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땅 개발하면 수익날까? AI에게 물어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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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땅 개발하면 수익날까? AI에게 물어봐!
[부동산개발·투자분석 프로그램 개발한 조성현 스페이스워크 대표 인터뷰] 투자 수익률 산출 과정 투명화 시켜 공공성 달성
  • 2019.06.27 07:03
  • by 김지현 기자
스페이스워크 조성현 대표.

"이 땅에 건물을 지으면 방이 몇 개 나오고 월세는 얼마를 받을 수 있을까? 많은 분들이 궁금해 하시지만 일반인들이 그 정보를 알아내는 것은 정말 어려워요. 우리나라 건축법이 너무 복잡해서 전국 3800만개 필지가 각기 다른 법의 적용을 받거든요. 바로 옆에 붙은 땅인데도 적용되는 규제가 달라요. 그뿐인가요. 건축을 통제하는 법만 23가지에다가 1년에 6차례 정도 법이 바뀌죠. 그러다보니 가치를 모르고 땅을 엄청 싸게 팔거나, 속아서 비싸게 사기도 하고 그러죠."

부동산 개발 및 투자분석 프로그램을 개발한 조성현 스페이스워크(spacewalk) 대표는 프로그램을 개발하게 된 이유를 묻는 질문에 작은 규모의 도시재생 및 소규모 부동산 개발이 어려운 이유를 설명하며 "이런 상황에서 개인들은 쉽사리 토지를 매매하거나 개발할 엄두를 내지 못해요. 서민들은 오래된 건물을 개·보수하거나 새로 짓고 싶어도 시도조차 하지 않게 되죠. 도시가 노후화되고 공간이나 토지가 제대로 활용되지 않게 됩니다" 라며 "부자만이 아닌 모두에게 더 나은 도시를 만들기 위해서 기술 혁신이 필요했다"라고 대답했다. 

사명에 어울리는 대답이다. 조 대표는 공간과 현실에 존재하는 실물 자산을 최적화하자는 의미로 사명을 '스페이스워크'라고 지었다고 했다. 

그는 "전문가가 토지나 건물의 개발 수익을 분석해 리포트를 작성하려면 건 당 2주가 걸리고 비용도 상당해요. 가격이 싸다면 정말 대충 해주는 검토라 제대로 된 분석이 아닐 것 입니다. 틀린 내용도 많을 것이고요. 문제는 검토를 한다고 해도 사업성이 나오는 건은 10%가 채 안돼요"라며 "도시의 작은 부분까지 디자인하고 공간을 활성화 시키려면 이 부분을 기술로 풀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서울대 건축학과를 졸업한 건축학도로 지난해에는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젊은 건축가상'을 수상할 정도로 인정받은 건축가다. 동시에 부동산 투자 분석 프로그램 개발자이기도 하고 부동산(Property)과 기술(technology)를 결합한 프롭테크(Prop-tech) 스타트업을 만들어 운영하는 CEO이기도 하다. 그런 그가 추구하는 '기술의 힘으로 만드는 더 나은 도시'는 어떤 곳일까?

라이프인은 지난 11일 서울 성수동에 위치한 스페이스워크 사옥에서 조 대표를 만나 그가 첨단 IT기술로 부동산 시장을 어떻게 혁신시키고 있는지 그리고 어떤 도시를 꿈꾸고 있는지 들어보았다. 

■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 사용...1초 만에 기본설계에서 기대수익 분석까지 '척척'

조 대표가 개발한 프로그램이자 스페이스워크에서 제공하고 있는 랜드북 서비스에 접속해 봤다. 홈페이지(www.landbook.net)에 들어가 지번을 입력하니 토지면적과 용적률 건폐율 전용률과 함께 추정 토지매입비과 건축비로 계산한 분양수익과 월임대료 등이 클릭 한 번에 산출된다. 간단한 설계 모형과 함께 개발여부에 대한 평가는 간단한 종합 코멘트와 함께 별 다섯 개로 쉽게 알려준다. 무엇보다 좋은 것은 이 서비스가 무료라는 것이다.

토지정보부터 설계검토까지 다양한 부동산 정보를 제공하는 온라인 플랫폼 랜드북 화면.

공공에 개방된 빅데이터를 받아 AI가 법률과 정보를 조합해 사업성을 분석하게 프로그램을 만든 것이다. 모든 정보는 매월 최신 정보로 업데이트 된다.

랜드북 서비스는 정부의 가로주택 정비사업에 적용하려고 지난 2015년 만들기 시작해서 2016년 서울주택도시공사(SH)에 납품하면서 탄생했다. 가로주택정비사업이란 기존 저층 주거지의 도시조직 및 가로망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노후 불량 주거지에 공동주택을 신축하는 소규모 주택정비사업을 말한다.

그는 "과거 한국토지주택공사(LH)나 SH는 택지개발이나 재개발을 통해 대규모로 주택을 공급했죠. 1000억짜리 공사를 추진하면서 주민을 상대로 컨설팅 해주는 것은 비교적 쉽죠. 예산도 많고 건물 개수도 많지 않으니까요. 그런데 요즘은 개발할 땅이 부족해지면서 공급 규모가 작아졌잖아요. 엄청나게 잘게 쪼개진 비정형의 땅과 건물들이 있는 토지를 개발하려니 주민들은 많고 예산은 작은데 일일이 몇 천 만 원짜리 사업성 검토를 해서 상담을 해 줄 수가 없는 거예요. 그러니 사업 추진도 안되고"라며 "그러다가 SH가 우리의 자동화 프로그램을 보고 공고를 냈고, 저희가 참가해 프로그램을 수주하게 됐다"고 개발 배경을 말했다.

지금 스페이스워크의 고객은 5개 공공기관(SH, LH, 경기도시공사, 인천도시공사, 시흥시도시재생지원센터)으로 늘어났다. 유료로 공공기관에 납품하는 서비스는 무료버전에 몇 가지 기능이 더 추가된 형태이며, 분석 리포트도 작성된다고 한다.

그는 "과연 이 사업을 해도 되는지 여부에 대해 주민들은 알 수가 없어요. 정말 소수의 전문가만 알죠. 그렇게 되면 소위 '업자'들만 개발을 하게 되요. 그런데 업자들은 분양 이후에는 관심이 없죠. 예컨대 분양이 힘든 상가는 만들지 않아요. 무조건 1층 주차장에 최대한 방을 많이 만들죠. 그런데 실제로 거기 사는 사람들은 그런 식으로 개발하지 않아요. 거리를 꾸며나가길 바라고, 상가도 만들고, 다양하게 건축하려 해요"라며 "공공기관이 주민 개발을 도와주고 싶어도 방법이 없어 난감했는데, 이 프로그램이 개발된 이후 공공기관에서 주민을 상대로 작은 규모의 개발 상담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며 뿌듯해 했다.

조성현 대표가 스페이스 워크 창업 전 수행한 소규모 부동산 개발 및 건축 사업들. 용적률을 최대한 뽑으면서도 미적인 요소를 잘 살렸다는 평가다. 자료제공=경계없는 작업실 건축사 사무소

그는 "LH가 추진하는 사업 중에 자율주택사업이 있어요. LH가 전국에 재건축해야 하는 작은 토지가 2800개 정도 있는데, 그 주위 땅들과 합쳐서 개발하려고 것이죠. 그런데 법령과 토지 조합에 따라 사업성이 천차만별로 나와요. 그래서 이 조합을 찾는 연구도 LH와 하려고 합니다"라고 앞으로 계획도 말했다.

지금 오픈되어 있는 '랜드북 가로주택' 프로그램의 경우 여러 개의 땅을 한꺼번에 클릭하면 사업성을 측정해 주는 것인데 여기에 몇가지 기능을 추가하여 고도화 하겠다는 것이다.

자율주택정비사업이란 노후화된 단독주택 또는 다세대 밀집지역의 주민들이 주민합의체를 구성하여 스스로 개량 또는 건설하는 사업이다.

■ 랜드북의 전신은 '베트남 사회주택 자동설계 프로그램'..."하루 2천원으로 살아가는 분들을 위한 고민에서 출발"

조 대표는 프로그래밍에 관심이 많아 컴퓨터 공학과 전공 과목을 여러개 수강했다. 막연히 기술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지만 이런 프로그램을 개발하게 될 줄은 몰랐다. 단지 프로그래밍이 재밌었다.

첫 직장도 IT 기술을 사용하는 건축사무실을 택했다. 그곳에서 설계 자동화 프로그램을 개발해 보라는 대표의 제안을 받고 '배재대학교 마스터 플랜'이라는 연구 프로젝트를 혼자 수행했지만 당시에는 성공하지 못했다.

이후 '경계없는 작업실'이라는 건축사무소를 창업하면서 2015년에 기술팀을 만들게 됐고, 그때 다시 자동화 설계 프로그램을 시도하게 된다. 그것이 한국국제협력단(KOICA·코이카)에 지원해 만든 베트남 사회주택 자동설계 프로그램이고 랜드북의 전신이 되었다.

조성현 대표가 7년간 건축 인공지능 분야를 연구해온 과정. 2015년부터는 기술팀과 함께 했다.

"기술은 많은 사람에게 쓸 수 있잖아요. 정말 작은 문제까지 해결해 보고 싶었어요. 그래서 인도네시아 농촌 마스터 플랜에 지원했죠. 그곳 인구 2억명 중에 1억 1천만명이 농촌에 살고 7000만명이 하루 2000원 이하로 살아가는데 대다수가 땅이 있다고 하더라고요. 땅이 있다는 것은 건축이나 세무 등등 여러 가지 문제가 있다는 뜻이죠. 그런데 어느 전문가가 그분들을 위해 적은 수준의 보수를 받고 얼마나 계획을 해 줄 수 있을까요? 그래서 이 문제는 기술로 풀어야겠다고 생각하고 지원했죠. 그런데 인도네시아는 너무 힘들다고 베트남으로 보내주셨어요.

당시 베트남은 공공 예산이 고갈이 돼서 민간기업과 같이 사회주택을 공급해야 하는데, 사업성이 떨어지니까 민간기업이 사업을 기피하는 상황이었어요. 그래서 이들의 투자를 쉽게 도와줄 수 있는 솔루션을 만들겠다고 해서 그곳에서 초기 프로토 타입을 만들어서 보급했죠."

■ 4차산업혁명 시대..."전문가 될 필요는 없지만, 프로그래밍에 관심 갖고 기본 지식은 갖추길"

조 대표는 "지금은 기술이 굉장히 중요한 시대고, 기술이 사회에 혁신을 일으키는 시대"라며 "혁신이 단계별로 일어나는 것 같은데, 인터넷이 모바일로 대중화 되면서 기존 산업들이 변화했고 지금은 인공지능이 한 번 더 변화를 만들어내는 시기인 것 같다"고 인터뷰 내내 기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또 그는 "회사 구성원 모두가 기술에 관심이 많다. 각자 필요한 데이터 정도는 스스로 데이터베이스에서 추출해 간단한 스크립팅 정도는 할 수 있다"며 "우리 멤버들은 지금의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기술이 중요하다는 것에 모두 동의한다"고 자랑했다.

하지만 그는 "프롭테크 회사인 우리 회사에 한정한 이야기 이다. 일반적인 청년들의 경우 프로그래밍의 원리를 이해하고 관심을 갖는 정도로 족한것 같다"며 컴퓨터 교육에 대한 부담을 갖지 말것을 당부했다.

그는 "내가 컴퓨터 정말 잘하는 줄 알았는데, 우리 CTO(최고기술경영자)를 보니 아니었다"라고 웃으며 "AI를 잘 운영하려면 수학과 통계 물리를 잘하는 것이 엄청 중요한데, 그 정도 수준에 오르는 것은 쉽지 않죠. 나도 프로그래밍에 관심이 많았지만 컴퓨터 공학과를 선택하지 않은 것은 수학이 싫어서였고. 기술에 대한 이해를 갖고 본인이 하는 전공이나 일에 적용할 할 수 있는 정도면 될 것 같아요. 기술 개발은 전문가들이 하면 되고 그 기술을 적용하는 툴들은 점점 쉬워지고 있으니 툴을 활용할 수 있는 정도면 족하다"고 했다.

그는 "내가 강점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은 건축과이면서 기술에 대한 이해가 남들보다 좀 더 깊어서였고. 남들이 볼 수 없는 부분을 좀 더 볼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라며 "기술이 구동되는 원리를 이해하고 어떻게 발전되어 가고 있는지를 이해하는 것만으로도 남들과 조금 차별성을 가질 수 있을 것 같아요. 수업을 듣는다면 프로그램이나 알고리즘 쪽으로 들으면 좋을 것 같다"고 사회 진출을 앞둔 청년들에게 격려와 응원도 보냈다.

■ 스페이스워크, 경계없는 진화 중...엔진 개발에 이어 토지매매 플랫폼·시공까지 구상

랜드북은 지금 한단계 더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일단 랜드북 서비스는 계속 진화중이다. 현재 출시를 준비하고 있는 '랜드북 프로'는 개발 후 세대수와 법정주차대수 계산 위치까지 감안한 설계를 보여줄 예정이다. 지금의 랜드북 서비스는 개략적인 형태만 보여준다.

다음으로 꿈꾸는 것은 토지매매 플랫폼으로의 확장이다. 비슷한 형태로는 미국의 '오픈도어' 서비스가 있다. 지금은 토지 거래가 활발하지 않아 유동화가 힘든데, 적정 가격을 제시하는 서비스를 활용해 토지 매도인과 매수인을 연결해 주고 싶다는 바람이다. 펀드를 운용해 적정한 가격에 토지를 매입한 뒤 토지를 리모델링해 가치를 상승시켜 파는 사업 모델도 염두에 두고 있다.

소규모 개발의 사업성을 높여 작은 규모의 개발 사업을 활성화시킬 수 있는 방법도 여러가지로 고민중이다. 조 대표는 "결국 시공까지 가야 소규모 개발을 기피하는 많은 문제들이 해결된다"며 "우리나라 도시의 땅은 대로변을 제외하고는 너무 잘게 쪼개져 있고 모양도 제각각이다. 시공비 건축비 등이 많이 드는 이유다. 모듈화 주택이 답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모듈화 주택이란 70% 이상의 주택 구성품을 공장에서 조립한 뒤 현장에서 최종적으로 조립·설치하는 공법으로 지어진 주택을 말한다. 공기가 단축되고 원가가 절감된다는 장점이 있지만 토지 크기가 제각각인 도심에 건축하기는 어려워 우리나라에서는 전원주택 위주로 활용되고 있다.

그는 "부품이 모듈화 되어야 한다"며 "예컨대 우리나라는 창호 사이즈가 통일화되어 있지 않다. 모든 현장에서 크기를 재서 일일이 제작한다. 반면 일본은 공장에서 대량 생산된 사이즈의 창호가 있는데 품질이 좋으면서 가격도 아주 싸다. 물론 사이즈가 변경되면 가격이 훨씬 비싸진다"며 실내자재나 외장재 등 모듈화 할 수 있는 것이 많다고 힘주어 말했다.

조 대표는 도시재생이나 소규모 개발에 관해서는 "개발 규모가 가능한 200평은 안 넘었으면 좋겠다"는 의견도 밝혔다. 그는 "대단지 아파트가 들어서면 주거 환경은 좋을 수 있어요. 하지만 우리가 즐겨 걷는 동네, 경리단길 홍대앞 이런 곳을 보면 주택이었다가 상가가 됐다가 어느 순간 사무실이 되기도 하고 이런 변화가 있죠. 그런데 아파트가 지어지면 그 순간 그곳은 섬이 되요. 집과 담뿐인 아파트 단지 사이를 걷는 사람들은 없죠. 들어갈 수도 없고. 그래도 지금은 괜찮죠. 하지만 30년 50년 후에는? 그 땅은 다시 아파트로 재건축 할 수밖에 없어요.

50평 100평 쪼개져 있으면 시류에 따라서 용도가 변화하고, 그러면서 골목에 활력을 줄 수 있는데 아파트가 들어서는 순간 그 지역은 100년은 끝인거죠. 그래서 가능하면 주변 골목길 정도는 살리면서 1층에 벤치도 둘 수 있고, 상가도 들어서서 걷는 사람들에게 구경하는 재미를 줄 수 있는. 그런 자금자금한 규모의 개발이 후손들을 위해 좋지 않을까 생각해요"라며 말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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