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경제기업 평가시스템' 완성은 현장의 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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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경제기업 평가시스템' 완성은 현장의 몫
사회적경제 유관기관 공통으로 활용 가능한 평가시스템 구축...건전한 사회적금융 생태계 조성하는 공공재 역할 기대
  • 2019.10.31 11:49
  • by 송소연 기자

일반적으로 신용(信用)은 믿음을 의미한다. 하지만, 경제활동에서 신용은 빚을 상환할 수 있는 능력을 판단하는데 사용된다. 금융자본주의에서 금융기관은 원금과 이자를 안정적으로 회수하기 위해 수익성, 자금조달능력, 담보력 등을 기준으로 기업의 재무상태를 평가한다.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동시에 추구하는 사회적경제기업은 재무성과와 일자리 창출, 사회 혁신, 지역 개발 등과 같은 사회적성과를 함께 만들어 낸다. 사회적경제기업을 재무 건전성을 기준으로 평가하게 될 경우, 대부분 영세해 좋은 평가 점수를 받기 힘들다. 또한, 담보가 있지 않는 이상 대부분 대출 자격에서 누락된다. 

다행히 작년 2월 발표된 정부의 '사회적금융 활성화 방안'에 따라 공공부문을 중심으로 사회적경제에 대한 자금공급(투자, 융자, 보증)의 물꼬가 트이기 시작했다. 작년 한해 1,937억 원이 집행됐고, 올해 집행목표는 3,230억 원이다. 하지만 사회적경제에 경험이 없는 금융기관 입장에서는 우수 기업을 판별하고 평가하기 위한 기준이 미흡해 지원 확대에 어려움이 있다.

▲ 2019년 제2차 사회적금융협의회에서 발표된 사회적경제에 대한 자금공급(투자, 융자, 보증) 현황 ⓒ신용보증기금

금융의 역할과 책임을 되새기는 '금융의 날'였던 10월29일 은행회관에서는 금융위원회와 신용보증기금, 한국사회혁신금융이 '사회적경제기업 평가시스템 구축 최종보고회'를 개최했다. 이번 보고회는 사회적경제 전문가, 사회적경제기업, 금융기관 등 관계자 150여명이 참여했으며, 신용보증기금이 추진해온 '사회적경제기업 평가시스템'의 구축 결과를 공유하고, 효과적인 활용방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기 위해 마련됐다.

자리에 참석한 조경식 신용보증기금 이사는 "사회적경제기업 평가시스템은 사회적경제기업이 나아갈 방향성을 제시해 건전한 사회적금융 생태계를 조성하는 기반이 될 것"이고 기대했고, 박학양 한국사회가치연대기금 사무총장은 "평가시스템을 통해 사회적경제 기업이 경영성과 제고와 위험관리 역량 강화에 도움이 되기를 소망한다"고 밝혔다. 이어서 박창석 신용보증기금 부부장이 '사회적경제기업 평가시스템 활용 및 발전방향을 발표'하고, 이상진 한국사회혁신금융 대표가 '평가시스템 사용방법'을 설명했다.
 

▲ 10월29일 은행회관에서는 금융위원회와 신용보증기금, 한국사회혁신금융이 '사회적경제기업 평가시스템 구축 최종보고회'를 개최했다. ⓒ라이프인

신용보증기금은 작년말 사회적경제 현장과 사회적경제 및 금융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해 '표준 사회적성과 평가체계'를 마련하는 연구용역을 완료해 평가지표와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 올해는 선행 연구된 평가지표를 기반으로 평가모형을 완성해 자체 심사에 활용할 뿐 아니라, 유관기관들에 웹 기반으로 제공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했다.

신용보증기금은 신용평가회사 이크레더블과 보유한 6천여개 사회적경제기업(사회적경제기업 5,171개, 협동조합 687개)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시뮬레이션을 수행했다. 재무제표를 기반한 용평가회사 모형등급을 분석한 결과, 사회적경제 기업은 대부분 B~CCC에 분포(71%)했다. 하지만, 기업생멸행정 통계자료(2015년 기준)에 따르면, 사회적기업 3년 생존률은 91.8%로 일반기업 38.2%에 비해 훨씬 높은 편인데, 신용등급이 과소평가되고 있었다.
 

▲ 사회적경제기업의 특성을 반영한 다양한 평가지표를 통해 보다 정교한 평가등급이 산출된다. ⓒ신용보증기금

이번에 구축한 평가시스템의 가장 큰 특징은 재무제표 위주의 기존 신용평가 대신에 사회적경제기업의 특성을 고려한 평가 지표를 반영했다는 점이다. 이에 대한 가중치를 높게 부여해 변별력을 제고해 정교한 평가등급 산출이 가능해졌다. 또한, 주식회사 등 일반기업 형태와 다른 협동조합의 특성을 평가에 반영하기 위해서 일반형과 협동조합형으로 평가지표 구성을 이원화했다.
 

사회적기업의 특성을 반영한 평가기준. 사회적경제기업으로서 부합성 70%, 금융지원을 위한 타당성 30% 비증으로 평가된다. ⓒ신용보증기금
▲ 사회적기업과 다른 협동조합의 특성을 반영한 별도의 평가모형을 개발했다. ⓒ신용보증기금

평가 시스템에서 높은 등급을 받기 위해서 사회적경제기업은 지역사회에서 지속 성장하기 위한 사회적 미션을 구체적으로 정의하고, 사업계획에 적절히 반영하면서 적극적으로 추진하고자 하는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재무적목표와 사회적목표를 균형 있게 달성하기 위해 구성원과 비전 공유, 자발적인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는 경영관리체계도 필수적이며, 지역사회와 연대를 통해 경영 위험에 대한 대응능력도 강화해 나가야 한다. 무엇보다 경영자의 경험, 교육을 통한 구성원의 역량, 경영활동의 효율성은 미래의 상환 역량의 기준이되고 있다.

평가는 기업이 직접 입력하는 기업실태표와 평가기관인 중개기관의 현장실사로 이뤄진다. 사회적가치, 금융타당성을 구분하여 개별등급이 산출되고, 이를 결합한 사회적금융등급은 평가보고서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이때 중개기관은 평가등급을 활용해 기관별 여신정책에 따라 금리, 한도 등을 조정할 수 있다.

평가시스템은 이밖에도 사회적경제기업 대상 금융지원 후 사회성과를 측정 및 모니터링할 수 있는 관리 체계를 마련했다. 기업이 공인인증서를 등록하는 경우, 홈텍스로부터 자동으로 데이터를 수집해 제출 서류를 간소화하고 신속한 평가 진행이 가능하다.
 

▲ 사회적금융 생태계 조성을 위한 '사회적경제기업 평가시스템' 구축 최종보고회의 종합토론이 진행되고 있다. ⓒ라이프인

종합토론은 이은선 경남과학기술대 교수가 좌장을 맡았으며 ▲장원찬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팀장 ▲장지연 한국사회가치연대기금 실장 ▲문진수 서울신용보증재단 상임이사 ▲전재홍 북서울신협 전무 ▲박향희 신나는조합 상임이사가 패널로 토론에 참여했다. 

토론자들은 공통적으로 오랫동안 기다려온 평가시스템이 첫발을 내딛은 것에 대한 기대와 함께 사회적경제 기업의 평가의 기준을 재무보다 사회적 가치를 중요하게 다룬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를 했다. 보완되어야 하는 점으로는 정성적인 평가에서 신뢰성, 타당성 확보 부분과 경영공시 등 기존 제도와 연결하는 범용성 문제, 사회적 협동조합과 같이 비영리조직에 대한 고려 등을 뽑았다. 또한, 평가를 진행하는 중개기관의 역할에 대해서는 역량 강화를 위한 교육이 필요하다는 의견과 역할이 강화되면 주관적 판단으로 인한 리스크가 있을 것이라는 의견으로 나누어졌다.
 

▲ 사회적경제 기업 평가시스템 홈페이지 화면 ⓒ신용보증기금

비즈니스 속담 중에 "평가하는대로 받는다."는 말이있다. 평가 결과에 따라 미래의 방향이 결정된다는 의미다. 이번에 발표된 ‘사회적경제기업 평가시스템’은 사회적가치, 금융타당성, 사회적금융 등 3가지 분야에서 10등급으로 평가보고서를 제공된다. 사회적경제기업은 평가를 받는 과정과 평가결과를 통해 기업이 나아가 하는 방향을 점검하고 보완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현장의 요구로 만들어진 평가시스템이 만들어진 만큼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고 함께 보완·완성시켜야하는 역할도 생겼다. 

한편, 신용보증기금은 앞으로 평가시스템을 적극 활용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해 나갈 예정이다. 이를 위해 공동으로 데이터를 축적·활용하며 표준 평가모형으로서의 신뢰성과 범용성을 더욱 높여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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