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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공정무역 운동의 고민은?[퀘벡 사회적경제 이야기④] 2019 캐나다 공정무역 컨퍼런스 이모저모(下)

'사회적경제 국제교류센터 CITIES'는 각 나라의 사회적경제간 지식 공유와 혁신의 확산을 위한 활동가들의 교류를 활성화 하자는 취지로 만들어진 조직으로, 2016년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열린 제 2회 국제사회적경제포럼 GSEF에서 참가자들의 결의로 출범했다.

사회적경제 모범사례와 관련 지식의 확산을 도모하는 '사회적경제 국제교류 센터 CITIES'와 '라이프인'이 캐나다 퀘벡주의 사회적경제의 전반을 소개한다. 공정무역 이야기를 시작으로, 사회적경제 생태계, 사회적금융, 사회적주택, 돌봄 사회적기업 등 다양한 이야기가 이어진다.


알곤킨(북아메리카 선주민) 부족 장로 모니카 마나츠(Monique Manatch)의 축복과 온타리오주 스카보로-길우드 지역구 국회의원인 존 맥케이(John McKay)의원의 축사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캐나다 공정무역 컨퍼런스가 시작됐다. 컨퍼런스의 기조발표는 영국 코옵(CO-OP) 그룹에서 오랫동안 활동한 브래드 힐(Brad Hill)이 맡았다. 코옵 그룹에서의 38년의 직장생활 중 20년을 공정무역 담당 관리자로서 영국의 공정무역 운동 확산에 큰 기여를 해 온 브래드 힐은 캐나다에서 최근 공정무역 운동이 보다 더 활발해지는 점을 치하하는 것으로 발표를 시작했다.

영국은 일찍부터 공정무역 운동이 활발했던 지역으로, 초기부터 공정무역 운동에 참여했던 여러 나라들 중에서도 운동과 비즈니스 양 쪽 측면에서 큰 성공을 거둔 곳으로 평가받는다. 영국에서 공정무역이 주류 소매시장에 자리잡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 곳이 영국의 소매 유통 시장에서 5%를 차지하고 있는 코옵 그룹이다. 코업은 1992년 카페다이렉트를 처음으로 판매하기 시작해 공정무역이 주류 소매 시장에 진입을 도왔고, 초콜릿, 바나나, 설탕, 면화, 와인 등 중요 공정무역 제품의 시장진입과 시장점유율 확대에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2017년 기준 영국의 공정무역 매출은 20억1천4백만 유로이며, 캐나다의 공정무역 매출은 2억9천6백만 유로이다. 같은 해 한국의 공정무역 매출은 3천만 유로이다. 

브래드힐 ⓒ Canadian Fair Trade Network

코옵 입장에서 공정무역은 무엇보다도 개발도상국의 생산자들과 영국의 소비자들간 서로 돕는 관계를 연결함으로써 코옵 그룹의 창업 정신을 구현하는 모델일 뿐 아니라, 어린 학생들에게 협동조합의 가치를 보다 더 잘 알릴 수 있는 컨텐츠이기도 했다. 또한, 대형화되어 기존의 소매유통과 무엇이 다르냐는 질문을 받기도 하던 코옵 그룹의 윤리적 의지를 확실하게 차별화할 수 있는 영역이기도 했다. 브래드 힐의 프레젠테이션은 캐나다에서 활동하고 있는 공정무역 운동 활동가들에게 캐나다 공정무역 운동의 방향과 전략을 다시금 고민하게 하는 계기이기도 했을 것이다.

퀘벡의 사회적경제가 전 세계적으로 많은 주목을 받고 있고 퀘벡 이외에 사스케치완이나 노바 스코시아, 브리티시 콜롬비아 등 각 주의 맥락에 따라 협동조합 운동과 사회적경제가 활발한 지역이 있다. 하지만 그런 점을 감안하면 캐나다는 공정무역 운동이 경제규모가 비슷한 다른 나라들에 비해 매출액이나 가시성 등이 유럽의 여러 나라와 비할 바가 되지 못한다. 영국에서처럼 캐나다에서도 공정무역이 활성화될 수 있는 가능성이 많을 것 같은데, 캐나다의 공정무역이 생각만큼 질적, 양적으로 활성화되고 있지 않고 있다. 어떤 이유에서일까? 

영국 공정무역 운동의 확산에는 영국 대중들에게 강한 영향력을 가진 국제개발 단체인 옥스팜과 전국적인 유통망을 가진 코옵 그룹의 전폭적인 지원이 있었다. 캐나다의 국제개발 기구는 공정무역운동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을까? 코옵처럼 유통에서 시장 지분이 큰 사업체가 있었을까? 캐나다의 공정무역 운동에 대하여 전부터 가지고 있던 이런 저런 궁금증들의 실마리를 찾아볼 수 있는 계기로 삼아보려고 하는 희망을 가지고 컨퍼런스의 세션제목들을 쭉 훒어보았다. 세션 제목들에서 캐나다의 공정무역 운동이 가지고 있는 고민이 어떤 방향인지 짐작해 볼 수 있었다.
 

2019 캐나다 공정무역 컨퍼런스에서 기조발제를 하고 있는 브래드 힐 (Brad Hill) ⓒ Canadian Fair Trade Network

컨퍼런스 세션들은, 컨퍼런스에 와서 공정무역에 대한 지식을 좀 더 넓혀보고자 하는 활동가들을 대상으로 하는 학습 성격의 세션들(공정무역 기본 강좌, 바나나, 초콜릿 강좌 등), 공정무역과 관련된 어드보커시, 캠페인 관련 세션들(캠페인 기초, 공정무역 캠퍼스, 공정무역 마을, 정부 조달 정책, 프랜차이즈 기업에 대한 캠페인, 노예 노동 반대 캠페인 등), 대정부 관계(정치인에게 로비 하기, 정부 조달 정책, ODA 정책) 등이 눈에 띄었다. 여러 주제 중에서 특히 눈에 띄었던 것 중 하나는 비콥(B corporation)인증과 관련된 세션이었다. 공정무역 컨퍼런스에서 비콥을? 어떤 사연인지 궁금했다.

흥미로운 주제들이 많았지만, 모든 세션에 다 들어갈 수 없는 관계로, 함께 참여한 구은조 연구원과 나누어서 참관, 기록하였다. 컨퍼런스 세션 중에서 흥미로웠던 것 몇 가지만 공유한다.

 

■ 소매유통에 공정무역 진입시키기 (Retailing Fair Trade) - 브래드 힐(코옵), 존 마론(페어트레이드 캐나다), 제프리 요크(팜보이)

기조 발제를 맡았던 브래드 힐이 참가하는 세션인 만큼 사람들의 관심이 몰렸다. 캐나다 공정무역 활동가들 사이에서도 코옵의 공정무역 총괄을 맡았던 브래드 힐은 나름 유명인으로 인기가 있음을 볼 수 있었다. 

브래드힐은 먼저 공정무역 운동의 진화과정에서 개인의 역할이 점점 늘어난 것을 짚었다. 과거에는 소수 활동가들이나 공정무역 단체들의 역할이 중요했다면, 최근에 들어설수록 공정무역 지지자 개인들이 특정한 지도층이나 주도 단체 없이도 지역 국회의원이나 동네 상점들에 목소리를 전달하는 일이 늘어났다. 영국에서 스타벅스가 공정무역 원두 사용을 늘린 것도 이런 지지자들의 활동이 늘어났기 때문이었고, 한편으로는 대화 상대방이 소수의 시민단체들일 때보다 다수의 개인들일 때 더 파급효과가 큰 점이 있다. 

그런 점에서 특히 공정무역 학교, 공정무역 마을, 일터 등 일반 시민들의 일상과 연결된 현장의 캠페인이 중요하다. 2018년 현재 캐나다에 26개의 공정무역 마을 인증, 22개의 공정무역 학교 인증, 66개의 일터 인증이 있다. 캐나다의 공정무역 마을, 학교, 대학 운동은 공정무역 운동 전반을 견인하고 있다. 최근 공정무역 캠퍼스 운동의 영향으로 대학들의 참여도 늘어나고 있고, 젊은이들 사이에 공정무역 운동에 대한 관심이 최근에 다시 늘어나기 시작하자 소매유통 체인들도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고 있다.

 

■ 캐나다의 수공예 공정무역 – 크리스 솔트(영국 공정무역 재단),멜리사 스티버 (모어 댄 하프 클로딩)

수공예 공정무역 세션은 가장 흥미로운 세션 중 하나였다. 수공예 공정무역은 어느나라에서나 그렇듯 식품보다 수익성을 내기가 어렵고, 최근 캐나다의 수공예 공정무역 단체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얘기를 전해들었기 때문이다. 질의 응답때에는 직접 관련 이해 당사자들간의 열띤 토론이 오갔다고 한다. 청중 중에도 텐 사우전드 빌리지, 아프리칸 브론즈, 모어 댄 하프 클로딩 등 수공예 공정무역 단체에서 직원 또는 자원봉사자로 활동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았다.

북미 대륙에서 활동하고 있는 공정무역 연맹(Fair Trade Federation)의 259개 회원 조직 중 절반 정도가 수공예품을 추급한다. 3분의 1정도는 비영리 기관이고 3분의 2가 영리 기업이다. 영리기업이라고 해서 매출에만 중점을 둔다는 의미는 아니다. 발표자는 이 공정무역 단체들은 단순한 가게가 아니라 운동의 중심이라고 강조했다. 물건을 팔 뿐 아니라 매장을 매개로 자원봉사자들과 지역공동체 구성원들이 교류하는 장이기도 하다. 수공예 공정무역 단체들은 공예품 원재료를 구매할 수 있도록 공인들에게 선급금으로 절반정도를 지급하기 때문에 일반적인 비즈니스보다 더 많은 어려움을 감수해야 하는데, 최근 수공예 공정무역 단체들이 위기를 맞고 있다. 

발표자가 청중에게 ‘수공예 공정무역 단체들은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을까요?’라는 질문을 던지며 토론의 불씨를 당기자 청중석의 반응이 사작되어 토론의 열기가 달아올랐다. 어떤 참가자는 보다 공격적인 마케팅을 주장했다. 일례로 페이스북에만 의존하며 기존 방법에 안주하지 말고 최근 젊은이들의 트렌드를 공략하기 위해 보다 적극적인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고. 다른 참가자는 마케팅 기법이 문제가 아니라 제품 포트폴리오 자체에 혁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수공예 공정무역 가게에서는 아직도 테이블보를 파는데, 요즘 테이블 보 쓰는 사람이 어디 있느냐며. 다른 사람은 여러 공정무역 기관이 협력하여 공유 플랫폼을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019 캐나다 공정무역 컨퍼런스 수공예 부스 ⓒ Canadian Fair Trade Network

빈곤개선의 효과에 있어 공정무역 운동 안에서도 수공예품의 역할은 크다. 공정무역 수공예품을 만드는 공인들은 농사지을 땅이 없어도, 원재료를 살 돈이 없어도 수중에 가진 것이 아무것도 없어도 기술교육을 받아 공정무역 수공인으로 참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수공예 공정무역을 다시 부흥시킬 수 있는 전략은 어떤 것이 있을까? 고민이 깊어지는 세션이었다. 그런 점에서 다음에 소개하는 세션, ODA 세션이 흥미로웠다. 개인적으로 이 세션 노트를 보면서 수공예 공정무역이야말로 ODA와 연계가 필요한 영역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 ‘ODA, 공정무역 운동의 제안’ - 케네스 보디(국경없는 엔지니어회), 앤드루 드파(캐나다 푸드그레인스 뱅크)

한국에서는 아름다운커피, YMCA를 비롯 여러 공정무역 단체들이 KOICA 와의 협력으로 생산자 지원 사업을 하고 있다. 영국, 독일에서도 DfID(영국 국제개발부)나 Giz(독일 원조기관) 등 여러 기관들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공정무역과 ODA(Official Development Assistance, 선진국에서 개발도상국이나 국제기관에 하는 원조)가 연계하여 기후변화 대응, 품질 개선, 조직 지배구조 개선 등 생산지 국가에 좋은 경제 효과를 유발하는 사례들이 많이 축적되고 있다. 반면, 캐나다의 경우 국제개발 관련 민간 기구들이나 국가 기관들이 공정무역 운동과 협력하는 사례가 많이 축적되어 있지 않은 상황이다. 그래서 전 세계 9위 규모인 캐나다의 국제개발이 국민 소득 (GNI) 대비 ODA 지원액수 비율의 향상 뿐 아니라 협동조합 지원이나 가치 사슬 개선 등 공정무역, 사회적경제와 관련된 분야에 대한 투자를 증가 시킬 것을 제안해야 한다는 것이 이번 세션의 주요 핵심이였다.

세션의 발표는 캐나다 국제개발 민간 기구 중 공정무역 활동에 활발하게 참여하고 있는 ‘국경없는 엔지니어회’ (Engineers Without Border)와 캐나다 푸드그레인스 뱅크가 맡아서 ODA의 개념, ODA 개혁의 필요성 등을 참가자 들에게 설명했다. 계속 얘기를 듣다 보니 공정무역 운동을 시작한 지 10여년 후부터 KOICA와 협력을 시작한 아름다운커피의 사례가 도움이 될 것 같아서 질의 응답 시간을 활용해서 한국 공정무역운동과 ODA 의 협력 사례를 소개했다. 예상 외로 객석의 반응이 뜨거웠다. 앞으로 적절한 기회에 캐나다 공정무역 운동 진영에 한국 사례를 제대로 소개할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 싶었다. 발표와 질의 응답을 통해서 가진 전반적인 인상은, 아직은 캐나다 내 국제개발 민간 기구들, ODA 관련 공공기관들과 공정무역의 협력이 앞으로 갈 길이 멀다는 생각이었다.

 

2019캐나다 공정무역 컨퍼런스 'ODA, 공정무역 운동의 제안'세션 ⓒ Canadian Fair Trade Network


■ 프랜차이즈 변화 캠페인 – 마크 맥로린, 매디슨 호퍼 (사이먼 프레이저 대학)

프랜차이즈 변화와 관련된 캠페인 사례 발표는 사이먼 프레이저 대학에서 공정무역 캠페인을 하고 있는 활동가들이 맡았다. 이 세션을 맡은 마크 맥로린은 페어트레이드 캐나다 이사회 이사로서, MBA와 CPA를 보유하여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경영 전문가로, 이해당사자 이론 및 변화 이론을 적용하여, 체계적이고 전략적으로 캠페인 타겟을 공략하는 방법론을 사이먼 프레이저 대학의 사례를 들면서 소개했다.

개인적으로 이 세션에 참가하면서 가장 놀랐던 것은 이해당사자 이론이나 변화이론을 활용한 짜임새 있는 캠페인 전략 수립보다, 같은 테이블에 않았던 케이터링 회사 직원이었다. 

차트웰스(Chartwells)는 캐나다의 많은 대학에 식당 운영 외주를 맡고 있는 케이터링 회사로, 캐나다 1위 업체이다. 공정무역 제품을 취급하라는 학생들의 요구가 증가하자, 학생들의 요구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한편, 이번 캐나다 공정무역 컨퍼런스의 스폰서 명단에 참가하는 등, 수동적인 대응에 그치지 않고 적극적으로 운동에 참가하는 자세를 보이고 있었다. 개인적으로 바람직한 방향은 퀘벡의 많은 대학들처럼 대학 캠퍼스의 음식 서비스는 소비자 협동조합 형태로 가는 것이라고 생각해서 그렇게 좋은 현상으로 생각되지는 않았지만, 한편으로는 학생들과 소통하며 적극적으로 학생들의 지지를 얻으려고 하는 모습이, CSR 전략으로서는 훌륭해 보였고, 괜히 업계 1위기업이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 한 걸음 더, 모든 분야에 윤리 경영을 - 라픽 리아드(바이 굿, 필굿 엑스포), 폴 휘트니(아프리카 브론즈 허니), 마이크 기포드(오픈 컨셉트)

마지막으로 이번 컨퍼런스에서 흥미로웠던 세션의 하나. 공정무역 단체들 중 비콥(B corporation)인증을 받은 공정무역 단체들이 비콥에 대한 설명과 더불어 비콥 인증을 추가로 받기로 결정한 이유를 설명한 세션이었다. 

비콥은 한국에도 잘 알려진 것처럼 거버넌스, 환경, 비즈니스 모델, 커뮤니티와의 관계, 등 여러 측면에서의 지속가능성 및 사회에 대한 영향을 검증받는 인증모델이다. 캐나다에는 300개의 비콥이 있다. 왜 공정무역에 만족하지 않고 비콥 인증을 추가로 받았는가? 하는 질문에 아프리카 브론즈 허니의 폴 휘트니는 공정무역은 생산자와의 관계에 집중하는 반면, 비콥 인증은 다른 요소들의 윤리성에 대해서도 공인받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답변. 특히 벌꿀을 생산하면서 환경적 요소를 강조하고 싶다고 할 때 공정무역 인증은 소비자들에게 환경적인 요소로 어필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비콥 인증을 받으면서 개선한 부분의 사례 요청에 회사 내부의 인사제도를 들었다. 유급 육아 휴가의 경우 그 전에는 잘 시행되지 않았는데 비콥인증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개선하게  되었다. 구성원들의 만족도도 높아졌다. 비콥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높아서 엑스포나 각종 전시회에서 사람들이 비콥에 대해 문의하기도 한다.

비콥 인증을 추가로 받은 공정무역 단체의 사례는 내게는 놀라운 사례였다. 공정무역 운동이 시작된지도 어느 덧 70년이 가까워 오고, 유럽에서 공정무역의 붐이 있었던 90년대도 과거가 되었는데, 공정무역이 더 이상 ‘새로움’의 이미지를 주지 않는 상황에서 이미 공정무역 연맹 회원으로 활동하는 공정무역 단체가 비콥 인증을 받을 생각을 했다는 것은, 한편으로는 공정무역 인증도 끊임없는 내부 혁신을 해야할 필요성을 다시금 느끼도록 하는 계기였다.
 

아프리카 브론즈 허니의 선불카드와 제품. 선불카드에 비콥 인증 표시가 되어 있다. ⓒ African bronze honey company


앞선 글에서 소개한 마가쟁 두 몽드 공정무역 학생 협동조합 사례와 더불어 이번 캐나다 공정무역 컨퍼런스 참관을 통해 캐나다 공정무역 운동의 단면을 들여다 볼 수 있었다. 두 사례는 여러 모로 대조적인 감흥을 남겼다. 마가쟁 두 몽드 연차 총회 참가가 희망과 열정의 분출을 보는 계기였다면, 이번 컨퍼런스는 캐나다 공정무역 운동이 갖고 있는 고민의 일면을 들여다 본 느낌이다. 컨퍼런스 참가를 통해 들여다 본 캐나다의 공정무역의 개괄적인 모습은 규모나 활기 면에서 캐나다라고 하는 나라의 규모나 위상에 비해서는 아직 부족하다는 느낌이었다. 공정무역 마을운동이나 공정무역 학교, 캠퍼스 등이 활발해 지고 있는 것은 비교적 최근의 현상인데, 청소년과 청년 세대가 주도한 캠페인이 위기의식과 침체를 겪고 있는 공정무역 운동 전반에 활기를 불어놓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CFTN 컨퍼런스를 참관하면서, 짧은 컨퍼런스를 통해 깊이 있게 공정무역 운동 전반을 깊이 이해했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공정무역 운동에 애정을 가지고 있는 한 사람으로서 캐나다 공정무역 운동의 일원이 된 것처럼 고민을 해 보았다. 공정무역을 주도하는 주요 단체들이 사회적경제나 국제개발 섹터 전반과 연계성을 강화하는 노력을 더 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마가쟁 두 몽드의 모델은 공정무역 운동이 사회적경제(협동조합), 그리고 국제개발(옥스팜을 통한 국제개발에 대한 관심) 이 한 프로그램에 녹아든 사례로 두드러져 보이는 모범 사례라고 할 수 있는데, 캐나다의 공정무역 운동을 주도하는 사람들이 마가쟁 두 몽드를 단지 한 지역의 성공적인 캠페인 사례로 볼 것이 아니라, 캐나다 공정무역 운동 전체의 방향성 및 부흥 전략을 세울 때 중요한 참고사례로 볼 필요가 있다. 공정무역의 발전방향은 사회적경제나 국제개발, 그리고 보다 넓은 시민사회 영역과의 협력을 강화하면서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고 혁신의 동력과 아이디어의 원천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수공예 공정무역 활동가들의 토론에서 나왔던 것처럼, 영국의 코옵과 같이 소매 유통에서 큰 시장을 확보하고 있는 대형 사회적경제 조직이 아직은 없는 상황에서의 해결책은 작은 단체들이 상호 협력할 수 있는 플랫폼을 구상해 보는 것도, 아직은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되, 역량을 집중해 볼만한 방향이라고 생각된다. 또한 국제개발 공공기관 및 민간기구들이 가치 사슬에서의 경제력 집중 현상을 완화하고 시장에서 소외된 약자들의 역량 개발을 지원할 수 있는 유용한 수단으로서의 공정무역을 인정할 수 있도록, 유럽이나 한국의 사례들을 적극적으로 참고하고 교류를 강화하는 것도 캐나다의 공정무역 운동에 권하고 싶은 전략이다. 공정무역의 역사가 오래 되고 탄탄한 기반을 닦은 유럽 사례는 멀고 어렵게 느껴질 수 있지만, 후발주자인 한국 공정무역의 사례를 참고한다면, 현실성 있는 대안을 만들어 낼 수 있는 배움의 기회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사회적경제 간의 국제교류를 촉진하는 CITIES센터의 일원으로서는 이런 배움의 기회를 어떻게 실현할 수 있을지 고민이 깊어진다.

 

김진환 연구원(사회적경제국제교류센터), 구은조 연구원 (HEC Montreal 경영대학)

김진환, 구은조  webmaster@lifein.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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