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 같이 살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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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같이 살래요? "
[안전사회시민네트워크(준)ㆍ라이프인 공동기획 안전칼럼] 주건일 (YMCA 이웃분쟁조정센터 팀장)
  • 2017.09.27 18:02
  • by 라이프인
두번째 줄 오른쪽 두번째가 필자. 안전사회는 법과 제도의 마련과 함께, 사민사회의 주체적인 힘을 통해 마련해가야 한다.

풀뿌리의 힘으로 안전사회의 토대를 구축하자.

한국은 OECD 34개 국가 중 갈등지수 5위이고, 갈등관리 능력은 27위에 머문다. 인구대비 소송 건수는 일본의 10배에 달할 정도로 사건을 들고 법원으로 가지만, 소송 결과에 대한 만족도는 낮은 수준이다. 갈등은 일상화되어 있는 데, 이를 적절하게 풀어 낼 시민주체적인 역량과 제도적 장치가 미흡함을 보여주는 예다. 이런 현실은 사회전체는 물론 시민 개개인의 삶에도 고스란히 적용되고 있다.

몇 년 사이 아파트 층간소음 문제가 이웃 간 분쟁으로 이어지고 심지어 폭행 등 심각한 사건으로 비화하는 일도 잦다. 부실한 건축도 문제이겠지만 많은 세대가 밀집해 사는 아파트나 연립주택의 공동거주 구조가 층간소음 외에도 주차시비, 냄새, 애완동물 사육, 관리비 등 이웃 간 부딪힐 일이 많은 것이 이웃 간 분쟁을 야기하는 한 원인이다. 개인 간의 문제 외에도, 혐오기피시설, 공사 소음, 조망권 분쟁 등을 둘러싼 지역주민 간 대립, 주민과 지자체 또는 중앙정부 사이의 갈등 역시 끊이지 않고 있다.

문제는 우리사회가 이웃 간, 지역사회에서 벌어지는 갈등에 대해 대화나 협의, 조정 등 이해와 배려의 바탕 아래 주민자율로 평화롭게 해결하는 데 익숙하지 않다는 것이다. 두레 협동 정신이나 이웃 간 지혜를 모아 마을의 갈등을 해결해 온 공동체 전통이 약화되고, 아파트의 ‘칸막이’같은 이웃 간 단절과 소외가 보편화한 것이 그 이유다.

이런 한국사회의 노정된 갈등을 사회발전으로 동력으로 전환하고자 애써온 시도가 있었다. 2013년 3월 은평뉴타운 제각말 5단지(330세대, 진관동 소재) 주민들과 서울YMCA 이웃분쟁조정센터가 협력해 구성한 ‘주민자율조정위원회’모델이 그것이다. 이 마을의 주민자율조정위원들은 ‘주민자율협약’안을 만들고 각 세대를 직접 찾아다니며 주민동의를 이끌어내어 마을의 합의된 기준점이 되는 주민협약을 제정한바 있다. 이들은 마을공동체의 중요성과 갈등 사례에 대한 교육, 조정실습, 이웃분쟁 예방과 해결을 위한 주민아이디어 워크숍 등을 통해, 마을을 섬기는 리더로 자리 잡았다. 이 마을은 2013년 10월 서울시 지정 주민자율조정 마을 1호가 되었으며, 마을공동체 최우수 마을로 선정되기도 했다. 현재 26명의 제각말 5단지 YMCA 주민자율조정위원들은 ‘이웃사랑해’라는 이름으로 주민조정 활동을 하고 있으며, 이 외 인사하기 캠페인, 소통게시판을 통한 아랫집에 편지쓰기, 나무심기봉사, 도서관지기, 텃밭분양, 벼룩시장활동, 재능기부 강좌 등 마을공동체 운동을 활발히 전개하는 평화의 일꾼(Peace Maker)들이다.

이 사례를 계기로 서울시 아파트관리규약준칙에 주민자율기구를 통한 분쟁해결에 대한 내용이 포함되면서, 은평구 갈현동 코오롱하늘채아파트(192세대)와 갈현e편한세상 아파트(190세대)를 비롯해 서울시 25개 자치구에 총 55개의 주민자율조정위원회가 조직돼 활동하게 됐다. 이는 2015년부터 운영 중인 광주광역시 마을분쟁해결센터와 서울시 이웃분쟁조정센터 설치의 단초가 되었고, 근래 추진되고 있는바 성동구 왕십리2동주민센터 주민들이 마을의 분쟁을 직접 상담·조정하는 마을주민상당조정센터 운동의 원형이다.

위의 예는 미국, 유럽, 호주, 싱가폴 등 ‘대안적 분쟁해결법(Alternative Dispute Resolution)’과 ‘주민분쟁해결센터법’이 있고, 비교적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는 ‘이웃분쟁조정센터(Neighbourhood Justice Center, Community Mediation Center)’사례를 참조해 한국 실정에 맞게 토착화하여 실행해 본 사례들이다. 미국의 경우 총 400여개의 분쟁조정센터에 훈련된 1만2천명의 갈등조정전문가들이 시민들 간의 분쟁을 주민자율로 해결하도록 돕고 있다. 영국의 경우는 치안판사제도를 두어 시민이 직접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사회에 술집허가를 비롯한 다양한 사안들을 판결하고 결정한다. 호주의 경우는 정부가 직접 전문조정인의 교육과 인증을 담당하고, 일정 금액을 내면 소송 전 조정을 통한 문제해결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나아가 갈등관리 선진국들은 초등학교부터 공동체, 평화교육, 협상 및 갈등해결 역량 교육을 공교육에 담아 실시하고 있다. 소송비용을 줄임은 물론, 커지는 분쟁을 미연에 방지하고, 지역사회의 공동체성을 강화하는 의미가 크다.

결론을 맺으며 안전사회는 오늘 한국사회의 가장 중요한 화두 중 하나이다. 과연 안전사회는 어떻게 만들어 지는 것이며, 그 시작점은 어디여야 할까? 안전은 타인과 이웃의 생명과 생활을 나와 마찬가지로 소중히 여기고, 공감하고 존중하는 것에서 출발하기에 ‘공동체 정신’과 ‘시민의 참여’에 맞닿아 있다. 필자는 안전사회는 시설들을 잘 정비·관리하고, 안전 기본법 등 법과 제도를 정비하는 것과 더불어 성숙한 시민사회를 만드는 것을 기본으로 한다고 본다. 좀 상투적으로 들릴지 모르겠지만 성숙한 시민사회의 관건은 시민의 생활 속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문제들을 ‘시민의 자발적 역량’으로 해결하는 풀뿌리 힘을 구축하는 것이 아닐까? 이웃의 관계가 마을에 영향을 미치고, 지역사회 그리고 정부와 국가에 연결되어 있다는 인식 속에서 안전사회를 향한 첫 걸음은 ‘공동체를 공고히 하는 것에서부터’라고 주장하고 싶다. 그렇게 구축된 안전사회여야지만이 끊임없이 민주주의의 기초를 무너트리고, 비상식으로 일관하며 시민사회의 상식을 짓밟고자 하는 세력에 대응 할 수 있는 비폭력저항의 토대를 갖춘 뿌리 깊은 안전사회 운동으로 나아갈 수 있지 않겠는가? 자문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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