 금융기업 출신이다. "같은 일을 하던 주변 사람들은 대체로 비슷한 일을 하는 기업으로 이직을 했지만, 나는 더 이상 그 일을 하고 싶지는 않았다.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하던 나는 당시 마이크로크레딧으로 큰 관심을 모았던 그라민은행의 무하마드 유누스 총재의 이야기를 접했고, 사회적금융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됐다. 이에 대한 학문적 기반을 넓히고자 2011년 성공회대 시민사회복지대학원에 입학했다" 이것이 그가 이 길로 들어서게 된 계기다. 

본격적으로 크라우드펀딩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게 된 것은 우연히 맡았던 번역 일에서 시작됐다. 성 대표는 "UN문화부문 펀딩 포럼자료 번역하는 일을 맡아 한 적이 있는데 거기서 크라우드 펀딩 이야기가 나왔다. 이걸 해봐야겠다고 생각하고, 2011년 사회연대은행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당시는 정부지원금을 주요 수단으로 사회적경제가 막 시작되던 때였다. 성 대표는 "정책 지원이 아닌 시민 참여 지지기반이 넓어져야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관 주도가 아닌 대중의 참여가 있어야 토양이 단단해질 것이라는 생각이었던 것. 오마이컴퍼니는 그렇게 사회적기업을 중심으로 하는 크라우드 펀딩 서비스를 시작했다.

▲ 오마이컴퍼니에서는 후원형 외에도 투자형으로도 크라우드펀딩에 참여 가능하다.

벌써 7년의 세월이 흐르는 사이 오마이컴퍼니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2015년에는 온라인소액투자중개업에 등록해 후원형 중심으로 진행되던 크라운드 펀드에 증권형을 더했다. 증권형은 리워드형에 비해 실제적인 자금조달에 더욱 가깝다. 후원형에 비해 적은 숫자지만 성공률은 70% 정도로 상당히 높은 편이다. 성 대표는 "허황되지 않은지 훑어보는 정도의 심사를 하는 리워드형과 달리 증권은 꼼꼼하게 실사를 하고 있다. 증권이 실제로 발행되고, 기업공개처럼 보이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더 자세하게 들여다봐야하는 면이 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한 참여자들의 반응은 어떨까? "한번 증권형에 참여했다 원금과 이자를 돌려받은 경험이 있는 분들은 만기가 돼 돌려받은 돈을 다시 투자하시는 경우가 상당히 많은 편이다. 이런 경험을 통해 사회적기업이나 크라우드 펀딩에 대한 신뢰가 쌓인다"는 것이 성 대표의 설명이다. 이런 신뢰는 그가 이 사업을 시작할 때 생각했던 시민 참여지지 기반의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

크라우드 펀딩의 가장 큰 장점은 무엇일까? 성 대표는 "특히 초기 창업 상황인 경우 기업은 작은 성과들로 레퍼런스를 만드는 것이 중요한데 크라우드 펀딩 성공이 그 중 하나가 될 수 있다. 또 실험적 측면도 있다. 이 아이템이 얼마나 대중에게 설득력을 갖고 있는지 테스트해볼 수 있기때문"이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또 한가지 장점은 투자자가 고객이 되기도 하고, 고객이 투자자가 될 수도 있다는 것. 성 대표는 "한 음식 사업체의 경우 2개 직영점 상태에서 펀딩을 했는데 현재 매장이 10개다. 이런 경우 원래 이 곳을 이용해 본 고객들이 여기는 될 것 같다고 판단해 투자를 하기도 하고, 투자를 먼저 하고 어떤 곳인지 궁금해서 직접 가서 이용하면서 고객이 되기도 한다. 또 후원 후 끝나지 않고, SNS 등 주변인들과 소통하면서 이 사업이나 사회적기업에 대해 설명하기도 한다. 홍보할 의도가 없더라도 마케팅 효과가 나타난다"고 했다. 마케팅 창구와 판로 마련이 쉽지 않은 사회적기업에게는 두 가지 모두를 실현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이제 크라우드펀딩으로는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으니 다른 비전을 가지고 있지는 않을까? 성 대표는 "기관투자자들이 잘 안 들어가는 부분에 대한 사업을 준비 중"이라며 "농식품과 지역기업투자를 생각하고 있다"고 이야기 했다. 또 하나는 한국형 KIVA사업이다. KIVA는 2005년에 설립된 국제비영리단체로 P2P 금융 서비스를 통해 전세계 소액 금융기관과 협력해서 저소득 학생이나 기업에 인터넷으로 돈을 빌려준다. 대출 이자와 수수료가 없고, 투자자는 최소 25달러부터 투자할 수 있다. 오마이컴퍼니는 청년 대상 소액 대출 형태를 고민 중이다. "취창업을 준비하는 청년들에게 돈을 빌려주는데 그 돈을 이용해 취창업을 준비하는 청년이 좌절하고 포기하지 않도록 멘토링 등 심리적, 물적 지원을 함께하는 또다른 사회적금융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성 대표는 최근 들어 사회적경제에서 꼭 필요한 분야로 관심을 얻고 있는 사회적금융에 대해 "연대와 협력이 필요하지만 실현이 쉽지 않은 어려운 분야"라고 말했다. 사회적기업에 대해서도 "일반 기업에 비해 혁신에 대한 에너지가 많이 필요한 분야"라는 생각을 내놓았다. "일반 기업과 달리 사회적기업은 자신의 소셜 미션을 앞에 내세우고 간다. 그래서 끊임없는 혁신이 필요하다. 늘 존재가치를 증명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으면 정부나 민간이 그들을 굳이 응원하고 키워야할 이유가 없다. 돈이 안 되도 사회적가치가 있다면, 그 문제점을 찾고 지속가능한 구조를 만들 수 있도록 해야 하기 때문에 어려운 것"이라는 것이 성 대표의 설명이다.

단단한 다짐을 가지고 들어서도 어려운 길이라면서 그는 왜 이 길을 걷고 있을까? 또 다른 사회적기업가들은 왜 가는 것일까? "하지만 그 좁은 길로 가는 사회적기업이고, 그 좁은 혁신의 길로 가는 것이 사회적기업가다. 남들이 걷지 않는 길에서 기회를 찾고 그를 가능하게 하는 것이 사회적기업가의 숙명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자신과 같은 뜻을 가진 사회적기업가들과 함께 오늘도 그 좁은 길을 걷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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