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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드라곤은 안녕하신가?북아메리카의 유럽, 퀘벡의 사회적경제를 가다(3)
  • 정원각 상임이사(경남사회연대경제사회적협동조합)
  • 승인 2019.07.08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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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위기로 인해 고용위기를 겪고 있는 경남에서 사회적경제는 어떤 역할을 할 것인가? 이런 고민과 대안을 모색하기 위해 KBS창원총국이 '고용위기에 대한 사회적경제의 대응'을 주제로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고 있다. 이번 제작물에는 경남사회연대경제사회적협동조합 정원각 상임이사가 기획과 자문에 직접 참여했다. 정 상임이사가 캐나다 퀘벡과 스페인 몬드라곤에 함께 동행해 보고 느끼는 것을 가볍게 여행기 형식으로 기고 한다. 퀘벡에서는 사회적경제의 대명사인 샹티에 그리고 노동조합연합회가 운영하는 기금과 투자(노동조건을 좋게 하거나 친환경, 사회 과제 해결 등을 하는 기업) 그리고 쇠락지역의 도시재생 협동조합, 데잘뎅은행의 역할 등을 살펴본다. 몬드라곤에서는 파고르 가전 부분 파산 이후 노동자들은 어떻게 재배치 되었고 일자리를 다시 찾았는지를 살펴본다. 라이프인은 총 3회에 걸쳐 우리 사회의 고용, 실업 문제를 해결하는데 작은 팁이라도 제공할 수 있기 위해서 사회적경제의 매력을 소개하는 연재를 싣는다. 


몬드라곤협동조합 복합체 가운데 그 첫 단추는 1956년에 설립한 울고협동조합으로 현재는 파고르노동자협동조합으로 이름을 바꿨다. 그런데 이 파고르협동조합 가운데 가전부분이 2012년 파산을 했다. 흔히 파고르의 파산을 파고르 전체의 파산으로 잘못 알고 있다. 파고르 안에 가전분야, 산업분야 등 몇 개의 분야가 있는데 그 가운데 가전분야가 파산한 것이다. 파고르에서 가전분야는 규모가 가장 크기 때문에 과장되어 알려진 것이다. 기업이 파산을 하면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무엇보다 실직, 실업이다. 물론 그 기업에 투자한 사람들의 손실도 중요하지만... 이번 여행에서 몬드라곤협동조합에서는 이 부분을 확인하는 것이 중요했다.

▲ 사회보장협동조합 라군아로(Lagun-Aro).

파고르가전분야의 파산으로 발생한 실직을 몬드라곤은 어떻게 해결했는가? 이에 대해 몬드라곤 라군아로는 다음과 같이 이야기 했다. "파고르 가전분야의 파산으로 인해 약 1,900명의 노동자조합원을 해결해야 했습니다. 파고르는 어느날 갑자기 파산한 것이 아니라 2008년 세계 경제 위기로 인해 어려움을 겪기 시작하고 2~3년의 자구 노력을 하는 기간이 있었습니다. 한쪽에서는 빨리 정리를 했어야 한다는 지적도 있었지만 또 한쪽에서는 파고르가 가지는 상징성으로 인해 몬드라곤이 최선을 다 하는 모습을 보여줄 필요도 있었습니다. 아무튼 2~3년의 기간을 거치면서 정리를 했는데 그 기간과 파산 후 몇 개월 동안 약 1천 명의 노동자조합원들을 다른 협동조합에 재배치했습니다. 3년이 지난 시점에서 최종 정리해 보면 1,900명의 노동자조합원 가운데 1,200명의 노동자들은 다른 협동조합에 재배치했습니다. 그리고 300명의 노동자들은 명예퇴직 등을 받았습니다. 정년이 얼마 남지 않은 사람들입니다. 남은 400명의 노동자들은 노동자협동조합에 조합원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일을 하게 되었습니다. 몬드라곤에서 일을 계속 하고 싶은 노동자들은 일을 할 수 있게 한 것입니다." (이 부분은 정원각이 먼저 귀국한 이후 KBS가 라군아로에 방문하여 취재한 내용임)

KBS 전체 취재 일정은 6월 21일부터 시작하여 7월 6일 마쳤다. 이 일정 가운데 6월 26일부터 7월 3일까지만 함께 하는 나는 빌바오가 마지막 동행지다. 몬드라곤대학의 경영대학에서 진행하는 MTA(Mondrago Team Academy)를 잠시 보고 거기에 참여하는 젊은 청년들이 창업하는 사례를 보는 것이다. 이 MTA의 코칭에 한국의 해피브릿지경영연구소(HBM)가 참여하고 직원을 파견하고 있다. 몬드라곤 대학 본부는 몬드라곤에 있지만 MTA에서 하는 창업 프로그램 공간은 빌바오에 있다. 이에 대한 내용을 기술하기 전에 몬드라곤이 있는 바스크 지역에 대한 설명을 하고자 한다. 퀘벡도 독특한 자기 역사, 정체성이 있었듯이 몬드라곤, 바스크도 일반화하기 어려운 배경이 있기 때문이다. 이는 스페인이라는 국가가 유럽에서는 영미식의 자유주의 국가로 분류되지만 몬드라곤은 협동조합을 통해 북유럽 못지않은 복지를 유지하는 배경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 빌바오 쿠겐하임미술관

먼저 바스크, 빌바오, 몬드라곤 등에 대해 잠시 살펴보기고 하자. 빌바오 시는 바스크 지역의 대표적인 도시다. 우선 바스크, 비스카야, 빌바오, 몬드라곤 이 지역에 대한 행정 단위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는 행정단위가 2단계다. 광역 자치단체를 나타내는 시도가 있고 기초자차단체를 표현하는 시·군·구가 있다. 그런데 스페인에는 3단계로써 지방정부(바스크 정부)가 있고 그 안에 3개의 주정부(비스카야, 기푸스코아, 알라바)가 있다. 이 주정부 안에 기초자치단체인 빌바오 시(바스크 지방 비스카야 주 소속), 산세바스티안시(기부스코아 주 소속), 몬드라곤시(기푸스코아 주 소속), 비토리아 시(알라바 주 주도) 등이 있다. 참고로 바스크는 프랑스 남서부와 스페인 북부 지역에서 바스크인들이 사는 지역을 말한다. 피레네산맥의 남쪽으로 약 3/5은 스페인에 속해 있고 북쪽으로 2/5는 프랑스에 속해 있으며 독자적인 바스크어, 바스크 문화를 이루고 있다. 프랑스에서 시작하는 산티아고 순례길의 마지막이자 스페인에서 시작하는 순례길의 출발이다.

이 바스크 지역은 스페인 수도 마드리드와 수백 km 떨어져 있고 프랑스와 접경인 탓에 오랜 세월 동안 푸에로스라는 자치권을 누리고 있었다. 하지만 19세기말 정치적인 이유로 이 자치권이 중지되자 바스크는 크게 반발했다. 특히, 1936년부터 1939년까지 프랑코의 쿠데타로 시작된 시민전쟁에서 공화파의 입장에 서면서 더 증폭되었다. 피카소의 작품으로 20세기 최고 걸작 중의 하나인 '게르니카'는 이 지역의 한 마을에서 벌어진 히틀러와 프랑코의 민간인 학살을 고발한 작품이다. 이와 함께 행동하는 지식인의 상징으로 노벨문학상을 받은 헤밍웨이의 '누구를 위해 종은 울리나'는 그가 이 바스크 지역에서 공화정 수호를 위해 총을 들고 싸운 전투를 경험으로 기록한 문학이다. 1939년 내전이 끝나자 독재자 프랑코 총독의 바스크 지역에 대한 보복 총살과 탄압 그리고 차별은 오랜 기간 지속되었다. 이런 배경은 때로는 무장투쟁(ETA ; 바스크 조국과 자유)으로 나타나기도 했지만 공화주의, 민주주의에 대한 신념으로 연결되었다. 바스크 사람들이 남미 콜롬비아, 베네수엘라, 볼리비아, 에과도르, 파나마, 페루 등 6개국을 스페인으로부터 독립시키고 노예제도를 반대한 시몬 볼리바르가 바스크인임을 자랑으로 여기는 뿌리이기도 하다.(출생은 베네수엘라)

몬드라곤을 창설한 호세 마리아 멘디스 아리에타는 전쟁에서 공화파에 섰다가 체포되었으나 재판에서 겨우 살아남는다. 이후 신부학교를 마치고 몬드라곤에 신부로 부임하고 청소년들을 교육하고 1956년 울고(이후 파고르로 변경)라는 몬드라곤 첫 협동조합을 만든다. 협동조합을 성공시키기 위해 조합원들의 반대를 뚫고 몰래 조합원들의 도장을 가지고 가서 노동인민금고를 만들었다. 훗날 이 노동인민금고는 몬드라곤이 성공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 받는다. 그러나 당시에는 노동자조합원들이 모두 반대했다. 그런데 호세 신부의 독단적인 경영 판단으로 밀어붙여 진행한 것이다. 몬드라곤협동조합이 성공하게 되는 또 하나의 신의 한수는 라군아로라는 복지 제도, 공제 사업이다. 라군아로는 프랑코 독재 정권이 연금을 실시하면서 몬드라곤을 제외시키자 스스로 자구 노력으로 만든 것이다. 이와 같이 몬드라곤협동조합의 성공에는 여러 원인과 함께 호세 신부의 뛰어난 경영적 판단 그리고 바스크, 몬드라곤에 대한 중앙정부의 차별을 오히려 기회로 삼는 몬드라곤협동조합의 조직력 등이 있다.

이제 MTA로 넘어가보자. 앞에서도 이야기했듯이 MTA는 몬드라곤대학교 경영대학의 공식적인 프로그램으로 창의적인 스타트업 훈련 프로그램이다. 방문한 7월 2일 빌바오시의 한적한 외곽 카페 공간에서는 MTA의 1학년 팀 중의 한 팀이 평가 토론을 하고 있었다. 이 팀을 코치하고 있는 사람은 HBM(해피브릿지협동조합 경영연구소) 직원인 김강현 씨다. 김 코치에게 평가 방법 등을 물어봤다. 이곳의 평가 방법은 학생 개개인의 학점을 코치나 교수가 주는 것이 아니라 12명의 팀원들이 준다는 것이다. 1학기 동안 과제 참여, 사업 시도, 수업 태도 등을 함께 한 학생들이 서로 토론을 통해 평가한다는 것이다. 온정적으로 또는 개인의 친소 관계에 의해 영향을 받을 것 같은데 전혀 그렇지 않다고 한다. 소수의 몇 사람이 참여하면 그럴 수 있는데 12명이 토론하기 때문에 매우 객관적이고 건강하게 평가한다는 것이다. 코치의 역할도 학생들이 길을 스스로 찾도록 서포트 하는 것이지 코치가 교육하고 가르치는 개념이 아니라는 것이다. 코치도 학생들에게 배우고 학생들도 코치에게 배우는 '파울로 프레이리의 교육론이 반영된 기법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만난 이 팀에는 한국인 학생 3명이 있다. 이 세 사람의 이력을 잠깐 들여다 보면 한국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온 학생, 형이 이 과정을 하고 있는데 좋아 보여 자기도 왔다는 학생, 미국에서 꽤 이름 있는 대학에 다니다가 회의를 느끼고 있었는데 MTA를 알게 되어 왔다는 학생 등 각자 개성이 뚜렷하다. 세 학생과 대화를 했는데 목소리에 자신감이 넘치고 자기에 대한 소개와 표현에 거침이 없다. (MTA의 효과인가?) 하기야 그 정도의 개성이 있으니 지구 반대편까지 와서 지금까지 받아본 방식이 아닌 전혀 생소한 교육에 참여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이 학생들에게 한국 사회적경제의 미래가 있지 않을까? 아무튼 먼 이국땅에서 만난 우리 청년들이 자기의 꿈을 꾸고 실천하는 삶을 살기를 바란다.

이렇게 MTA에는 다양한 나라의 청년들이 참여하고 있다. 스페인, 미국, 한국, 코스타리카, 이집트 등등. MTA에서 교육을 받으면서 창업을 한 학생들을 만나기로 했다. 빌바오 시내에 있는 캠퍼스에 공동 사무실이 있다고 하여 그곳으로 갔다. MTA는 철저하게 공동 작업이다. 개인 1인 창업이 아니라 팀원 2인 이상이 참여해야 하고 사업에 필요한 사람들은 외부가 됐던 내부가 됐던 협업으로 참여시킬 수 있다. 그런데 이런 창업 훈련을 1학년 2학기부터 한다고 해서 너무 일찍 하는 것이 아니냐고 물었다. 그에 대한 답변은 1학년 때부터 현실과 부딪혀봐야 깨지고 배우고 하여 3, 4학년 되면 그나마 성공할 수 있는 창업이 가능할 것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몬드라곤의 실용주의가 재현되는 것 같았다.

현장에서 만난 사례 가운데 두 가지를 소개하고자 한다. 

하나는 WATS라는 업체다. 사실 이 업체는 MTA 학생이 창업한 것이 아니라 코치가 만든 회사다. 그런데 이 회사를 만든 알렉스 나바로의 이력이 독특하다. 몬드라곤 파고르그룹에 속한 회사 중의 하나인 파고르에데르란에서 근무했는데 기술지도를 위해 창원에서 3년 근무했다고 한다. 파고르그룹 내에 가전, 자동차 부품 등 다양한 회사가 있는데 가전을 제외한 나머지 파고르 회사는 건재하다고 한다. 아무튼 알렉스 나바로는 GM대우에 자동자 부품을 납품하는 SAMTECH에서 기술을 전수하는 역할을 하다가 MTA를 알게 되었어 코치로 일하게 되었고 코치로 일하다가 2013년 WATS를 창업했다고 한다.

WATS는 어소시에이션에 가까운 회사다. 미션은 스페인에 심각한 스포츠 폭력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경기장 안과 밖에서 일어나는 성폭력을 포함한 폭력, 인종 차별, 왕따 문제 등을 해결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를 위해 WATS라는 인터넷 플렛폼과 전화 상담을 이용한다. 피해자나 관계자로부터 관련 문제를 접수하면 정신과 전문의, 상담사 등 전문가를 연결해 준다. 전문가는 회원인 경우도 있고 회원이 아닌 경우도 있다. WATS에는 현재 82명의 회원이 있고 22명은 함께 일을 한다. 수입 구조는 기부금, 모금과 축구 경기장에 광고하는 통신회사 스폰서 등이다. 이 WATS의 역할을 다시 정리하면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소셜 임팩트 회사라고 볼 수 있겠다.

다음에 만난 회사는 아보라팀에 속해 있는 비몽키라는 회사가 추진하는 옥스•라이더(OX•RIDERS) 사업이다. 이 사업은 화석연료를 사용하지 않는 전기오토바이 공급을 통해 환경 문제를 해결하는 아이템이다. 소비자들에게 주문을 받아서 맞춤형을 하거나 자신들이 디자인한 오토바이를 수입하여 판매하는 것이다. 오토바이는 중국에서 수입하는 것으로 추진하고 있다. 

현재 이 사업을 진행하는 학생은 MTA 3학년 발레리아 발베르데다. 발레리아는 코스타리카에서 전기를 전공하는 공업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들어갔다가 MTA를 알게 되어 입학하게 되었다. 이런 사업을 위해 시범 샘플로 휘발유를 사용하는 일반오토바이를 전기 오토바이로 개조하여 전시하고 있다.

위 두 사례 외에도 '향기 나는 스마트폰 케이스 생산과 판매 사업', '독거 노인 주택에 세대통합형 쉐어하우스 운영' 등을 하는 MTA 학생들을 만날 수 있었다. MTA는 창업 아이템으로 제조업만 아니라 서비업, 사회 가치 사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학생들이 창업을 할 수 있도록 교육하고 있었다. 어찌 보면 일반 창업 교육 기관에서 하는 것과 별 차이가 없다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MTA는 개인 창업이 아니라 팀 창업으로, 사업 경영 스킬만 아니라 협업과 사회적 가치를 고민하는 창업을 한다. 이런 방식으로 훈련 받았을 때 사회적경제, 협동조합 방식의 창업이 훨씬 확산되기 좋은 토양이 될 것이다.

몬드라곤은 협동조합 복합체다. 기업의 정체성은 협동조합이지만 협동조합이 지배하는 많은 주식회사를 자회사로 소유하고 있다. 노동자협동조합으로 출발했지만 소비자협동조합, 농업협동조합, 다중이해관계자협동조합도 있다. 그리고 제조, 유통, 건설, 서비스, 연구개발, 교육 등의 분야에 진출해 있다. 자본기업이라면 문어발식 확장이라고 비난 받을 일이지만 각 사회적경제 기업마다 독자적인 자본조달과 의사결정권을 가진 조직이기 때문에 오히려 협업이 된다. MTA의 창업스쿨에서는 공공과 연대하는 사회서비스, 시민의 기부를 받아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소셜임팩트 분야도 한다. 1956년 석유곤로를 만드는 제조업 분야의 노동자들이 만든 몬드라곤협동조합. 60년이 지난 지금은 다양한 분야에 진출하고 생애 주기별, 전체 분야를 하고 있으며 심지어 사회서비스 강화를 위해 정부 협력하기도 한다. 몬드라곤협동조합의 이런 변화와 몬드라곤대학 경영학부의 MTA 과정은 다양한 시대적 요구의 반영이다.

 

정원각 상임이사(경남사회연대경제사회적협동조합)  jwongak@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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