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아메리카의 유럽, 퀘벡의 사회적경제를 가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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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아메리카의 유럽, 퀘벡의 사회적경제를 가다(1)
  • 2019.06.30 18:07
  • by 정원각 상임이사(경남사회연대경제사회적협동조합)

산업 위기로 인해 고용위기를 겪고 있는 경남에서 사회적경제는 어떤 역할을 할 것인가? 이런 고민과 대안을 모색하기 위해 KBS창원총국이 '고용위기에 대한 사회적경제의 대응'을 주제로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고 있다. 이번 제작물에는 경남사회연대경제사회적협동조합 정원각 상임이사가 기획과 자문에 직접 참여했다. 정 상임이사가 캐나다 퀘벡과 스페인 몬드라곤에 함께 동행해 보고 느끼는 것을 가볍게 여행기 형식으로 기고 한다. 퀘벡에서는 사회적경제의 대명사인 샹티에 그리고 노동조합연합회가 운영하는 기금과 투자(노동조건을 좋게 하거나 친환경, 사회 과제 해결 등을 하는 기업) 그리고 쇠락지역의 도시재생 협동조합, 데잘뎅은행의 역할 등을 살펴본다. 몬드라곤에서는 파고르 가전 부분 파산 이후 노동자들은 어떻게 재배치 되었고 일자리를 다시 찾았는지를 살펴본다. 라이프인은 총 3회에 걸쳐 우리 사회의 고용, 실업 문제를 해결하는데 작은 팁이라도 제공할 수 있기 위해서 사회적경제의 매력을 소개하는 연재를 싣는다. 


한국의 그 유명한 드라마 '도깨비'의 촬영지로 한국인 관광객이 갑자기 늘어난 퀘벡시와 쁘띠 샹플레 거리는 평화롭기 그지없다. 어제 저녁 잠시 쏟아진 게릴라성 소나기는 그 흔적을 찾을 수 없이 말라 있다. 나이 지긋한 거리의 악사는 페루의 민요 '엘 콘도르 파사'를 팬플룻이 아닌 하프로 연주한다. 다양한 피부색의 사람들이 환한 표정으로 거리를 활보하고 유모차부터 휠체어까지 3세대를 넘나드는 사람들이 누군가의 배려로 지나간다.  

북아메리카에서 유럽의 모습을 가장 잘 유지하고 있는 퀘벡은 이 대륙에서 가장 오래된 항구 가운데 하나다. 이 도시의 이름은 훗날 주의 이름이 되고 그 주의 주도가 되며 영국으로부터 독립을 한다. 퀘벡(Quebec)은 '강이 좁아지는 지역'을 뜻하는 알콘킨 족의 언어에서 유래했다. 그리고 퀘벡시를 관통하는 '세인트로렌스 강'의 원래 이름은 원주민 미크막족(Mi’kmaq)의 말로 '위대한 강'이라는 뜻의 '막토고액'(Mactogoek)이다.

퀘벡은 북아메리카에서 가장 독특한 역사와 문화를 가진 곳이다. 미국 전역과 캐나다 많은 지역이 영어를 사용하고 영국계 유럽인 그리고 프로스탄트가 중심인 것에 비해 불어를 사용하며 프랑스계 그리고 가톨릭이 중심이다. 이곳을 유럽인들이 장악한 후에도 프랑스와 영국이 번갈아가며 지배했는데 초기에는 프랑스의 축소판이었지만 지금은 퀘벡 자체의 정체성이 강하다. 거의 모든 주민이 불어를 사용하며 프랑스풍의 건물과 거리를 형성하고 있다. 

▲ 캐나다 퀘벡주 몬트리올시 노트르담 대성당
▲ 성당 내부.

이 지역을 처음으로 탐험한 유럽인들은 11세기 노르웨이 사람들이었다고 한다. 16세기 초에는 스페인의 바스크 사람들이 고래를 추적하며 드나들었으나 정착을 하지는 않았다. 이후 프랑스 탐험가 자크 카르디에가 이곳을 개척하기 시작하는데 강어귀에 도착한 날이 세인트로렌스의 축일이었기 때문에 그 이름을 따서 세인트로렌스 만이라고 지었고 세인트로렌스 강이 되었다. 이렇게 프랑스인들이 먼저 정착을 했지만 1763년 파리조약은 퀘벡이 영국식민지가 되게 했다. 이후 퀘벡은 영국으로부터 적극적으로 독립을 하려는 프랑스계 캐나다인들과 다른 입장을 가진 영국계 캐나다인들의 갈등은 깊어져 갔고 결국 반란과 전쟁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이렇게 영국계가 주류인 캐나다에서 프랑스계의 독자적인 역사와 문화를 가지고 있는 퀘벡은 꾸준히 독립을 요구했는데 이따금 무력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그 중의 한 사건이 1970년에 발생한 납치 사건이다. 혁명적 분리주의자 단체인 '퀘벡해방전선'의 일원들이 영국의 무역 위원와 퀘벡 주의 노동부 장관을 납치한 것이다. 결국 노동부 장관이 살해되고 납치한 퀘벡해방전선 일원들과 450명의 주민들이 체포되었다. 이후로도 퀘벡의 독립운동은 계속되고 있다. 단지 주민투표로 바뀌었을 뿐이다. 1980년, 1995년 독립을 요구하는 주민투표를 두 차례 실시했다. 특히, 1995년 투표는 불과 1%의 차이로 독립이 부결되었다. 이런 특수성은 스페인의 바스크, 카탈루냐 지역과 비슷하다. 

정치가 그 사회의 역사와 문화, 제도 등과 깊은 관계를 가질 수밖에 없듯이 경제도 마찬가지다. 물론 자본주의 속에 있으므로 전체 흐름은 연방정부의 체제로 간다. 한편 퀘벡만의 독자적 정체성이 형성하는데 그중의 하나가 바로 협동조합, 사회적경제다. 퀘벡의 역사적 경험 즉, 영국계 중심과 소외로 인해 스스로 자구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절박성이 있었다는 것이다. 퀘벡은 캐나다에서 협동조합이 가장 발달한 지역이고 사회적경제가 활성화된 지역이다. 2018년 말 기준으로 퀘벡주 전체 생산의 8%가 사회적경제이고 11,200개의 사회적경제 기업이 있으며 전체 매출은 약 480억 달러(캐나다)다. 이 가운데 3,500개가 협동조합이다. 특히, 퀘벡주는 캐나다 전체에서 유일하게 사회적경제기본법이 제정된 곳이다.

▲ 노동자연합회가 만든 연대기금 CSN 건물.
▲ 협동조합과 사회적기업, 그리고 노동자의 참여와 환경보호를 중시하는 기업들에 투자하는 '행동기금'(FONDACTION)

퀘벡의 협동조합, 사회적경제에서 특이한 점은 노동조합과 연대와 협력이다. 데잘뎅을 비롯하여 협동조합이 상당히 발달한 퀘벡. 하지만 경제 위기로 인해 치솟는 실업, 실직의 문제를 협동조합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어 사회 전체가 중지를 모아야 했다. 1995년 치솟는 실업에 대응하기 위해 퀘벡의 여성들이 주도하는 '빵과 장미를 위한 행진'이 있었고 이를 중심으로 샹티에('현장'이라는 뜻)가 구성되었다. 이 조직의 리더인 낸시 닌탐은 '연대로 나아가자'는 제안을 주 정부에 했다. 이와 함께 전국노동자연맹퀘벡지부(FTQ)는 실업, 실직을 자신의 문제로 인식하여 사회적경제 조직을 창업하고 지원하는 기금을 조성하자고 제안한 것이다.

지금까지 퀘벡에서 사회적경제, 협동조합이 활발하게 된 역사, 문화, 정치적 배경과 함께 노동조합 등의 역할을 간단하게 살펴보았다. 다음 글은 위 글을 뒷받침하는 몇 개의 현장 중심 사례를 올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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