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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컬페어트레이드를 다시 생각한다농부에서 기업가로의 성장을 돕는 ‘필리핀커피연맹’
  • 김선화(성공회대학교 협동조합경영학과 박사수료)
  • 승인 2019.07.30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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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농부들을 위한 로컬페어트레이드
올해 1월에 필리핀의 공정무역을 조사하러 마닐라를 방문했을 때, 필리핀커뮤니티수공예단체(Community Crafts Association of the Philippines Inc)의 대표는 사전조사에서 알지 못했던 필리핀커피연맹(Philippine Coffee Alliance)을 방문해 볼 것을 제안했다. 

필리핀커피연맹은 2007년에 커피산업을 키우기 위해 탄생한 연합조직으로 협동조합, 교회, 농부들, 소수민족, 중소기업, 여성들을 위한 조직 50개가 참여하고 있다. 필리핀커피연맹을 설립한 비아 레예스(Vie C. Reyes) 대표를 만나기 위해 마닐라 남쪽 끝에 자리한 보테센트럴(Bote Central, Inc)의 공장 겸 사무실로 향했다.

비아 대표는 인터뷰 첫마디에 “우리는 공정무역에 대해 다른 관점을 가지고 있다”라고 말하며, 지금보다 공정무역을 통해 생산자들에게 더 많은 혜택이 돌아가야 된다고 주장했다. 

공정무역은 개도국 생산자들의 삶을 개선하기 위해 원조가 아닌 ‘거래’를 기반으로 생산자들이 지속가능할 수 있도록 지원해왔다. 생산자들에게 공정가격을 지불하고, 생산자 공동체의 발전을 위한 공동체지원금과 기금이나 여타의 지원을 통해 생산자들의 역량강화를 위한 지원 등을 해왔다. 최근에 유럽과 북미를 중심으로 자국과 인접국가의 농부들이 생산한 생산물을 공정무역방식으로 생산, 가공, 판매하는 것을 로컬페어트레이드라고 부르고 있다. 

비아 대표는 필리핀 내수 시장에서 커피를 취급하여 판매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실천을 공정무역이라고 부르고 있었는데, 그 이유는 몇 가지가 있었다.   
 

농부들의 비즈니스모델을 확장한다 
2006년, 필리핀 커피 생산자들과 처음 거래를 시작할 당시만 해도 커피 가격은 매우 낮았다. 하지만, 비아 대표는 생산자들이 파는 가격보다 두배 정도 높은 가격에 커피를 구매했다. 수매가격이 높아지자 커피생산 농민들은 나무를 더 많이 심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100명의 커피생산자들과 거래했지만 지금은 5천명 이상의 생산자들과 거래한다. 필리핀의 전체 커피생산자는 2만1천명 정도다. 이들은 가격을 높게 쳐주고 거래 생산자를 확대하는 것에서 멈추지 않았다. 생산자들이 공급사슬 상에서 더 많은 권한을 갖고, 다양한 방법으로 수입을 확대하도록 지원하고 있었다. 
 

(맨가운데) 생산자들에게 설명하고 있는 비아 레예스(Vie C. Reyes) 대표 ⓒ Bote Central, Inc


첫째는 커피생산자가 로스터, 바리스타, 커피숍 운영자가 되도록 돕는다. 정부의 지원을 받아서 쉽게 로스팅을 할 수 있는 기계를 무상을 공급하고 있었고, 커피 농가에서 지역에 카페를 열어 직접 로스팅한 커피를 지역 주민들에게 판매할 수 있도록 돕고 있었다. 지역에서 원두커피를 마시도록 하는 것은 다국적기업의 인스턴트 커피에 길들여져 있는 지역민들에게 더 좋은 커피를 마실 수 있게 하는 기회이기도 하다. 

둘째, 자체 커피브랜드를 개발하도록 돕는다. 생두 상태에서 커피를 납품하는 것에서 멈추지 않고 직접 생두를 로스팅해서 자체적인 브랜드로 직접 판매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필리핀의 가난한 농부들이 커피 공급자가 아닌 공동체 기반의 사업자가 되도록 격려하고 지원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커피 농부들은 생산자가 아닌, 기업가(entrepreneur)가로 마인드를 바꾸는 것이다. 이미 이들과 함께하는 생산자들 중에는 자체 브랜드를 가지고 커피를 판매하는 이들이 있다. 


함께 시장을 키워가는 방법
그녀는 필리핀커피연맹의 설립자이기도 하지만 생산자들로부터 커피 생두를 공급받아서 로스팅을 한 후에 시장에 판매하는 일도 한다. 그녀의 남편은 커피로스팅 기계를 제작한다. 하지만 그녀는 함께하는 생산자들이 커피공급뿐만 아니라, 커피 브랜딩과 소매, 카페 운영까지 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그리고 그녀의 자사가 보유한 기술과 자원을 생산자들과 공유한다. 그녀는 “이 모델을 사용하면 실제로 더 많은 경쟁자들이 나타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하는 이유는 이러한 방식을 통해 필리핀의 커피시장을 변화시키고, 키우고자 하기 때문이다. 
 

필리핀커피연합의 소규모 농가의 삶을 개선하는 지역 사회 기반의 커피 농산물 프로그램 ‘Kape't Buhay’ ⓒ Philippine coffee alliance


그녀와의 만남은 무엇이 ‘로컬페어트레이드인가'를 생각하게 했다. 단순히 지역의 생산품을 공정한 가격에 이용하는 것, 또는 판로를 확대하는 것으로 충분할까? 그녀는 공급사슬 상에서 가장 취약한 위치를 점하고 있는 생산자들이 좀더 많은 권한을 갖게 하기 위해 농부들을 기업가로 키우고 다양한 비즈니스모델을 가질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었다.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찾고, 동시에 그것이 실행될 수 있도록 교육과 기술을 제공하는 시도를 하고 있었다. 

최근에 영국의 진보적 일간신문 가디언에서는 다국적기업이나 대기업들이 국제공정무역기구의 인증을 포기하고 자체 프로그램으로 전환함으로 인해 생산자들이 겪게 될 상황을 우려하는 긴 기사가 실렸다. 공정무역 인증을 받는 것만으로 생산자들이 공급망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는 보장이 없다. 최근에 만났던 베트남과 필리핀의 공정무역단체들은 불안정한 시장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내수시장을 확대하는 등의 수입다각화를 위한 고민을 하고 있었다. 공정무역은 소비국에서도 생산국에서도 결코 쉽지 않은 운동이며 비즈니스이다. 그렇기 때문에 생산자와 함께 동반 성장하려는 필리핀커피연맹의 방식을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함께 성장하며 함께 시장을 바꾸고 키워가려는 이들의 시도가 지금은 작지만 그 언젠가는 더 큰 변화를 이끌어 낼 수도 있을 것이다. 
 

 

※ 이 글은 최근에 출판된 책 ‘한국기업의 VIP(베트남, 인도네시아, 필리핀) 국가 투자진출: 지역전문가의 조언’에 실린 “필리핀의 공정무역: 공정무역단체의 발전 사례(저자 장승권 · 김선화)”의 글 중에 필리핀커피연맹의 사례를 발췌하고 재구성했습니다.
 

 

김선화(성공회대학교 협동조합경영학과 박사수료)  webmaster@lifein.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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