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재생의 중심은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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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재생의 중심은 '사람'
'도시 혁시' 으로 나아가는 도시재생의 미래 - 2019 GOOD CITY FORUM(굿 시티 포럼)
  • 2019.10.01 14:11
  • by 이진백 기자
▲ 창신동은 '재개발'을 포기하고 '재생'의 길을 선택했다. 창신동은 여전히 20년 전 풍경을 품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뉴타운 재개발 계획은 주민들의 투표를 거쳐 2013년 해제됐다.

'좋은 도시'란 과연 어떤 도시일까. 경제적으로 부유한 도시, 첨단시설을 갖춰 편리한 도시, 범죄가 없어 안전한 도시 등등. 사람들의 가치관은 저마다 다를 수 있다. 그런 만큼 '좋은 도시'에 대한 기준도 다양할 수 있다. 도시도 마찬가지다. 살아 숨쉬는 생명체로서 도시는 저마다의 모습을 지니고 있다. '좋은 도시'를 복제해 옮겨 놓는다고 해서 '좋은 도시'가 형성되는 것은 아니다. 도시를 채우는 존재는 사람이다. 그러나 오늘날 사람은 결코 도시의 주인공이 되지 못한다. 개발을 앞세운 자본이 도시의 진정한 주인이기 때문이다. 도시는 자본의 '상품'이 아니라 시민의 '삶터'이고, 삶의 '공간'이자 문제해결의 '단위'다. 

도시를 어떻게 하면 더 좋은 도시(Good City)로 만들지 고민하고 답을 찾기 위해 연 2019 GOOD CITY FORUM (2019 굿 시티 포럼)이 30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호텔 그랜드볼룸에서 개최됐다. 'URBAN INNOVATION(도시 혁신)'이란 주제로 개최된 이날 포럼은 시사저널이 주최하고 국토교통부와 국토연구원, HUG 주택도시보증공사가 후원했다.

시사저널 권대우 시사저널 대표는 ▲노후화된 지역과 양적 도시성장의 한계를 어떻게 극복할지 ▲지역 주민의 삶의 질을 어떻게 높일지 ▲전국 지방자치단체에서 도시재생관련 프로젝트를 앞다퉈 진행 중인데 어떻게 하면 더 효율적으로 추진할 수 있을지 ▲지방은 인구감소, 저성장으로 인해 위기상황인데 이를 도시재생으로 활기차게 만들 수 있는 길을 어디서 찾을지 ▲골목길이 지닌 잠재력을 어떻게 높일지 등을 고민하고 해법을 모색하기 위해 이번 자리를 마련했다고 포럼 개최 취지를 설명했다.

▲ 하승창 연세대 경영대 객원교수(前 청와대 사회혁신수석비서관)가 '도시재생과 사회혁신의 키워드는?'이라는 주제로 초청강연을 진행하고 있다.

'도시재생과 사회혁신의 키워드는?'이라는 주제로 초청강연을 진행한 하승창 연세대 경영대 객원교수(前 청와대 사회혁신수석비서관)는 자신이 과거 독일 베를린에 머물며 얻은 도시재생의 아이디어를 공유했다. 하 교수는 "도시를 만드는 과정에 과거 도시의 문제였던 것이 새로운 스토리가 되고, 도시의 역사가 도시를 새롭게 만드는 요소로 작용한다는 점을 발견했다"며 하나의 도시를 재생하는 데 있어 십수 년간 일관된 방침과 철학을 유지하는 것에 대해 높이 평가했다. 

그는 마을센터로 변신한 영화제작소, 문화양조장으로 변신한 맥주양조장, 빵 공장의 변화, 거대한 전시관으로 변한 기차역 등 쇠락하고 버려진 옛 공간을 보존하며 새로운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한 사례를 소개하며, 베를린은 분단과 기억에 문화와 예술이 합쳐져 다른 도시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베를린은 가난하지만 섹시한 도시"라며 "시가 가난했기에 많은 예술인들을 끌어들일 수 있었고 그러면서 문화와 예술이 역사와 기억을 토대로 베를린이라는 도시의 콘텐츠를 풍부하게 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하 교수는 "지금의 도시 구성과 공간계획으로는 다가올 변화에 대응할 수 없다"고 지적하며, 그래서 도시재생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노동형태의 변화, 인구구성의 변화, 가구구성의 변화, 기후변화 등 삶의 형태와 방식을 규정하는 근본적인 변화들이 이전과는 달라져 그에 따라 도시에서 받아야 할 서비스의 내용이 변화했기 때문에 도시를 구성하고 도시를 만드는 자체가 이전과 달라졌다"며 "지금 우리에게는 단순한 성장이 아닌, 변화하는 도시상에 맞는 새로운 사회발전 전략이 요구된다"고 진단했다. 

그에 관한 사례로 그는 과거 서울시 정무부시장으로 역임했을 때를 언급하며 "당시 서울의 1인 가구가 전체 가구수 대비 30% 이상이고 주된 세대는 노인과 청년이었는데, 이들에게 필요한 주거 형태는 이전에 마련된 도시 공간계획과 맞지 않아 새로운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도시재생이 성장에만 목표를 두면 문제가 생긴다. 기간이 있는, 단순 예산지원 중심의 도시재생은 한계가 있다"며 "주민 주도의 의사결정 구조가 마련돼야 하고, 공동체나 주민의 아이디어를 지원하는 등의 법적인 지원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 교수는 베를린이 역사가 남는 기존 공간에 문화와 예술이 합쳐진 시설들로 많은 세계인을 끌어들이듯, 우리 도시재생 가운데에도 결국 '사람'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우리의 도시재생이 주민 중심이 아닌 중앙정부 중심으로 이뤄지는 건 아닌지 현재 계획을 다시 한 번 살펴봐야 한다고 부연했다.

하 교수에 앞서 강연을 진행한 로버트 파우저는 미국에서 태어나 한국을 비롯해 세계의 도시들에서 생활했다. 그에게 도시란 여행자로 스치는 장소가 아닌 일상의 터전이며 삶의 기반이다. 서울대 국어교육과 교수로 활동했으며, 2012년 한국어 교육과 관련한 공로를 인정받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표창장을 받았다. 최근 '로버트 파우저의 도시탐구기'를 출간했다. 

'한국 도시 재생의 조건을 생각한다'라는 주제로 기조강연을 진행한 로버트 파우저 독립학자는 1930년대부터 60여 년간 급격한 산업화로 도시를 꾸려온 한국 도시재생의 여러 문제점을 날카롭게 지적헀다. 그는 "산업화로 인해 악화된 주거 환경을 해결하기 위해 한국은 대규모 아파트 단지를 세우는 등 신도시 개발 정책을 실행했다. 이로 인해 2000년대부터 재개발로 인한 주민들 사이 갈등이 곳곳에서 벌어졌고 이후 재개발과 역사적 공간의 조화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의 주거 형태가 대부분 아파트이기 때문에 도시재생에 어려움이 크고 아파트가 아닌 주거 형태에 대한 사회적 평가가 높지 않다는 점, 그리고 주민을 '쫓아냄' 형식의 철거 재개발이 많이 이뤄져 재개발을 둘러싼 찬반이 팽팽한 상황을 한국 도시재생의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오늘날 재개발을 하냐 안 하냐로 나뉘던 흑백논리에서 보존과 소규모 부분개발이 공존하는 '그레이 스케일'로 가치관이 변화하고 있다는 점은 향후 도시재생 계획에 있어 기대할 부분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로버트 파우저는 획기적인 한국 도시 재생의 조건 세 가지로 주거에 대한 기대 다양화, 다양한 소규모 개발 활성화, 친환경과 에너지 절약 등 기술적 조건을 꼽았다. 로버트 파우저는 "한국은 다른 선진국보다 교육수준의 급이 높아지면서 주거 뿐만아니라 생활관이 자연스럽게 다양화됐다. 이를 받아들이기 위해 다양한 소규모 개발과 수리를 위한 정책적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 또 시장의 다양화를 이루기 위해 기술적 발전 차원에서 안전과 편리성, 친환경과 에너지 절약 기술 발전도 따라와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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