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른손] 콩 세알로 공동체를 만드는 사회적기업 ‘콩세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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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손] 콩 세알로 공동체를 만드는 사회적기업 ‘콩세알’
  • 2019.10.17 16:23
  • by 신동민 객원기자
종교계가 사회적경제에 관심을 가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떡을 주고 잠자리를 주는 사회복지에 그치지 않고, 스스로 자립하고 지속가능한 삶을 도모하는데 사회적경제는 좋은 솔루션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주변에는 오른손이 한 일을 왼손이 모르게 열심히 활동하는 종교계 사회적경제 기업들이 많이 있다. 하지만 오른손이 한 일들이 공유되고 확산된다면 더 많은 오른손들이 나타나지 않을까? 필자는 [오른손]을 만나 오른손이 한 일을 널리 알려보고자 한다.  


인천 강화읍내를 거쳐 고인돌 관광지를 지나 민간인통제선을 통과해서 산길을 따라 찾아가면 콩세알 공장과 일벗교회가 있다. 온화한 말투와 넉넉한 웃음을 가지고 있는 서정훈 목사는 농부 아버지의 삶을 이어받아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곳에서 농촌 목회와 사회적기업 ‘콩세알’을 시작했다.

콩세알은 유기농으로 재배된 콩을 수매하여 두부를 제조한다. 콩세알이란 이름에는 우리 조상의 너그러운 나눔의 정신이 들어있다. 콩 한 알은 벌레가 먹고, 한 알은 이웃이, 한 알은 심은 사람이 먹기 위해서 한곳에 세 알을 심는 데에서 연유되었다.

공장터가 있는 곳에서 조금만 걸어가다 보면 큼지막한 비닐하우스들 몇 개가 있고, 몇 마지기 정도 되어 보이는 밭이 있었다. 평범해 보이는 이 밭은 정신적으로 장애가 있는 학생들과 학생들의 가족들이 농사를 통해 자연 속에서 생명의 소중함을 배울 수 있는 공간이 되어주고 있다. 근처 아담하고 예쁘게 지어진 집들이 있었는데, 콩세알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이 모여 마을을 조성해 살고 있었다.

올해 초 농림축산식품부는 콩세알을 ‘사회적 농업’ 활성화 사업자로 선정했다. ‘사회적 농업(Social Farming)’은 문재인 정부 100대 국정과제 중 하나로 농업을 통해 장애인·고령자 등 도움이 필요한 지역 사람들에게 돌봄·교육·일자리 등을 제공한다. 농업이 중심이지만 돌봄·교육 등의 내용이 다양한 영역을 포괄하고 있어 지역학교, 복지시설, 농업인, 지역주민 등 다양한 주체들의 협업을 바탕으로 이뤄진다. 때문에 지역의 자발적이고 혁신적인 관계망을 구축해 제도의 손길이 미치지 않는 지역의 다양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콩세알의 대표 서정훈 목사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콩세알 서정훈 대표


Q1. 콩세알의 정신, 설립목적은 무엇인가요?

공생과 서로 살리는 상생. 함께 살고 나도 사는 정신을 일구는 일하는 공동체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콩세알은 취약계층을 고용하기도 했습니다. 저소득층, 장기실업자, 고령층, 장애인 등이 어우러져 일합니다.


Q2. 회사 매출과 고용 현황은 어떤가요?

현재 1년 매출은 21억정도 됩니다. 주로 한살림과 두레생협에 납품합니다. 매출이 어느 정도 안정되었다고 봅니다. 두부 외에도 몽글이 순두부, 유부제품, 콩비지 상품은 시장에 잘 안착 되었습니다. 하지만 회사는 끈임 없이 고객만족을 추구해야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소비자들이 콩을 먹는 다양한 방식들을 연구하고 상품화할 예정입니다. 탄성이 좋은 고농도 비단 두부뿐만 아니라 고구마묵과 군고구마 말랭이를 널리 알리는 것이 최근 목표입니다. 또한, 소비자가 안심하고 먹을 수 있도록 해썹(HACCP)도 받을 예정입니다.

현재 20여명이 일하고 있고 대부분 생산인력 입니다. 이중에 취약계층은 절반정도 입니다. 이분들이 차별을 느끼지 않게 하는 것이 조심스럽고 어렵습니다.

Q3. 콩세알의 강점은 무엇인가요?

우수한 식품을 만들기 위한 끈임 없는 도전입니다. 모든 과정에 유화제, 보존제 등 화학첨가물이 전혀 들어가지 않습니다. 모든 과정을 친환경적으로 한다는 것이 당시에 정말 어려운 도전이었는데 고군분투 끝에 해내였습니다. 두부를 만들기 시작했을 때도 손수 공장을 짓고 맷돌과 가마솥을 넣어서 시작했습니다. 시제품 생산까지 1년이 걸렸습니다. 소포제 대신 스팀으로 거품을 녹였고 수율을 풍부하게 하기 위해 유화제 대신 천연간수를 직접 제조했습니다. 유부에 도전했을 때도 막연히 두부를 튀기는 것으로만 생각했었는데 특유의 쫀득한 식감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각고 끝에 취지에 감동한 식품기계 수입 알선 업체로부터 일본으로부터 유부제조설비를 받게 됩니다. 그리고 국내최초로 천영응고제를 사용하는 유부가 생산되었습니다.
 

콩세알에서 생산한 유부


Q4. 일하는 분들의 근속년수는 어떤가요?

대체적으로 긴 편입니다. 기업문화가 타이트 하지 않고 오래 일한 사람들이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기 보다는 솔선수범합니다. 급여가 많지는 않지만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 간극을 느끼지 않고 일하는 환경을 최대한 만들어 주려고 합니다. 갈등이 표출돼서 그만두는 경우는 덜합니다. 경영자 그리고 먼저 일한 사람들이 많은 것들을 내려놔야 합니다. 권한을 내려놓고 낮아야 합니다. 친환경 식품을 다루는 회사이기 때문에 일하면서 엄밀히 지켜야 할 것들이 있습니다. 엄격한 규칙 때문에 직원들에게 상처를 준 경우들이 있습니다. 이런 경우 직원들과 원만한 의사소통을 위해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같이 일하는 사람들이 서로 상호존중 하며 일하는 환경을 만들고 싶습니다.
 

두부 생산 공정


Q5. 회사의 문화는 어떤가요?

두부를 만드는 회사이니 두부를 마음껏 먹을 수 것이 회사의 장점 입니다. 매주 생산한 두부의 일부를 나눕니다. 매달 우수 사원을 포상하기도 하고 직원들의 애로사항을 경청하려고 합니다. 경영자로서 직원들과 깊이 있는 교감을 하고 싶습니다. 근로자가 고용자에게 자신의 속에 있는 이야기를 다 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런 문화와 분위기를 만들고 싶은 것이 비전입니다. 근로자들이 속 이야기를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고 싶습니다. 솔직하게 이야기해도 안전하다고 느끼게 하고 싶습니다. 사용자와 근로자와의 관계가 아니라 사람과 사람으로 만나 진정한 고민들을 공감하고 함께 해결을 모색하는 공동체를 지향합니다. 경영자로서 자신이 마음의 소리를 듣습니다. 미션으로 가고 있는가? 왜 일을 하는가? 함께 일하는 사람들과 충분히 교감하는가? 혹시 일은 함께 하지만 다른 곳을 바라보지는 않는가? 질문하면서 초심을 잃지 않으려고 합니다.

Q6. 미션을 가지고 사회적기업을 운영하시는 분들께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가치 중심적인 삶을 살고 있는 분들에게서 자주 볼 수 있는 현상이 번아웃 입니다. 시작할 때는 미션과 소명을 가지고 일하지만 어느 순간 소진됩니다. 마음의 중심에서 말하는 소리를 들어야 합니다. 그래서 처음 마음을 되뇌이면서 근원적인 것들을 다시 생각하면서 가야합니다. 경영자는 함께 일하는 사람들을 파트너로 인식하고 권한과 책임을 나누고 항상 열린 마음으로 대화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두부생산공정


콩세알은 기업가정신과 공동체 정신이 함께 어우러져 있는 보기 드문 사회적기업이다. 공동체 비전을 가지고 시작한 조직이 갈등으로 내홍을 겪는 경우를 심심치 않게 있다. 그만큼 실제 삶과 비전이 어우러지기 어렵다는 이야기이다. 일터에서, 마을에서, 교회에서 계속 보는 사람들과 지속가능한 공동체를 만든다는 것이 쉬운은 일은 아니다. 하지만 콩세알은 한 발짝 한 발짝 해내고 있었다. 리더와 직원들이 비전을 잃지 않고 도전하고 인내해온 결과이다. 매장에서 콩세알 제품을 만났을 때 제품을 만드는 공동체, 사람들을 떠올려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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