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도드라이브'는 휠체어 탄 아이 웃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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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도드라이브'는 휠체어 탄 아이 웃게 만든다
장애아동에게 '이동의 자유' 선물한 토도웍스
  • 2019.06.19 22:59
  • by 공정경 기자

# 편식할 권리가 생겼어요. 학교 급식 시간에 다른 아이들이 음식을 받아주니까 주는 대로 먹을 수밖에 없었어요. 지금은 내가 휠체어를 움직이면서 직접 급식을 받을 수 있으니까 먹기 싫은 것은 조금만 달라고 말할 수 있어요. 물론 선생님에게 혼나기는 하지만요. (웃음)

# 아이가 저녁마다 마트에 가자고 졸라요. 전에는 카트 밀면서 아이 휠체어를 밀 수 없으니까 같이 마트에 다니기가 어려웠어요. 지금은 혼자서 휠체어를 타고 다니니까 둘이 같이 장 보러 다녀요. 제가 장을 볼 때 아이는 혼자 알아서 다녀요. 장난감 코너에 가서 구경도 하고 요것을 사달라고 쫓아오기도 하고 시식코너도 돌아다니면서 무척 즐거워해요.

# 교실 청소할 때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었는데 지금은 친구들이 빗자루로 청소할 때 저는 밀대로 바닥을 밀어요. 청소도 친구들과 함께할 수 있고 체육시간에도 같이 놀 수 있어요.
 

 
편식할 수 있어서, 편식한다고 교사한테 혼나서 즐거운 아이들이 있다. 엄마랑 마트에 가고 싶었는데, 혼자서 편의점에 가고 싶었는데, 이제는 할 수 있어 행복한 아이들이 있다. 친구들과 같이 청소할 수 있고 체육도 함께 할 수 있어 뿌듯한 아이들이 있다. 무엇이 아이들의 일상을 바꿔놨을까?

아이들의 일상을 바꿔놓은 주인공은 바로 토도웍스에서 개발한 토도드라이브다. 토도드라이브는 수동휠체어용 전동키트로, 수동휠체어를 전동휠체어처럼 움직이게 해주는 파워 어시스트다.

토도드라이브 완제품.

휠체어를 타는 아이들은 이동에 많은 제약이 따른다. 수동휠체어는 접고 펴기가 쉬어 옮기기가 편리하다. 360도 회전이 가능하고 낮은 턱이나 홈은 가벼운 점프로 넘을 수 있다. 하지만 휠체어를 타는 아이들의 대부분은 자기 몸보다 훨씬 큰 휠체어를 탄다. 그러다보니 힘이 부족해 혼자서 휠체어를 조절하기가 어렵고, 구부정한 자세로 인해 척추측만증 등 2차 장애가 추가적으로 발생할 수 있다. 전동휠체어는 움직이기가 편하다. 하지만 휠체어 자체 무게가 100kg이 넘고, 수동휠체어처럼 접을 수가 없어 옮기는데 상당한 불편이 따른다.

자유롭게 독립적으로 이동할 수 있는 이동권은 성장기 아동들의 신체적, 인지적, 정신적, 사회적 발달에 중요하다. 토도드라이브는 수동휠체어의 장점을 최대한 살리면서 조이스틱 하나로 휠체어를 편리하고 안전하게 움직이게 도와준다. 그 결과 아이들의 활동량은 자연스럽게 늘어난다.

2018년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연구 <이동권 증진은 장애아동 삶의 질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가? : 파워 어시스트 보조장치 장착과 행동활성화가 휠체어 사용 장애아동에게 미치는 효과 연구> 결과에 따르면, 몸에 맞는 휠체어에 파워 어시스트 보조 장치를 장착했을 때 아이들의 이동 거리가 평균 74.7% (25.1875km) 상승했고 우울 점수는 40.2%가 하락했다.

"몸에 맞는 휠체어를 제공해주고 보조장치를 달아준 것만으로도 이동 거리가 크게 상승하고 우울 점수가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하락한 것은 장애아동들에게 이러한 지원을 실행했을 때 아동들이 더욱 활발히 이동권을 행사하고 정신건강이 증진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 연구 결과 중에서

토도드라이브를 장착한 아동용 휠체어

토도드라이브를 개발한 사람은 소셜벤처 '토도웍스(Todo Works)' 심재신 대표다. 심 대표가 토도드라이브를 개발하게 된 계기는 한 아이에게 한 약속 때문이었다.

어느 날 휠체어를 탄 아이가 친구들과 놀지 못하는 모습을 봤다. 아이에게 물어보니 수동 휠체어를 타고 이동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엔지니어 출신인 심 대표는 '수동 휠체어에 작은 모터와 조이스틱을 달면 해결될 문제인데 그게 그렇게 어려운 일인가?'라고 생각했다. 아이에게 휠체어에 모터를 달아주겠다고 덜컥 약속했다. 틈나는 대로 부품들을 모아 뚝딱뚝딱 만들기 시작했다. 그렇게 만든 파일럿 제품과 아이 몸에 맞는 휠체어를 묶어 선물로 줬다.

토도웍스 심재신 대표 사무실. 심 대표는 제품 설계부터 시제품까지 직접 만든다. 쇠 깎는 작업, 용접 작업, 페인팅 작업을 사무실에서 바로 하기에 원하는 시제품을 바로바로 만들 수 있다.

입소문이 퍼져서 '우리 아이한테도 만들어달라'는 부탁이 계속 들어왔다. 생각지도 못한 곳에 많은 수요가 있었고 개별적으로 대응하기에는 벅찬 감이 있었다. 2016년 3월 토도웍스를 설립해 개발을 마무리하고 같은 해 11월 토도드라이브 판매를 시작했다. 정식 판매 하루 만에 200명이 접수했다. 도움이 될 만한 제품을 만들었다는 확신이 들었다.

토도드라이브는 한 사람 한 사람 직접 찾아가 개인에 맞게 장착해야 한다. 처음에는 수동휠체어에 토도드라이브를 달기만 하면 끝일 줄 알았다. 막상 현장에 가보니 휠체어 파이프의 굵기와 형태가 다 달랐다. 휠체어가 비표준 제품이기 때문이다. 아이마다 사용환경이 다르고 운동능력에 따라 장착 위치, 손잡이 형태, 속도 제한 값도 달리해야 한다.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맞춰야 하기에 일반제품처럼 빠르게 갈 수 없다. 모든 기능을 고도화해야 하고 개인화해야 한다.

토도드라이브의 가장 큰 특징은 가벼움이다. 전 세계에서 가장 가벼운 파워 어시스트다. 해외 파워어시스트 제품의 무게가 15kg인데 비해 토도드라이브는 5kg 이다. 아동 휠체어의 무게가 보통 12~13kg이다. 엄마들이 휠체어를 접어서 싣고 내릴 수 있는 무게를 고려할 때 보조 장치가 5kg을 넘으면 무용지물이라고 생각했다. 무게에 중점을 두고 배터리, 컴퓨터 본체, 모터 사이즈를 최소화했다.

토도웍스는 2018년부터 세잎클로버플러스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토도웍스가 추산한 결과, 국내에 휠체어가 필요한 아동은 약 2000명이다. SK 행복얼라이언스, 상상인 그룹과 업무 협약을 맺고 40억원 규모의 기금을 투자해 2021년까지 휠체어가 필요한 모든 장애아동에게 몸에 맞는 휠체어 + 전동키트 + 휠체어 교육을 지원한다.

토도웍스 사무실 1층에 있는 국내 유일의 휠체어 교육장. 심 대표는 휠체어 교육장을 전국으로 늘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토도드라이브는 세계적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2017년 독일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재활·실버전시회인 '레하케어(REHACARE)'에 참가했을 때 유럽 시장의 관심을 불러일으켰고 2018년에는 본격적인 수출계약이 이루어졌다. 올해는 국내 최초로 아동용 수전동휠체어를 개발해 레하케어(REHACARE)에 출품할 예정이다.

현재 토도웍스가 개발 중인 휠체어는 가변이 가능하다. 아동용 인라인 스케이트처럼 폭을 넓혔다 줄일 수 있다. 휠체어 무게도 중요하다. 토도웍스 휠체어에 토도드라이브를 장착해도 합친 무게가 11kg 정도다. 세계에서 가장 가벼운 훨체어가 스웨덴 제품인데 무게가 4.5kg이고 가격은 천만원대다.

토도웍스 정성환 본부장은 "토도드라이브와 토도웍스 휠체어는 무게도 가볍지만 가격도 기존 해외제품보다 저렴해 유럽 시장이 환호하지 않을 수 없다. 회사 모토가 '수출해서 돈 벌고 그 수익으로 국내 아이들의 이동권을 획기적으로 개선하자'다. 수출할 때 중요하게 요구하는 것 중 하나가 나라별 인증 절차와 복지지원에 대한 정보다. 독일은 휠체어 지원받을 때 자부담으로 만원만 내면 된다. 국내 데이터, 나라별 데이터가 결국 자산이다. 국내에서 필요한 제품이 무엇인지 데이터를 모으고, 없는 제품이면 만들면 된다. 국내에 필요한 제품이면 다른 나라에서도 필요할 거라 생각한다. 토도웍스는 모두를 위한 기술 그리고 한 사람을 위한 기술이 모두를 위한 기술이라는 신념으로 세상에 없는 제품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토도웍스는 토도드라이브의 모든 부품을 직접 생산한다. 안전을 위해 직원이 전제품을 하나하나 테스트한다.

국내에서 많은 장애인이 토도드라이브를 부담 없이 사용하려면 제도적인 문제 하나를 해결해야 한다. 장애인들이 보조기기를 구매할 때 보조금 지원을 받는데, 토도드라이브는 아직 지원받지 못한다. 현행법상 토도드라이브를 분류할 항목이 없기 때문이다. 식약처는 수동휠체어로 분류해야 할지 전동휠체어로 분류해야 할지 새로운 항목을 만들어야 할지 3년째 고민 중이다.

정 본부장은 "2016년에 조사했을 때 파워 어시스트 사용자가 채 100명이 안 됐다. 하지만 올해가 지나면 파워 어시스트 사용자가 6천명이 넘을 거다. 식약처가 빨리 관리해야 한다. 요즘은 혁신제품이 많이 나오는데 제도가 따라오지를 못한다. 보조금 지원을 기다리는 예비 사용자들이 너무 많다. 언제 지원되냐고 계속 묻는다. KC(국가 통합 인증)와 CE MDD(유럽 의료기기 인증)인증을 받아서 국내외 판매에는 문제가 없지만 빨리 국내 의료기기 인증과 건강보험공단에 보장구 등록이 되어 보다 많은 사람들이 부담 없이 사용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엔지니어로서 기술로 누군가의 불편함을 해결하기 위해 시작한 작업이 커다란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누구나 자유롭게 원하는 곳을 스스로 갈 수 있는 권리는 장애 여부와 관계없이 모두에게 필요하다. 이는 한 개인의 삶의 질과 바로 연결돼 있고, 소수자가 자유롭고 편안하게 살 수 있는 환경은 한 사회의 품격이기도 하다. 토도웍스가 장애인, 그중에서도 장애아동에게 집중하는 이유는 사회구성원으로서 다름이 인정되고, 장애아동이 적극적으로 변해 모두가 자연스럽게 어울릴 수 있는 사회를 꿈꾸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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