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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이사슬 최상위 포식자 인간에게 묻다[기획] 안전과 환경오염의 주범 '플라스틱' 해법을 찾아라! ①

"바다에 있는 미세 플라스틱은 현재 우리 은하에 있는 별보다 많다. 만약 현재 동향이 계속된다면, 2050년까지 우리 바다는 물고기보다 플라스틱이 더 많게 될 것이다" 안토니우 구테흐스(António Guterres) 유엔 사무총장의 말이다. (2018년 세계 환경의 날 기념 연설)

인간이 쓰고 버린 800만 톤 이상의 플라스틱이 매년 바다에 버려지고 있다. 파도 등에 잘게 부셔져 물고기가 먹게 된다. 플라스틱 입자를 먹은 물고기를 인간이 섭취한다. 인류가 버린 플라스틱이 생태계를 거치면서 다시 인간에게로 돌아오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인간에게 준 축복으로 여겨졌던 플라스틱이 전 인류의 생명을 위협하는 재앙으로 다가왔다. 인류의 역사를 석기-청동기-철기시대로 나눈다면 현대는 플라스틱시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은 플라스틱을 가장 많이 소비하는 국가 중 한곳이어서 플라스틱 사용의 부작용을 더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다. 우리만의 문제를 넘어서 심각한 환경오염으로 이어지기 전에 지구와 우리의 건강을 지키는 것은 선택이 아닌 책임이다. 

라이프인는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플라스틱의 사회적, 환경적 문제와 그에 대응하는 한국사회의 방식을 진단하고, 국내외 사례를 통해 보다 적극적이고 다양한 해결방안을 고민해 보는 기획시리즈를 여섯 차례에 걸쳐 싣는다. [편집자 주]

① 먹이사슬 최상위 포식자 인간에게 묻다
② '9%', '91%' 플라스틱 - 숫자로 보는 플라스틱 재활용
③ 플라스틱 문제 누가 해결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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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현대인은 플라스틱에 둘러싸여 살아간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주변에도 플라스틱이 가득하다. 우선 노트북 자판이 플라스틱으로 되어 있고, 노트북 커버와 모니터 테두리, 마우스까지 모두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져 있다. 책상위의 전화기, 전자계산기, 볼펜, 심지어 미니화분까지도 모두 플라스틱이다. 사무실 안 어디를 둘러보아도 플라스틱 없는 곳을 찾기 힘들 정도다. 

1856년 영국의 과학자 알렉산더 파크스(Alexander Parkes)에 의해 처음 개발된 플라스틱은 인간의 생활을 혁명적으로 바꿔놓았다. 플라스틱은 확실히 가볍고 단단하고 사용하기 편리한 재료이다. 그래서 인류는 생활에서 사용되는 많은 물건을 플라스틱으로 만들어 사용하기 시작했다. 특히 2차 세계대전 이후 일회용품의 등장은 플라스틱의 전성시대를 가져왔다. 그러나 인간이 창조한 이 축복받은(?) 물질은 생각보다 인간에게 커다란 문제를 안겨준다.

KBS 방송화면 캡처.

버려진 플라스틱은 끊임없이 우리주변을 맴돈다. 오랫동안 부식되지 않아서 토양과 해양을 지속적으로 오염시킨다. 플라스틱의 장점인 '잘 부식되지 않는 특성'으로 인해 지구오염의 주범으로 환경문제를 야기하기도 한다. 특히 생태계를 교란시키며, 인류 건강까지 위협하는 미세플라스틱의 위험성은 우리에게 또 다른 경고의 메시지를 보낸다. 

플라스틱 제조 누적량은 83억 톤

2017년 7월 19일자에 발표된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는 지금까지 인류가 만든 플라스틱의 양과 현재 상태를 추정한 논문이 실렸다. 미국 산타바바라 캘리포니아대 롤랜드 게이어 교수를 비롯한 공동연구자들은 플라스틱 관련 자료를 분석한 결과 1950년부터 2015년까지 석유 같은 원료로부터 만든 플라스틱의 총량이 83억 톤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여기에 재활용으로 만든 플라스틱 6억 톤을 더하면 총 89억 톤이 된다.

한편 2015년 기준 지구촌에서 쓰이고 있는 플라스틱은 26억 톤에 이른다. 즉 63억 톤은 쓸모가 다했다는 얘기인데 그렇다면 이것들은 어떻게 됐을까. 이 가운데 6억 톤(9%)은 재활용 사이클을 밟았고 8억 톤(12%)은 소각됐다. 그리고 나머지 49억 톤(79%)은 매립되거나 버려졌다. 바다가 플라스틱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는 이유다. 

플라스틱 생산은 정말 빠르게 증가해 1950년 세계 플라스틱 생산량은 200만 톤에 불과했지만 65년이 지난 2015년에는 3억 8000만 톤에 이르러 연평균 8.4%의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였다. 이는 경제 성장률의 2.5배에 이르는 수치이다. 이런 식으로 가면 2050년에는 누적 생산량이 340억 톤으로 2015년의 네 배에 이를 전망이다. 쏟아지는 양을 감당할 수 없다는 것이 문제다.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일회용 플라스틱 생산 속도를 재활용 시설과 폐기물 처리 시설의 발전 속도가 따라잡지 못하면서, 점점 더 많은 플라스틱이 자연을 오염시키고 있다. 머잖아 지구가 플라스틱으로 뒤덮이지 않을까?

 

[이미지 출처=Pixabay]

오늘날 바다로 흘러들어 간 플라스틱은 무려 1억5000만 톤으로 추산된다. 바다를 항해하는 거대한 화물 전용선 한 대당 25만톤의 플라스틱을 싣는다고 가정했을 때, 전 세계 바다에 떠다니는 플라스틱을 모두 싣기 위해서는 화물 전용선 600대가 필요하다. 그런데 600대는 전 세계에 있는 화물 전용선 수의 17%에 해당하는 수이다. 

전문가들은 이 상태로 플라스틱 오염이 계속될 경우 2050년에 이르면 바다의 물고기보다 플라스틱이 더 많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현재 인류는 연간 약 800만 톤(연간 480만 톤에서 1270만 톤의 플라스틱 쓰레기가 바다로 흘러들어간다고 의견이 분분하다)에 이르는 플라스틱 쓰레기를 바다에 버리고 있는데, 이를 계산하면 1분에 한 번씩 쓰레기차 1대 분량의 플라스틱을 바다에 버리는 셈이라고 한다. 이것이 2050년에는 4배로 늘어 1분당 쓰레기차 4대 분량의 플라스틱을 버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플라스틱으로 인한 또 다른 문제 - 생물의 피해와 먹이사슬

플라스틱 오염이 인간에게 주는 피해는 생각보다 훨씬 심각하다. 플라스틱을 불에 태우면 유독한 화학 물질이 공기를 타고 퍼져 나간다. 플라스틱을 태울 때 배출되는 독성 성분 중 한 종류가 바로 다이옥신이다. 다이옥신은 식물 잎의 앞면에 달라붙어 먹이사슬로 들어온다. 이렇게 먹이사슬로 유입된 다이옥신은 흔히 우리가 먹는 음식을 통해 인체에 악영향을 준다. 플라스틱을 태우고 남은 잔여물 또한 문제다. 토양과 지하수를 오염시키고, 농작물이나 가축을 통해 먹이사슬로 들어올 수 있다. 

플라스틱은 분해되는 과정에서 바다에 톡신이라는 독성 성분을 배출한다. 플라스틱 분해가 진행 중인 바다물에는 폴리스티렌과 비스페놀A가 결합한 유독성 합성물이 포함되어 있다. 이 유독성 합성물은 바다에서 자연스럽게 발생한 것이 아니라 분해 과정에 있는 플라스틱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그 결과 바다 생물들은 플라스틱에서 나오는 화학 물질의 독성에 항상 노출된 채 살아간다. 

분해 과정에서 나오는 유독 성분만 문제가 아니다. 플라스틱 자체에 묻어서 세계 곳곳에 옮겨 다니는 유독 성분도 무시할 수 없다. 플라스틱은 바다를 떠다니다가 해양 사고로 유출된 석유와 같은 각종 화학물질로 뒤범벅된다. 석유 등 끈적끈적한 물질로 범벅이 된 플라스틱은 이와 접촉하는 바다 생물에게도 치명적이다.

2012년 생물다양성협약(CBD, Convention on Biological Diversity)에서는 해양 쓰레기로 인해 피해를 받는 생물이 무려 663종이나 된다고 밝혔다. 그중 생명을 위협할 만큼 유해한 쓰레기 가운데 플라스틱이 차지하는 비중은 80% 이상이었다. 

일단 해양 생물들이 바다 위를 떠다니는 플라스틱 조각을 삼켜 질식사하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인간의 이기심으로 인해 애꿎은 바다생물들이 피해를 보는 셈이다. 그런데 피해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플라스틱 오염으로 바다 생물이 받는 위협은 인간에게도 위협이 된다. 바다를 떠도는 플라스틱 조각들은 바닷물이나 햇빛에 의해 아주 작은 조작으로 잘게 부서진다. 이렇게 미세한 조각으로 쪼개진 플라스틱은 물고기에게 먹이로 오인받기 십상이다. 실제로 최근 몇 년간 인도네시아 근해에서 잡힌 물고기를 조사한 결과 약 3분의 1가량의 물고기 내장에서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됐다. 이렇게 플라스틱이 몸속에 오랜 시간 체류하면 각종 유해 물질이 나와 물고기의 몸에 흡수된다. 그리고 이러한 유해 물질은 이 물고기를 먹은 생물에게 옮겨간다. 결국 바다에서 이런 저런 식재료를 얻는 우리 인간은 플라스틱 오염의 가장 마지막 피해자가 된다. 먹이사슬의 연쇄고리를 따라 이동하며 점점 중첩되다가 나중에는 먹이사슬의 맨 끝에 있는 인류의 식탁에까지 올라오기 때문이다. 

유럽식품안전청(EFSA, European Food Safety Agency)은 21개 유럽 국가에서 사람들을 먹는 7000여종의 식재료와 동물 사료를 분석한 뒤, 식품에서 독소가 얼마나 발견되었는지 보고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물고기 간과 기름에 독소가 가장 많았으며, 조사한 물고기 중 8%가 유럽연합법에서 허용하는 최대치를 초과하는 독소를 갖고 있었다. 물고기가 섭취한 플라스틱이 사람에게 준 피해가 어느 정도인지는 아직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비스페놀A 이외에도 폴리염화비페닐과 DDT 같은 독성 성분이 있는데 플라스틱은 이러한 독성 성분을 흡수한다. 독성 성분을 흡수한 플라스틱을 바다에 사는 물고기가 먹고 체내에 독소를 축적한다. 그러나 플라스틱을 먹는 물고기 종이 얼마나 많은지, 그 수가 어느 정도인지는 정확히 모른다. 또한 오염된 플라스틱 조각을 얼마나 섭취해야 독소가 물고기의 지방 조직에 축적되는지, 사람이 물고기를 섭취할 때 어떤 부위의 독소에 영향을 받는지도 아직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먹이사슬의 맨 끝에 놓인 사람들도 결코 독소에서 안전할 수 없다는 것이다.    

지난 2015년 8월 유튜브 채널에 코피를 흘리는 바다거북이 등장하는 동영상 하나가 공개됐다. 영상 속 거북이는 괴로움에 몸부림 치고 있는데 바로 코에 박힌 플라스틱 빨대 때문이었다. 이 영상은 무려 3400만 회나 조회되며 전세계에 큰 방향을 불러일으켰다. 또 플라스틱 폐품 등 해양쓰레기에 대해 사람들이 관심을 갖게 했고, 한국을 비롯해 세계 곳곳에서 불고 있는 '플라스틱 프리 챌린지' 열풍에도 한몫했다.

정부의 발표에 따르면 2015년 대한민국의 1인당 플라스틱 소비량은 세계최고 수준으로 연간 약 132.7kg에 달한다. 소비하는 것이 많으니 버려지는 것도 당연히 많다. 한국에서 배출한 플라스틱 쓰레기로 인해 매년 바닷새 5000마리와 바다 포유류 500마리가 죽음에 이르고 있다고 한다. 생명다양성재단과 영국 케임브리지대 동물학과가 공동 조사한 '한국 플라스틱 쓰레기가 해양 동물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2019년 7월 발표)에 따르면 매년 100만 마리의 바닷새와 10만 마리의 해양 포유류를 죽이는 27만톤의 바다 플라스틱 쓰레기 중 0.55%가 한국산이다. 

가볍고 단단한 데다 가공이 쉬워 20세기 인류 최고의 발명품으로 꼽히던 플라스틱. 편리함을 앞세워 무분별하게 사용되어 왔던 플라스틱은 이제 인류의 골칫거리가 됐다. 자연뿐만 아니라 전 인류를 위협하는 플라스틱! 이 편리한 플라스틱 세상에서 당신은 안녕하신가요?

이진백 기자  jblee20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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