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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협동조합의 성과를 측정할까?[서진선의 사회적경제 Q&A ⑤] 평가의 측정기준이 달라지면 사람들의 행동도 바뀐다.
  • 서진선 (협동조합경영연구소 연구원)
  • 승인 2019.09.13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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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피협동조합은 성공회대 대학원 협동조합경영학과 교수들과 학생들을 주축으로 협동조합 및 사회적 경제 연구와 교육을 하는 협동조합이다. 쿠피협동조합은 지난 7월 캐나다 요크대학교 맥머트리 교수(J. J. McMurtry), 프랑스 르망대학교 에릭 비데 교수(Eric Bidet), 캐나다 세인트메리대학교 소냐 노브코비치 교수(Sonja Novkovic)를 각각 초청하여 여름 세미나를 개최했다. 그들의 강연과 질의응답을 통해 나타난 사회적 경제 및 협동조합과 관련된 쟁점을 살펴보고자 한다.

연재되는 글에서 사용되는 사회적 기업(social enterprise)이라는 용어는 우리나라의 사회적기업육성법에 정의된 인증(예비) 사회적기업보다 국제적인 의미에서 더 넓고 다양한 범주를 다루고 있는 개념으로 사용된다.

인터뷰 정리와 원고 수정에 도움을 준 정지현(성공회대 협동조합경영학과 석사과정)님에게 감사를 전한다. 그러나 본고의 방향과 내용은 오로지 필자의 책임임을 밝힌다.


무엇을 측정할지 결정했다면 다음은 어떻게 측정할 것인가라는 문제가 남는다. 협동조합의 7원칙 중 ‘지역사회에 대한 기여(concern for community)’를 측정하기로 했다면 우리는 그것을 어떻게 측정할 수 있는가? 지역사회 기부금? 임직원 봉사시간? 지역사회로부터의 평가?

측정하기 위해서 우리는 몇 가지 고려해야 할 부분이 있다. 먼저 성과를 측정하는 지표를 신뢰할 수 있어야 한다. 즉, 측정된 지표에 중대한 오류나 편파적인 측정이 있어서는 안 되고 객관적으로 검증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성과지표로 사용되기 위해서 비교할 수 있어야 한다. 기업 간 비교를 통해서 자사의 성과를 가늠해볼 수 있는 것(기업 간 비교가능성)뿐만 아니라 기간별 비교를 통해서 작년에 비해서 혹은 재작년에 비해서 현재의 성과가 어떤지를 평가할 수 있을 것(기간별 비교가능성)이다. 측정하고자 하는 모든 지표를 측정할 수 있다면 좋지만 측정에는 시간과 노동이라는 비용이 어간다. 그렇기 때문에 모든 지표를 측정할 수는 없다. 그래서 우리는 측정의 효과와 비용, 그리고 측정지표의 중요성을 고려해야 한다. 상대적으로 중요한 성과지표를 먼저 측정하고 덜 중요하고 효과 대비 비용이 많이 드는 측정지표는 제외하게 된다.

노브코비치 교수는 원칙과 가치 준수 여부를 정관과 규칙에 관한 외부평가자의 평가, 경영자와 이사 등 핵심 정보제공자들과의 인터뷰, 설문조사 등 세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특히 협동조합은 조합원의 필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존재하기 때문에 조합원에게 물어보는 것이 가장 직접적인 평가방법이다. 노브코비치 교수가 참여한 쿱인덱스(Co-op Index)는 노동자협동조합을 위한 평가도구로, 노동자인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진행되는 7점 척도 설문조사다. 이를 통해 조직의 성숙도, 조직의 신뢰도, 가치와 원칙이 적용되고 있는 정도를 측정한다.
 

쿱인덱스(Co-op Index)로 협동조합을 평가할 수 있다. (이미지 : Saint Mary's University 자료 번역)


측정할 수 있는 자료는?

재무지표와 같은 수치를 분석하는 양적 평가든, 문서나 인터뷰를 통해 분석하는 질적 평가든 필요한 것은 측정할 수 있는 자료가 있어야 한다. 자료들이 빈약할수록 평가를 위해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이 줄어든다. 개별기업의 전략이든, 정부의 정책이든 무에서 시작할 수는 없다. 자료 분석을 통한 정보의 생산, 이 정보를 바탕으로 평가와 전략수립 또는 정책설정 등을 실행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측정하고자 하는 성과지표가 있다면 관련 자료의 체계적인 정리가 필요하다. 예를 들면, 소비자협동조합에서 조합원뿐만 아니라 비조합원도 제품을 구매할 수 있다면 조합원의 경제적 참여를 측정하기 위해서 조합원 매출과 비조합원 매출을 구분할 수 있어야 한다. 라틴아메리카에서 이는 단지 조합원의 경제적 참여를 평가하는 지표의 의미를 넘어선다. 라틴아메리카의 상당수 국가에서는 조합원과의 거래는 이익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조합원과의 거래에서 남은 잉여에 대해서 과세를 하지 않고 비조합원과의 거래에서 남은 이익에 대해서만 과세를 하고 있다.
 

왜 우리는 평가를 하는가?

다시 근본적인 질문으로 돌아가서 우리는 왜 평가를 하는가? 첫째, 평가를 통해 우리의 현실을 파악할 수 있다. 맥머트리 교수는 그 동안 많은 협동조합 연구는 ‘협동조합이 좋기 때문에 좋다’라는 식의 평가를 해왔고, 7월 8일 세미나에 참석한 엄형식 ICA 국제통계담당자 역시 ‘협동조합은 좋다’는 규범성으로 인해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평가를 통해서 협동조합은 자신의 위치를 확인하고 지금 가고 있는 방향이 목적대로 가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방향을 수정해야 하는지를 가늠하게 해준다.

둘째, 노브코비치 교수에 따르면 평가는 토론을 위한 플랫폼으로써 지금 협동조합이 직면하고 있는 쟁점들에 대해서 대화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한 건설협동조합은 쿱인덱스 평가를 통해 조합원 신·구세대 간 쟁점이 있음을 확인하였고, 무엇이 문제이고 어떻게 해결할지를 조합원들이 모여 고민하는데 쿱인덱스 평가가 도움이 되었다고 한다.

“측정할 수 없으며 관리할 수 없다.” 이 말은 필자가 회사에서 성과평가 업무를 수행하면서, 그리고 성과평가시스템을 구축하면서 들었던 말이었고, 후에 피터 드러커가 했던 말이라는 걸 알았다. 그리고 우리는 조직이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평가하고 그 평가의 측정기준이나 지표가 바뀌면 사람들의 행동도 바뀔 수 있다는 것을 안다. 만약 측정할 수 없다면 협동조합이 그 목적하는 곳까지 전진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물론 세상에는 측정할 수 없는 것도 많고, 협동조합이 이야기하는 가치와 원칙은 측정하기도 쉽지 않다. “협동조합 기업은 더 나은 세상을 만든다”라는 ICA의 표어와 같이 협동조합이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더 긍정적인 영향력을 주기 위한 지침으로써 각 협동조합은 측정 가능한 성과평가기준을 마련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서진선 (협동조합경영연구소 연구원)  webmaster@lifein.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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